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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4/01 00:05:08
Name Mentos
File #1 03.jpg (36.7 KB), Download : 55
Subject [일반] 나도 고백하고 싶다


밑에 The xian님의 글을 보고 갑자기 드는 생각이 많아져서 오랜만에 길게 손을 움직여 보려고 합니다. 오늘 낮에 날씨가 너무 좋아서 아파트 옥상에 맥주한캔을 들고 홀로 소풍을 갔습니다. 오랜만에 올라간그곳에 저보다 미리 와있던 남녀한쌍이 있었습니다. 우리 옆집에 사는 분과 그 남친분으로 보이더군요.어색하게 인사를 하고 반대쪽 난간으로 와서 맥주한캔을 땄는데 갑자기 기분이 우울한겁니다.아니, 대체 왜? 이 좋은 날씨에 맥주한캔과 봄볕이라는 안주가 있는데 왜 우울해 해야하는지 슬퍼하며 단숨에 캔을 비운 후에 슬리퍼를 질질 끌고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근데 어머니께서 넌 날씨도 좋은데 어디 놀러도 안가고 방콕만 하니? 하고 비웃으시는 겁니다. 그러더니 아버님과 팔짱을 끼고 한강에 산책 가신다면서 저녁은 알아서 먹으라며 외출하셨습니다.

전역후에 두명의 친구들을 만나면서 내 이제 다시는 졸업할때까지 연애따위는 없겠구나 하고 마지막 여자친구를 떠나보냈었습니다. 직전의 연애가 참 안좋게 끝나서 많이 힘들기도 했고 이젠 그럴 여유가 없겠구나 하면서 연애에 대한 생각은 한참 멀리 떠나보냈었다고 생각했고, 여성을 대하는 태도도 스스로 많이 달라졌음을 느꼈었습니다. 전에는 맘에 드는 친구가 있으면 혼자서 안달복달하고 난리를 쳤었는데 헤어진 이후에는 뭔가 별로 여자와 연애라는 필드가 인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어 버린 듯한 그런 느낌을 여러번 받았었습니다. 소개팅 자리가 들어와도 취준생이라는 이유로 중간에 유야무야 되었었는데, 예전같으면 무지하게 열받거나 슬퍼할만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느낌이 안드는 겁니다.

"그래, 뭐 내 팔자에, 내 상황에 연애냐."

이런 생각을 하며 시간이 흘렀고 학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복학을 했습니다. 오랜만에 나간 후배 및 친구들과의 자리에서 한 친구가 유난히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활발하고 싹싹하고 귀엽고. 아 이렇게 시작되려나 보다 하고 혼자서 설레발을 친지도 어언 2주가 흘렀습니다. 이상하게 마음이 진전되지가 않네요. 이십수년을 살면서 이런식의 패턴이 지속되다가 혼자 마음이 진균처럼 번식했고, 점막종양처럼 늘어나던게 정상인데 밤까마귀라도 돌아다니는지 예전처럼 마음이 뜨거워 지지가 않습니다. 그 친구와 나름 많은 대화를 나눴고 두차례 정도 긴 술자리를 통해 뻔히 예상되는 경로로 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길이 끊어진 느낌이더라구요.

이제는 누군가가 쉽게 마음에 잘 들어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유로 생각되는 건 여러가지 입니다. 나이도 그렇고 상황도 그렇고, 그친구와의 나이차이도 많이 크기도 합니다. 어릴때처럼 쉽게 뜨거워 지지도 못하게 되니까 오히려 그 뜨거웠던 상태를 더 그리워하고 찾게 됩니다. 그때는 조건이나 상황보다는 '좋아한다'라는 사실이 더 중요했었는데 이제는 그 '좋아한다'조차도 그리 쉽게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근데 이런 심리가 최근의 제 조건 - 취준생, 학생 - 과는 무관한 듯 합니다. 만약 그렇다면 망설인다라는 감정이라도 있어야 할텐데 이번엔 그렇지가 않으니까요. 친구는 제 말을 듣고 그냥 네가 그여자가 많이 맘에 들지 않은거다 라고는 하는데 그건 또 아닌 것 같고 해서 더 고민입니다. 이대로 새로운 분야에 눈을 뜨진 않을까 하는 망상도 가끔은 하구요.

이런 잡생각을 하다보니까 예전에 짝사랑에 엄청나게 고민했던 때가 생각이 납니다. 그때 지금 제 나이쯤 되신 형이 한참을 제 넋두리를 들어주시다가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난 너 부럽다. 마음속에 누가 있잖아."

아, 나도 고백하고 싶다. 벚꽃한가지 들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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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의꿈은무리군주
13/04/01 00:17
수정 아이콘
그런데 저기 감성 돋는 와중에 분위기 망쳐서 죄송한데

아래 Xian님 글 자체가 낚시 인데요 크
https://pgr21.co.kr/pb/pb.php?id=humor&no=153209
13/04/01 00:19
수정 아이콘
아 네 봤습니다. 뭔가 장난을 망쳐놓은 느낌이라 죄송하네요..
13/04/01 01:04
수정 아이콘
음!? 키읔!? ㅋㅋㅋㅋ???
13/04/01 00:19
수정 아이콘
는 낚시...
DarkSide
13/04/01 00:20
수정 아이콘
모태 솔로에게 고백은 never
13/04/01 00:27
수정 아이콘
는 낚시...ㅠㅠ
13/04/01 00:27
수정 아이콘
는 낚시ㅜㅜㅜㅜㅜ
sisipipi
13/04/01 00:32
수정 아이콘
ㅎㅎ 근데 시안님과의 글과는 별개로 마음가는분이 있다면 꼭 고백해보세요. 여자늗 봄에 마법에 걸린다니까 의외로 효과가 있을 수 있답니다. 크
신예terran
13/04/01 00:58
수정 아이콘
헉? 자음연타가 되네요..?
신예terran
13/04/01 00:59
수정 아이콘
아 만우절 자음 허용인가요!!
KillerCrossOver
13/04/01 00:40
수정 아이콘
벚꽃 지기 전에 고백하세요!!
13/04/01 01:05
수정 아이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뭔가 공부하는데 자꾸 생각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따 자기전에 이불속에서 하이킥좀 할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지우고 싶었는데 걍 남겨둬야겠네요 ㅋㅋㅋㅋㅋ아 창피해 죽겠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
FreeAsWind
13/04/01 01:21
수정 아이콘
낚이신 부분과는 별개로 본문은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지우시진 마세요 크크크.
오빤 트리스타일
13/04/01 01:15
수정 아이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불량품
13/04/01 01:19
수정 아이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테스테 테스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되네욬ㅋㅋ 야신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FreeAsWind
13/04/01 01:39
수정 아이콘
그런데 지금보니 아래 TheXian 님의 글과 이 글이 자게 맨 윗줄로 올라와있네요? 크크크
13/04/01 01:52
수정 아이콘
그러게요.....창피해 죽겠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고백했다 차인만큼 창피하네욬ㅋㅋㅋㅋ
옆집백수총각
13/04/01 01:46
수정 아이콘
좋은 글입니다.
13/04/01 01:54
수정 아이콘
자음을 쓸 수 있다니!! 신난다!! 해방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죄송합니다 해방감에 젖어 그만..
13/04/01 01:56
수정 아이콘
zzzzzzzzzzzzzzzzzzzzzzzzzzzzzzzzzz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prezzatura
13/04/01 02:05
수정 아이콘
크 하나만으로 무법천지가 되는군요 헐
권유리
13/04/01 02:25
수정 아이콘
헐 자음허용이라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3/04/01 03:48
수정 아이콘
시안님 글과는 별개로 좋은 글인데용 크크
프리템포
13/04/01 04:17
수정 아이콘
저도 시간을 Go back 해서 고백하고 싶네요.
13/04/01 04:40
수정 아이콘
후덜 기회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멘토스님 용기내서 고백하셔서 멋진 사랑하세요.
azurespace
13/04/01 08:22
수정 아이콘
ㅋㅋㅋㅋ?
올개닉
13/04/01 08:42
수정 아이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3/04/01 09:11
수정 아이콘
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메지션
13/04/01 09:18
수정 아이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낚인건 낚인거지만 본문내용은 아주 좋습니다.
너에게힐링을
13/04/01 10:31
수정 아이콘
날씨 좋아져서 그런지 마음이 착잡합니다..
정말 달달한 연애 해보고 싶네요.
13/04/01 10:49
수정 아이콘
ㅋㅋㅋㅋㅋ로 대동 단결이네요 ㅋㅋㅋ 이게 다 제 덕입니다?! 학교오니까 교복입은 청춘들이 만우절 세레모니를 하네요~ 젊어서 좋군요 :) 달달까진 아니더라도 뭔가 손을 잡고 싶네요. 케리건이랑 짐이 부러움여....
와룡선생
13/04/01 11:57
수정 아이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명란젓
13/04/01 23:16
수정 아이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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