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3/03/30 18:40:53
Name 아마돌이
Subject [일반] [반픽션 연애스토리] 봄, 여름, 가을, 겨울 (3)
첫번째 가을.


솔직히 그 날이 며칠이었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날 나는 온 국민의 워너비

였던 전지현누나가 자기를 하얗게 불태우며 찍어낸 '엽기적인 그녀'를 누나와 함께 보았다. 영화 내용은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몇 년이 지나고 다시 그 영화를 봤지만 당시 내가 손발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는

기억과 생머리와 옆에서 보이는 덧니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기억을  되새김질 하는 정도의 감상 밖에

는아무 느낌도 없었다는 기억만 남아있을 뿐이다.  영화를 보고 저녁을 함께 하고 평소처럼 노래방에서

'못되먹은' 누나가 좋아하는 성시경 노래를 목이 터지도록 불러제끼고나니 어느새 밤이 되었다.

시간이 12시가 넘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좋아하는 사람을 대중교통으로 집에 바래다 주는건 남자의 기본 자

세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지갑은 이미 너덜너덜했지만 난 기어이 함께 택시를 타고 효정 누나와 함께

집으로 갔다. 내가 누나를 짝사랑 한게 벌써 세 달이 넘었지만 누나의 집이 서울xx구라는 것만 알았지 한 번

도 가 본적은 없다. 그런데 그 날 누나는 이상하게도 나를 보내려 하지 않았다. 이미 12시가 넘은지 한참 되었

는데 괜찮다며 더 얘기 하자고 한다. 뭐 평소에 3시정도는 비웃어대며 깨어있는 당신이니 1시 2시는 별거 아

니겠죠. 나도 그렇거든요. ^^

효정누나 집 근처에서 막 고백을 하려고 덜덜 떨면서 기회만 엿보고 있을 때였다.

인생에 다시 없을 태클이라고 하면 적절할까?

난 누나에게 진지하고 마음을 바친 고백을 바치려고 온 방학을 바쳐 아르바이트를 했고 다른 아무 생각도 하

지않고 있었다. 내 관심사는 온통 하나뿐이었다. 막 준비한 멘트를 꺼내려고 하는 찰나에  어떤 술취한

아저씨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학생, 여기가 어딘가? 내가 술을 좀 했는데 도저히 길을 못찾겠네."

한밤중에는 기온이 영하 가까이 떨어지는 날도 있을 때였다.

난 대학교에 와서 첫 번째로 맞은 방학을 온통 바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리고 그녀는 나에게 점점 마음을 열고 있다.

내 마음은 처음부터 399% 오픈되어 있었거든요.. 당신이 아니면 안 될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그날 내가 했던 행동은 지금도 이해 할 수가 없다.



난 내 치밀어 오르는 내 감정을 억누르고 누나를 집에 보냈다. 그리고 아저씨의 지갑과 핸드폰을

총 동원해서 아무 일 없었던 것 처럼 집에 모셔 드리고 말았다.



그리고 첫 번째 아르바이트비로 힘들게 마련한 커플링은 한강속으로 아무 말 없이 가라 앉아버렸다.



첫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서투르기 때문이다.

서투르기 때문에 자기의 마음을 어떻게 포현해야 할 지 모른다.

애써 마음을 표현해도 communication이 아니라 delievery가 될 뿐이다.

30Km가 넘는 거리를 단지 택시비가 없다는이유로 걸어서 돌아오면서 많은 생각을 강제로 해야했다.


한 달도 지나지 않아 효졍누나는 남자친구가 생겼다.

흠 잡으려 해도 흠 잡을 수가 없는 잘생기고 성격도 비뚤어진 구석이 없는 남자였다.

나와 친해지기 전 부터 누나에게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현했던 나도 알고있는 사람이었다.

나와는 다르게 키도 크고 몸도 좋고 얼굴도 잘생긴 .. 흔히 말하는 훈남 이었다.


그리고 그 날 이후로 난 효정누나와 아무 얘기도 나누지 않았고 아무 연락도 하지 않았다.

가끔 문자와 전화가 오곤 했지만 받지 않았다. 받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내 첫사랑은 흘러갔고 내 첫 번째 가을도 지나갔다.




덧'  - 가을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이 글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결국 서론이 너무 길었네요. 오래되서 화석처럼 남아있는 감정을 글로 써내려 가는 일은 저에게 너무 힘든 일이거든요. 하지만 언젠가 꼭 해보고 싶었습니다. 재미있게 봐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얼마나 안도했는지 모른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맹수니
13/03/30 19:51
수정 아이콘
재미있네요.
댓글은 안달았지만.. 열심히 보고있습니다. 완결까지 달려주세요~
정어리고래
13/03/30 23:08
수정 아이콘
결국은 안생기는 건가요..... 재밌어요!
제 첫사랑 이름이 효정이었는데.....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42943 [일반] [리뷰] 워낭소리(2008) - 팔순 노인과 마흔 살 소의 이야기 (스포있음) [20] Eternity6297 13/03/30 6297 4
42942 [일반] 이털남 - 따루氏가 이야기 하는 핀란드의 복지와 교육 [30] 어강됴리14244 13/03/30 14244 20
42941 [일반] 판타지리그에 대해 아시나요? [11] 호야랑일등이12809 13/03/30 12809 1
42940 [일반] [반픽션 연애스토리] 봄, 여름, 가을, 겨울 (3) [2] 아마돌이3443 13/03/30 3443 1
42939 [일반] 하느님의 나라 ⑫ 멸망이라는 길 [3] 후추통5481 13/03/30 5481 4
42938 [일반] 절대권력의 몰락 - 흥청망청 [11] 눈시BBbr7572 13/03/30 7572 2
42936 [일반] 좋아하는, 그래서 들려주고픈 애니 OP/ED 노래 [15] legend6123 13/03/30 6123 2
42935 [일반] 박근혜정부 인사파동에 대해 사과문 발표 [42] empier7643 13/03/30 7643 0
42934 [일반] 여...여신!! [4] 이명박7112 13/03/30 7112 1
42932 [일반] 롯트와일러 전기톱 사건 [140] 삭제됨11973 13/03/30 11973 0
42931 [일반]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추게 글 모음. [73] OrBef12178 13/03/30 12178 6
42930 [일반] [반픽션 연애스토리] 봄, 여름, 가을, 겨울 (2) [1] 아마돌이3431 13/03/30 3431 0
42929 [일반] 2013 프로야구 개막 2연전 중계 일정 [19] 타나토노트6248 13/03/30 6248 0
42928 [일반] lol섭폭 기념 주저리 주저리 [8] aura8061 13/03/29 8061 0
42927 [일반] [반픽션 연애스토리] 봄, 여름, 가을, 겨울 (1) [1] 아마돌이3477 13/03/29 3477 0
42925 [일반] 사회생활 하면서 바지에 똥싼적 있나요? [108] 채넨들럴봉21298 13/03/29 21298 8
42924 [일반] 갑자사화 - 절대권력으로 [6] 눈시BBbr6555 13/03/29 6555 1
42923 [일반] 남자, 프로포즈하다 [39] 글곰7056 13/03/29 7056 2
42922 [일반] 장기하와 얼굴들의 뮤직비디오와 권순관의 티저가 공개되었습니다. [8] 효연짱팬세우실5130 13/03/29 5130 0
42921 [일반] 야, 너무 잘하지마. 잘하면 더 시킨다. [15] Red Key8759 13/03/29 8759 3
42920 [일반] 알량한 선배가 후배에게 화를 내다. [195] Marioparty48815 13/03/29 8815 3
42918 [일반] 도대체 무슨 생각일까요? 자살이라도 하겠다는 건지... [38] Neandertal10528 13/03/29 10528 0
42917 [일반] 류현진선수가 마지막 시범경기 등판서 4이닝 퍼펙트를 기록했습니다. [43] 오클랜드에이스9863 13/03/29 9863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