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이별을 직감하고 빠져들었던 러브홀릭의 rainy day가 퇴근길에 생각났던 건 단지 비가 와서였을까...
1년 반을 좀 넘어 2년을 향해 꽤 특별한 인연을 가지고 달려가고 있던 우리가 이렇게 됨을 암시했던 건 아니었을까...
내가 그 가사를 조그만 더 뚜렷하게 떠올렸다면 마지막 문자의 내용이 다르지 않았을까...
그녀는 내게 여느 때처럼 미안해하며 전화를 하진 않았을까...
pgr 글쓰기 버튼의 무게보다도 수십 배나 더 무거워 보이던 폰 문자 전송 버튼.
장고 끝에 그 버튼을 우측 엄지로 꾸욱 누른 뒤에도 지금과 조금은 다른 결과를 기대했었는데...
결국 잠을 이루지 못하고 다시 컴퓨터 앞으로 와 rainy day를 들으며 글을 쓴다.
빈 담뱃갑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책상 위에 그녀와의 연을 보여주는 물건들이 곳곳에 이렇게 많을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정말 매일 앉는 책상이지만 담뱃갑만 쌓여있다 생각했는데...
이제서야 그 물건들이 내 눈에 들어온다.
반지, 향수, 넥타이, 지갑, 그녀에게 빌렸던 핸즈프리, 미처 그녀에게 건네지 못한 포장된 선물....
2달여간의 마음 고생을 끝내서 홀가분한 기분이 될지도 모른다는 내 생각은, 진정한 착각이 무언지 가슴 속에 박혀 깨닫게 해주고...
그 깨달음에 뒤이어 먹먹함이 밀려온다.
그래도 조금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미리 아파했었기에 지금 같은 슬픈 여운이 이리도 날 괴롭힐 것이라고 생각 안 했었는데...너무 많이 아프다.
잠도 많고, 눈물도 많은 내가...잠도 못 이루고, 울지도 못하고 멍하니 컴퓨터 앞에 앉아 생각한다.
너 역시 많이 아프길...그래서 주말 오프 때 여기에 와서 내 손을 잡아주길...
이 헛된 기대는 나에게 또 다른 상처만을 남김을 알기에 담배 연기에 실어 날려보낸다.
안녕......
이 두 글자 입력에 시야가 흐릿해 진다...
고마워요...짧지 않은 시간동안 날 사랑해줘서...내 옆에 있어줘서...
미안해요...그리고 안녕...
이별했어요.
누워서 잠을 청했는데 두어 시간 뒤척이다 글을 썼네요.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다 보면 펑펑 울 수 있지 않을까, 그러고 나면 잠을 잘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서른 넘은 나이에 꺼이꺼이 울고는 담배 한 대 태우고 더 말똥말똥해졌네요.
저에게 있어서의 헤어짐은 뭔가 만남의 처음부터 끝까지의 과정을 미화시키는 것 같아요.
울분을 토하고 쌍욕을 할만한 일들조차 차분하고 덤덤하게 받아들이게 하고 추억으로 만들어서 자신을 더 힘들고 아프게 하네요.
긴 밤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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