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홍마루
안녕 마루야 정말 오랜만이지? 우리가 헤어진 그날로부터 벌써 1년이나 지났네…….
예전에 내가 어릴 때부터 키우던 호두라는 이름을 가진 앙증맞은 강아지가 죽었을 때, 한참을 울고 있는 날 위로해줬던 너의 뜨거운 키스 생각이나, 그 날 비가 정말 많이 와서 우리 둘 다 흠뻑 젖어, 추위에 떨면서도 정말 오랫동안 너와 입을 맞췄지, 그때 내 폐속까지 들어온 너의 숨결을 통해 위로 받은 난 그때 사랑에 빠졌던 거야
혹시 너 우리 자주 함께 다녔던 카페 기억하고 있니? 그때 따뜻한 커피를 나눠 마시며 나눴던 사랑이 떠올라서 너와 헤어진 후 그 카페에 다시 가지 못하고 있어, 그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면 그때 그 추억이 날 사로잡아, 그리움에 파묻힐 것 같아서 두려워
우리 함께 빵 만들었을 때도 정말 재미있었어, 그때 왜 그랬었는지 인터넷에서 도넛츠를 보고 너무 예뻐서 너에게 함께 도넛츠를 만들자고 한참을 졸랐었잖아……. 그때 난처해하던 니 표정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난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어
너 나에게 이런 말 했던 것 기억하니? “남자는 흘러간 로맨스 때문에 항상 사랑을 기억한다.” 지금 생각하면 유치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인데, 그때 난 널 너무 사랑했나봐, 그게 그렇게 로맨틱해서 멋져 보였던 것 있지(웃음)
그런데 사실 나, 너 만나면서 정말 힘들었어, 우리가 처음 만난 고등학교 시절 학교에서 나 같은 사랑을 미친 사랑 취급하면서 그 사랑을 금지시켰었거든, 그래서 그때 나 다른 사람들 몰래 너랑 만났던 거야…….
그래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되니 더 이상 내 사랑을 욕하는 사람이 없었어, 그래서 우리 둘의 사랑이 영원할 줄만 알았지…….
하지만 아버지가 너와 연애하는걸 알게 된 날 모든 게 끝나버린거야, 그 날 나와 아버지는 한참을 싸웠어 “이제 나도 성인이니 내 연애에 대해 간섭하지 말 것”을 요구했지만 아버지는 끝내 널 받아들이지 않으셨어.
너와 원하지 않는 이별을 겪은 뒤에 나 너를 잊기 위해 정말 별짓 다해봤어, 친구들과 술도 마셔보고, 무작정 잠을 청하기도 하고, 무작정 배불리 음식을 먹기도 했어, 그런데 술자리에서도 니 생각뿐이었고 잠에서 깼을 때도 네 생각이 먼저 나더라, 심지어 배가 부른 그 순간에도 네 생각뿐인 것 있지
사람들이 그러더라, 헤어진 후 일주일이 가장 힘들고 한 달이 지나면 서서히 편해진다고……. 처음엔 나도 그런 줄 알았어, 헤어진 지 1년이나 지났으니 널 완전히 잊었다고 생각 했어, 그런데 다 거짓말인 것 같아 길을 가다 문득 너와 같은 갈색 머리를 가진 남자가 키스하는걸 본 순간 니 생각에 가슴이 울컥 한 것 있지…….
우리가 처음 만난 고등학교 시절 내가 널 사랑하게 된 걸 깨달은 순간부터 너와 헤어진 지금까지 날 힘들게 하는 넌 정말 나쁜 남자인데, 그래도 빌어먹을 사랑하는걸 어떡해
ps.
학교 과제로 일주일에 한번 미니 픽션 제출하는게 있는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전에 한번 썻던 소재를 사용해서
편지형식으로 써봤습니다. -_ -a
마지막줄은 일부러 안썼습니다. 회원님들 예지력, 추리력 상승을 위해서요.
군데 군데가 아니라 내용 전체가 복선과 암시의 연속입니다. 문제가 너무 쉬웠나요. 크크크
교수님이 이거 보고 무슨 생각할까요. F 학점 줄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