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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10/11 12:30:01
Name PlaceboEffect
Subject [일반] 지난 주말에 지하철에서 치한을 쫓아(?) 냈습니다.
안녕하세요^^ 간만에 무겁기로 소문난 write 버튼을 누르게 되었습니다.

지난 주말에 놀라운 사건을 경험했기 때문이죠.

지난주 토요일, 한 오후 5시쯤이었을까요. 할머니 생신 때문에 2호선 지하철을 타고 낙성대에서 영등포구청 쪽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사람이 많은 시간이라 지하철이 만원이었는데 제 바로 옆에 서 있던 아저씨가 좀 이상했습니다.

그런 느낌 있잖아요. 뭔가 그 주변만 부자연스러운 그런 분위기...


그래서 저는 핸드폰 게임을 하는 척하면서 계속 곁눈질로 주시하고 있었는데, 역시나...

그 아저씨가 앞에 서있는 젊은 여자의 엉덩이를 쓰다듬고 있는 겁니다..-_-;;

나이는 한 40초중반으로 보였는데, 자기 딸뻘 되는 여자한테... 정말이지...(이하 '놈'으로 표기합니다.)


처음에는 '내가 잘못 봤나' 싶어서 제 눈을 의심했지만, 고의성이 명백한 손 움직임이더군요. 아무리 사람이 많더라도

여자 엉덩이에 손가락을 대고 위아래로 움직이는 건 다분히 의도적인 행동이라고 볼 수 있겠죠. 다시 생각해도 구역질이 날 정도군요.


말로만 듣던 일이 눈앞에서 펼쳐지니 정말 당황스럽더군요. 저는 일단 여자분의 안색을 살폈습니다. 그런데 모르고 계시는것 같았습니다.

표정에는 별다른 동요가 보이지 않아(전 당시에 여자분이 눈치를 못 채고 있는 것 같다는 사실에도 놀랐습니다.

워낙 지하철이 만원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일을 크게 벌이지 말고 해결해봐야 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왜냐하면 어떤 여성분들은 그 성추행 사실이 부끄러워서 일이 커지는 것을 싫어하는 분들도 많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죠.

심지어 가끔 도와줬는데 도와준 쪽이 오히려 피해를 본 사례들도 많이 본 터라...

(어떤 심리에 기반한 행동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실 그때 여자분이 알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지는 제가 정확하게 판단할 수가 없다는 게 정답이겠죠. 조용히 해결하려고 맘먹은 게

판단 미스였는지는 솔직히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놈에게 1차 경고를 했습니다. 그놈이 왼손으로는 지하철 손잡이를 잡고 오른손으로 만져대고 있길래 제가 고의적으로

왼쪽 팔꿈치를 그놈 오른팔 앞에 밀어 넣고 뒤쪽으로 밀었습니다. 분명한 의미를 담아서.

그런데 다시 손을 내밀려고 하길래, 제가 팔에 힘을 주고 버텼더니 약간 당황하는거 같더군요. 그러자 그놈은 갑자기 통화하는 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내용도 없는 통화였죠. 왜냐하면 혼자만 얘기하는 통화에 무슨 내용이 있겠습니까.


저는 자세가 어색해져서 다시 원래대로 똑바로 섰습니다.(생각해보시면 그 놈이랑 여자분 사이에 왼쪽 팔꿈치만 끼워 넣은 형국이라

자세가 이상해 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고 계속 주시하고 있었는데, 아놔 세상에나.. 또 그 짓거리를 하는 겁니다!

분명히 경고했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미친X..


그래서 저도 도저히 두고 볼 수만은 없어서 그 놈의 팔을 잡아 버렸습니다. 그리고 죽일 듯이 쏘아봤죠. 그놈이 어찌나 당황하던지

제가 그 놈 팔을 잡고 노려보고 있는데도 저를 못 쳐다 보더라고요.

"그만 좀 하죠."

라고 조용히 얘기하고, 팔을 놓아주었더니 그놈은 다음역에서 바로 도망치듯 내렸습니다.


더 놀란 건 그 이후 일이었는데, 당시에 뒤에서 그 놈이랑 제가 실랑이하는 동안에 앞의 여자분이 미동도 없길래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1~2정거장 더 지나서 말을 걸어봤습니다.

"혹시 이상한 거 느끼신 거 없었나요?"라고 물었더니, 없었다고 대답하더군요.

그렇게 그 놈이 만져대고 있었는데 몰랐다니... 괜히 일을 크게 벌였으면 큰일 날 수도 있었겠다 싶었습니다.

이유를 묻는 그 여자분 질문에, 방금 어떤 아저씨가 있었는데 여자분 뒤에서 뭔가 하는 것 같아서 지켜봤었다고, 다행히 지금은

내렸으니 조심하시라고 적당히 얼버무렸습니다.

그러자 그 여자분은 딴생각하느라 몰랐는데 알려줘서 고맙다고 얘기하고는 신도림에서 내리시더군요.

왠지 그 여자분은 저를 어쭙잖게 작업걸려는 남자로 오해한거 같습니다...-_-;; 젠장-_-;;

(아. 이 더럽게 스멀스멀 올라오는 패배감은 뭘까요..크크)


지하철이 신도림을 지났는데도 제 심장은 진정이 안 되고 흥분과 긴장으로 미친 듯이 뛰더군요.  

처음에 막아야겠다고 맘먹었을 때, 심호흡까지 하면서 행동하긴 했지만, 저도 어쩔 수 없는

평범한 소시민이더군요.^^

평소에 이런 상황이 생겼을때, 대처방법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터라 당황도 많이 했구요.

제가 잘 해결한 것인지 어쩐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 놈을 잡아서 넘겼어야 했을까요?

그 쓰레기 같은 놈은 또 그 짓거리를 하겠죠? 에휴.. 돌이켜 생각해 보니 후회가 되기도 하는군요.


정말 평생 타봤던 지하철 중에 가장 스펙타클했던 지하철 여정이었습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정말 여자분들은 지하철에 사람 많을 때 조심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말로만 듣던 일이 왕왕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두 눈으로 목격했기 때문이죠. 특히, 만원 지하철을 빙자하여 자기 몸에 계속 무언가가 지속적으로 접촉해 온다면 의심해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반대로 남자분들은 만원 지하철에서 오해받지 않게 조심하셔야 하겠구요.


다들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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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랏차차
10/10/11 12:34
수정 아이콘
오우 용기가 대단하시네요! 도와주면 나 자신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기 때문에 대부분은 꺼리죠..

제가 여자가 아니라서 그나마 다행이긴 하지만

지하철, 버스 같은데서는 성추행 진짜 조심해야 됩니다. 여자분들~!
10/10/11 12:45
수정 아이콘
잘하셨네요.. 오히려 적극적으로 경찰에 넘기려해도 여자분반응으로 보아하니 자긴관심없다는식으로 협조안해줄거같기도하구요. 그런데 여자분들은 정말 신기하네요. 전 남자지만 조금만 신체접촉있어도 대번에 알겠던데 엉덩이를 만져도 모른다니. 전문가(?)들의 스킬은 알다가다 모르겠네요^^;;
농띠푸들
10/10/11 12:39
수정 아이콘
저도 저런일을 당하면 어떻게 할지 수도 없이 상상하고 연습도 해봤지만
실제로 당해보니 너무 당황스러워서 얼어붙는거 말고는 아무것도 할수가 없더군요..
정말 좋은일 하셨네요~^^*
10/10/11 14:07
수정 아이콘
정말 용기있고 좋은일 하셨습니다.
이런 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정작 발생하면 머리가 하얗게 되는데
참 이성적으로 퇴치!!해 주셨네요. 너무 멋지세요~!!
나우시카
10/10/11 14:33
수정 아이콘
워우 멋진 분이시군요.
음악세계
10/10/11 14:45
수정 아이콘
저도 버스에서 성추햄범(?)을 쫓아낸적 있는데 올 여름이었던것 같네요
아 이놈이 한 50대쯤 되는 약간 노숙자 느낌이 나는 아저씨였습니다.
길거리 버스정류장에서부터 뭐낙 느낌이 이상하더군요
여자들 주변을 어슬렁 거리면서 자꾸 물끄러미 쳐다보는겁니다
아 좀 이상한 사람이구나 싶었지만 직접적으로 터치 하는것도 아니고 뭐라할 수도 없더군요
그러더니 버스를 같이 타더군요. 버스는 분명 자리가 텅텅 비었는데, 20대여자 혼자앉아있는 2인승자리옆에 앉더군요
그래놓고서 자꾸 물끄러니 옆모습 쳐다보고, 말걸고 하는겁니다. 순간 여자분이 움찔해서 다른 자리로 옮기더군요
아 정말 신경이 쓰였는데, 또 다른 사람에게 그러고 또 피하고, 두 번을 더 반복했습니다.
끼어들기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또 여자분들이 알아서 잘 피하길래 참고 있는데
이제는, 중학생 어린여자애들한테까지 그러더군요. 짧은 바지를 입고 있었던 것 같네요. 자꾸 쳐다보고(노골적으로)
아이들이라서 그런지 어찌할바를 모르더군요. 피하니까 따라가서 또 달라붙고.
아 그 순간에 도저히 참을수가 없어서 애들 가로막고 당장 버스 밖으로 쫓아냈습니다...
아이들이 고맙다고 인사하더군요.
사실 그때 든 생각은, 잘했다는 생각보다 진작에 쫓아낼껄 조금 더 참았던 것에 오히려 부끄러운 기분이 더 들었습니다...

세상에 참 이상한 사람 많죠??
10/10/11 16:15
수정 아이콘
제 친구(여자)두 지하철에서 한번 목격했다고 하더군요
근데 역시나 사람이 많지 않았음에도 당사자는 그런 낌새를 잘 모르는지 가만히 있더랍니다
일단 증거용으로 사진을 찍으려는데 핸드폰이 흔들리는 바람에 얼굴이 거의 뒷모습만 나오고 사진 자체로 흔들려서
다시 찍으려는데 그놈이 눈치챘는데 내려버렸답니다

이전에 어두운 골목길에서 봉변(오토바이)을 당할 뻔한 적이 있는지라 각종 호신용품(호루라기, 가스발사기, 전기총)을 가지고 다니던 친구라
순간적으로도 이놈은 잡아야겠다고 막 계획을 짰는데 아쉬웟다고 하더라구요 ;;;;;;

암튼 잘하셨습니다.
이왕이면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서 지하철 직원에게 넘겨버리지 그러셨어요
그런 놈들은 콩밥도 아깝습니다.
뜨거운 찜질방 같은데 가둬놔야하는데말이죠
불면증
10/10/11 17:01
수정 아이콘
저는 2주전 아침에 교대에서 역삼역까지 가는 2호선 지하철에서 고의인지 아닌지 모르는 애매한 경우를 당했어요.

아시다시피 출근시간 2호선은 그야말로 지옥철인데요. 교대에서 2호선을 갈아탔는데 젊은 남자분이 제 앞에서 먼저 탔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 많은 지하철에서 일부러 그런건지 애매하게 짝다리로 서 있더라고요.
제가 키가 좀 작은 편인데 그 젊은 남자분의 한쪽 다리가 제 엉덩이에 걸친다는 이상한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도 사람이 많아서 저렇게 서 있는 거구나라고 생각하고 말았는데.......

역삼역이 종착지였는데 그 젊은 남자분도 같이 내리더라고요. 한꺼번에 밀려나가듯이 지하철 안에서 나오고 있었는데
그 남자분이 뒤에서 제 엉덩이를 무릎으로 한방을 치고 나가더라고요.
아무리 생각해도 2호선을 꽤나 타고 다녔지만 한 번도 이런 경우를 당해본 적도 없고,
저런 자세로 제 엉덩이를 치고 갈 수 있나, 각도가 저리 나오나, 일부러 그러지 않는 이상 저렇게 치기는 어려울텐데 라는 생각이 확 들더라고요.
정신 차리고 다시 그 남자를 찾는 순간 수많은 인파 속에 파묻혀 버리더군요.

그 뒤로는 2호선을 탈때 마다 불안합니다.
10/10/11 19:08
수정 아이콘
와우. 대단하시네요.
정말 대단한 용기입니다. 괜히 끼어들었다 되려 피해입을까봐 요즘 봐도 나서기 쉽지 않은 세상이라....


아. 그래도 혹시나 싶어 부탁드리고 싶은건
신체적 접촉이 일어나서 무조건 치한으로 의심부터는 하지 말아달라고 하는 부탁요.

제 개인적 경험 때문인데요.
사당역 아침시간 아시죠? 신도림과 더불어 출근시간 고투헬 양대산맥이죠.
거기 2호선에서 급하게 4호선 갈아탔는데, 내가 들어온후 뒤에서 갑자기 사람들 떼거지로 훅 밀고들어오는 겁니다.
문제는 제 바로 뒷분이 팔꿈치를 굽힌채로 들어오셔서
훅밀린 저는 하필 그 팔꿈치때문에 등뒤가 떠밀려서 허리가 가장 많이 밀렸습니다.
즉 제 의사와 상관없이 떠밀리는 바람에 허리부분만 순간적으로 앞으로 내미는 모양새가 되었다는거죠.
마침 제 앞에는 젊은 여성분이셨구요. -_-;;;

저는 등뒤가 갑자기 밀려서 아찔했는데, 갑자기 앞에서는 여자분께서 저를 확 밀치시는 겁니다. 아주 세게는 아니지만,
딱 느낌이 내가 일부러 사타구니부분을 내민 것쯤으로 오해하신 듯 했어요.
한번만 밀치시고는 그뒤로 아무일 없어서 지나갔었지만, 제 느낌이 그렇더라구요.

여튼 그 뒤부터는 만원지하철은 한층 더 무서워졌고,
또한 왠만하면 사람 많을때는 젊은 여성분 등뒤나 옆이 꺼려지더군요.
어쩔수 없이 그런 위치가 되면 억지로 공간을 띄울려고 일부러 힘주기 까지 하는 편이죠.(비좁아 죽어도. 크크)
그러니, 여성분들도 남자들이 자신의 본심과 상관없이 떠밀려서 신체적 접촉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는 정도만 알아주셨으면 해요.

그래도 아마... 한번이 아닌 저런게 반복되면 의심할만도 하죠.
문제는 역시, 우연인지 고의성인지 분별이겠네요. 그게 참 분별하기 힘들듯.
수타군
10/10/11 20:29
수정 아이콘
여자가.... 느끼지 못하....

각설하고 정말 잘 하셨습니다.
검은창트롤
10/10/12 13:48
수정 아이콘
저런 짐승같은 놈들 때문에 선량한 남자들이 만원 지하철에서 두 손을 어찌 해야 할지 몰라합니다.
가방 끈을 양 손으로 잡거나 쓸데없이 가슴에 양 팔을 붙이고 있거나 해야 하는 현실. 팔짱을 끼자니 자리가 좁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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