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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8/06 15:13:53
Name 모모리
Subject [일반] 피지알과 정치
  정치에 관해 별로 아는 것도 없는 애송이가 감히 이런 주제로 글을 쓸 생각을 하니 저도 참 쓸데없는 것에서 용감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사실 정치는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고 현실과 동떨어진 것도 아닙니다. 친구와 만나 '야 오늘 뭐 먹을래?' 하고 물어서 점심 메뉴를 결정하는 것도 정치의 일종입니다. 사람의 생각은 서로 다르고 그 다름에서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이니까요. 그게 정치입니다. 별 거 없죠. 정치는 합의를 그럴싸게 포장한 것에 불과합니다.



  피지알에 종종 올라오는 글이나 댓글로 '예전의 피지알이 좋았다'라는 것 있지요. 어제도(아, 오늘인가요) 하나가 올라왔고 부쩍 과거를 그리워하시는 분들이 글을 올리셨네요. 그 글을 보면서 어른들이 말씀하시는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어'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이집트 피라미드 한 구석에 새겨져 있다는 명언이지요.

  과거의 피지알은 어땠을까요? 지금보다 다소 엄했고 진지한 사이트였다고 생각합니다. 더 과거의 피지알은 어땠을까요? 자음을 사용해도 괜찮던 피지알이 있지요. 현재의 피지알은 어떨까요? 규정이 다소 느슨해진 감이 있고 사용자가 많아지면서, 규정을 악용하는 자의 비율과는 무관하게 절대인구는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역시 사용자가 많아지면서 다양한 글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입니다.

  과거의 피지알과 현재의 피지알 모두 장단점이 있습니다. 사실 이것은 피지알만이 아니죠. 모든 일에는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 법입니다. 절대적으로 옳은 결정은 없다. 정치를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생각입니다.



  예전의 피지알이 좋았다는 글에는 맞다는 동의와 아니다 현재의 피지알도 괜찮다는 반대가 함께 합니다.

  위에서 말했듯 예전의 피지알이 좋았다는 말은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다는 말과 비슷합니다. 기성 세대, 보수적인 생각입니다. 보수는 변화를 원하지 않습니다. 기존의 방식을 유지하면서도 얼마든지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말은 틀린 말이 아닙니다. 피지알은 기존의 엄한 정책이 조금 부드러워졌다고 하나 여전히 자음도 허용하지 않는 팍팍한 사이트입니다. 그럼에도 피지알은 잘 굴러가지요. 여기서 발전하여 예전의 피지알이 더 좋았어. 새로운 것이 좋다는 놈들은 꺼져버려! 라고 한다면 수구가 됩니다.

  요즘의 피지알도 괜찮다는 것은 진보입니다. 자게에서 가벼운 사담을 나눌 수 있고 유게에서는 적당히 즐길 수 있고 투닥투닥하는 횟수도 늘었지만 그것은 그만큼 사이트에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의 방증이니까요. 피지알에 사람이 늘면서 변화하였으나 그럼에도 사람은 계속 유입됩니다. 사이트는 잘 굴러갑니다. 이것은 변화도 틀린 방향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여기서 발전하여 아예 디시처럼 서로 말을 트고 욕을 하자라고 한다면 급진이라 부릅니다.

  그러나 진보와 보수는 상대적인 개념이기도 합니다. '요즘의 피지알이 괜찮다'는 것은 예전의 피지알이 좋았다는 의견보다 진보적이나 피지알에도 자음을 허용하자! 라는 사람에 비하면 보수적인 것이지요.



  < 모든 일에는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 법입니다. 절대적으로 옳은 결정은 없다. 정치를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생각입니다. >

  위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밑에 보수와 진보 모두 틀린 것이 아니라는 말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정치에서 보수와 진보는 왜 중요할까요?

  여기에 갑이라는 디시인이 있습니다. 갑은 피지알도 같이 이용합니다. 갑은 피지알에서도 자음체를 허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피지알을 기준으로 아주 진보적인 사람입니다. 어느 날 피지알에서 운영진을 뽑는 투표를 한다고 합니다. 후보 을이 자신은 디시를 즐기며 피지알에서도 자음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역시 피지알 기준으로 아주 진보적인 사람입니다. 갑은 을과 자신의 성향이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갑은 추후에 어떠한 결정이 필요할 때에도 을의 결정은 자신의 생각과 비슷하리라고 기대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더 생각하면 학연과 지연이 왜 발생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갑이 저런 판단을 내리는 배경에는 디시를 즐긴다는 사실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것입니다. 현실도 다르지 않습니다.)

  절대적으로 옮은 결정은 없다. 모두에게 이익을 주는 결정은 없다. 그렇다면 나에게라도 이익을 주는 결정을 내릴 사람이 필요하다. 이것을 나타내는 지표가 보수와 진보입니다. 중도라는 것은 일반인에겐 굉장히 좋은 것일 수 있으나 정치인에겐 그렇지 않습니다. 정치인이 중도라는 것은 어정쩡하다는 것의 다른 말에 불과합니다. 그 사람이 나에게 이익을 주는 결정을 내린다고 기대할 수 있을까요?



  모두에게 이익을 주는 결정이 없기 때문에, 투표에서 가장 현명한 행위는 나에게라도 이익을 주리라 기대할 수 있는 후보/정당에게 한 표를 던지는 것입니다. 그것이 투표의 존재 이유입니다. 취업을 위해 도서관에서 머리를 싸매고 있는 대학생에게 중요한 것은 이력서에 한 줄 적을 토익 점수이기도 하지만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확실한 계획을 가진 정치인이 당선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덧붙임

  보수/진보가 나오면 항상 같이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우파와 좌파입니다. 흔히 우파는 보수 좌파는 진보라고 표현하지만 지금은 약간 다른 개념이 되었습니다. 상대적인 개념이 아니라 절대적인 개념이 되었지요. 우파와 좌파를 가르는 가장 큰 기준은 경제적인 것으로 정부가 시장에 얼마나 개입하느냐가 그 기준이 됩니다.

  정부의 시장 개입이 적을수록 좋다. (자본주의 경제 체제 - 성장 우선) / 우파

  정부의 시장 개입이 많을수록 좋다. (사회주의 경제 체제 - 분배 우선) / 좌파



덧붙임2

  한국에서 우파와 좌파는 조금 특이하게 사용되고 있는데 주류 언론의 반응을 보면 우파는 종미 좌파는 종북과 비슷한 의미로 보일 지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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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즐이
10/08/06 15:19
수정 아이콘
보수/진보 좌/우는 애매하기 이를데 없는 표현이지만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 할 경우도 있겠죠.

그래서 저는 어지간하면 특정 사안에 대한 찬/반 입장으로 그것을 대신합니다. 특정 사안에 대한 의견으로 충분할 경우, 괜히 보수/진보 좌/우라는 표현으로 확장했다가 오히려 논의만 꼬이게 만들기 쉬우니까요.
marchrabbit
10/08/06 15:27
수정 아이콘
그런데 보수 / 진보라는 말 자체만을 보면 진보라는 말에는 개선이라는 뉘앙스가 담겨져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적 현실에 길들여져 제 무의식이 진보에 그러한 가치를 부여하는 것일까요, 학문적으로 엄밀히 따져도 진보는 더 나은것이라는 의미를 함의하고 있는 것일까요?
바알키리
10/08/06 15:33
수정 아이콘
전 '닫힌 생각'과 '열린 생각'의 차이가 요즘 피지알의 댓글 분위기가 아닌가 싶네요. 전혀 서로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논쟁을 하더라도 서로가 인정할 수 있는 부분은 인정하고 넘어가야 하는데 쉽제 않은가 봅니다
마바라
10/08/06 15:36
수정 아이콘
근데 피지알이 예전보다 사용자가 많아진건가요?

스타 인기가 예전만 못해서.. 피지알 사용자도 줄어든건줄 알았더니.. 아니었군요.
Judas Pain
10/08/06 15:43
수정 아이콘
정부의 시장개입 지향으로 우 자본주의 vs 좌 사회주의로 가르면 애매한 것이,
케인지언도 정부가 시장개입을 해야한다고 보지요. 그러나 케인즈는 마르크스주의 이론엔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공산 혹은 사회주의자는 더더욱 아니고요.

좌와 우는 해당인이 평등과 자유 중에 어느걸 1순위로 보냐는 가치지향으로 가르는 게 좋다고 봅니다.
물론 경제에 대한 쟁점이 가장 쟁점적이고 그전에 (절차-대의)민주제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하겠습니다만.
뉴[SuhmT]
10/08/06 16:06
수정 아이콘
사실 항상있는 말입니다. 예전이 좋았다는 말은.. 심지어 6년전에도 절이 싫음중이 드립 나오면서 한때 논란이었었죠
아우디 사라비
10/08/06 16:16
수정 아이콘
피지알을 기준으로 확실히 예전이 더 좋았다는걸 느낍니다....

예전에는 초딩들이 없었습니다... 그들에게 덜 노출되어 있었지요

피지알이 연륜이 쌓이다 보니 초딩이 다 어른이 되었습니다 몇몇은 여전히 초딩인 채로...


그러나 다른 커뮤니티의 자유 게시판등에 비하면 얼마나 격조 있습니까?
信主SUNNY
10/08/06 16:33
수정 아이콘
처음 피지알에 들어왔던 2002년에도 예전의 피지알이 좋았다는 말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말은 진리라 생각합니다.

장단점이 있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고... 과거에 피지알을 찾은 사람들은 그 피지알이 좋아서 선택한 것이거든요.

당연히 변한 피지알은 자신이 좋아서 들어왔던 그 때보다는 싫어질 수 밖에 없다 생각합니다.

전 예전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10/08/06 17:30
수정 아이콘
저도 오래전부터 피지알에 있었지만 예전보단 지금이 좋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피지알이 현재의 기조를 유지해나간다면 미래의 피지알
도 계속 좋아할 것입니다. 과거의 피지알을 경험한 분들은 대부분 그때를 좋아한다기보단 익숙하기 때문에 예전이 좋다는 생각을 한다고
봅니다. 물론 예전 피지알 운영을 좋아해서 그런 분들도 계실테구요.
10/08/06 18:40
수정 아이콘
오늘날 우파와 좌파를 경제정책에 대한 견해로 구분하자면,자본주의vs사회주의 라기보다는 신자유주의vs수정자본주의 입니다.
10/08/06 19:00
수정 아이콘
정치가 합의의 도출이라기보단... 실질적 이익의 분배 과정이라는 의미가 더 맞습니다. 합의의 도출은 이 분배 과정의 일종이구요.
보다 합리적이고 능률적으로 이익을 분배하기 위해 정치란 게 생겨난 거구요...
지금 피지알이 옛날보다 좀더 난잡한 느낌도 있습니다. 저 역시 예전 피지알의 주옥같은 글들을 더 이상 읽을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기도 하고요. 예전 폴리스 규모의 시민정치가 현대사회의 정당정치 규모로 변화하면서 생기는 각종 사안들이
현재 피지알에 유입인구가 늘면서 생기는 각종 사안들과 어떻게 보면 일맥상통합니다. 한가지 중요한 건 변화를
피할 수 없다는 것 정도겠네요.
아야여오요우
10/08/06 20:24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피지알 썩 좋아하는 타입의 커뮤니티는 아니지만, 예전의 피지알보다는 지금이 훨씬 낫습니다 저는... 한때 중계문제였나? 무슨 이슈로 독단적으로 문 닫았을 때 뭐 이런 데가 다 있나 했지만... 그 이후에 재개장하고 나서 지금까지의 변화의 방향을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른 더 좋은 커뮤니티가 있냐 하면 또 딱히 더 나은 데 대기도 힘듭니다. 그만큼 피지알이란 커뮤니티는 괜찮은 것 같습니다. 다만 지금은 운영진 분들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모르겠지만 단순한 개인싸이트로는 생각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좀 더 양질의 글이 많았다고 하지만 네임드가 글쓰면 끼리끼리 모여서 칭찬해 주고 이런 분위기보다는 양질의 글은 적더라도 (저는 딱히 그렇게 생각 안합니다만) 논쟁의 여지가 많은 글들이 올라오더라도 다양한 사람들이 이런저런 얘기하는 분위기의 지금이 저는 훨씬 좋아 보입니다.
루크레티아
10/08/06 23:37
수정 아이콘
명언인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어.'는 비아냥이고 요즘 사람들에 대한 모독입니다.
버릇이 없다고 말하는 것처럼 들리셨다면 상당히 유감이지만 저는 전혀 그럴 뜻도 없었고 그렇게 말할 자격도 없습니다.

다만 글은 그렇다 치더라도 댓글들의 수위가 점점 안드로메다를 향해 가는 현실이 심히 개탄스러울 따름이기에 적었습니다.
예전의 PGR이 더욱 진흙탕이라는 말씀을 하시는 분도 계셨는데 당시에는 그래도 몇 단어를 내뱉고 사라지는 무개념찬 사람은 거의 없었고, 등장했다 하면 십자포화를 맞고 사라졌습니다. 진흙탕이라 함은 당시에 유명한 'PGR은 가식적이다.'라는 주장에 동조하시던 분이시겠지요. 제가 원체 가식적인 인간이라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비아냥과 비꼼 속에서도 최소한 표현 만큼은 존칭을 잃지 않았던 그 때가 더 좋아보입니다. 지금은 불 붙은 논쟁 글에는 아예 대놓고 반말이 등장하더군요.

정리하자면 저도 지금의 PGR이 예전보다 나쁘지 않다는 것, 대체로 진보했다는 것에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본문 글이 아닌 '댓글'들의 수준이 심히 하락했다는 것을 주장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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