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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4/12/22 19:24:18
Name 성야무인
Subject [일반] [2024년 결산] ISO (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 전문위원 활동기
아마 학계 혹은 산업계에 있으면서 ISO라는 걸 들어보신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단순히 표준이다 혹은 여러가지 정부 혜택이나 홍보 혹은 인증의 기준이 되는 수치를 맞춰

사업을 원활하게 하는 일이라고 볼 수 있겠죠.

대부분의 몇몇 중견 혹은 그 이상의 기업이나 표준화된 공장에 대해 ISO 인증을 유지하거나 받으려고 많이 시도할 겁니다.

산업체에서 보통 표준 인증은 ISO 14001 (환경) 혹은 가장 유명한 ISO 9001 (품질)일겁니다.

ISO에서 하는 일은 단순하게 설명하자면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기준이 되는 다양한 표준 (엄밀히 말하면 숫자 및 용어)를 정하는 작업을 합니다.

이 작업 정말 쉽지 않지만 나중에 다시 설명하겠지만 어디에 속해 있는지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될 수 있으면 특정되지 않게 할려고 합니다.




제가 ISO 전문위원으로 임명돼 활동한 건 올해 3월 부터입니다.

ISO 전문위원이 될려면 저 하겠습니다해서 되는 건 아니고

관련 학회나 산업체에서 추천을 받고

심사가 끝난 후에 위촉장을 받게 됩니다.

저는 학회 추천으로 ISO 위원으로 재작년에 위촉되었고

그 전에 여러가지 서약서를 쓰는데 임명직 공무원과 거의 엇비슷한 서약서를 씁니다.

(대부분 청탁관련 하지 말라는 서약서를 많이 쓰게 됩니다.)

대충 1년 단위로 계약을 하며

그 이후 동의에 따라서 움직이게 됩니다.

제가 처음에 어떤분에게 추천받았을 때

'단순하게 하면 되, 어렵지 않아'라는 취업사기에 가까운 이야기를 듣고

뭐 대충 참가해서 이야기 몇번하고 투표만 하면 되겠지라는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활동하자였습니다.

처음 워크샵 때도 어렵지는 않을 거라는 분위기로 갔습니다만...

참 신경쓸 게 상당히 많습니다.

대한민국 ISO 전문위원 활동은 크게 두가지로 나눠집니다.

ISO에 제안할 여러가지 표준규격을 만드는 일이고

두번째는 ISO에서 제시한 국제 규격에 대한 한글화 작업을 하는 것입니다.

일단 표준규격을 만드는 일은 각 분야에서 새롭게 혹은 바꿔야 할 여려가지 부분에서

측정이나 시험결과를 (이것도 참 시험인지 실험인지 용어 통일도 쉽지가 않아서 말이죠)

바탕으로 영어로 모든 서류를 작성한 뒤

여기에 대한 WG이라고 해서

그 분야에 문서 작업을 할 사람들을 모으고

이 작업을 통해 문서 수정을 하고

수정이 끝나면 서로의 찬반 투표를 통해

해당 표준이 들어가 있는 서류가 국제 규격으로 정해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글화 작업은 영어로 된 용어를

현재 표준화 된 국가 표준화 문서집을 바탕으로

단어를 통일하여 새로운 단어는 국내 ISO 전문위원들이

몇차례 토의 및 검수를 거쳐

납득할 만한 그리고 각 분야의 단어에 저촉하지 않는

(용어 및 뜻도 마찬가지로)

어려운 작업을 통해 문서집을 만들어 내는 작업을 합니다.


저도 3월부터 시작했을 때 이게 뭔가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이전에 전문위원들이 대부분 (아니 전부)

그 분야에 고수들만 있고

동일한 영어 단어 조차 분야마다 해석이 다르고

각 학교에서 교수님들이 쓰신 교과서를

한국어로 바꾸는 과정에서도 제각각이고

영어로 하면 뜻이 쉬운데

이걸 웬만한 뜻이 해석되지 않는 외래어 조차 한국어로 바꾸어야 해서

제가 처음에 용어집 받고 이걸 수정하고

반영하는 데

토론 과정에서 이견이 많았습니다.


5월부터 각 나라가 제안한 규정에 대해 투표 및 의견 제시를 해야 하지만

이것도 단순하게 Yes 혹은 No에 대한

답이 아니라

No를 하면 왜??라는 데 알맞는 답변을 해야 했고

그렇다고 무지성으로 Yes를 하기에는 무책임에 가까운 행위라

꼼꼼히 살펴봐야 했습니다.

다만 절 추천하신 분이 이야기 한 것처럼 쉽게 하면 끝이야가 아니라

투표하고 살펴볼 문서가 쏟아집니다.

이런식으로 3월부터 10월초까지 국내 회의와

국제 투표를 진행하게 되었고

10월에 해외에서 하는 오프라인 한국 대표로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1주일 동안 하는 회의에서

중구 난방으로 뭔 영어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계속 떠들어 댔고

다행히 제가 제안하는 몇몇 규정에 대해

각 WG (문서 working group)에서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제가 11월 부터 작업에 착수하여 올해 말까지 제가 제한한 자료에 대해

Convenor라고 불리는 책임자의 검토하에

다른 분들과 함께 작업하는 걸로 올해를 마치게 되었습니다.


일년동안 제가 이런 분야에서 일하게 될지는 몰랐고

2023년 R&D 예산의 삭감으로 인해

회의 회수랑 국제 회의 참석에 대한 지원이 상당히 줄어들긴 했고

급여를 주는 것이 아니라

거의 봉사 위주로 하는 명예직에 가깝다 보니

어려운 점도 있긴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정도 특정 국제 표준에 대해 한국에서 주도권을 잡거나 한국의 표준이 국제 표준이 되는 걸 선도하는 자체가

그래도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해서 일했고

내년에도 계속 할 예정입니다.


다만 올해 활동 처음하면서

예산이 부족했는지 각 국내 전문가가 다수의 분야를 활동하기에는 숫자가 너무 부족했고

(사실 영어를 잘하면서 전공지식도 많은 40대 이상의 전문가가 이런 명예직을 선택하기가 많이 힘들어서)

대부분 미국과 유럽에서 표준에 대한 주도권 싸움에 나머지 대륙이

낑낑대는 그런 분위기 였으니까요.

이건 이번 국제회의에 갔을 때도 느꼈고

미국 대표 다수랑 저 혼자랑 이견이 있어

의견을 교환했을 때

나중에 다행스럽긴 했지만 호주쪽 대표가 토론을 도와줘서

그나마 숨통 트면서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습니다.


아마 내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2024년에 국내 표준화 및 국제 표준화 작업에

어느정도 기여했다는 자부심이 생겼고

내년에는 좀 더 열심히 일해

표준화 관련하여 한국에 기준에 맞는 표준화가

국제 표준이 될 수 있도록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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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adaGoose
24/12/22 19:39
수정 아이콘
와 대단한 일 하고 계시네요...
학계에 한발 걸쳐있는 일이라 그런지 몰라도
학계 특유의 “이거 좀 해줘잉. 어차피 누군가는 해야하잖아” 분위기가 느껴지네요.
성야무인
24/12/23 07:47
수정 아이콘
대단한 일은 아니구요.

수당이나 받아볼까라는 저열한 생각에 들어갔다가

이렇게 되었습니다.
24/12/22 19:51
수정 아이콘
(수정됨) 요즘은 아니지만 몇년전 까지 10년 넘게 sg29 wgXX에 기업 대표단으로 참가 했었는데. 표준안에 몇 자 남기기도 했고... 저희 쪽 분야 대가들이 머리끄댕이 잡고 싸우기 일보 직전까지 가는 재미있는 꼴을 보고... 글을 읽다보니 그때가 생각나네요. 참 재미있는 경험 이었습니다.

좋은 연구 하세요.

아참... 제가 무슨일을 했었는지 주위에 설명하기 어려웠는데... 와이프에게 이글을 보라고 해야겠군요. 와이프는 소위 그냥 그런 학회처럼... 제가 회의를 빙자해서 이나라 저나라를 놀러다닌다고 생각했다는...
성야무인
24/12/23 07:47
수정 아이콘
지금도 싸웁니다. T_T~~

국내, 국제 할 것 없이요.
如是我聞
24/12/22 20:26
수정 아이콘
어디에 속해 있는지 밝히지 않으셔도, 피지알러라면 똥과 관련된 분야 짚으면 되는거 아니겠습니까?

고생 많으셨습니다.
성야무인
24/12/23 07:48
수정 아이콘
똥하고 아예 관련없는 분야는 아니라서..

(농담이 아니고 실제 상황입니다.)
如是我聞
24/12/23 09:39
수정 아이콘
걸렸다!
아웅산
24/12/22 20:32
수정 아이콘
저도 14001과 45001 인증을 받아봤는데 감독관 님들이 대부분 연세도 지긋하시고 업계에서 긴 경력을 가지신 분들이더군요. 업계 동향을 알 수 있는 유익한 글 감사드립니다.
성야무인
24/12/23 07:48
수정 아이콘
유익한 글이라서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AMBattleship
24/12/22 21:04
수정 아이콘
TTA에서 표준화 하는 것도 참여 기관 사이에서 말도 안되는 사소한 이견 때문에 지지부진 하기 일 수인데, ISO는 어느 정도일지 감도 안 오네요. 그럴리는 없겠지만 만에 하나 지금 제정하려고 하는 표준을 국제 표준으로 제안이라도 하라고 하면 조용히 사양하려고 합니다. 지금도 전문 분야라고 하기엔 경력 대비 아는게 너무 없어 겨우 대화 따라가는 중인데 이런걸 영어로 하라니 감당 가능한 영역이 아니겠더라구요. 글쓴 분이 존경스럽습니다.
24/12/23 01:01
수정 아이콘
그쪽 계통에서 사용하는 단어 혹은 어법에 익숙해 지시면... 생각보다 별것 없을 수 있습니다. 힘든것은 정치죠... 표준화 회의는 제 경험으로는 어느곳이나 정치판이라...
성야무인
24/12/23 07:49
수정 아이콘
어느정도 익숙해 지면 괜찮긴 헌데요.

어느정도가 쉬운편이 아니고

한번 뭘 하겠다하면 4-5년은 걸립니다.
시드라
24/12/22 22:56
수정 아이콘
피쟐에 멋진 선배님들이 많네요

듣기힘든 업계 얘기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성야무인
24/12/23 07:49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사실 이런 분야는 정말 아는 사람만 하는 소수의 분야라서요.
24/12/23 00:00
수정 아이콘
수고 많으십니다.
제가 전문위원으로 있을 때는 위촉장이 없었는데 나가니까 바로 생겼네요. 크..
국제회의에서 표준화에 대해 토론을 하는 것이 여러 모로 어렵고 힘든 일인데 대단하십니다.
저는 다른 표준을 참고할 수 있는 것이 많아 비교적 쉬운 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 새겨지면 그게 곧 길이 된다는 부담감이 상당해서 말을 하는 것도 글을 담는 것도 굉장히 조심했던 기억이 있네요.
여튼 표준화도 외교 전쟁이라 할 수 있는데 업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위해 힘써 주시는 점 감사드립니다.
성야무인
24/12/23 07:50
수정 아이콘
그말이 맞습니다.

한국 힘이 없다는 걸 이번에 가서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아무맨
24/12/23 06:05
수정 아이콘
이렇게 중요한일을 무보수명예직처럼한다는건 말이 안되는것 같아요. 국가에서 지원을 해야할것 같은데 말입니다.
성야무인
24/12/23 07:51
수정 아이콘
이게 다 윤통 때문입니다.

정말로요...

ISO자체가 눈에 보이는 게 아니라서 위정자들을 설득시키기 힘들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쪽에 들어가는 R&D 예산을 삭감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올해는 탄핵 때문에 아직 예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도 않고 있습니다.
aDayInTheLife
24/12/23 06:36
수정 아이콘
대단하십니다!
ISO 이것저것 찾아보고 막 그러긴 하는데 이걸 옮기는 데 명예직은 좀 그렇네요ㅠㅠ
성야무인
24/12/23 07:53
수정 아이콘
이런 이야기하긴 그렇긴 헌데

국제회의 가는 출장비 지원이 거의 없었습니다.

제가 학회 가면서 그래도 항공편하고 숙박비정도는 지원을 받는데

(많으면 일비까지)

이렇게 홀대 받는건 참..

ISO 1년동안 활동하면서 받는 수당가지고 국제회의 참석할 경비도 안나오는 정도로 보시면 됩니다.
기사조련가
24/12/23 07:00
수정 아이콘
그래서 제 iso 코인들 살려주시러 오실껀가요? ㅜㅜ
장난이구 좋은 경험글 공유 감사드립니다
성야무인
24/12/23 07:54
수정 아이콘
크크크 지금 상태라면 못살립니다.
둘리529
24/12/23 12:48
수정 아이콘
인증서 장사하는 곳이 많아져서 위상이 추락했죠. 외국기업에선 인정을 안해주는 곳도 있고
성야무인
24/12/23 13:32
수정 아이콘
일던 ISO의 경우 인증이 있던 없던

각 분야에 관련된 안전한 표준 규격을 만들어 그 규격을 지킨 대상이 다른 나라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게 하기 위해 만든것입니다.

그리고 인증서의 경우는 제가 관여하지 않는 부분이라 뭐라고 이야기 드리기 힘들지만

(사실 제가 전문위원으로 있는 분야는 국내외로 인증서라는 게 없어서)

아마도 그 인증서 자체가 국제 표준을 대부분 반영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이유는 앞서 이야기 드렸듯 국제표준이 정해진 후

국내에 들어와서 한국어로 표준화집을 만들어

대응해야 하는데요.

이 기간이 상당히 길어서 국제 표준이 또 다시 바뀔 즈음해서

한국 표준이 정해질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국제 규격하고 멀어질 수 있어

핵심적인 부분에 있어 오류가 있을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외국에서 당연히 국내에서 획득한 인증서가 있다하더라도 의미가

많이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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