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4/06/11 06:17:43
Name 계층방정
Link #1 https://brunch.co.kr/@wgmagazine/27
Subject [일반] 판단할 판(判)과 반 반(半)에서 유래한 한자들 - 짝, 판단, 배반 등 (수정됨)

사람이 모여 살면 다툼은 항상 있는 법, 그 옛날에도 사람들은 자신들의 문제를 판단해 줄 사람을 찾았다. 그래서 한자에도 일찍이 갑골문에서 죄인, 송사 등의 글자가 있었다. 그 흔적인, 죄인 두 사람이 서로 송사한다는 뜻의 송사할 변(辡) 그 자체는 현대에는 쓰이지 않으나 이에서 파생된 말씀 변(辯)은 지금도 법정에 가면 변호사(辯護士)라는 존재로 찾을 수 있다.

6665a4aac527a.jpg?imgSeq=25900

법정에 가면 원고와 피고가 있고 이들을 대변하는 변호사가 있고 마지막으로 이 모든 문제를 종결하는 판사(判事)가 있다. 오늘은 판사에 들어가는 판단할 판(判) 자를 살펴보겠다.

판단할 판(判) 자는 판단하다, 판결하다, 분별하다, 나누다 등의 뜻이 있는 한자로, 절반 반(半)이 뜻과 소리를 나타내고 칼 도(刂=刀)가 뜻을 나타내는 회의자 겸 형성자다.

666594c2393f6.png?imgSeq=25892

왼쪽부터 判의 소전, 예서. 출처: 小學堂

반 반(半)은 춘추시대부터 금문에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여덟 팔(八)이 뜻과 소리를 나타내고 소 우(牛)가 뜻을 나타내는 회의자 겸 형성자다. 八의 원 뜻은 지금의 '여덟'이 아니고 '나누다'다.

6665960ba5dda.png?imgSeq=25893왼쪽부터 半의 금문, 소전, 예서. 출처: 小學堂

半은 소를 나눈다는 데에서 본디 잘라서 연다는 뜻이었고, 그 뜻으로 고전 한문에서 쓰인 적이 있는 判의 원래 형태였다. 나중에 半이 주로 절반의 뜻으로 쓰이면서 원래의 뜻을 나타내기 위해 刀를 덧붙인 게 判이지만, 判도 지금은 원래의 뜻보다는 확장된 인신의인 '판단하다'나 '판결하다'로 주로 쓰이는 형국이다.

半은 소를 쪼개면 절반으로 나뉜다는 점에서 '반으로 나누다'나 '절반'의 뜻으로 바뀌었다. 이 소는 物(물건 물)에서 보다시피 그냥 소가 아니라 물건을 대표하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금문에서는 소 대신 斗(말 두)나 升(되 승)이 들어가기도 하는데, 절반이라는 양적인 뜻을 더 잘 드러내기 위해 소 대신 도량형의 기준을 넣은 것으로 보인다.

534a-1323924096.jpg

八과 斗가 결합한 半의 다른 형태. 출처: 漢語多功能字庫

이제 半에서 파생된 글자들을 살펴보자.

半(반 반): 과반(過半), 반(半), 반도(半島) 등, 어문회 준6급
66659bafd6a55.jpg?imgSeq=25897
반(半)으로 나뉜 사과. 출처: needpix.com

伴(짝 반): 반려(伴侶), 수반(隨伴) 등, 어문회 3급
Top-Ten-World-Happiness-Day-Tips-For-Everyday-Life사람이든 동물이든, 우리에겐 반려자(伴侶者)가 필요하다. 출처: your-daily-bread.com

判(판단할 판): 판결(判決), 재판(裁判) 등, 어문회 4급

叛(배반할 반): 반란(叛亂), 배반(背叛) 등, 어문회 3급
Prise_de_la_Bastille.jpg프랑스 혁명의 시작, 바스티유 감옥 습격. 출처: 위키미디어 커먼즈

拌(버릴 반): 교반(攪拌) 등, 어문회 1급Magnetic_Stirrer.JPG화학실험에서 액체를 휘저을 때 쓰는 교반기(攪拌器). 출처: 위키미디어 커먼즈

泮(얼음풀릴/학교 반): 반촌(泮村), 입반(入泮) 등, 어문회 준특급6664eb8cecd14.jpg?imgSeq=2586718세기 조선 성균관을 묘사한 반궁도(泮宮圖). 출처: 우리역사넷

畔(밭두둑 반): 반묘(畔畝), 호반(湖畔) 등, 어문회 1급undefined백두산 천지. 호수의 가를 호반(湖畔)이라 한다. 출처: 위키미디어 커먼즈 

絆(얽어맬 반): 각반(脚絆), 반창고(絆瘡膏) 등, 어문회 1급
Sparadrap_3.jpg상처에 붙이는 반창고(絆瘡膏). 출처: 위키미디어 커먼즈

胖(살찔 반): 반대(胖大), 심광체반(心廣體胖) 등, 어문회 특급

66676b749db69.png?imgSeq=26046

半(반 반)과 이에서 파생된 한자들.

대개는 半이 그저 소리를 나타낼 뿐 뜻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짜맞추기지만, 伴(짝 반)은 사람(人)에게 짝이란 나의 반(半)쪽 같은 존재 아닐까? 畔(밭두둑 반)은 밭두둑이란 밭을 쪼개는(半) 경계가 되겠다. 叛과 泮은 실제로 半의 뜻과 관계가 있는데 후술하겠다.

이 중에서 叛은 설문해자의 많은 판본에서 反이 소리를 나타낸다고 하지만, 전통문화연구회의 《역주 설문해자주 3》에서는 단옥재의 주석에 근거해 半이 소리를 나타낸다고 하므로 이번 편에 포함했다. 反이 소리를 나타낸다면 叛 대신 反이 들어가는 다른 글자를 쓸 수도 있는데, 오히려 半이 들어가는 畔이 '배반하다'의 뜻으로 叛을 가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어쨌든 설문해자에서는 '반(半)으로 나뉘어 뒤집힌다(反)'라는 뜻으로 해설하는데, 한 집단이 반씩 나뉘어 한쪽이 뒤집히면 서로 배반하는 꼴이 된다.

泮은 어문회에서도 준특급에 나오는 만큼 상당히 낯선 한자라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원래는 옛날 중국에서 봉건제를 시행할 당시 왕과 왕 밑의 영주인 제후 사이에 차등을 둔 데서 비롯했다. 왕의 학교는 사방을 물로 두르게 했고, 제후의 학교는 서쪽과 남쪽만을 물로 두르게 했다. 이렇게 절반만 물로 둘렀기 때문에 제후의 학교는 半과 水를 합해서 반궁(泮宮)이라 했다. 한국의 역대 국가들도 중화 국가의 제후국을 자처했기 때문에 국립 최고 학교도 반궁이라 했다. 그래서 한국에서 반궁은 성균관의 별칭으로 쓰인다. 위의 반촌이란 단어도 성균관 주변에서 성균관에 봉사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을 말한다.

더 낯선 胖은 본디 제사지낼 때 고기 반쪽을 뜻하는 글자라서 제사 고기를 뜻하는 肉(고기 육)이 뜻을 나타내고 半이 뜻과 소리를 둘 다 다 나타내는 회의자 겸 형성자다. 그런데 유교 경전인 《예기》와 그 일부를 떼어낸 《대학》에서 '심광체반'(心廣體胖)이라는 표현으로 '마음이 넓으면 몸이 편안하다'를 서술한 이래 '편안하다'는 뜻이 붙었고, 여기에서 '살찌다'라는 뜻까지 나왔다. 한국어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 한자지만, 중국어에서는 비만을 '페이팡'(肥胖, 한국식으로는 '비반')이라고 할 만큼 여전히 잘 쓰고 있다.


요약

判(판단할 판)은 본래 '나누다'를 뜻하는 한자로, 半(반 반)과 刀(칼 도)가 결합한 글자다.

半(반 반)에서 伴(짝 반)·判(판단할 판)·叛(배반할 반)·拌(버릴 반)·泮(학교 반)·畔(밭두둑 반)·絆(얽어맬 반)·胖(살찔 반)이 파생되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4/06/11 09:52
수정 아이콘
가르쳐 주셔서 고맙습니다. 잘 배우고 갑니다.
계층방정
24/06/11 12:31
수정 아이콘
항상 잘 보고 가주셔서 감사합니다!
닉언급금지
24/06/11 12:43
수정 아이콘
반자라 전 당연히 반안의 반이 나올 줄 알았더니 번자 변이군요. 반안의 반은... 그리고 사주의 반안살의 반은 또 지난번에 알려주신 변자 변이네요. 크크

언젠가는 止해주세요. 武에 들어가는 止의 설명을 너무 좋아하거든요.

늘 이미 다 알고 있는 것보다 한 발짝 더 나간 이야기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계층방정
24/06/11 22:12
수정 아이콘
언젠가는 '멈춰주세요'인 줄 알고 식겁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나중에 止와 武도 다뤄봐야겠네요.
24/06/11 18:30
수정 아이콘
어문회 1급이상부턴 빡세네요
머릿속으로 한번씩 써보는데 좀 도움되는거 같습니다 크크
계층방정
24/06/11 22:13
수정 아이콘
저도 어문회 1급부터는 정말 생소한 한자가 많네요. 덕분에 저도 공부가 많이 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정치] [공지] 정치카테고리 운영 규칙을 변경합니다. [허들 적용 완료] [126] 오호 20/12/30 255380 0
공지 [일반] 자유게시판 글 작성시의 표현 사용에 대해 다시 공지드립니다. [16] empty 19/02/25 330474 9
공지 [일반] [필독] 성인 정보를 포함하는 글에 대한 공지입니다 [51] OrBef 16/05/03 453140 28
공지 [일반] 통합 규정(2019.11.8. 개정) [2] jjohny=쿠마 19/11/08 324728 3
101755 [일반] [서평]《행복의 기원》 -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음식을 먹는 것, 그것이 행복이다” [6] 계층방정1134 24/06/22 1134 6
101754 [정치] 채상병 특검법 입법 청문회, 쩔쩔매는 임성근 사단장 [65] 빼사스12888 24/06/22 12888 0
101753 [정치] 대통령들의 과거모습을 법조인대관을 통해서 보자! [12] 기다리다6055 24/06/21 6055 0
101752 [정치] 유럽의 극우화 - 반이슬람, 반이민&반난민, 자국우선주의때문인가? [33] 라이언 덕후5984 24/06/21 5984 0
101751 [정치] 민주당,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추가, 전자투표 의무화, 의무공개매수 100% 개정안 발의 [33] 사람되고싶다8053 24/06/21 8053 0
101750 [일반] 오늘은 감자의 날 입니다 [20] Regentag4094 24/06/21 4094 3
101748 [정치] ‘얼차려 훈련병 사망’ 사건 중대장•부중대장 구속 [74] 무화9682 24/06/21 9682 0
101744 [일반] 삼국지 황건적의 난이 로마 제국 탓인 이유 [8] 식별3629 24/06/21 3629 15
101743 [일반] 어느새 연고점을 돌파한 [69] 안군시대5425 24/06/21 5425 0
101742 [정치] 2055년 건강보험료로 얼마를 내야할까? [81] 여왕의심복31200 24/06/21 31200 0
101741 [정치] 초유의 국회 청문회 증인선서 거부 [96] 네야9662 24/06/21 9662 0
101740 [일반] [전통주가 처음이시라고요?] ①막걸리 취향 찾기 [19] Fig.11576 24/06/21 1576 3
101739 [일반] 巳(뱀/여섯째지지 사)에서 유래한 한자들 - 늪, 제사, 빛남 등 [4] 계층방정920 24/06/21 920 4
101738 [일반] 제106회 고시엔이 시작합니다. [22] 간옹손건미축3283 24/06/20 3283 5
101737 [일반] 애호박이 맛있어진다 [14] 데갠3948 24/06/20 3948 2
101736 [일반] 아래 "노아 이야기"의 속편을 AI에게 써보라고 시켰습니다만... [15] 스폰지뚱3523 24/06/20 3523 0
101735 [일반] 건방진 소리 [3] 번개맞은씨앗3772 24/06/20 3772 4
101733 [일반] [소설] 노아 이야기 [5] 짬뽕순두부4184 24/06/20 4184 6
101732 [일반] 네안데르탈인에 대해 알아봅시다 [24] 식별5671 24/06/19 5671 48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