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T는 이제 대학원생의 일상에서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GPT 출시 전에 대학원에 입학해 이제 졸업을 앞둔 저는, 생성형 AI가 연구 환경을 어떻게 바꾸었고, 또 어떻게 바꿔나갈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공대생의 삶은 실험을 제외한 거의 모든 업무를 생성형 AI와 함께하는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대학원생의 일상은 다음과 같이 변했습니다.
더 이상, 스택오버플로에서 주워온 러시아의 세르게이 형님과 깃허브에서 가져온 중국의 왕 선생님 코드를 얼기설기 합치고 밤새 디버깅하는 삽질'이 일상이던 개발을 하지 않습니다. 이제 그 자리는 Copilot과 Cursor 같은 코드 어시스턴트를 향한 몇 번의 지시와 승인 버튼 클릭이 대신합니다.
더 이상, 정답을 찾기 위해 동기와 선후배들 사이를 헤매고, 어떻게든 솔루션 pdf를 구해 베껴야 했던 과제는 없습니다. 이제는 GPT에게 질문을 반복하며 그럴듯한 답안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더 이상, 책상 가득 쌓인 논문 더미에 형광펜을 덧칠하며 씨름하던 어렵고 막막한 논문 리뷰는 없습니다. NotebookLM이나 GPT에 PDF 파일을 던져주고 몇 가지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충분해졌습니다.
더 이상, 논문 작성을 위해 수십 번 퇴고하고, 적지 않은 돈과 시간을 들여 영문 교정을 맡길 필요가 없습니다. 의식의 흐름대로 쓴 초고를 GPT에게 던져주면, 순식간에 학술적인 글쓰기 스타일로 탈바꿈합니다.
더 이상, 제안서나 보고서의 부실한 내용을 그럴듯하게 부풀리기 위해 애쓰지 않습니다. GPT는 학부 수준의 허접한 데이터마저 '오병이어의 기적'처럼 세상을 바꿀 위대한 연구로 포장해 줍니다.
GPT는 이렇게 연구실을 바꾸었고, 느리지만 단단하게 흘러가던 대학원생의 일상은 엄청난 속도로 내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무서운 가속이 만들어낸 문제점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학생은 나무와 같아서, 더디게 자랄수록 더욱 단단해지는 법이라고 합니다. AI는 이제 수많은 학생을 겉만 번지르르하고 속은 텅 빈 나무로 키워내고 있습니다.
고뇌와 사색이 천박한 농담처럼 여겨지는 시대에 학생들은 뇌를 GPT에 이식하고 있습니다. 이런 인간 GPT들은 GPT 없이는 사고하고 답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왜 그렇게 했어요?"라는 질문에 "GPT가 그렇게 하라고 했습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올 것을 알기에, 저는 이제 "GPT가 딱 거기까지만 알려줘요?"라고 묻는 씁쓸한 기술을 터득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GPT를 쓰지 말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저 자신부터가 이미 중독되었기 때문입니다. 진득한 논문 읽기는 Perplexity나 AI의 Deep research 기능으로 대체되었고, GPT 없는 글쓰기는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이제 GPT 이전의 방식으로 일하는 것은 뒤처지는 것과 동의어가 되었습니다.
저는 GPT가 없던 시절, 짧게나마 연구하며 스스로 '통찰'하는 법을 배웠다고 생각합니다. 산책을 하거나 샤워를 하다가 불현듯 연구 아이디어가 떠오르던 순간의 흥분, 수많은 논문의 파도 속을 표류하다 마침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을 때의 기쁨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GPT의 등장 이후, 세상은 통찰을 배우기에는 너무 빨라졌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연구는 항상 정답인 듯 정답 아닌 정답 같은 말만 내뱉는 GPT를 '취조'하여 답을 얻어내는 과정이 되어버렸습니다. 이제 막 연구를 시작한 학생들에게는 이것이 연구의 전부처럼 보일까 두렵습니다.
저는 후배들에게 통찰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하지만, 정작 어떻게 그 능력을 기를 수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실력을 기르는 것보다 실적을 쌓기가 더 쉽고, 성장보다 포장이 더 효율적인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세상에서 배우는 학생들이 과연 진정한 통찰을 얻을 수 있을지, 혹은 통찰이라는 능력마저 AI에게 잠식당하는 시대가 올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저를 포함한 '인간 GPT'들과 함께 실험실에 앉아 있다, 문득 복잡한 마음에 적어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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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 나름입니다. 전 GPT 나오고 나서 지식 습득 속도가 훨씬 빨라 졌다 느낍니다. 일 처리 속도가 빨라지다 보니 예전에는 그냥 일 쳐내기 급급하다가 이제는 좀 더 큰 관점에서 본질 적인 부분 고민도 더 많이 하게 되었구요....
학습하려는 의지가 있으면 정말 이만한 물건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