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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9/07/24 16:54:44 |
Name |
i_terran |
Subject |
[소설] 불멸의 게이머 41화 - 직감의 승부 |
[소설] 불멸의 게이머 41
41 직감의 승부
헬게이트 스타크래프트 토너먼트 1set 지옥테란 승리로 종료
그것에서 약 20분전
경기 전 건호는 카르마에 소원을 입력하면서 이 소원의 성취여부에 대해서 고민했다.
지옥에서 인간의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으니 소원을 입력하는 것은 소용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의미 없는 소원을 적는 것도 문제가 있다.
그래도 건호는 고민하다가 여러 가지 상황에 모두 해당될 수 있는 소원을 입력했다.
“......”
그러면서 건호는 경기에 대해서 생각했다. 오늘 경기를 과연 생각대로 풀어나갈 수 있을까?
지옥테란은 지금까지 보여준 3번의 경기에서는 모두 15분 타이밍에 러시를 했다.
생산과 컨트롤의 영역에 있어서 완전한 ‘기계화’를 이룬 지옥테란의 강력함이
가장 완벽하게 발휘될 수 있는 타이밍이라는 것에 모두 동의한다.
그것은 가장 완전한 종족인 테란의 강점이자 그 테란의 모든 것을 구사할 수 있는 지옥테란의 장점이다.
하지만 건호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뭔가 다른 러시 타이밍을 숨기고 있다면?’
상식적으로 15분 타이밍 러시밖에 하지 못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기억상실에 자아상실까지 지옥테란이 가진 여러 가지 특수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그것은 이상하다.
오직 15분 러시 밖에 없다는 것을 너무나 노골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그리고 정말 컴퓨터처럼 고정적이며 유연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플레이.
그리고 건호는 여기까지 생각했을 때 고민한다.
‘있다면 숨길 필요가 없다.’
먼저 지옥테란이 다른 타이밍에 러시를 할 수 있다면, 그걸 하면 된다.
상황을 보고 가장 쉽게 이길 수 있는 끝내면 되는 것이다. 숨기면 손해다.
아니 그렇게 강력한데 속이고 숨긴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게임 내 실력과시는 다른 것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으니까. 또한 건호는 그런 과정을 많이 겪었기 때문에 안다.
속임수와 트릭은 약자들이 승부하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역시 지옥테란이 정말 15분 대 밖에 러시를 하지 못한다.’
논리적으로는 그래야 마땅하다. 논리적인 하자가 없다.
하지만 건호는 뭔가 설명할 수 없는 위화감을 느꼈다.
그래도 역시 15분 타이밍 러시는 왠지 노골적이다. 뭔가 이상하다. 뭔가 부자연스럽다. 건호는 그렇게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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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헬게이트 스타크래프트 토너먼트 1set 지옥테란 승리로 종료
그리고 그렇게 생각한 시점에서 다시 20분이 지난 현재,
건호는 자신의 예상이 빗나갔음을 확인했고 다시 한 번 혼란에 빠진다.
오히려 지옥테란은 세심한 심리전을 사용한 것처럼 보인다.
‘대체 몇 번을 속인건가?’
우선 지옥테란은 이전에 15분 러시 타이밍을 고의적으로 선보임으로서
라데온을 포함한 건호팀의 전체적인 전략 예상의 판을 뒤엎었다.
히로스 역시 굉장한 스마트 플레이어였기 때문에
히로스가 저그를 선택하여 물량을 퍼부어버린 마지막 경기는 사실 지옥테란으로서는 위험할 수도 있는 경기였다.
그러나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서도 그것을 속였다.
마치 건호가 결승에 진출할 것을 예상이라도 한 듯이.
다른 플레이어였다면 그렇게 속일 필요가 없었을 지도 모른다.
큰 위협이 되지 않기도 하고 전략에 대해서 고민하는 수준이 높지 않으니까.
결국 4강전의 고의적인 15분 러시는 인간 건호를 타겟으로 한 것이 맞다.
그리고 또 하나. 속임수는 이번 경기 내에서도 있었다.
1set 내의 흐름에 있어서도 지옥테란에게 7분30초는 최선의 선택이 아니다.
건호가 무식하게 확장하면서 테크를 올리고 있는 것을 정찰을 통해서 확인했다면,
7분30초가 아니라 5분이 정도가 훨씬 더 좋았다.
사실 그것이 건호가 가장 경계한 타이밍인데 그 타이밍은 평안하게 지나갔기 때문에
건호가 더 방심을 했고 결과적으로 약간 뒤늦은 러시는 더 강력하게 꽂혔다.
“건호 괜찮나?”
덕아웃에서 아마트라가 건호에게 말했다. 건호는 대답할 수 없었다.
전혀 괜찮지 않았기 때문에 대답하는 순간 둘다 사기가 떨어져 버릴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건호는 말을 돌렸다.
“아나이스는 어디 있어?”
“네 여자 친구는 1set 직후 대기실에서 기도중이시다.”
건호는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아마트라가 한 말에 약간 ‘피식’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이 말했다면 전혀 우습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트라가 감정도 없이 사무적으로 말했기 때문에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건호는 그러면서 다시 게임에 집중할 수 있었다.
“지옥테란의 개인화면이라도 있었다면...”
“안타깝지만 알다시피 HST에서는 선수 개인화면을 수집하지 않아.”
언제부터 시작된 전통인지는 알 수 없지만,
선수가 스킬을 사용하는 패턴이라든지 그 유형을 파악할 수 있다면
스킬를 파해는 너무나 수월해질 수 있다.
그래서 개인화면은 방송으로 내보내는 것도 없고 아예 처음부터 촬영을 하지를 않는다.
사실 많은 선수들이 스킬을 시전할 때 상급 악마인 히로스처럼 인스턴트 방식으로 사용하지 못한다.
대부분 게임 내에서 준비가 필요하다.
자신의 유닛을 특정한 위치에 놓고 특정한 컨트롤을 실행하며 실행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HST에서는 개인화면을 제공하는 일이 아예 없고 그걸 분석자료로 사용하지도 못한다.
건호는 그게 아쉬웠다.
“지옥테란이 어느 지점을 보고 어느 지점을 보지 않고 게임하는지만 보면....”
“현장에서 진행을 하며 그 화면을 컨닝을 해 본 사람들 말로는 어지러워서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고 한다.”
건호는 다시 한 번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하긴 그 복잡한 컨트롤을 실행하는 지옥테란의 화면은 건호조차도 알아 볼 수 없을 것 같다.
그러자 아마트라는 다시 사무적으로 물었다.
“이번엔 어떻게 할 건가?”
건호는 조금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옵저버를 빨리 띄우고 보면서 그때 그때 맞춰가야 겠지.”
“그러면 정석 싸움인가?”
그건 패배하겠다는 말인가? 처럼 들렸다. 하지만 다른 무엇도 선택할 수가 없었다.
그것이 비록 정답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그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존재함을 건호는 깨달았다.
오늘 경기 마지막에는 제발 이런 상황이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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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테란 쪽 덕아웃
말콤박사와 덩치는 지옥테란의 몸에 특정장치를 연결해서 뭔가 체크하고 있었다.
덩치는 그 외모에 맞지 않게 기계도 능숙하게 다루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진짜 정체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과연 이 친구는 보디가드인가?
아니면 박사의 연구원인가? 어쨌든 덩치는 말했다.
“아직은 아무런 뇌파의 변화가 없습니다.”
“알았다. 상대가 1게임이라도 이겨줘야. 변화가 있겠지만...”
“....”
“아무래도 그건 어렵겠군. 상대가 다음에 뭘 할지 난 예상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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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전 중계부스.
양선수가 다시 게임부스로 돌아오자 중계진은 프로답게 게임의 흥분을 돋우기 시작했다.
“지옥테란 선수 정말 약점은 존재합니까?”
“모르겠습니다. 이전 게임들은 시청자를 위한 깜짝쇼였나요?”
“과연 지옥테란 선수를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전 모릅니다. 이제부터 임건호 선수가 대답해야 되겠죠.”
브리타이는 임건호와 지옥테란이 조인한 것을 확인하고 말했다.
“자 결승전 2set 아직 무엇도 속단하지 마십시오.
우리는 발견하지 못한 뭔가를 임건호 선수가 찾아냈을 수도 있습니다. 그 답은 무엇입니까 함께 살펴보시죠”
5....4...3...2...1
그러나 아쉽게도 건호는 답안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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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전 2set 맵은 루나
임건호 7시 프로토스 지옥테란 1시 테란
건호의 빌드는 이 맵에서 자주 사용되는 표준 빌드 1게이트 사거리업을 돌린 후.
3드라군 앞마당 확장을 택했다. 이후엔 옵저버를 추가하면서 상대의 진영을 살펴보는 것이었다.
물론 지옥테란이 2팩토리라는 초반 공격적인 전략을 선택할 가능성이 존재했지만,
러시거리가 멀었던 점도 있어서 그건 배제했다. 건호는 상대 진영을 정찰하면서 일단은 안심했다.
‘상대도 일단은 멀티.. 이제부터. 맞춰간다.’
하지만, 하필이면 루나라는 맵에서 가장 먼 러시거리인 1시와 7시 건호는 이제부터 상대를 철저하게 정찰하면서
적절히 확장하고 업그레이드 하고 아비터 리콜을 사용한다면 승산이 없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건호는 무난하게 플레이 해가기 시작했다.
“임건호 선수 좋은 출발입니다.”
“지옥테란은 일반적인 업그레이드 테란을 실행하고자 하는군요.”
“요즘엔 루나같이 넓은 맵에서 업그레이드 테란은 최선이 아닙니다.”
“네 아비터와 지상군을 통한 회전력 때문에 프로토스가 좋아졌죠.”
“임건호 선수 게임 확장을 쭉쭉 늘려갑니다.”
해설자들의 말을 들은 건 아니다.
누가 봐도 지옥테란의 플레이에 철저히 맞춰가는 자신에게 불리함은 전혀 없어야 했다. 그러나
‘이길 수 없는 전략이다.’
아무런 논리적 근거 없이, 건호는 자신의 ‘감’이 지금 전략 선택에 대해서 강력하게 부정하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이유는 당연히 모른다. 더 좋은 방법을 떠올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왠지 이 방법으로는 이 길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건호는 계속해서 지옥테란의 진영을 관찰하며 의문을 가졌다.
‘이번 러시타이밍은 과연 언제일까?’
그래도 건호는 지옥테란이 러시를 한다면 리콜을 하고 난전을 유도하면서 이길 수 있을 거라는 모순된 생각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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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분정도 시간이 흘렀다.
왠만한 게임은 이미 끝나야 할 시간,
그러나 지금 상태에서 게임이 끝났다고 해야 할까? 끝나지 않았다고 해야 할까? 아마트라도 알 수 없었다.
그저 경기를 지켜보는 아마트라는 탄식처럼 뱉어냈다.
“지독하군.”
그리고 그런 말과 비슷한 말들을 해설자들도 했다.
“지옥테란 선수는 스타크래프트란 게임을 끝을 이미 본 것이 아닐까요?”
“EMP, 락다운까지 완벽하게 구사하니 리콜로는 대책이 없군요.”
“임건호 선수가 대체 뭘 잘못했습니까?”
“리콜시도만 13번. 그러나 7할이 실패로 끝났습니다.”
“그리고 성공한 3할의 리콜도 대부분 초반에 정리.”
놀라운 것은 이번 경기 지옥테란은 러시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건호가 더 말렸다. 분명히 한번은 러시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지옥테란은 한번도 러시하지 않았다.
공격이 아닌 자시의 확장을 위해 상대의 멀티를 파괴하고
그 자리에 자신의 확장을 늘려가면서 탱크과 다수의 유닛으로 대체 전선을 지속하는 것.
건호는 멀티를 계속해서 뺏기고 파괴당한다.
그리고 아비터 리콜도 하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하지만 지옥테란은 계속해서 방어만을 할 뿐이다.
“공격은 최선의 방어라는 말이 있는데... 그 말이 무색해지는 군요.”
“이 상황에선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 이해할 수가 없네요.”
“아무튼 지옥테란, 임건호의 멀티를 파괴하고 거기에 또다시 확장을 합니다.”
“그런데 궁금한데... 지금은 이걸 방어라고 불러야 할까요?”
맵의 70%를 장악한 상태로 방어한다면 그건 이미 방어라고 부를 수가 없다.
상대에게 머리에 총을 겨누고 요청하는 정중한 부탁은 결코 예절의 범주에 속할 수 없다.
이렇게 상황과 스케일에 따라서 같은 것도 전혀 다른 의미가 되어버린다. 이처럼 개념이라는 것은 상대적이다.
“방어가 대치가 되고 결국 밀봉이 됩니다.”
“임건호 선수는 자원이 남아 있는 멀티가 없습니다.”
“그러나 지옥테란선수는 그 고갈된 멀티를 또 하나 또 뺏는 군요.”
마치 나오면 당장 빈집을 털어서 난전을 유도하겠다는 건호의 마음을 완벽하게 읽기라도 한듯이
지옥테란은 그걸 허용하지 않았다. 전략을 읽힌 건호는 패배할 수밖에 없다.
혹시라도 건호가 지옥테란의 이런 게임을 예상했다고 해도 기본기 물량 생산력 모든 것에서 깔끔하게 패배했을 것이다.
그것도 역시 현재 상황이다.
‘돌 던지자.’
건호는 자신의 유닛을 모두 모았다. 남김 없이 긁었고 프로브도 좀 섞었다,
1번부터 5번까지 부대지정을 하고 그대로 지옥테란의 대치 병력에 성의 있게 들이 부었다.
“아 드디어 임건호 선수 모든 유닛을 내던지나요?”
“네 다음 경기 체력보전을 위해서도 이게 옳은 선택이죠.”
“프로브까지 모두 시원하게 버리고 GG를 칠 모양이군요.”
콰콰콰쾅!
건호의 예상보다 훨씬 더 허망하게 유닛들은 녹아버렸다.
그래도 상대 병력에 약간의 피해라도 주고 죽을 줄 알았지만.
그 짧은 순간 일점사외 탱크의 드라군 강제 어택 등등 유닛싸움으로 날아간 거품 주식처럼 증발.
건호의 유닛이 순간적으로 -100이 날아가 버리고 나서 즉시
‘GG'
를 쳐야 하는 타이밍이었다. 그러나 그때 어떤 섬뜩함이 건호의 손가락을 멈추게 했다.
역시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감’
“......!”
건호는 손가락은 멈추었고 갑자기 GG를 칠 수가 없었다.
당연히 나와야할 건호의 GG가 나오지 않자. 갑자기 정적이 흘렀다.
해설자들도 갑자기 마이크가 꺼져버린 것처럼 탁 끊긴 것처럼 말문이 막혀버렸다.
할 이야기가 없는 것이었다. 완벽한 정적... 덕아웃에서 게임을 지켜보던 아마트라도 이상했다.
“뭐야 왜 GG안쳐?”
“......”
건호도 분명히 그것을 알고 있다. 지금은 GG를 쳐야 할 타이밍이다.
그런데 그럴 수가 없다. 손가락은 경련을 일으킨 듯 멈췄고
이 경기가 시작하면서부터 뭔가를 경고했던 그 감이라는 것이 이번엔 ‘기다리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말할 수 없이 부적절한 어떤 분위기.
“......”
말로 설명하기 힘들다.
계단을 올라가다가 마지막 계단을 잘못 생각하여 허공을 밟으면
스텝이 꼬이며 둔탁하게 ‘쿵’소리를 내며 바닥을 차게 된다.
내려가는 손님에게 배웅인사를 했는데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지 않으면 갑자기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알 수가 없어진다.
지금이 그런 상황이었다.
분명히 GG가 나와야할 타이밍임에도 불구하고 건호는 GG를 치지 못하고 있었고
상황은 얼어붙었다. 하지만 GG를 치기에 분명히 뭔가 부족하다. 뭐가 왜?
“.....!”
건호는 그 의견에 동의할 수 없었다. 이건 전적으로 자신 때문만은 아니다. 뭔가 이상하다.
“저기 지금 상황은....”
“임건호 선수 설마 억울해서... 못 나가나요?”
“유닛을 다 던졌으니 그건 아니고.”
그리고 잠시 어색한 순간이 지나고 나와야할 것이 나왔다.
'GG'
i_radom left the game
“아... GG."
건호가 뒤늦게 GG를 쳤다. 해설자들도 환호 타이밍을 놓쳤다.
많은 관객들 역시 그랬고 그들은 지옥테란에 대한 칭찬도 건호에 대한 비난도 모두 최적의 시간을 놓치고 말았다.
특히 이런 임건호의 이상한 GG타이밍에 불편해진 것은 지옥테란의 덕아웃에서도 마찬가지였다.
‘......’
그런데 말콤박사의 표정은 단순히 불편하다라고 말하기엔 조금 더 진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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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게임을 지켜보던 히로스 역시 얼어붙은 사람처럼 멈춰 있었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
히로스의 표정은 말할 수 없는 의문으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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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을 어느 정도 하는 사람은 얻어맞을 때도 눈을 감지 않는다.
분명히 얻어맞았다면 불리하지만 눈을 감는다면 아예 거기서 게임이 끝나는 것이다.
눈을 뜨고 있어야 역습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모든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도 이것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복잡한 문제를 두고 사고를 정지시키는 것은 패배를 의미한다.
2set도 패배로 끝난 지금 건호는 현재 스코어 0대2에는 오히려 관심이 없다.
지금 자신의 앞에 던져진 문제에 집중하면 스코어가 보이지 않는다. 오직 그 문제만 보이는 것이다.
2set 후의 광고타임
건호는 끊임없이 생각했다. 이상하다. 뭐가 이상한가? 왜 자신은 GG를 칠 수 없었나?
건호는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러나 그 이유를 알 수는 없다. 그러나 건호는 느낀다.
‘분명히 모순이 있다.’
건호의 감이 그렇게 얘기하고 있었다.
사실 ‘감’이라는 것은 많은 부분에서 모험을 포함한다.
어떤 것은 사고라는 필터링을 거치지 않아야 더 정확한 타이밍을 잡을 수 있다.
쉽게 말해서 개그맨의 웃음을 유발하는 말은 모두 계산된 것이라고 할 수도 없다.
어떤 것은 전혀 논리에 맞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 시점에서는 들어맞는다.
그건 타이밍을 정확하게 맞췄기 때문이다. 그 타이밍이 맞을지 맞지 않을지는 논리적인 예측이 불가능하다.
그러니까 리스크를 안고 감이라는 것에 의지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논리적인 것에도 감이 필요하다.
논리가 존재하지만 그 연결고리가 모두 드러나지 않은 것을 예측하고 예상해서 논리를 만드는 것.
세상의 현상은 다양한 원인이 얽히고설켰다.
그러나 그 여러 가지 원인 가운데 중요한 흐름을 관통하는 인과관계를 찾아내야 한다.
그 여러 가지 인관계의 가능성을 모두 실험할 순 없다.
그래서 모험이 필요하고 예측이 필요하다. 그래서 위대한 이론은 모두 이런 모험을 통해서 탄생한다.
지금이 그런 상황이다. 지옥테란의 경기는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된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그중에서 건호에게 필요한 원인을 찾아내는 것
그것에는 리스크를 포함한 ‘감’의 활용이 필요한 것이다. 건호는 거기까지 생각하고 아마트라에게 물었다.
“지옥테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전략 예측이 뛰어난 것 같아.”
“더 자세히 말하자면?”
“그는 네가 뭘 할지 미리 알고 있는 것 같아.”
건호는 다시 고민에 빠졌다.
“이번엔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서 모험을 해야겠다.”
아마트라는 물었다.
“무슨 모험?”
그러자 건호는 그 말에 대해서 대답하기 보다는 다급하게 물었다.
“혹시 대회 규정 매뉴얼 있어?”
꼼꼼한 아마트라는 그것을 가지고 있었다.
아마트라는 규정집을 꺼내서 건호에게 주었고 건호는 그것을 빠르게 읽어나갔다.
인간의 기억력에는 분명히 어떤 한계가 존재한다.
그러나 그 한계의 시간과 범주는 정해지지 않았다.
갑자기 건호는 이전엔 거의 관심가지지 않았던 과거의 어떤 의문을 다시 떠올렸다.
‘분명히...’
대회 규정에 대해서 읽은 것은 아주 오래전의 일이었다.
그런데 건호는 그때 당시 게임부스내에 휴대금지 물품과 금지 행위에 대해서 읽은 것 외에도
다른 것에도 뭔가 이상한 것에서 위화감을 느꼈던 것이다.
그러나 그때 당시엔 그것이 무엇인지 떠올릴 수가 없었다.
인간의 사고라는 것은 신기해서 그 때 당시엔 도저히 생각하지 못하는 것도 시간이 지나서 다시 생각해내기도 하며
갑작스럽게 그것의 원인을 찾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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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실
혼자 있던 아나이스는 기도를 멈췄다. 왠지 지금은 건호를 바라볼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이번 결승전에서 과연 자신이 건호에게 무슨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자신이 없었다.
승자도 패자도 존재할 수 없는 이 승부를 건호는 과연 자신의 의지대로 끝낼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그녀는 생각하고 있다.
‘패배한다고 해도 마음은 지지 않아.’
아나이스는 다시 기도를 시작했다. 아나이스는 더 이상 게임에서의 승리와 패배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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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트라는 계속해서 건호가 규정집을 뒤지고 있는 것을 보았다.
한 번이 아니라 몇 번이고 규정집을 둘러보고 있었다.
건호가 계속해서 규정집에서 뭔가를 찾으려하는
모습을 보여주자 서서히 아마트라도 초조해졌다. 그리고 잠시 후 아마트라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
“뭐 찾았어?”
건호는 대답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3set 갑니다. 착석해주세요.”
진행요원이 건호가 경기석으로 나오길 종용했다.
건호는 그대로 규정집을 내려놓고 몸을 돌렸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서 얼굴이 보이지 않는 상태로 말했다.
즉 아마트라의 시점에서 보면 건호는 뒷통수로 말하고 있었다.
“못 찾았어.”
건호는 그대로 돌아보지 않고 경기석으로 걸어갔다. 아마트라도 답답해졌다.
뭔가 찾아도 될까 말까한 상황. 지금 건호는 ‘못 찾았다’고 말하며 희망을 부정했다.
과연 월등한 게임 능력치를 가진 지옥테란을 이길만한 뭔가 규정의 허점을 찾았나 싶었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이미 스코어는 0대2 지금 즈음엔 반격을 해야 했다.
하지만 아직 건호는 반격의 실마리조차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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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대2로 몰린 상황 건호는 조인했다. 아마트라는 경기석에 앉아 게임을 기다리는 건호를 보았다.
‘그래도 열심히 표정관리를 하는군.’
아마트라는 경기석에 착석한 건호는 무표정한 얼굴을 유지하는 것을 보았다.
그 점만으로도 아마트라는 건호를 칭찬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노력이 이기고 지는 것과는 현재에는 무관하다.
지옥테란이라는 상대에겐 심리전이 통하지 않는다.
지금은 표정이 지는 표정이어도 운이 좋아서라도 이길 수 있다면 그게 더 중요하다.
아마트라는 항상 패배를 앞에 두고서도
여러 가지 심리전을 통해서 그것을 넘었던 건호의 과거는 인정하지만 인격이 없는
지옥테란과 지금 경기에는 그것은 전혀 쓸모가 없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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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콤박사 역시 건호의 표정을 바라보면서 진지한 얼굴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냥 내 걱정인가?’
지금 건호의 표정은 뭔가 다르다. 그런데 어떻게 다른 건지 알 수가 없다.
건호라는 플레이어를 직접 대면하고 승부하자 말콤박사는 건호에 대해서 자신이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확신하기가 힘들었다.
뭔가 준비를 한 것인지 아니면 자포자기를 한 것인지... 평범한 건 아니다.
평범해 보이는 표정 속에서 뭔가 다른 것을 감추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원래 바둑이나 장기를 둘 때도 옆에서 훈수를 두는 게 더 잘 보이기도 하고 승부에 대한 부담이 없기 때문에 머리가 빨리 움직인다.
하지만 훈수 실력이 진짜가 될 수 없는 건
스타크래프트에서 연습실의 실력이 진짜 실력이 될 수 없는 것과 같다.
승부는 자신의 것을 걸고 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돈이건 목숨이건.
지금 말콤박사는 진짜 승부에 있어서 자신감 부족과 경험부족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알 수 없다.’
밀콤박사는 경거망동 하지 않기로 했다.
이번에도 역시 리스크를 피하는 방식으로 승부한다.
지금 3set를 앞둔 상태 말콤박사가 승부에 임한 방식이 그러하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 때 그것은 상대에 따라서 결코 옳은 방식이 될 수 없음은 알고 있다.
“3set를 임하는 임건호 선수 일단 이기고 봐야 합니다. 다른 것 필요 없어요.”
“그렇습니다. 0대3으로 몰리면 심리적으로도 다음 경기를 이기기가 너무 힘듭니다.”
“자 하지만 지옥테란 선수 입장에선 이기기만 하면 매우 유리해집니다.”
캐스터와 해설자들은 일반적인 해석을 내놓고 있다.
말콤박사 역시 그런 해석에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모두가 Yes라고 할 때 혼자 NO라고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
아무튼 양진영에서의 건호와 지옥테란의 3set는 전망은 어느 정도 비슷하게 흘러갔다고 볼 수 있다.
아마트라는 건호가 포커페이스를 내놓았지만 숨겨둔 카드가 없다고 생각했고
말콤박사 역시 그런 건호가 만만치 않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이번경기에서 자신의 편이 패배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생각했다.
3set 블루스톰 스타트
5....4...3...2...1...
건호 1시 프로토스 지옥테란 7시 테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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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0분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임건호 선수 독특한 방식으로 대응하려고 했습니다....”
“승산도 충분히 있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아 그러나 한방에 완전히 밀려버립니다.”
해설자 액세돌은 애석한 듯이 침을 삼키고 말했다.
“네 맞습니다. 지옥테란 선수가 예측과 다른 플레이를 했습니다.”
“아.... 임건호 선수 스코어가 0대3이 되나요?”
'GG'
i_radom left the game
그리고 이번엔 주저 없이 임건호가 GG를 치고 나갔다.
지옥테란의 날카로운 타이밍에 임건호는 이리저리 저항해 봤지만
결국 비인간적인 멀티테스킹을 가진 경기력 앞에 무릎을 꿇고 만 것이다.
제 43회 HST 토너먼트 제3set
임건호 패배
현재 스코어
지옥테란 3 : 0 임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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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호 쪽 덕아웃.
‘......’
아마트라는 건호가 이길 수 없다는 예상을 했고 실제로도 건호는 이기지 못했다.
하지만 아마트라는 뭔가 화가 났다.
왠지 자신이 질것 같다고 생각하면 더욱 잘 이겨주던 건호였기에 아마트라는 자신의 승리인지 패배인지도 헛갈리게 되었다.
언제나 예상을 빗나가면 이번에도 빗나갈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그것이 빗나가서 감동없이 맞아버리면 허무하다.
‘......’
그런 허무함 때문일까? 건호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리고 안타깝게 생각했다.
‘이번엔 이길 수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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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전 경기를 복기해본다.
건호는 정찰을 철저하게 차단하고 확장을 가져가려고 했다.
건호가 방금 경기에서 실행했던 전략은 6드라군까지 생산하고 철저하게 정찰을 차단하면서
확장과 테크 거기에 업그레이드까지 실행하는 것이다.
“지옥테란 선수 상대의 배짱플레이를 모릅니다. 별다른 움직임이 없어 보입니다.”
“스캔을 통해서라도 정찰을 안 하나요? 전혀 모른다면...”
계속해서 지옥테란의 정찰을 끊어버리고 2포지를 먼저 올려서 업그레이드부터 돌려주었다.
실은 말도 안 되지만 더 말이 안 되는 것은 그것이 통하는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지옥테란 선수 아직도 별다른 반응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이번엔 임건호 선수가 업그레이드와 테크가 훨씬 빠르기 때문에...”
“임건호 선수이 슬슬 유닛을 뽑기 시작합니다. ”
결국 가장 위험한 타이밍은 지나버렸다.
건호의 고테크 선 업그레이드 병력이 쏟아지기 시작한 직후 지옥테란은 러시했다.
11분00초 러시.
업도 빠르고 테크도 높았던 임건호의 프로토스였지만, 물량에서만은 완전하지 못한 바로 그 실날같은 타이밍이었다.
“나옵니다. 지옥테란!!!”
“임건호 선수 물량 폭발 일보직전!!!...”
“임건호 선수 유리하지만 절대로 밀리며 안됩니다. 돈이 남으면서 질수 있어요.”
“네 그렇습니다. 이맵은 2인용이라서 다른 곳에 게이트를 지을 공간이 없습니다.
유닛이 모두 사라지면 도망자 플레이 같은 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해설자들의 해설이 정말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다.
프로토스의 회전력이 남아 있는 테란과의 전투에서 사라진 병력을 보충시켜주지 못할 경우 결국 프로토스는 테란에게 이기지 못한다.
이번 경기 건호는 가장 승리에 근접했지만 그것도 결국 패배로 남게 되었다.
“임건호 선수 독특한 방식으로 대응하려고 했습니다....”
“승산도 충분히 있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아 그러나 한방에 완전히 밀려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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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건호는 방금 전 게임에 대해서 생각했다. 물론 건호는 그 게임의 결과를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번엔 이길 수 있었는데... ’
거기에 더해서 건호는 생각했다. 그때였다.
“건호야”
누군가 건호를 불렀다. 아나이스가 대기실에서 올라왔던 것이다.
건호는 그제야 고개를 숙이고 아나이스를 보았다.
아나이스도 이번엔 걱정이 돼서 계속해서 안심하고 기도할 수가 없었던 것 같다.
아나이스는 건호의 눈을 바라보고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
“괜찮...?”
“......”
건호와 눈을 맞춘 아나이스의 어조는 위로가 아니라 의문이었다.
아마트라도 조금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이제 코너에 몰린 스코어 0대3의 스코어.
지금 그 코너에 몰린 플레이어인 건호의 눈빛이 죽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반증하는 아니이스의 리액션 표정. 아마트라는 속으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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