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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10/14 20:18:58
Name 바인랜드
Subject [일반] 인간 최진리를 생각하며
2009년. 노래를 편하게 들으려면 mp3 플레이어가 필요했던 시절. 핸드폰으로 노래 한 곡을 받으려면 데이터비로 4천원 가량이 나가던 시절.

그 무지막지한 요금을 감수하고 다운받았던 노래들이 기억난다. 그 날 이후, 정말 사랑했을까, 언제나 그랬죠, 그리고 f(x)의 라차타. 호불호가 굉장히 갈렸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나에겐 매우 매력적인 노래였다.

난 f(x)라는 그룹을 좋아했다기보다는 그들의 노래를 좋아했다. SM엔터에서 실험적인 음악은 죄다 에프엑스에 쏟아붓는 것 같았으니 말이다. 피노키오, 빙그르, 일렉트릭 쇼크, 아이, 에어플레인 등등.

그래서인지 몰라도 멤버 개개인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대충 누가 있다는 정도. 설리, 그러니까 최진리라는 사람에 대해서도 내 동생과 나이가 같구나, 하는 정도의 정보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어느 날 설리가 f(x)에서 탈퇴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자세한 내막을 찾아보려 인터넷을 뒤졌으나 진실은 묻혀 알 길이 없었다. 온통 그녀에 대한 광기어린 악플들 뿐. 잘못을 했더라도 그 정도의 욕을 먹을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바로 들 정도였다.

속내는 알 길 없었으나, 솔로활동을 할 때 겉으로 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자유분방했고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내가 최진리라는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그때부터였다.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은 온통 가십거리가 되었고, 개인 인스타나 인터넷 기사엔 그에 비례해 수많은 악플들로 뒤덮혔다.

내가 연예인으로의 최진리와 자연인 최진리 사이에 균열을 느낀 것은 그녀의 개인 방송에서 무심코 던진 그녀의 말 때문이었다.

'저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니에요.'

2019년 10월 14일. 그녀는 돌아오지 않을 길을 선택했다. 몇몇 조회수에 목숨을 건 유사언론들은 망자에 대한 예의조차 지키지 않았다. 그녀에 대해 온갖 험한 말을 쏟아내던 모 집단은 그녀의 죽음이 사회적 타살이라는 이야기를 펼치며 자신의 죄를 숨기기에 급급했다. 가해자는 어디에도 없었다.

나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일인지 가늠할 수 없다. 다만 자유분방하고 자신감에 가득 차 있는 모습이, 상처입고 멍든 마음을 숨기기 위해 인간 최진리가 생각해낸 최선의 방법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가슴 아플 뿐이다.

오해와 상처 없는 세상에서, 부디 자유롭게 살아가기를.

-

첫 글쓰기를 이런 글로 할 줄은 몰랐네요.
문제시 자삭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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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14 20:50
수정 아이콘
‘독창적 별명 짓기, 예를 들면 꿍디꿍디’ 이런 해괴한 가시를 잘도 소화 하는구나, 생각한 이후로 가끔씩 그 해괴한 가사를 흥얼거려온게 어느덧 10년이 가깝네요.
고인의 영면을 바라겠습니다.
19/10/14 20:54
수정 아이콘
좀 특이하고 예쁜 아이돌에서
동시대에 꼭 필요한 여성 연예인으로 진화했는데
너무 안타깝고 아쉽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안군-
19/10/14 21:08
수정 아이콘
대한민국 연예인들 중에서 "셀럽"이라는 말이 가장 어울리는 연예인이라고 생각했는데... 마음이 아픕니다. ㅠㅠ
SigurRos
19/10/14 21:17
수정 아이콘
맘이 너무 아파요. 혼자서 얼마나 끙끙 앓았을까요.
대중이라는 이름의 살인마들이 또다시 이렇게 한 생명을 앗아가네요.
피식인
19/10/14 21:22
수정 아이콘
안타깝네요. 명복을 빕니다.
19/10/14 22:05
수정 아이콘
땀흘리는 외국인은 길을 알려주자
독창적 별명짓기 예를들면 꿍디꿍디
이런 가사들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소화해내는, 정말 유니크한 매력이 있었던 아이돌이었죠.
저도 군생활때 설리와 함순이들에게 위로를 많이 받아서 그런가 오늘 소식이 정말 믿겨지지 않고 그냥 멍하더라구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Star-Lord
19/10/14 22:16
수정 아이콘
설리가 절대적인 보컬실력은 모자랄지언정 에프엑스 음악에 아이덴티티를 상징하는 유니크한 음색이었습니다

엉뚱한 소녀 그자체
19/10/14 22:19
수정 아이콘
엉뚱한 소녀라는 표현이 정말 정확한것 같습니다.
에프엑스가 커리어 내내 표현하고자 했던 컨셉은 살짝 뒤틀린, 앨리스 같은 소녀였죠. 그 컨셉을 소화할 수 있었던건 에프엑스 내에서도 설리가 유일했구요.
시시포스
19/10/14 23:01
수정 아이콘
저도 마음이 헛하네요. 크게 관심가졌던 연예인은 아니었지만 그녀의 노래를 좋아했었는데...25살.. 하고 싶은 것은 무었이던지 할 수 있는 나이인데...
그녀를 기려 1년에 하루정도 SNS를 안하는 날이라도 있어으면 좋겠습니다.
점박이멍멍이
19/10/14 23:09
수정 아이콘
마음이 아프네요.
한 프로그램에서 그래도 마음 다잡고 나오는 것 같아 이제 꾸준한 모습 보이나 싶었는데...
위에서 편히 쉬길 바랍니다.
밀리어
19/10/14 23:10
수정 아이콘
그녀의 sns일탈은 악플에 대한 나름의 저항이라고도 봤는데 ..평범한 일반인으로 살면 더 행복했을것같아 개인적으로 인간 최진리의 선택은 너무 안타깝습니다
신류진
19/10/14 23:54
수정 아이콘
제가 살면서 가장 오래 이야기해본 연예인일겁니다. 악수도 했었고 10분동안 담소를 나눌기회도 있었어요..

"삼촌 팬입니다 하하하하"

"어? 삼촌으로 까지는 안보이시는데요?" 했던게 아직도 생각나네요.

진짜 오늘 하루종일 멘붕입니다. 지금도 술먹고 집에 왔네요.... 와 나 진짜
19/10/15 13:00
수정 아이콘
10분동안 어떤이야기를하셨나요?
신류진
19/10/15 16:07
수정 아이콘
10년도 전이니 완전 애기때였죠

라차타 이야기하고 크리스탈 윤아랑닮았다 알고있나? 이야기하고

점핑보아 였다는 이야기도했고 역시 걸그룹은 에스엠이짱 이런이야기도했고

정말 그나이때 소녀들과 다른점이 하나도없었습니다
19/10/15 00:13
수정 아이콘
저는 설리의 팬도 아닙니다.
하지만 설리가 이정도로 남녀 가리지 않고 욕을 먹어야 했던 연예인이냐? 아니라고 생각해요.. 각자 표현의 자유가 있고 그걸 조금 더 펼쳐보였던 연예인인데....
정말 많이 안타까워요.. 꽃다운 나이에 이 선택을 하기까지 정말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를 생각해보면 ... 참 먹먹합니다...

부디 저 하늘 위에선 아무런 고통 없이 늘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오리수달
19/10/15 00:41
수정 아이콘
비차타가 생각나네요
달달한고양이
19/10/15 08:13
수정 아이콘
Fx 좋은노래 참 많았지 앨범 다시 쭉 들어야지 했는데....미룰 게 없어서 그걸 미뤘나 싶네요...그 신나고 경쾌한 노래들을 울면서 듣게 생겼어요
너무 어린데 왜 그랬니 정말...마음이 너무 아프네요
그들도 그냥 똑같은 사람인데.
중상주의
19/10/15 08:31
수정 아이콘
이 죽음은 살인에 가깝고, 수많은 사람들이 공동정범이겠죠. 그들은 아마도 다음 놀이감을 찾아 떠나겠지만, 제발 좀 깨달았으면 하네요. 그들이야말로 죽어 마땅한 사회암적 존재라는 것을.
구름과자
19/10/15 09:33
수정 아이콘
Fx, 샤이니.. 두 그룹다 당대 아이돌치고 굉장히 유니크한 음악을 들려줘서 제 최애 아이돌들 이었는데.. 각자 멤버 하나씩 떠나갔네요... 종현때도 그렇고 설리도 무대에서 밝았던 모습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오늘은 fx 핑크테잎 앨범 하루종일 정주행 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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