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조커를 극장에서 봐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영화평론가들에게 평점도 좋고, 루머에 따르면 조커가 다른 영화에 한 번 더 나올 수 있다는 글을 봤기에

오랜만에 광기 넘치는 영화가 아닐까 기대감을 품고 개봉 날 조조로 봤습니다.

영화가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이건 그냥 '성장이 없는 극단적인 정신병 환자의 다큐멘터리'가 아닌가... 라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이 영화가 그렇게 망한 작품이고 눈을 뜨고 못 볼 정도인가? 라고 질문하면 그건 아닙니다.

그러면 평점도 엉망일 테고 요즘 같은 시대엔 금방 온라인 조롱거리가 되겠죠.

먼저 영화에서 마음에 들었던 부분을 꼽자면 호아킨 피닉스(조커)라는 배우의 연기력과 그를 아름답게 연출한 점을 높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1. 영화 초반에 아이들에게 맞고 다음 날 탈의할 때

2. 조커로 바뀐 뒤 계단에서 춤추는 모습

3. 영화 마지막 부분 경찰차 위에서 자신의 피로 미소를 그리는 장면

그 외엔 틱(튜렛 신드롬)과 쇼 프로그램에 나가기 전 혼자서 소파에 앉아 예행연습을 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군요

색상이나 사람의 라인(선)의 미가 잘 연출된 게 많은 신경을 쓴 거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 영화 조커에 맞느냐고 물어보면 아닌 거 같습니다.

먼저 누가 영화를 무엇을 보길 기대하며 오는가? 라고 던지면 아마 영화 다크 나이트에서 본 그 조커를 상상하며 온 사람이 다수가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강점은 오히려 예술 영화 그리고 성장하는 캐릭터를 그렸으면 보다 빛을 발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더군요.

대표적으로 '빌리 엘리어트' 영화와 비교하고 싶습니다.

조커가 유쾌하게 춤추는 모습에 오마주가 겹쳤습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빌리 엘리어트에서는 주인공이 성장통을 겪고 변화했다면 조커는 전혀 그런 모습을 볼 수 없던 거 같습니다.

(그저 약을 안 먹고 병이 악화한 것이라고 밖엔)

개인적으로 조커가 자신의 어머니를 죽이는 순간부터 틱 장애와 머리에 나사가 풀리길 기대했으나 영화 내내 이러한 부분이 크게 명시되지 않았던 거 같습니다. 오히려 쇼호스트 앞에서도 결국 병적인 웃음을 들췄죠.

혹시나 이러한 행동들이 다 계획적인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거 같지만, 그걸 설계하고 계획한 거면 혼자 집에서 예행할 때 노크노크 농담과 같이 연습을 하지 않았겠느냐는 생각도 듭니다.

조커가 일을 벌이기 전에 예행연습을 한다는 부분도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머릿속에서 망상으로 했다는 거라면 참 조커답다고 생각할 텐데 전에 일하던 직장동료들이 나타나기 전까지 연습하고 있던 게 조금 미숙한 느낌이 들더군요, 어머니를 스스로 죽인 시점에서 머리도 염색하고 완전히 망가진 모습을 기대했는데 조커가 탄생하는 영화라기보단 미숙한 조커 느낌이라 인간적인 조커 같습니다.

백 보 양보해서 인간 시절 조커(?)라고 해도 영화가 진행되면서 정상적인 사고가 아닌 조금은 이해하기 힘든 광적인 모습을 비추고 자신이 바뀌고 있다는 걸 인지 하길 바랬던 점에서 한 번 더 실망했던 거 같습니다.

예를 들자면, 영화에서 친구들이 왔을 때 가위를 챙기는 부분, 여기서 아 드디어 조커가 모친을 죽이고 각성했구나! 기대감에 보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죽이는 건 자신의 행동을 경찰에게 말하고 사장에게 이르던 조커 자신이 미워하던 직장 동료뿐 키가 작은 동료는 죽이지 않고 보내줬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잠긴 문을 열어주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니' 말하고는 그 친구조차 죽이길 기대했으나 난 너는 마음에 들었어야 하고 살려주는 부분이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차라리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 하기 위해 살린다던가 단순히 자신에게 잘 대해 줬기 때문에 그냥 보내준다는 부분에서 이질감이 느껴졌습니다. 아직 타락을 덜 했나? 더 각성할 부분이 남아있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영화를 통해서 조커는 웨인 가문에서 일하던 하녀가 정신병을 앓고 아이를 입양하여 키웠고, 어린 시절에는 학대받으며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 결국 본인이 정신병을 앓다가 조커가 되었다. 라고 설명이 됩니다만, 배트맨이 성인이 되어서 이걸 모를까요? 짐 고든(고담시티에 경찰) 이 조커의 정체를 모를까요? 만화와 영화에서는 배트맨과 형사들이 조커의 흔적을 찾으려고 힘을 써보지만 늘 거짓된 이야기와 심지어 자신조차 혼란스러워 무엇이 진짜 본인 이야기인지 모르는 조커를 영화에선 완성하진 못했던 것 같습니다. 모친이 병력 기록을 훔치는 부분이 있었으나 왜 미래에 조커에 대한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게 되었는지 조커의 탄생 그 자체를 볼 수 있었으면 어땠을까 생각이 듭니다.

영화를 보는 중간에 이상한 장면도 참 많았지만, 감독이 절제하는 모습에 내심 감탄했습니다. 드라마 고담을 보면 어떻게든 이스터 에그와 만화나 기존에 언급된 캐릭터를 꾸겨서 넣으려는 모습을 종종 봅니다 억지스럽게 끼워 맞추고 등장 시키려는 모습에 조금은 스토리에 연계를 무너뜨려서 집중력이 저하되었습니다. 영화에 충분히 마피아나 켓이나 할리퀸이나 등장 시킬 수 있음에도 자제하는 모습에 감탄했습니다만 브루스 웨인이 나왔을 때는 알프레드(집사)가 안 나와서 조금 아쉬운 생각이 들더군요. 브루스에게 접근한 조커를 능숙하게 내쫓는 알프레드의 모습 또한 웨인가를 오래 섬긴 집사로서 캐릭터 성을 잘 나타나게 해줬을 텐데...

같이 본 지인은 그냥 괜찮은 영화였는데 왜 이렇게 아쉬워하는지 모르겠다며 저에게 되물어보더군요.

감독이 조커의 탄생을 그렸다고 말하며 '시계 태엽 오랜지'영화를 참고했다고 말했을 때 어떤 부분에서 참고했을지 영화가 끝날 때 까지 유심히 보았으나…. 나오면서 지인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지하철에서 여성에게 까불던 웨인가의 영국인 직딩 셋을 시계 태엽 오랜지에 나오는 캐릭터를 모티브 한거 같더군요.

깝죽거리고 질서 없고.. 어찌 보면 참고를 잘해서 표현한 거지만 그 모습을 엑스트라 셋에게 부여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다크 나이트에서 나오는 조커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두려운 대상이라면

영화 조커에서의 조커는 세상이 부조리에 가난과 질병에 취약한 한 사람, 그냥 삐뚤어진 환자를 극단적으로 그려졌던 거 같습니다.

한 줄 요약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큰 법 제가 영화 상영 일주일 전 이런저런 루머와 후기 그리고 인터뷰를 참고 했던 게 흠이 된 거 같기도 합니다.

(추신- 모친을 베개로 질식 시킬 때 산소 호흡기를 낀 상태로 얼굴을 압박하는 모습에 이것 또한 망상인가 혼자 고민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