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9번째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타란티노스러우면서, 타란티노답지 않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타란티노 답다는 말은 편집과 구성에 있습니다. 때때로 장면들은 뜬금없다 싶을 정도로 길게 이어지기도 하고, 회상과 내레이션은 그때그때 갑자기 튀어나옵니다. 패러디의 패러디로 오래된 영화들에 대한 오마주도 가득하고요. (어떤 면에서는 코엔 형제의 <헤일, 시저!>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건 말 그대로 알면 웃긴 장면이라 그때 영화 잘 모르거나 안 봤다 싶으면 좀 애매합니다. 기본적으로는 배경 시기의 미국 대중문화에 대한 드립이 충만한 거라 저를 포함한 타 지역 관객이 보긴 애매해요. 캐릭터를 망가뜨리는 재미도 여전합니다. 이번 타겟(?) 디캐프리오는 이번에 찌질한 캐릭터로 망가집니다. 분명 캐릭터가 우는데, 뭔가 짠한데, 너무 웃겨요. 말 그대로 능글맞은 카우보이 스타일을 그대로 보여주는 브래드 피트나 뭔가 <번 애프터 리딩>의 브래드 피트가 떠오르는 찌질하고 소심한 캐릭터, 분명 신세한탄하는데 웃음이 피식피식 나오는 디카프리오. 조합의 재미도 있고, 개별적으로도 매력적입니다.


타란티노답지 않다는 건 묘사와 캐릭터 관계에 있습니다. 일단 클라이맥스에는 '아 맞다, 이거 타란티노 영화였지' 싶은 순간이 있지만 그전까지는 가장 온건한 타란티노 영화라고 해도 될 거 같아요. 또 다른 하나는 타란티노 영화에서 그려지는 캐릭터 관계에 있습니다. 다양한 캐릭터들이 클라이맥스에서 얽히고설켜서 난장판을 벌이는 게 지금까지의 타란티노라면, 이번 영화에서는 한 캐릭터가 의도적으로 붕 뜬 느낌이 들어요. 또 막 구분 없는 구성이기도 하네요.


------------------------------------------- 스포일러!


개봉 이전부터 알려졌듯, 이 영화는 <샤론 테이트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제일 걱정스러운 부분이 이게 아닐까 싶어요. 굉장히 잔인한 사건이었고, 이걸 블랙코미디와 피칠갑 난장판에 일가견 있는 감독이 만든다는 것. 타란티노의 방식은 픽션화에 있습니다. 저는 영화 중반부까지 샤론 테이트 캐릭터가 붕 뜬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다른 캐릭터처럼 상호 작용(그러니까 수다!)이 많지도 않고, 이야기의 흐름에도 끼어드는 느낌은 없는데, 막상 비중은 꽤 많이 나오고. 그래서 좀 당황스러웠어요.


다만 결말까지 보고 나서는 타란티노의 방식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지 않았나 싶어요. 타란티노가 그려내는 방식은 말 그대로 '옛날 옛적 할리우드에서는...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이어지는 동화 같은, 해피 엔딩이었어요. 잔인했고 끔찍했던 사건으로부터 최대한 멀리 떨어뜨려 놓는 게 타란티노의 목표였지 않나 싶습니다. 아예 아무런 피해도, 영향도 없는 지점으로요.

그런 점에서 타란티노 영화 같으면서 같지 않은 영화가 나왔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지 않나 싶어요. 개판! 난장판! 막 얽혀버린 관계! 혼돈! 파괴! 망각! 을 외치는 타란티노 영화에서 찰스 맨슨 패거리라는 막 다룰 수 있는 악역을 가지고 다루고 싶은 대로 다루면서도, 반대로 피해자에 대해 존중의 자리를 남겨놨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