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9/08/18 12:07:25
Name Dukefleed
Subject [일반]  한국형(KOREA) 차가운 도시남자의 연애모델 2
"There's a lady who's sure all that glitters is gold. And she's buying the STAIRWAY TO HEAVEN
모든 반짝이는 것은 금이라 믿는 소녀가 있었어요. 그리고, 천국으로 가는 계단을 사려고 하지요."



오늘은 느낌이 좋은 여자후배와 동아리방에서 만나 가볍게 일을 보고 집으로 같이 가기로 했다. 음악이 들리는 이어폰을 빼고 늦게까지 한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허겁지겁 달려온 동아리방엔 단발머리 여자후배가 있었고, 마지막 악몽같았던 조별과제를 같이 한 동기생 둘과 함께 있었다.

신께서는 인간이 고난과 시련을 버티며 서로 사랑할 것이라는 믿음 아래 사탄에게 인간과 인간사이를 시험해 볼 수 있는 테스트 방법을 줬는데
그 방법은 아마. 아니 최소한 대학생이란 전제하에 '조별과제'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지 않나 싶다.
-출처 성서어딘가 (Bible Somewhere)

동기생들 둘은 그저 손인사로 인사를 대신했다. 이후로는 이야기는 더 하지 않았다. 굳이 하고 싶지도 않고, 그쪽에서도 할 이야기는 없을테고.

다만 내가 열이 받았던 건 그 여자후배였다. 아니. 내가 얼마나 공을 들여서, 조별과제때 난리난리를 해결하고 F 떨어질꺼가 눈에 뻔하던 것을 기적적으로 A0까지 받게 했던가! 진정하자. 여튼 중간중간 한마디씩은 그 동기생들과 여자후배가 떨어질때마다 여자후배와 대화했다. 점점 동아리 생활에 염증을 느끼던 도중. 이 여후배는 정말 관심이 갔었다. 나름 통하는 것도 많다고 생각했고, 나와 비슷한 감정일 것이라 생각했다. 대화도 꽤 많이 했다고 생각이 들었기에 더더욱 그러리라. 물론 약간은 신경질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조별과제 팀에서는 여자후배들끼리도 뭔가 알 수 없는 자존심 싸움같은 것이 있었고, 그또한 A0라는 기적적인 학점과 함께 사라졌을꺼라 생각했으나 뭔가 SNS에선 미묘하게 남아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또한 신경 쓸 것은 아니다. A0의 기적이 있었으니.

그를 그 여자후배와 함께 했으니 나는 선택받은 능.력.자.
동아리에서도 가볍다면 가볍고 무겁다면 무거운 일을 처리하고 나니 스마트폰에 메시지가 하나 와 있었다.

- 아 선배님. 어쩌다보니 A선배님들과 밥먹으러 끌려가요. 말렸어요. 이 선배님들 상태 파악 겸...

- 기다릴께요.

- 너무 무리되실 것 같으면 먼저 가셔요. 저는 막차가 늦게까지 있는데 선배님은 일찍 끝나잖아요.

- 편할대로 해요. 난 괜찮아요.

... 이후 메시지는 내가 먼저 보내게 됐다.

- "No"로 알겠습니다.

하루지나 정신없이 아르바이트를 하던 도중 내 사연을 대충이나마 들은 연세가 조금 있으신, 센스가 좋은 아주머니 한 분이 한마디 건내셨다.

- 남자들은 여자가 매너있게 흘리는 걸 이해 못하더라. 예스 아니면 노라고 극단적으로 대답을 해줘야 아는거야? 거절을 두르고 둘러 상처받지 않게 이야기해준건데 왜 이해를 못하는 걸까. 물론 어느정도의 관계가 있으니까 그건 유지하고 싶어서 그런건데 왜 이해를 못해주는지 모르겠어. 아 물론 너를 두고 한 말은 아니야. 아닐 수도 있지. 아니면 마는거지 뭘.

아. 생각해보니 그렇다.

그러고보니 영화보자는거 거절. 몇몇 타이밍 술한잔도 거절. 큰거는 오케이. 자잘한 것들, 내가 생각하는 의미있고 소소한 것들은 전부 거절이었다.  이 깨달음. '거절'이라는 큰 그림 아래 그걸 벗어나지 못하고 놀아나고 있었던거 였다. 그럼 그냥 집에 나랑 가는거 부담스러워서 내가 알기론 본인도 싫어하는 내 A동기생들과 같이 간거였나?

꾸준히 접근하던거 더 꾸준히 거절당하는 중이었구나...라 생각하는데 스마트폰엔 메시지하나가 날라왔다.

- 아르바이트 바쁘시죠? 궁금해하시진 않을꺼 같은데 혹시나 해서요. 뭐 있을 줄 알았는데 A선배들 똑같더라구요.

스마트폰을 터치하다가 음악쪽을 클릭했고 이어폰에선 멈춰졌던 음악이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Ooh It makes me wonder Ooh It makes me wonder...
우우우... 그게 나를 헷갈리게 합니다. 우우우... 그게 나를 헷갈리게 합니다..."


by Lunatic Love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나와 같다면
19/08/18 12:22
수정 아이콘
차가운(car cried) 도시남자의 이야기에 추천을 드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19/08/18 12:54
수정 아이콘
노? 신고합니다 ㅡㅡ;
19/08/18 12:56
수정 아이콘
I was car 결말 기대합니다
파핀폐인
19/08/18 13:06
수정 아이콘
다? 신고합니노 ㅡㅡ;
아이고배야
19/08/18 13:07
수정 아이콘
아주머니가 정답 내려주셨다고 봅니다. 안헷갈셔도 되요.
우중이
19/08/18 13:11
수정 아이콘
A선배들이 금발양아치인가요?
Supervenience
19/08/18 13:21
수정 아이콘
그런 일은 우리에게 있을 수가 없어
존콜트레인
19/08/18 13:47
수정 아이콘
가라면 좀 가셔야..
이민들레
19/08/18 14:18
수정 아이콘
역시 아류작은 재미가 없네요
미카엘
19/08/18 14:58
수정 아이콘
한국(KOREA)형이 아니라 진짜가 아님을 알았습니다 크크
백년지기
19/08/18 17:21
수정 아이콘
아주머니 역시 허투루 인생사신게 아니네요
티모대위
19/08/19 13:09
수정 아이콘
마지막 문자는 생채기 난 곳에 약발라준 멘트 정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제 그냥 가던 길 가시면 되는...
Cazellnu
19/08/19 14:23
수정 아이콘
왜 헷갈리는 건지 ...
19/08/19 21:58
수정 아이콘
"뭐 있을 줄 알았는데 A선배들 똑같더라구요." 라는 후배의 마지막 문장이 문자 그대로라면 한국형(KOREA)으로 착한 후배는 아니군요. 굉장히 매너 없게 느껴지는데.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2254 [일반]  한국형(KOREA) 차가운 도시남자의 연애모델 2 [14] Dukefleed6577 19/08/18 6577 4
82253 [일반] [연애] 좋아하게 되는 순간 이미 진 건가..에 대해서 [23] 저팔계10670 19/08/18 10670 10
82252 [일반] [자작] 달랑베르시안 2# ~만화와 소설 그 어딘가쯤 존재하는 이야기~ [6] 태양연어3731 19/08/18 3731 4
82251 [일반] [단상] 드골, 프랑스의 국민영웅에 대한 생각 [44] aurelius10002 19/08/17 10002 34
82250 [일반] 시대전망(2) [14] 성상우6728 19/08/17 6728 3
82249 [정치] 김현종-국제무대에서의 갑과 을 강의 [10] Bulbasaur8893 19/08/17 8893 10
82248 [일반] (삼국지) 이릉 전투 (5) -끝- [25] 글곰10818 19/08/17 10818 31
82247 [정치] 국가혁명당(國家革命黨)이 창당되었습니다 [89] 에어크래프트13819 19/08/16 13819 10
82245 [일반] DLS 대란…'위험 0%'라더니 "원금 몽땅 날릴 판" [96] 청자켓16380 19/08/16 16380 4
82244 [일반] [데이터주의] 제주 카니발 칼치기 폭행 사건 [102] swear19951 19/08/16 19951 2
82243 [일반] 나이, 서열, 그리고 벽 [18] Pauseball9364 19/08/16 9364 6
82242 [일반] 이스라엘이 동북아에서 최초로 한국과 FTA를 체결했네요 [61] 훈수둘팔자14332 19/08/16 14332 0
82241 [정치] 이번 광복 경축사에 대한 북한 반응. [291] 하나의꿈19779 19/08/16 19779 45
82240 [일반] (혐오주의) 인면수심의 살인자 고유정 [92] 토끼17416 19/08/16 17416 8
82239 [일반] 유비가 바보라서 그랬겠어요 [43] 치열하게15471 19/08/16 15471 4
82238 [일반] 최후의 바톤 [10] 성상우5870 19/08/15 5870 4
82237 [일반] 끔찍한 이별 그리고 다시 온 문자 [38] ykssh11518 19/08/15 11518 1
82236 [일반] 어디에나 있었고 어디에도 없었던 한국의 포레스트 검프 [64] 허니드링크13999 19/08/15 13999 109
82234 [일반] 가끔 염세적인 히끼꼬모리 분들이 잘 이해됩니다. [32] 결국이것인가10403 19/08/15 10403 1
82233 [정치] 게임중독세 이야기 [72] bhsdp11427 19/08/15 11427 0
82232 [정치] 김정은의 북핵거래와 개혁개방 [45] 피터피터9993 19/08/15 9993 7
82231 [일반] 나무위키 'pgr21' 항목이 재미있네요 :) [127] 결국이것인가17257 19/08/15 17257 3
82230 [정치] 문재인대통령의 남북경제협력를 비웃는 그 시선들을 바라보며 [254] 피터피터18447 19/08/15 18447 27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