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8/01/01 21:56:46
Name Chakakhan
Subject [일반] 편견을 대한다는 것 (수정됨)
지난 몇년간, 가족들의 병치레와 이런저런 사정들로 인해 하던 일들을 그만두고

집에서 하던 가게를 맡아 일을 해왔습니다.

처음엔 손에 익은 일도 아니고 잘 알던 일도 아니라서 참 힘들었습니다. 손님을 대하는 법부터 시작해서

재고관리, 직원채용, 건물주 및 인근 점포들과의 관계까지 쉬운게 하나도 없더라구요.

그동안 얼마나 우물안 개구리 처럼 살아왔는지도 많이 배웠고, 부모님께서 참 힘들게 삶을 이어오셨구나  하고 감사한 생각도 들더군요.

아무래도 가족중에 아픈사람이 있으니 일이 손에 확확 잡히지 않는 것도 한몫했습니다. 그다지 어려울게 없던 일들도 생각이 많아지니 실수를

종종하게 되기도 하더라구요. 각설하고 그래도 최근 몇달간은 일도 손에익고 나름의 재미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속상한 일들도 많지만 손님들중에 좋은분들도 많으셔서 집안 사정을 아시는 분들은 반찬도 해다주시고 간식거리도 사다주시고...

뭐 나름 이것도 사람사는 재미지 싶었습니다. 매출도 많이 좋아져서 먹고사는데 큰 문제없이 사고싶은 물건도 살정도는 됐으니까요.

문제는 이번 연말이었습니다.

연말이라 모임이 많았습니다. 어느정도 자리를 잡은터라 직원분들과 많이 회복하신 부모님께 부탁드려 그동안 만나지 못한 사람들을

좀 보고싶다 말씀드렸고, 몸이 닿는한 모든 모임에 참석해서 안부를 나눴습니다.

결론적으로 반가운 얼굴도 많았습니다만 그냥 안나가는게 속편할뻔했습니다.

명함을 건네고 근황을 묻고 하다보니 '어쩌다 그렇게 되었냐' 는 식으로 나오는 사람이 많더군요. 돈버는게 좋다지만 너 그런일 할수 있겠냐는

반응엔 참 속이 메스꺼웠습니다. 이미 지난 몇년간 해온걸요.

무엇보다 제일 속상했던건 '4년제 인서울 명문대 나와서 왜 그런거 하냐' 는 시각이었습니다.

괜찮은 대학을 나온건 맞습니다. 하지만 사람에겐 팔자소관이란게 있고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삶이 흘러갈 때도 많은 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떤 대학을 나왔는가와 하는 일 사이에 무슨 지켜져야할 법칙이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단한번도 제가 하는 일을 부끄럽다 생각해본적도 없고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었는데 갑자기 급 자괴감이 들더군요.

보통 대기업을 간 인생이 이 사람들 사이의 표준이니 내가 감안해야 하지 않겠나...싶기도 했지만 위의 멘트들 외에

'부모님은 뭐라고 안하시냐' 같은 말에는 그냥 화가 치솟았습니다. 물론 한명한명 붙잡고 제 사정을 말할수도 없었죠. 다행히 앞의 저 말을

한 사람에게 친한 친구가 그게 아니라 부모님과 동생이 다 아프고 급작스레 정리할순 없어서 그리 된것이다 라는 말을 해서 상황은 수습됐지만

마음이 수습되질 않았습니다.

그날 모임 마치고 혼자서 술을 많이 마셨습니다. 전 그냥 제가 할수 있는 한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서 살아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경솔하다는 것도 알고있습니다. 안정성이야 많이 떨어지겠지만 소득으로는 그들보단 좀 앞선것도 압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 다 뒤로하고서 뭔가 내가 잘못살았나 하는 생각은 쉽사리 떨쳐지질 않네요.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가에 대한 문제를

많이 떨쳐내었다고 생각했는데 말 한마디에 이렇게 되니 더 속상하기도 합니다. 뭐 전 그래도 그냥저냥 잘 살아가고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며칠 술병이 나서 더위에 지친 북극곰 마냥 늘어져있다보니 이래봐야 무슨 소용인가 싶습니다. 뭐 그 사람들이 편견을 갖고있다고 정신승리를

하기로 했습니다. 어쩌겠습니까. 힘든건 힘든거고, 장사할 사람이 기분이 다운되어 있으면 손님은 대번에 알아차리니까요.


살면서 참 많은 편견을 마주대하고 삽니다.  저 또한 누군가에게 편견으로 대하고 상처를 주었겠지요.

나를 향하는 편견을 잘 넘기고 내가 가진 편견들을 철저히 반성할수 있는 2018년의 자신이 되길 바라봅니다.

우울하게 보내기 보다는 부정적인 생각을 좀 빨리 떨쳐내야겠지요. 남들 말이야 신경쓰지 말고 스스로가 가진 편견이나 돌아봐야겠습니다.

물론 장사도 좀더 잘되면 좋겠네요.

다들 새해복 많이받으세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서쪽으로가자
18/01/01 22:18
수정 아이콘
고생많으셨네요.
저 스스로도 이런더런 편견없이 살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즐거운 2018년 되시길 바랍니다.
Chakakhan
18/01/01 22:25
수정 아이콘
예. 감사합니다. 써놓고 보니 너무 넋두리라 일기장처럼 써버렸네요 ㅠㅠ
격려 감사합니다. 새해복 많이받으세요.
18/01/01 22:35
수정 아이콘
제가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 응원을 해드렸을겁니다!!
Chakakhan
18/01/01 23:11
수정 아이콘
고맙습니다.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일각여삼추
18/01/01 22:39
수정 아이콘
저도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편견을 갖지 않기란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가게 번창하길 바랍니다.
Chakakhan
18/01/01 23:11
수정 아이콘
예 맞습니다. 저도 막 화가난다기 보다는 스스로를 좀더 돌아봐야겠다 싶더라구요 .격려감사합니다.
달팽이
18/01/01 23:20
수정 아이콘
새해도 시작되었는데 훌훌 털어버리시고 힘내세요.
염력 천만
18/01/02 00:06
수정 아이콘
남들 편견이 무섭긴 하죠
저도 중소기업 다니는데 돈버는건 남부럽지 않고 제가 히고싶던 일이고 재밌고 사람들좋고 다좋지만 그놈의 편견, 남들보는시선이 발목을 잡더라고요
FlyingBird
18/01/02 00:37
수정 아이콘
글쓴분의 생각을 응원합니다! 하는 일의 가치는 그 일을 하는 사람이 부여하는 것인데, 꼭 사회적으로 무슨 일이 좋다 라고 하며 그 가치를 낮게 보는 사람들이 있어요.

본인이 부여하는 가치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018년에 대박나세요!
18/01/02 03:57
수정 아이콘
남들에게 공격적인 언행으로 스트레스 푸는 사람이 태반입니다

특히 오지랖을 명분으로 남 공격하는 사람 한국에는 차고 넘치니까요. 너무 속상해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18/01/02 12:02
수정 아이콘
제가 저희 고등학교 수능 전교1등이였습니다.

20대때 대학 졸업하고 핸드폰 판매 알바하면서 동창 한명 우연히 만났는데 깜짝 놀란듯이 보면서 전교1등이 이러고 살면 되니 어쩌니 하던데 '뭐 어쩌라고 그냥 시험봐서 점수가 그렇게 나온건데..' 하는 생각 들었는데 편견도 그렇고 사람들은 남의 삶을 참 쉽게 재단 합니다.

뭐 저야 알바중이였고 저런거 신경쓰이는거보다 동창 만나서 반가운게 더 커서 별 신경 안쓰이긴 했는데 본인이 느끼는 거보다 '전교1등' 같은 타이틀이 타인에게 큰 이미지를 준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지금은 그 알바할때보다도 타이틀에서 더욱 멀어진 삶을 살고 있지만 신경안씁니다.
나만 행복하면 그만이죠.
오히모히
18/01/03 09:19
수정 아이콘
인생에 정답이 어디 있겠습니까 저마다 자기 짐 등에 지고 제 갈길 묵묵히 갈 뿐이지요 너무 신경쓰지 마시고 화이팅입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5251 [일반] 여기도 종북, 저기도 종북. 종북이 판친다 [73] 길갈13791 18/01/01 13791 45
75250 [일반] 편견을 대한다는 것 [12] Chakakhan5907 18/01/01 5907 9
75249 [일반] '평창렬' 기사에 대한 작은 의혹 [25] 삭제됨10504 18/01/01 10504 0
75248 [일반] [후기] 영화 1987을 보았습니다 [37] aurelius9139 18/01/01 9139 7
75247 [일반] 스노보드 타던 40대 사망 사건 [85] swear20804 18/01/01 20804 1
75246 [일반] 경포대의 무법자들 [29] 카미트리아12393 18/01/01 12393 2
75245 [일반] 불교를 이해해보자 #1 [12] 아발로키타6189 18/01/01 6189 22
75244 [일반] 바람으로 점철된 연애의 교훈들. [23] 삭제됨10990 18/01/01 10990 38
75243 [일반] 인사드립니다 [10] Love.of.Tears.8046 18/01/01 8046 7
75242 [일반] 작전과 작전 사이 (0) - 프롤로그 [15] 이치죠 호타루7583 18/01/01 7583 19
75241 [일반] 이영호와 페이커, 누가 더 좋은 의사가 되었을까? [28] Blooddonor10395 18/01/01 10395 4
75240 [일반] 흥행할만한 신과 함께(스포유) [25] 스니스니7842 18/01/01 7842 5
75239 [일반] 학살을 위한 최고의 시나리오 SIOP [31] 미사쯔모10429 18/01/01 10429 1
75238 [일반] 옥타곤의 알리, 도미닉 크루즈의 재기를 바라며 [18] 돈키호테8205 18/01/01 8205 3
75237 [일반] 세계 X대 요리의 정체는 무엇일까? [40] 다크템플러12129 17/12/31 12129 5
75236 [일반] 코인충의 하루 [47] 올때메로나13581 17/12/31 13581 4
75232 [일반] [뉴스 모음] 아직은 갈 길이 먼 MBC 외 [49] The xian16096 17/12/31 16096 61
75231 [일반] 이제 서울대는 무슨 수를 써도 못 가네요 [266] 삭제됨25797 17/12/31 25797 10
75230 [일반] 국민의 당 투표결과가 나왔네요. [119] 뽀유17460 17/12/31 17460 0
75229 [일반] 2017년을 개인적으로 정리하는 오브디이어 A to Z [18] 말랑10656 17/12/31 10656 22
75228 [일반] [드라마 관련] '또 오해영' 관련 리뷰 읽다가 본 캐릭터 심리분석 글... [16] 마음속의빛11266 17/12/30 11266 5
75226 [일반] 유튜브 조회수 20억이 넘는 곡들 목록 및 개인적인 리뷰 [18] bigname9720 17/12/30 9720 2
75225 [일반] 5호선 방화차량기지 이전을 놓고 벌어지는 여러 논란들 [12] 군디츠마라11701 17/12/30 11701 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