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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9/12 20:38:40
Name swear
Subject [일반] 태풍 사오마이
유난히 비가 적게 온다는 대구에서 태어나고 자란 저에게 자연재해로 인해 휴교령을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는데,
초중고 재학 중에 딱 한 번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바로 2000년 9월을 강타한 태풍 사오마이였죠.

당시 고등학교2학년이던 저는 아침에 일어나 날씨가 심상치 않은 걸 알고 있었지만,
살면서 비가 오거나 태풍 때문에 학교를 안 간 적이 없었기 때문에 등교준비를 마치고
아마도 진짜 날씨 상황이 너무 심각했기 때문에 아버지 차를 타고 등교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정문 앞에 내려서 들어가는데
이건 뭐...우산을 쓴 건 아무 소용이 없고..
뛰어가면 정문에서 학교 건물까지 5분도 안 걸리는 거리인데 그걸 걸어가는동안 물에 젖은 생쥐 꼴이 되어버렸죠.

그렇게 비바람을 뚫고 학교 교실로 올라가니 아니나 다를까 거의 90%이상은 등교해서 있더군요.
당연히 휴교를 하겠어? 라는 생각으로 모두들 학교를 온 것이겠죠.

아마 제 기억이 정확하다면 그때 반에서 등교를 못 한 친구가 1명 있었는데 팔공산 아래에 살던 친구였습니다.
당시 담임선생님이 집에 전화를 하니 등교를 위해 지나가야 하는 다리가 물에 잠겨서 학교를 못 왔다는 이야기가...

어쨌든 그렇게 시간이 흘러 1교시 수업시간이 시작되고 한참이 지나는데 선생님들은 들어오지 않고..
다들 이게 무슨 상황이지? 라고 어리둥절해 있는데 담임선생님이 들어오셔서 휴교라고 하시더군요.

그 말을 듣고 반 아이들은 다같이 입에서 아이씨...까지 나왔지만 더 이상 말을 하진 않았습니다.

비를 뚫고 학교까지 왔는데 휴교라니 짜증이 날 만한 상황이죠...흐흐

하지만 그런 짜증은 아주 잠시뿐..
그럼 오늘은 노는 거란 생각에 반 아이들 얼굴엔 하나 둘씩 웃음꽃이 피고...

잠시 후 선생님의 어서들 조심해서 집에 가란 말과 함께 아이들은 하나둘 가방을 가지고 귀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저와 친구들도 귀가를 하는 척 하면서 샛길로 빠져서 PC방으로 향했고,
마침 옆반에 스타를 잘한다던 친한 친구의 친구를 만났습니다.

당시 우리팀은 3명이었고, 걔들은 2명이었지만 우리 3명 모두 저 녀석이 엄청난 고수란 걸 알고 있었으므로
3:2의 대결이 시작되었고...


결과는 50분 장기전 혈투 끝에 패배였습니다.

그리고 그 녀석의 한 마디..

"훗... X밥들!"

아...!! 사나이의 심장에 불을 지르는 그 발언...!!

전투심이 불타오름을 느끼면서 한 판 더해!! 라는 말과 함께
내리 4판을 했지만 모조리 다 패배를 하면서 한동안 스타를 하지 않았던 그런 씁쓸한 기억이 있습니다.






ps. 스타 리마스터가 나오고 사서 몇 판 했는데
역시 스타는 민속놀이군요....무슨 초보방에 초보가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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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옹쉬바나
17/09/12 20:42
수정 아이콘
이영호도 낚는 초보방이죠 후후...
카미트리아
17/09/12 20:43
수정 아이콘
그날 하교길에 햇볕이 쨍쨍했던 기억이 나네요...
하늘과 하교하는 저희를 번갈아 보며 한숨 짓던 학주 선생님도요...

어찌 휴교령 떨어지니까 날씨가 그리 좋은지
17/09/12 21:04
수정 아이콘
네...휴교령 떨어지고 나오니까..왜 휴교를 하는거지? 싶은 날씨였죠...크크크
ComeAgain
17/09/12 21:07
수정 아이콘
볼라벤도 했었죠...
17/09/12 21:10
수정 아이콘
볼라벤은 여름 아니었나요?? 당시 방학때였던 걸로 기억하는데...아마 7월 말이었을겁니다. 그래서 학교를 안 갔던 걸로 기억하는데..
17/09/12 21:15
수정 아이콘
글쓴분 출신고교 대구 칠곡의 강북고 찍어봅니다. 팔공산자락에서 등교하는 동급생 이야기에 혹시나해서요.

같은 83년생 대구출신입니다. 반갑습니다 크크
17/09/12 21:18
수정 아이콘
강북고는 아니고..북구에 있는 y로 시작하는 고교입니다....크크크 저도 반갑습니다~
signature
17/09/12 21:32
수정 아이콘
저는 그 때 초등학생이었네요
제 기억이 맞다면 그날 강초현 선수가 은메달 땄던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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