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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6/03 11:31:45
Name Samothrace
Subject [일반] 목소리의 형태 단편적인 리뷰, "그냥 만화로 보세요."
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그냥 만화로 보세요. 아니, 만화부터 보세요.

영화가 나쁜 건 아닙니다. 다만 너무 압축적이어서 깊이가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네요.

만화는 만화라는 장르만이 표현할 수 있는 깊이를 분명 보여줬다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영화는 이 표현의 깊이에서 뭔가 클라스 차이가 난달까요?

일단 가장 두드러지는 문제점이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너무 압축적이라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등장인물들의 분량도 많이 생략되고 각 인물들의 섬세한 심리묘사도 덜어낸 채

두 남녀 주인공에게 초점을 맞추는 데에 집중하는 느낌이죠.
(가령 원작에서 유즈루의 xxx가 죽고 그 감정을 표현하던 장면에서 정말 깊이 있는 슬픔을 느꼈다고 생각했는데 영화는 그런 게 없어서 아쉽더라구요. 아무래도 그 때 유즈루의 슬픔이란 매우 절제된 슬픔일 텐데 영화 자체가 워낙 압축적이다 보니 표현 자체는 절제되어 있더라도 그 절제의 폭을 가늠할 만한 간극을 잘 느끼지 못하겠더군요.)


이 영화에서 장애인이나 왕따는 부차적인 주제에 불과하고 소통이 이면의 주제다,
라는 식으로 반응이 나왔던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분량을 압축하고, 주변 인물들의 비중을 덜어내고, 그 인물들의 감정도 같이 덜어내고..
그러는 데 반해 줄거리상 두 남녀 주인공들의 비중까지 덜어낼 순 없었기 때문에 초점의 자연스러운 축소가 발생한 게 아니었나...
그래서 소통 쪽으로의 주제 이동도 자연스럽게 발생한 게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렇다고 두 남녀 인물들에 대한 묘사가 생략되지 않았다는 건 또 아닙니다. 덜 생략됐다는 것뿐이죠.
가령 어린 시절 쇼야의 막나가는 느낌, 주체할 길 없는 천진함이 약간 거세되었더군요.)

물론 원작의 이면적인 주제는 소통이 아니다, 라는 말은 아닙니다.
다만 그 소통의 베이스가 되는 인간관계와 그 인간관계의 복잡성, 그리고 그 복잡성 속에서 각 인물들이 보여주는 각각의 자기합리화, 이중성, 아이러니 등등을 인간적으로 그려낸 원작의 깊이를 영화가 쫓아가지 못했다는 느낌이죠.

원작자의 최대 장점은 정이 가지 않는 인물들을 정이 가게 그려내는 클라스.. 라고 생각하는데
짜증나는 애들도 생각보다는 괜찮은 녀석들이고, 괜찮은 애들도 생각보다는 짜증나는 녀석들이다... 라는 듯한 묘사를 하면서
딱히 극적이지 않은 순간을 극적으로 변모시킵니다.
도저히 공감할 수 없는 인물들에게 저도 모르게 공감해버리는 편린적인 순간들을 극화하기 때문이죠.
배경은 평온한 일상이지만 이러한 인간상의 역동적인 변화와 그 변화로부터 촉발되어 미묘하게 어긋나는 인간관계가
소통이라는 주제를 제대로 뿌리내리게 하는 현실적인 토양이 됩니다.

영화는 뭐랄까.. 딱 두 인물로 이걸 표현하려 하고 주변인물들은 본의 아니게 소품으로 만들어버려서 주제가 좀 붕뜨는 느낌입니다.


...단편적으로만 리뷰를 쓰려고 했는데 괜히 말만 주저리주저리 많아져서 난잡한 글이 되어가고 있네요.

하여튼 만화 보세요. 만화 개쩔어요.

근데 영화도 나쁜 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잘 압축해놔서 그런지 원작팬들도, 영화부터 보신 분들도 아마 어느 정도는 만족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때깔도 좋더군요. 편집으로만 보면 연출도 나쁘지 않았구요. 다만 원작부터 보시는 게 더 큰 만족감을 주지 않을까 싶네요.


아, 딱 한 가지, 원작보다 나은 점이 있었다면 원작의 영화 찍는 얘기를 아예 싹 걷어냈다는 점입니다.
영화를 찍는다는 게 워낙 진부한 소재이기도 해서 읽는 내내 이야기의 신선도가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었는데요.
이걸 아예 없애버리다 보니 원작보다는 전개가 깔끔하긴 한데 뭔가 헐렁하다는 느낌도 받았네요.
뭐, 진부한 것보다는 헐렁한 게 개인적으로 훨씬 좋습니다. 이거 하나만은 영화가 진짜 좋았어요. ost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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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됨
17/06/03 11:39
수정 아이콘
저도 영화든 드라마든 원작을 먼저 보는 편입니다 크크
17/06/03 11:42
수정 아이콘
영화만 봤는데 등장인물 관계를 이해하기 힘들더군요. 중후반부터는 그 동창들 관계들 날려먹고 여주만 이쁘네 하고 계속 봤던...
세오유즈키
17/06/03 11:46
수정 아이콘
주변인물 비중이 공기화되서 안타까웠습니다.만화가 좋긴한데 주변인물들 행동 하나하나가 발암을 불러일으켜서 추천하기는
조금 망설여집니다.흑발여캐랑 착한 척만 하는 얘 둘이 쌍으로 난리쳐서 만화는 영화보다 조금 더 거북합니다.
물론 완성도는 만화가 더 높습니다.
Samothrace
17/06/03 11:48
수정 아이콘
저는 오히려 그 발암스러움이 추천의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그 발암을 경험하지 않고는 목소리의 형태를 봤다고 할 수 없죠... 크
aDayInTheLife
17/06/03 11:46
수정 아이콘
전에 간단히 썼었는데...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묘사된게 그 잘린 부분들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그러니까 너무 '예쁘게만' 그려진 부분들이 있는거 같아요. 주변인들의 행동은 그게 좀 심하게 드러났던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만화를 읽어볼까 싶긴 한데 정작 그 감정적인게 너무 힘들까봐 손이 잘... 크크
해저로월
17/06/03 11:47
수정 아이콘
초반부는 압축을 해서 그런지 너무 뚝뚝 끊어지는 느낌이고
중후반부는 그나마 집중은 되는데 인물들 행동이 다들 뭔가 상식 밖이라 공감하면서 보기는 좀 힘들었네요

아 다른 건 몰라도 그 안경쓰고 목소리 나긋나긋한 여자아이 캐릭터는 잘 만든 것 같습니다. 현실에 은근히 그런 타입 많죠 크크
Samothrace
17/06/03 11:55
수정 아이콘
저는 오히려 그렇게 뚝뚝 끊어지는 듯한 게 좋았습니다. 저는 서사가 약간 비약하는 순간들, 그래서 약간 불친절하게 느껴지는 순간들에 매료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영화는 말씀하신대로 압축을 해놔서 그런지 그런 뚝뚝 끊기는 느낌이 살짝 들더라구요.
인물들의 행동이 상식 밖이란 말씀에 대해서는 저도 같은 생각이면서 또 좀 다릅니다. 인물들이 상식적인 것도 아니고 상식적이지 않은 것도 아니고 정말 말 그대로 상식(정확히 말하면 현실)의 밖에 있는 듯한, 인간이 아닌 듯한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정말 그냥 그림으로밖에 안 보이더군요. 원작에서는 (나쁜 의미로) 참 인간적인 캐릭터들이었는데...
17/06/03 13:54
수정 아이콘
잡스런게 짤려 깔끔해졌다는 이야기는 들었었네요.
만화는 니시미야가족 이야기할때까진 갓작품이었는데 이후로는 뭘 이야기하고싶은건지 애매한느낌.
소통이 주제라지만 전반부만큼 크게 와닿질않음
헥스밤
17/06/03 14:32
수정 아이콘
엔딩곡 ost 恋をしたのは를 부른 aiko를 너무 좋아하는지라 볼까 말까 고민인데, 글 보니 시간이 나면 보고 싶네요.
17/06/03 15:08
수정 아이콘
원작의 1화.. 영화에서. 두 주인공이 시간이 흐르고 다시 만나는 그 장면이 임팩트 없이 만들어진것 같아 보는 내내 별로였네요.
Jon Snow
17/06/03 19:54
수정 아이콘
원작을 보고 봐서 평가를 못하겠네요..
근데 마리아 너무 귀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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