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밤늦은 시간, 차를 몰고 편의점으로 길을 나섰다. 그날따라 왠지 매일 같이 다니는 길이 더욱 어둡게만 느껴졌다. 옆에 탄 동생 역시 길이 어둡다고 했다. 미세먼지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차에 선팅이 진해서 어둡게 보이는 거라고 말하고 어두운 밤길을 다녔다. 어제저녁 퇴근 후 우연히 유리창에 비추는 차에 전조등 하나가 빛을 잃고 있었다. 아뿔싸!! 밤길이 어두운 이유는 미세먼지도 차 선팅도 아닌 한쪽 눈이 멀어버린 전조등 때문이었다.
일찍 퇴근 후 뒹굴고 있는데 오랜만에 친구한테 카톡 메시지가 왔다. 뜻밖에 연락이라 무척이나 반가웠다. 생각지도 못한 연락이라 더욱 그랬다. 몇 마디 나누고 때마침 서로 시간이 돼서 그날 바로 만나기로 했다. 그렇게 만나 얘기를 나누고 헤어지면서 내가 물었다. "혹시 연락하기 좀 그렇지 않았어? 오랜만이라 어색 할 거 같았는데?" 그러자 친구는 "인간관계에는 용기가 필요한 거야"라며 답했다. 머릿속에 깨달음을 주는 대답이었다.
항상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나다. 매번 원만한 관계를 맺지 못하는 이유를 주변에서 찾았다. 내 여건이 허락하지 않는다는 핑계를 대거나 나와는 성격이 맞지 않는다며 애써 둘러대고 피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날 밤길이 어두운 이유가 주변 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전조등이었던 것처럼, 친구의 말대로 내게는 용기가 없었다. 거절당할까 용기없이 쭈뼛거리고 때론 투덜거리며 깊은 관계를 피해왔다. 나를 보여줄 용기가 없었던 거고 거절당할 용기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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