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애정애정하는 피지알에 작년에 있었던 일을 하나 말씀 드리고자 무거운 자게의 글쓰기 버튼을 눌러봅니다.
3편~5편 정도로 짤막하게 작성해보고자 합니다. 어여삐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키가 크다거나, 얼굴이 잘생겼다거나, 매력이 뿜뿜한다거나, 돈이 많거나, 이쎄트라이쎄트라...
언제건 어디건 여자 사귀는걸 걱정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여자를 사귀려면 노력을 하라고 많이 듣게 됩니다.
뭐 인터넷의 연애조언에선 살을 빼라, 옷스타일을 바꿔라, 안경을 써라, 헤어스타일을 바꿔라...
내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조언이 주를 이루지만 전 어떤 근자감인지 그런거엔 크게 신경을 안 씁니다.
그렇다고 제반사항이 좋냐 하면 그냥 평범한 집안에 인서울 하위권 대학 나오고 작은 무역회사 다니는 말단 직원이랍니다 하하...?
키는 175의 지극히 평범하고(요즘은 되려 평균보다 작은 것 같은..?ㅠ) 몸무게도 85kg이나 나갑니다 크크
제가 신경 쓰는게 뭐냐고요?
전 '도전정신'을 중요시합니다.
무슨 얘기냐고요?
새로운 인연을 만들기 위하여 찾아나서는 것입니다.
주변에 여자인맥이 없는건 아니지만 인맥으로 남았다는 것은 말 그대로 인맥으로 남은 이유가 있는 거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야 연애의 길도 열린다고 생각하고 찾아나서는 편입니다. 소개팅을 하건 다른 방법을 찾건...
2015년 12월, 2년 반 정도의 인연이 스쳐 지나가고, 약 5개월 가량은 솔로라이프를 즐겼습니다.
서울-대구 장거리 연애를 하며 주말마다 대구를 왔다갔다 하며 많이 지쳐 있다 보니, 여유로운 주말이 너무 신났습니다.
그녀와의 이별은 많은 눈물과 아쉬움을 남겼지만, 더이상 토요일 아침 6시부터 일어나서 준비하고 버스 타러 나가지 않아도 됐고, 일요일날 저녁에 올라와서 얼마남지 않은 주말을 슬퍼하지 않아도 되었기에 저에겐 즐거운 나날들이었기도 합니다.
5개월 정도를 친구들 만나고 노닥노닥 보내다가 슬슬 외로움이 몰려오기 시작했습니다.
근데 한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바로 직전 연애 전까지만 해도 전 학생 신분이었고 여자사람들과 교류하기에 최적의 조건이었습니다.
과는 영문과라 여자:남자 비율이 8:2였고, 성격 자체가 활달해서 교양수업에서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말 걸어 볼 정도의 용기는 있었죠.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니 보이는건 내 앞에서 눈화장을 고치고 트름을 하는 여자 인맥들이 전부였습니다. 하하
우선 여기저기 소개팅을 부탁하였습니다. 그 결과...! 소개팅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와 동갑인 여자분이고 직장인이라고 합니다. 저와 회사거리도 가까워서 일요일에 번호를 받아서 수요일에 만나기로 했습니다.
여자분은 작은 키에 귀여운 외모셔서 제 이상형과 부합했습니다.
직장인 소개팅은 저도 처음이라 뭘 할까 하다가 교대에 가서 밀푀유나베라는 비싸고 맛있는 거에 술 한 잔을 했습니다.
나쁘지 않은 분위기에 커피로 마무리를 하고, 토요일에 같이 인사동에 가기로 약속까지 하였습니다.
전 됐구나 싶었습니다. 역시 내가 잘생기고 키가 크진 않지만 그래도 못나진 않았구나 자존감을 충전합니다.
다음날 오전에 연락을 취했는데 밤에 답장이 옵니다. 이후로도 연락 보내면 세~네시간 걸려서 답장이 옵니다.
이럴거면 휴대폰요금 왜 내나...비둘기를 날리건 한강에 물병을 띄우건 하지...싶습니다.
그때 제 입장에선 그게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냥 토요일 만나기 전날 카톡으로 정중히 좋은 분 만나시라고 했습니다.
저도 아직 그런 상황에서 잘 모르겠습니다. 좀 더 어필을 해야 하는건지, 아니면 내가 마음에 없는게 맞는건지...
질게를 보면 비슷한 상황에서 많이들 고민하시던데, 여러분은 답을 찾으셨는지요? 그때 전 제 자존감을 지키는게 중요하다고 판단했었습니다.
그렇게 소개팅이 끝나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때쯤 회사에서 무역협회의 무역아카데미로 교육을 보내주었습니다. 2주? 정도 진행되는 수업이었고, 업무가 끝나고 가서 3시간을 들어야 하는 수업이었기에 지치는 나날들이었습니다. 심심하게 듣던 와중에 혼자 듣는 여성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제 이상형이라서 말을 건 것이 아니라 혼자 듣는 분이 그분뿐이었습니다. 일 끝나고 와서 수업 듣자니 졸립기도 하고 누군가 말동무가 있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참고로 제 주특기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말 걸기 입니다.
혼자 수업 들으시냐고, 심심한데 같이 안 들으시겠냐고 하니까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러자고 하십니다.
앉아서 같이 수업을 듣습니다. 중간에 쉬는 시간에 얘기 나눠보니 저처럼 무역회사 다니시고 저보다 2살이 어리시더군요.
그렇게 같이 수업을 마치고 맥도날드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먹으면서 헤어졌습니다.
다음날 수업, 전 먼저 와서 앉아있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뒤에 다 눈이 있잖아요? 그분이 들어온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습니다. 그런데 제 옆에 앉지 않고 제 뒤에 앉는 것입니다!
수많은 차임을 경험해본 저에겐 너무나 익숙한 느낌이었고, 어서 이 무역수업이 끝나서 서로 모르는 사이로 돌아갈 날만을 손꼽아 기다려야 하는 민망한 처지게 놓이게 된 것이죠 하아..
'같이 수업 듣자고 한 게 부담됐나보다...쉬는 시간에 화장실 다녀오다가 마주치면 인사를 해야하나...' 여러 고민을 했습니다.
그렇게 1교시를 마치고 쉬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화장실을 다녀와야 하는데 일어나서 뒤돌아서 나가려면 그녀를 지나쳐야 합니다. 우리 모두는 뒤에 눈이 있기 때문에 뒤에 위치와 동선이 눈에 훤하고, 그 길을 걸어나갈 때의 나의 어색한 보폭과 표정이 이미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그런 머릿 속에 드는 치열한 번뇌와 조여오는 방광 사이에서 고민하는데 누가 어깨를 칩니다. 아이 바빠죽겠는데 누구야...하는데 그녀입니다...?
"왜 아는 척 안하세요?"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우리 모두 뒤에 눈이 있지만 그게 있다고 밝힐순 없잖아요...
"아 죄송해요 오늘 안 오신 줄 알았어요! 안 그래도 아까 안 오셨나 찾았는데 안 계셔서요 하.하.하."
"크크 옆에 앉을게요~"
그렇게 나머지 두 시간을 같이 듣고 집 가는 길 역시나 맥도날드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갔습니다.
어제는 그냥 사서 바로 지하철 타러 가면서 인사했는데, 오늘은 잠깐 앉아서 이야기나 하자고 했습니다.
어제 아이스크림 들고 먹으면서 가다가 손에 흘려서 끈적끈적하면서 집에 갔던 기억 때문에 다 먹고 가고자 함이었습니다.
지..진심입니다.
그녀는 다른 회사를 다니다가 현재 회사로 이직하게 되었고, 회사에서 무역교육을 들으라고 해서 오게 되었답니다.
저도 똑같은 입장이어서 공감하면서 서로 회사이야기를 나누다 아이스크림을 다 먹고 집에 갔습니다.
다음 날, 이번엔 그녀가 바로 제 옆으로 와서 앉았습니다.
그렇게 1교시가 지나고 2교시가 시작한 후 5분도 채 안 지났을 때, 그녀가 자신의 교재에 무언가를 적더니 제 쪽으로 스윽 밀었습니다.
"지루한데 나가서 술 한 잔 할래요?"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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