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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6/24 12:00:49
Name 마스터충달
Subject [일반] 남자끼리
  막 저녁 장사를 개시했을 때였다. 한 커플이 가게로 들어섰다. 남자는 자주 보던 얼굴이다. 까무잡잡한 피부와 매끄러운 턱선이 인상적인 미남이었다. 여자도 만만찮았다. 새하얀 다리는 쭉 뻗었고 오똑한 콧날 위로 주먹만 한 눈망울이 그렁그렁 달렸다. 잘 생기고 이쁜 것들이다. 누가 찌르지도 않았건만, 허전한 옆구리가 콕콕 쑤셔왔다.

  여자는 두리번거리며 미심쩍은 시선으로 가게를 훑었다.
  "자기 여기 와 봤어?"
  "여기 진짜 맛있다니깐."
  남자는 우리 식당을 좋아했다. 사실 우리 음식이 맛있기도 했지만, 남자는 계산할 때마다 "여기 정말 맛있어요."라는 말을 연발했다. 몇 번 보지 않았음에도 내가 그의 얼굴을 기억하는 이유였다.

  "몇 번 와봤나 보네?"
  "두어 번?"
  "누구랑 왔는데?"
  "음... 혼자 왔지."
  "식당을 혼자 왔다고? 이런 곳을?"
  "혼자 올 수도 있지."
  남자의 목소리에서 얇은 긴장을 느낄 수 있었다.
  "전에 통화하면서 정말 맛있다고 한 데가 여기 아니야?"
  "어! 맞아. 거기가 여기야."
  "그때 혼자 아니었는데? 친구랑 같이 있었다고 그랬는데?"
  "어? 마... 맞다. 그때 또 왔었어. 정현이랑 왔었...나?"
  얇은 긴장은 묵직한 혼란이 되어 남자의 말문을 턱턱 가로막았다.

  "정현이? 여자야?"
  "아니야. 남자애야. 왜 그... 통통한 후배 있잖아. 머리 짧고 턱살 있고."
  남자는 땀을 뻘뻘 흘리며 손짓 발짓을 나불거렸다.
  "진짜야?"
  여자는 아까보다 더 미심쩍은 표정으로 남자를 노려보았다. 남자의 얼굴이 잿빛으로 썩어갔다.





  나는 그 모습이 안쓰러워 구원의 손길을 건네주기로 했다. 물을 따라주는 척하며 은근슬쩍 말을 걸었다.
  "처음에는 혼자 오셨고, 그다음에 남자분하고 같이 오셨죠."
  내가 깜빡이도 켜지 않고 끼어들자 여자가 의뭉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항상 오셔서 정말 맛있다고, 잘 먹었다고 하셔서 제가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제서야 여자의 눈에서 힘이 풀렸다. 레이저를 쏟아내던 눈동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푸근한 색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남자는 죽다 살아난 표정으로 천장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여자의 뒤에 서서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둘은 이내 평범한 대화를 이어갔다. 더는 남자의 목소리에서 조금의 긴장도 느낄 수 없었다. 여자가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뒤적거렸고, 그제서야 남자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나를 바라보는 눈빛과 미묘하게 끄덕이는 고개에서 그의 심정을 느낄 수 있었다. 나 또한 그를 바라보며 소리 없이 눈으로 대답할 뿐이었다.

  '남자끼리 돕고 살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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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충달 http://headbomb.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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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6/24 12:01
수정 아이콘
뼛속까지 훈훈해지는 좋은 글이네요.
마스터충달
17/06/24 12:10
수정 아이콘
일 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이었습니다.
달토끼
17/06/24 12:02
수정 아이콘
좋은 도움이군요 크크.
푼수현은오하용
17/06/24 12:02
수정 아이콘
내가 생각한 남자끼리가 아닌데...
17/06/24 12:13
수정 아이콘
[단골][충성심 높은 단골]이 되었습니다.
켈로그김
17/06/24 12:18
수정 아이콘
끄덕?
끄덕.
크크크크;;
17/06/24 12:20
수정 아이콘
선행 +1 하셨네요 크크크크크
17/06/24 12:51
수정 아이콘
캬~~~ 사장님 영업스킬 쩌네요
틀림과 다름
17/06/24 13:03
수정 아이콘
훈훈한 결과이군요
zelgadiss
17/06/24 13:03
수정 아이콘
"오오오~ 친구여~" 웃찾사 BGM 자동 재생되네요...
17/06/24 13:04
수정 아이콘
사장님 충성충성충성
tannenbaum
17/06/24 13:06
수정 아이콘
쳇!!
난 또....
괜히 좋아했네.
제랄드
17/06/25 10:02
수정 아이콘
으엌크크크크크크크
17/06/24 13:28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 충성충성충성
17/06/24 13:30
수정 아이콘
그래서 정현이는 통통하고 머리가 짧고 턱살이 있었나요?
마스터충달
17/06/24 13:35
수정 아이콘
기억 안 나욤 흐흐
17/06/24 13:45
수정 아이콘
다음 생에선 키가 1cm쯤 더 크게 태어나실 겝니다.
마스터충달
17/06/24 14:22
수정 아이콘
키 말고 다른 건 안 되나요?
켈로그김
17/06/24 14:54
수정 아이콘
비율을 감안하여 고추는 0.5밀리 가능합니다 고갱님 크크크
마스터충달
17/06/24 14:57
수정 아이콘
머리카락이요... 흨... ㅠ.ㅠ
17/06/24 15:10
수정 아이콘
(산신령) 허어... 네 정성이 갸륵하여 선택권을 주겠다.
뱃살 1cm 들어가는 것과 머리카락 한올 가운데 고르거라.
22raptor
17/06/24 14:15
수정 아이콘
이런 글 너무 좋습니다
테란해라
17/06/24 16:06
수정 아이콘
멋진글 감사합니다.
Multivitamin
17/06/24 16:14
수정 아이콘
그렇게 정현이는 남자가 되었군요 크크크 영업스킬 좋으시네요
마스터충달
17/06/24 16:20
수정 아이콘
제가 한 말이 진짜 사실 맞습니다. 거짓은 없었어요.
Janzisuka
17/06/24 16:21
수정 아이콘
저희 가게에 한 여성분이 작년부터 3-4명의 남성분들과 따로따로 오십니다. 물론 영화를 보러 오셔서 음료를 사가시는데..
얼마전 쿠폰을 찍는걸 보고 같이온 남성분이 "자주 왔나봐? 많이 모았네?" 여성분 순간 멈칫...
(실은 그 주에만 3번째로 오신겁니다. 같은 영화인지는 모르지만....)
그냥 저도 눈치껏 지난번에 어머님이 안찍고 가셨다고하면서 하나 더 찍어준다고 했습니다.
몇일 뒤 작은 쿠키랑 쪽지 남기고 가셨더라구요. 저는 퇴근하고 가게를 보는거라..
네 그후로 가끔 카톡오고..뭐...그냥저냥...이야기 잘하고 지냅니다.
마스터충달
17/06/24 16:24
수정 아이콘
허허... 착한 거짓말 인정합니다.
호리 미오나
17/06/25 04:22
수정 아이콘
슬그머니 마음 저편에서 죽창이...
미나사나모모
17/06/24 17:09
수정 아이콘
오 오 오 친구여어어~~~
세이너스
17/06/24 20:34
수정 아이콘
오고 가는게 있네요. 계산할 때 정말 맛있는 가게다 라고 일행한데 이야기 해야합니다.
17/06/24 21:09
수정 아이콘
난 끝까지 잊지 않을거야~
우리는 하나의 빛
17/06/24 22:16
수정 아이콘
어딘지 한번 꼭 가보고싶네요. 물론, 저는 혼자 갈 거지만요. 크
그러나저러나 막짤의 표정이 모든 걸 말해주는군요.
Been & hive
17/06/24 22:17
수정 아이콘
다들 그렇게..
하와이
17/06/25 01:35
수정 아이콘
재밌네요 크크
17/06/25 10:20
수정 아이콘
그 여자분이 알고보니 피지알러.
마스터충달
17/06/25 10:28
수정 아이콘
거짓은 없었으니 괜찮습니다. 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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