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데 요즘 어디 밖에 나가서 식사를 하려면 정말 고민스럽습니다.
아이들이야 이제 어느 정도 말귀를 알아들을 나이라 통제에 큰 어려움이 없는데
그놈의 '매운맛'이 복병입니다.

프라이드치킨 밑간에 왜 매운 맛이 나는 것이며
피자는 '스파이시'가 붙은 메뉴가 왜 이리 많은 걸까요.
글로벌하게 먹어 보겠다며 타이 음식점에 갔더니 아이들 먹을 만한 건 파인애플 볶음밥?
내가 옛날에 먹었던 난자완스는 심심한 맛이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고추기름이 떠다니고...
결국 고민 끝에 해체..가 아니라 만만한 일식집으로 갑니다.

허영만 선생님의 식객에 '단맛'이 너무 전국적으로 대중화되는 것이 걱정이라는 말이 있었는데
그에 못지않게 요즘 너무 매운맛만 사람들이 찾는 게 걱정되는 수준입니다.
매운 음식 안 매운 음식 가리지 않고
그냥 음식에 무조건 캡사이신 한 숟가락 때려넣고 보는 게 요즘 음식의 기본인 것 같고요.

삼대천왕에 나온 스파게티집에서 소스에 고춧가루를 와르르 넣으며
느끼한맛을 매운맛으로 잡는다며 비법인냥 하는 거 보고 놀랐습니다.
그 사장님은 나름대로 고객들의 입맛을 고려해 결정한 것인지 몰라도
저는 느끼한 거 먹기 싫으면 스파게티 같은 걸 먹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네요.

더 큰 문제는 진짜 고춧가루 같은 걸로 맛을 낸 감칠나게 매운맛은 잘 없고
요즘은 거의 캡사이신으로 얼얼하기만 한 매운맛을 내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
매운맛은 원래 통각이라지만 이건 진짜 '맛'이라고 하기 어려운 수준이잖아요.

저 같은 경우 매운 걸 잘 못 먹기도 하지만
캡사이신 들어간 걸 많이 먹으면 다음날 화장실에서..음...뭐 그렇습니다.
동네 중국집 짬뽕 시켜서 맵지만 맛있네 하고 호르륵짭짭 하면 다음날 배에서 천둥벼락이 치죠.
그래서 더 요즘의 분위기가 마음에 안 드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매운맛이 퍼지기 시작했는지
정신 차리고 보니 여기저기 다 매운맛 천지인데 이 흐름 좀 빨리 지나가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