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6/04/07 09:31:03
Name 글자밥청춘
Subject [일반] 불면증
요새는 도통 잠을 제대로 자질 못한다. 낮에 공부할 시간에는 잠이 와서 죽을 것 같은데, 밤이 되면 잠이 또 안와서 죽을 것 같다.
빌어먹을 공단기 앱은 어떻게 만들어 놓은건지 자꾸 뻑이난다. 어제는 아예 스마트폰을 먹통으로 만들었다.
겨우 집에와서 인터넷을 보고 공정초기화 모드 같은걸 찾아서 재부팅을 하고 앱을 다시 깔았다.
받아뒀던 인터넷 강의가 죄다 날아갔다. 씨바. 와이파이 졸라느린데..


여자친구는 피곤하다고 일찍 잠들었다. 전원이 꺼져있는 바람에 두 시간도 늦게 인사를 했다.
내일 아침에나 읽힐 메세지를 보내고 스마트폰을 충전기에 꽂는다.
잠을 청하려 눕지만 괜히 몸을 뒤척인다. 왼쪽, 오른쪽.
왼쪽으로 누으면 심장에 좋댔나.
오른쪽으로 누으면 위에 좋댔나.
어느쪽이든, 잠이 잘 오는 자세였으면 좋았을 것을.


이대로는 잠들기 어려워서 극약처방을 해본다. 방 문이 닫혀있는 것을 본다.
이런, 방에 휴지가 다 떨어졌다.
소리없는 발걸음으로 살금살금 휴지를 한 통 꺼내온다.
쓱쓱쓱쓱. 건조한 소리가 침묵뿐인 방 안을 채운다. 이윽고 발 끝이 오그라든다.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


여전히 잠이 안온다. 책을 보기 시작했다.


공부를 해도 잠이 안오다니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아버지의 코고는 소리가 들린다. 옆에서 주무시는 엄마가 존경스럽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 기껏 다이어트 한답시고 점심에 샐러드를 사먹고
저녁에는 미숫가루를 타마셔가며 버티는데
새벽 두시에 생각나는건 집 앞 24시 부대찌개집의 부대찌개에 라면사리 넣고 콜라한잔이다.
엉덩이가 들썩거리는걸 겨우 참으며 생수로 텁텁한 입 안을 우물거려본다.
꼬르륵 거리는 배가 좀 진정되어간다.


배가 고픈걸 넘기고 나니 가랑이 사이가 묵직하다.
새벽에 공부하다보면 왜 이렇게 땡기는걸까. 책 페이지가 넘어갈 수록 집중이 안된다.
며칠 전의 밤이 자꾸 떠올랐다. 결국 책을 덮고 불을 껐다. 허벅지 근육이 돌처럼 단단해졌다.
생각보다 오래걸렸다. 어깨가 뻐근하고 등짝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이젠 졸립겠지. 가쁜 숨을 몰아쉰다. 그러고보니 정말 오랜만의 수음이다.


역시,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

눈을 감은지 얼마나 지났을까.
여전히 잠이 안온다. 비척거리며 일어나 앉았다.
의자에 남아있을 온기가 벌써 싸늘히 식어 엉덩이가 차갑다.
다시 책을 펼쳤다. 페이지를 슥, 슥 넘긴다. 두 번이나 했더니 다행히 집중이 잘된다.


목이 뻐근하고 눈도 침침해졌다. 시계를 봤다. 이러면 나가린데..
새벽 4시에 겨우 불을 끄고 누웠다. 억지로 잠을 청하려 또 눈을 감는다.
양 한마리, 양 두마리, 양 세마리. 양.. 왠지 양이 좀 발랄하게 뛰어다니는 느낌이다.
정신이 없다.
폰을 열고 트위터, 페이스북을 대충 훑는다. 웹툰을 적당히 본다.
그래도 잠이 안와서 다음팟에 들어가본다.


새벽 4시의 다음팟에는 아직도 사람들이 있다. 심야식당 3을 틀어주는 방을 눌렀다.
70명의 사람들이 있다. 새벽 4시 반에도 70명의 사람들이 있다. 채팅방을 열었다.
누구도 말하지 않았다. 키읔을 한번 쳐봤다. 반응이 없다. 앱을 껐다. 어쩐지 위로를 받은 느낌이다.


이대로는 답이 없었다. 일단 샤워라도 하자 싶어서 몸을 씻는다.
미지근한 물이 머리를 타고 내려오지만 손을 움직일 기운이 없어 멍하니 샤워기 아래서 기대어 있다.
머리속으로 아침부터 할 일을 정리해본다. 너무많아서 숨이 막힌다. 아찔하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다.
할 일을 잘 하려면 잠을 잤어야 했다. 잘 수 있는 일은 다 했는데.
문득 70인의 사람들이 생각났다. 심야식당을 틀어주는 채널 말고도 온갖 방에 십수명의 사람들이 있다.
물기를 대충 닦고 누으니 5시다. 새까맣던 세상이 어스름한 푸른빛을 띈다.
아직도 그 사람들은 심야식당을 보고 있을까.
새벽에 잠들지 못하는 이가 나 말고도 더 있다는 사실이 다행스럽다.


이제서야 잠이 좀 온다. 2시간 정도 잘 수 있을 것 같다.
내일은 부재자 투표를 해야하고
모래는 시험을 보게 될 것이다.
그 사이의 밤에는, 좀 잘 자고 싶은 마음뿐이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6/04/07 11:08
수정 아이콘
수험이라면 저도 좀 해봤는데, 늦은밤에 공부하면 머리가 깨어나서 잠이 더 안오죠. 그런데 암기엔 보고 바로 자는게 좋으니 딜레마입니다. 그리고 다이어트는 시험 끝나고 하시는게 좋다는 의견입니다. 그리고 수험생에게 "내일 할일이 아찔하게 많다"면 좋지 않네요. 공부 진도 나갈게 많다면 모를까...
상자하나
16/04/07 14:28
수정 아이콘
저도 요새 수면장애 때문에 엄청 고생하는데 힘내세요. 저는 지금 일주일 조금 넘었는데, 하루에 길게 연속으로 자는게 한시간이고 합쳐서는 3시간 이상을 못잤습니다. 굉장히 긍정적인 마인드로 내가 드디어 특수 능력을 갖게 됐구나 했는데, 이게 웬걸 갑자기 혓바닥이 붓더니 피가 철철납니다. 잇몸도 땡땡 부어서 물만 먹어도 아픕니다. 운동도 하지 않은 다리가 딱딱해지더니 몇 발자국 걷지도 않았는데 쥐가 나려고 합니다. 결국 의사에게 갔더니 제가 불안감을 느껴서 그렇다고 수면제를 처방해줬습니다. 원인 불명의 불면증. 하지만 처음 먹어보는 수면제에 어떤 느낌일까 살짝 흥분했습니다. 눈이 미친듯이 감기고 온몸이 중력을 거부 하지 못하는 상태인데도 도통 잠은 오지 않습니다. 결국 자는 것을 포기하고 일어나려고 했는데 몸이 안움직여집니다. 저는 가위에 눌려버렸습니다.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하고 그 상태를 즐기고 있다보니 어느덧 아침. 6시간은 그래도 푹 누워있을 수 있었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출근길 버스에 오르는데 코피가 주르륵...그래서 오늘은 의사에게 수면제 두배로 먹어도 되냐고 이메일을 보냅니다.
Mighty Friend
16/04/07 14:33
수정 아이콘
제가 비슷한 증상으로 십몇 년 고생하고 있는데 햇빛 많이 쬐고 비타민 D 따로 챙겨드세요. 비타민 D만 먹어도 좀 도움이 됩니다.
후따크
16/04/07 16:12
수정 아이콘
백색소음 앱깔아서 들어보세요.
BbOnG_MaRiNe
16/04/07 18:20
수정 아이콘
누웠다 일어났는데 30분 지나있고.. 그런데 딱히 졸리지도 않고.. 아싸 이득?!
그렇게 생활하다보니.. 면역력이 약해졌는지.. 온몸에서 염증성 질환이 나타나기 시작하더라고요.
귀아프고, 목아프고, 속아파서 병원갔더니.. 외이염, 중이염, 식도에 궤양및수포, 위궤양...
그러고 보니 오늘이 딱 한달째네요 병원에 출근도장 찍는게 .. 하하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4510 [일반] 고대 의대 성범죄자가 성대 의대에 입학했습니다 [292] renoma22383 16/04/07 22383 6
64509 [일반] 개그맨 장동민, tvN 대표를 비롯한 코빅 관계자들 '한부모 가정 조롱' 으로 무더기 피소. [247] Jace Beleren15482 16/04/07 15482 3
64507 [일반] 사무실 門에 보란듯이 비밀번호… 도어록 허무하게 열렸다 [34] Leeka9814 16/04/07 9814 0
64506 [일반] 임차인은 5년간 안전한가? 5년이면 충분한가? [22] 등대지기6315 16/04/07 6315 7
64505 [일반] 서울은 어떤 야구팀을 응원할까? [53] 자전거도둑8361 16/04/07 8361 1
64504 [일반] "전국민 설탕중독 상태, 설탕세 도입하자" [124] 종이사진11638 16/04/07 11638 1
64503 [일반] 불면증 [5] 글자밥청춘3670 16/04/07 3670 4
64502 [일반] 출사 : 삼국지 촉서 제갈량전 38 (7. 불타오르는 적벽, 뒤흔들리는 형주) [23] 글곰4492 16/04/07 4492 42
64501 [일반] 크로스오버 작곡가 (2) 클로드 볼링 [7] Andromath3317 16/04/07 3317 3
64500 [일반] 왜 세대가 지나도 색맹인 사람은 계속 나오는가 : 하디-바인베르크의 법칙 [34] 이치죠 호타루11435 16/04/07 11435 5
64499 [일반] [4.6] 김치찌개의 오늘의 메이저리그(오승환 1이닝 3K 0실점) [17] 김치찌개4595 16/04/07 4595 0
64498 [일반] 박태환, 리우 올림픽 출전 무산 [63] 삭제됨12249 16/04/07 12249 3
64497 [일반] 난 왜 남들 운동경기에 괴로워 해야 하는가 (스포츠팬넋두리) [49] 부모님좀그만찾아7364 16/04/06 7364 1
64496 [일반] 프랑스의 새로운 성매매 법: 또 하나의 스웨덴 모델 [81] santacroce15923 16/04/06 15923 21
64495 [일반] 입으로 말하는 게, 귀로 듣는 게 다가 아니다... [15] Neanderthal3771 16/04/06 3771 4
64493 [일반] 색약(색맹)의 서러움과 희망 [42] 블러드온더댄스플뤄13892 16/04/06 13892 8
64492 [일반] [MLB] 김현수를 미운 오리 새끼로 만들어버린 기자의 오역 [18] 어리버리9322 16/04/06 9322 2
64491 [일반] 오유 시사게시판이 격리(?)조치되었네요. [295] 재미있지15982 16/04/06 15982 1
64490 [일반] PGR에서 글을 쓰면 글이 잘리는 것에 대한 잡담 [9] 카랑카3891 16/04/06 3891 3
64489 [일반] 개인적으로 겪은, 들은 팬서비스가 좋은 운동선수들 썰. [81] Brasileiro20171 16/04/06 20171 4
64488 [일반] 출사 : 삼국지 촉서 제갈량전 37 (7. 불타오르는 적벽, 뒤흔들리는 형주) [23] 글곰4683 16/04/06 4683 37
64487 [일반] [단편] 꼰대 2대 [18] 마스터충달4639 16/04/06 4639 4
64486 [일반] 미쿡 와서 겪었던 영어 관련 민망기 [64] OrBef10693 16/04/05 10693 28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