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시판
:: 이전 게시판
|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3/10/11 15:54
우리의 의식이 우리가 생각하는 그것과 다르다 > Sweet dreams
내 생각에 의식이란 이런 것이다 > Consciousness explained 진화론이 가지는 중대한 의미는 이런 것이다 > Darwin's dangerous ideas 이렇게 추천드립니다 :) 저는 세 번째 책이 제일 읽기 쉬웠습니다.
13/10/11 14:54
좋은 글 감사합니다. 데닛의 사상을 이리 쉽게 써주시는걸보니 학식의 깊이가 느껴집니다. 저도 컴퓨터가 고쳐지면 데닛의 자유의지의 진화에 대해 한 번 써보고싶네요.
13/10/11 15:41
좋은글 감사합니다. 기회가 되면 데닛의 저작물들을 꼭 한번 제대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근데 위 설명들만 봤을때는 "유명세"가설도 의구점이 많이 드는것 같습니다. 특 히각각의 모듈이 신경을 통해 보내는 전기적 신호들이 뇌에서 교차하는건 사실인데 그와중에 유명세를 획득한것이 의식이다라는 설명인데, 여기서 유명세를 획득했다는게 무슨 의미인지가 분명치 않은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팔의 신경에서 오는 전기신호와 다리의 신경에서 오는 전기신호들이 어떤 상호작용이 일어나며 그런작용들이 의식의 원천이겠지만 어떤 상호작용인지 이해하기에는 데닛의 설명도 많이 부족한 느낌입니다. 개인적으로 의식을 관리자 없는 공장기계로 비유한 설명도 전혀 역겹거나 부정하고 싶은 느낌이 안드는게 그 기계의 작동원리가 매우 심오하여 이해하기 어려우며 심지어는 인류가 지금까지 확립한 물리법칙만으로는 제대로 분석될수 있을런지도 미지수인건 분명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이죠. 거대한 신비앞에서 설레는 느낌은 참 좋은것 같습니다.
13/10/11 15:59
예 사실 데닛 본인도 유명세 가설이 틀린 것일 가능성을 매우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데닛의 설명이 가지는 가치라면, 인지 철학자들이 보통 인간의 정신 세계는 인간의 육체적 한계와 매우 동떨어진 것인 마냥 학처럼 고고하게 다루는 경향이 있는 데 반해서 데닛은 인간이 결국 생물의 한 종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기반 위에서 인지 철학 체계를 세운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때문에 '생물의 한 종에 불과한 인간이 이 정도까지 한다는 게 놀랍지 아니한가!' 라는, 좀 역설적인 의미의 자부심이 생기기도 하지만요.
뇌의 작동원리와 관련해서 데닛은 계산주의 (뇌는 컴퓨터다) 입장을 취하긴 하지만 '인간의 뇌는 우리가 단시일 내에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만만한 것이 아니니 나는 뇌의 아키텍처나 싱크로 여부 등에 대해서는 아예 신경도 안 쓸 거임' 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매우 겸손하지요 :)
13/10/11 16:17
정신활동에 대한 좋은 이론이 만들어지기 위해선 정신이 어떻게 육체와 영향력을 주고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해명이 필수적으로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본문에서 따르면 정신 작용은 (여러 개의 모듈로 구성된) 뇌의 활동이기 때문에 육체의 일부로서 그런 고민은 해소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의식 또한 정신 작용의 부산물이기 때문에 정신-육체 간의 의사소통(?)에 개입할 여지가 없어지는 것 같고요.
그런데 이런 주장은 의식이 정신 작용의 부산물이라는 전제 하에서만 성립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런 전제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본문에서 언급하신 '어떤 것에 대한 판단'과 같은 경우는 육체를 통한 지각 과정의 연장선 상에 있을 뿐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을테고, 그게 아니더라도 의식을 전부 설명할 수 있는 실험결과도 아닙니다. '어떤 것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그냥 움직임이라면 어떨까요. 갑자기 손을 든다던가 소리를 지른다던가요. 그런 것까지 뇌활동으로 설명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오히려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의지나 자유를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의지를 신비로운 저 너머의 세계로 보내버리고 의식을 정신활동의 부산물로 취급해버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본문을 제대로 이해한건지 모르겠네요. +고민을 더 해봤는데 그냥 움직임이라도 습관적인 것이나 병적인 것이 아닌 이상 어떤 것에 대한 판단에 영향을 받은 행위임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심심하다는 현재 상황에 대한 판단이라던가, 결정론에 대한 어떠한 판단에 영향을 받아 움직였겠죠. 그냥 움직임이라기보다는 판단과 그 판단으로 인한 행동 사이의 과정에 의식의 개입이 정말 없는 것인지 반문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13/10/11 16:42
의식이 정신작용의 부산물이라는 전제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확언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동의한다고해도 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도 증명하긴 힘듭니다. 적어도 현 시점에선 선택의 문제죠. 그래도 확실하게 알려졌다고 믿어진 fact들 중 하나는 뇌와 신경의 전기신호를 동반하지 않고서는 그 어떤 감각이나 행동, 말 혹은 생각도 불가능하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걸 부정하는건 지구의 자전을 의심하는 것과 수준과 비슷하다고 봅니다.
13/10/11 22:50
말씀하신 본능의 영역은 데닛이 이야기하는 의식과 별개일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본문에 말씀드렸다시피 데닛의 관점에서 perception 과 consciousness 는 별개이고 consciousness 는 뇌가 수행하는 무수한 병렬 처리 작업 중 극히 일부일 뿐이니까요. 그 관점에서 보면 본능적인 움직임 역시 뇌의 판단에 따른 것이겠지만 (무릎을 두드려서 발작적으로 움직이는 그런 무조건 반사는 예외), 그런 작은 판단은 의식의 수면으로 떠오르기에는 유명세가 불충분했다... 라고 데닛이 대답할 것 같습니다.
13/10/11 17:10
결정론적 세계관에서 자유의지가 존재한다는 말이 통 이해할 수가 없단 말입니다. ㅠㅠ 결정론적인 세계에서 선택의 자유라는 게 어떻게 존재할 수 있다는 거죠?
13/10/11 20:34
자유라는 개념의 혼동일 수 있는데 말그대로 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란 개념적으로 오직 유일신만 가능합니다. 왜냐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를 지닌 존재가 두 명이 되면 필연적으로 한쪽의 자유는 침해 당하니까요. 오로지 하나의 존재만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가 허용되는 것이고 그 존재는 개념적으로 신이죠. 그리고 인간들은 일종의 시민으로서의 자유가 있는 겁니다.
칸트의 경우에는 이성의 윤리 명령인 정언명령을 따르는게 자유입니다. 인간 본성은 본능적으로 이 명령을 어기는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자유의지를 사용하여 본능을 거부하고 이성의 명령에 따라야 하는 거죠. 지금의 자유개념이랑은 좀 다른데 본문의 데닛의 개념과는 구도상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습니다.
13/10/11 23:55
칸트의 입장에서의 자유는 정언명령을 따르기 위한 실천이성의 우위를 주장하고 있는 것 아닌가요? 거기에서의 판단은 비결정적인 요소가 있는 것 같습니다.
13/10/12 00:55
엄밀하게 따지자면 결정론이라는 말이 안 어울리죠. 통념상 의무에 따라서 행하는 것을 자유라고 하지는 않는데 칸트는 의무에 따라서 행하면서도 실천이성의 자유를 인정하니까 데닛이 결정론 속에서 자유의지를 주장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개념상이 아니라 구도상 일맥상통한다고 했어요.
13/10/11 22:44
예를 들어서, 정치적인 자유란 부당한 압력을 느끼지 않으며 본인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음을 의미하니 결정론과 상충하지 않습니다. 여러 가지 자유를 필요로하는 개념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대부분 내가 아닌 외부로부터의 간섭이 없으면 그것으로 충분할 뿐, '꼭 비결정론을 필요로 하는' 개념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오직 '자유의지' 라는 단어만이 인과율을 초월하는 자유라는 개념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데닛은 이것을 일종의 신비주의나 종교적 개념이라고 공격합니다. 애초에 그런 게 없는데 인간이 멋대로 이름을 붙인 뒤 그런 게 있는 것 마냥 행동한다는 것이죠. 부연하자면 자유라는 것은 '내가 능동적으로 내 행동을 결정함,' 즉 '판단' 이라는 개념과 불가분의 것인데요, 데닛의 입장에서는
(인과율에 따라서) 주어진 조건을 보고 (인과율에 따라서 형성된) 내 인격이 (인과율에 따라서) 잘 판단해서 (인과율에 따라서) 내 행동을 결정 하면, 그것으로 자유의 개념은 충분히 만족된다고 이야기합니다. 사실 위 문장에서 '인과율에 따라서' 라는 부분을 빼고 보면 전통적 의미의 자유의지와 별로 다를 것도 없지요. 여기서 오히려 전통적인 자유의지 개념을 엄격히 적용해보면 (인과율과 무관하게) 주어진 조건을 보고 (인과율에 따라서 형성된) 내 인격이 (인과율에 따라서) 잘 판단해서 (인과율에 따라서) 내 행동을 결정 혹은 (인과율에 따라서) 주어진 조건을 보고 (인과율과 무관하게 형성된) 내 인격이 (인과율에 따라서) 잘 판단해서 (인과율에 따라서) 내 행동을 결정 혹은 (인과율에 따라서) 주어진 조건을 보고 (인과율에 따라서 형성된) 내 인격이 (인과율과 무관하게) 잘 판단해서 (인과율에 따라서) 내 행동을 결정 혹은 (인과율에 따라서) 주어진 조건을 보고 (인과율에 따라서 형성된) 내 인격이 (인과율에 따라서) 잘 판단해서 (인과율과 무관하게) 내 행동을 결정 이 중 하나가 되어야 할 텐데, 1번은 미친 세상, 2번은 광인, 3번은 무개념, 4번은 금치산자죠. 이런 식으로 데닛은 인과율에 종속되어야만 진정한 자유가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13/10/11 23:48
제가 잘 이해했는지 모르겠는데, 데닛의 입장에선 예컨데 컴퓨터 프로그램도 자유가 있다고 할 수 있는 건가요?
'판단'이라는 부분에서 비결정론적인 입장이 들어가지 않는다면 말 그대로 프로그램이 작동하는 것과 다르다고 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주어진 명령어를 보고 프로그램이 잘 작동해서 출력을 결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서요. 결과가 정해진 결정을 판단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13/10/11 23:59
데닛은 뇌를 컴퓨터의 일종이라고 보긴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다른 점이라면 컴퓨터는 타인의 목적을 위해서 타인에 의해 설계된 존재이고, 우리는 우리의 목적을 위해서 우리가 오랜 시간을 들여 만들어나가는 존재이죠. 데닛은 그런 부분에서 인간과 컴퓨터의 차이점을 발견합니다. 즉 자유 의지는 진화에 의해서 창발한 현상으로 보는 거지요.
창발현상이네 뭐내 해봤자 인과율 따라가는 거 아뇨! 라는 비판이 충분히 가능한데, 결국 이 비판 뒤에는 비결정론적인 자유 의지만이 자유 의지다라는 생각이 숨어 있지요. 물 그런 거 없습니다. 그건 결국 산소와 수소가 특정 형태로 결합한 것일 뿐이죠. 라는 말이 어떻게 보면 맞고 어떻게 보면 틀리듯이, '자유' 라는 말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문제라고 봅니다.
13/10/12 00:10
아직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제가 이해한 대로라면, 데닛의 이론은 인과율에 따라서 창발적으로 형성된 '의지'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걸로 보이는데, 이런 경우라면 '의지'가 있다고 쓸텐데, 굳이 '자유 의지'라는 용어를 쓰는 걸로 봐서 제가 뭔가 놓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결정론적으로 주어진 걸 '자유'라고 부를 수 있는 거죠? 양립가능론의 문제가 예전부터 이해가 안 됐어요. ㅠ.ㅠ
13/10/12 00:21
자유란 것이 비결정론에서만 성립가능하다는 것 자체가 자유란 단어를 해석하는 한 방식일 뿐입니다. 감옥에서 풀려난 죄수가 '난 이제 자유다!' 라고 말할 때 그가 꼭 '난 이제 인과율의 노예가 아니야!'라고 말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다른 예로, 어떤 사람이 좀 이상한 행동을 했을 때 우리는 '넌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라고 물어봅니다. '왜' 라는 질문 자체가 인과율을 전제하고 물어보는 것이지요. 어떤 사람의 성격이 이상해도 '쟤는 성격이 왜 저래?' 라고 비난하는데 이것 역시 마찬가지 전제가 깔려있습니다. 즉 우리는 일상생활을 하면서는 우리의 의지가 인과율에 따라서 동작한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다가 자유 의지라는 단어를 볼 때만 갑자기 '인과율에서 자유로운 뭔가 초월적인 무언가' 를 연상하는데, 우리의 일상생활과 연관이 없는 개념이라고 봅니다.
13/10/12 00:36
대부분의 사람은 '자유'라는 단어를 말할 때, 인과율에서 벗어난 무언가를 상상하지 않나요?
예시하신 죄수의 사례에서 죄수가 "난 이제 자유다!"라고 말할 때, '난 감옥에서 풀려난 세시간 뒤에 마을버스를 기다리다가 교통법규를 위반한 택시에 치여 병원으로 후송되어 수술 중 사고로 죽도록 결정되어 있지만 난 자유다!'라고 생각하지는 않잖아요. '인과율에서 자유로운 뭔가 초월적인 무언가'가 이상한 개념이긴 합니다만, '결정론적 세계에서의 자유의지'도 제 생각엔 엄청 이상한 개념이에요. 대충 '자유'라는 단어의 용법에 관대함을 보여서 자유가 존재한다 해도 무슨 의미가 있는 지 모르겠습니다. 허무주의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결론이네요. OrBef님은 양립가능론은 결정론과 자유의지가 함께 성립할 수 있다는 의견이신가요?
13/10/12 01:00
제가 예전에 썼던 글에서 긁어와 봅니다.
데닛의 글을 인용한 부분인데, 개인적으로 결정론과 운명론이 무관함을 간결하게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결정론이 참이면 당신의 미래도 고정되어 있다고 말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은 전혀 없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결정론이 참이면 당신의 본성도 고정되어 있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을 말하는 것과 같다. 우리는 나머지 세계와의 상호작용에 반응하여 본성을 변화시키도록 설계된 실체가 되도록 진화했기에 우리 본성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 결정론에 대한 잘못된 걱정이 야기되는 것은 고정된 본성을 지닌다는 것과 고정된 미래를 지닌다는 것을 혼동하기 때문이다. 그 혼동은 우주에 대한 두 관점을 동시에 고수하려고 할 때 생긴다.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눈 앞에 펼쳐 보는 '신의 눈' 관점과 우주 안에서 살아가는 행위자의 관점이 그것이다. 시간을 초월한 신의 눈 관점으로 보면 변하는 것은 없으며- 우주의 역사 전체가 '동시에' 펼쳐진다 - 비결정론적 우주 조차도 궤적들이 가지를 뻗어 가는 정적인 나무와 다름없다. 살아가는 행위자의 관점에서 보면, 만물은 시간이 흐르면서 변하고 행위자들도 그런 변화에 맞추어 변한다."
13/10/12 01:28
사실 인용하신 댓글을 읽어도 뭐가 다른 지 모르겠어요. '고정된 본성을 지닌다는 것과 고정된 미래를 지닌다는 것을 혼동'한다는 부분에서 더더욱요. 본성은 변하겠지만 변화 자체는 결정되어있잖아요. 개구리가 올챙이 적 생각을 못할 수는 있지만, 올챙이가 개구리가 되는 걸 자유라고 할 수 있나요?
13/10/12 01:53
선비 님//
인간은 자연계에서 최고 수준의 선택 기계라고 합니다. 상황 1인 경우, A라는 행동을 하라는 단순한 수준의 행동패턴을 넘어서서, 상황 1인 경우, A-Z까지의 선택지를 비교하여 선택하는 매커니즘을 진화시켰다는 의미입니다. 사실 데닛이 말하는 '자유'란 저런 의미에 가깝죠. 그런 의미에서 본성이 '고정'되어 있지는 않다는 겁니다. 개구리나 인간이나 특정한 자극이 주어졌을 때 특정한 행동을 한다는 점에서 동일하다고 볼 수 있지만, 개구리에 비교하면 인간이 취할 수 있는 행동패턴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채롭습니다. 고전적인 의미의 결정론의 정의 - 매 순간 물리적으로 가능한 미래는 단 하나 뿐이다. 에 따른다면 데닛이 말하는 자유라는게 보잘 것 없어 보일지도 모릅니다. 제가 어떤 상황에 직면했을 때 내리는 '판단' 역시 '신의 눈' 관점으로 보면 어차피 결정되어 있을 뿐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제가 특정한 '판단'을 하는 과정에서 작용하는 '경험'이 의미가 없느냐 하면 그건 아니잖아요? 제가 살아온 경험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거고, 전 그런 의미에서 결정론이 운명론과 무관하다고 생각합니다.
13/10/12 01:12
루치에님께서 말씀하신 것이 -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모른다. 그렇다면 설령 모든 것이 결정되어있는 세상이더라도 당신의 운명을 찾아가는 이 여정이 어찌 흥미롭지 않겠는가 - 이성적인 측면에서 적절한 답변 같습니다.
감성적인 측면에서는, 선비님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사실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자유 의지는 없다' 라는 말을 듣고 그 말에 설득이 되어버리는 순간 인간은 fatalist (운명론자라는 뜻인데, 부정적인 뉘앙스로 쓰입니다) 가 될 확률이 매우 높지요. 해서 비결정적 자유 의지를 부정하는 학자들이 (일단 학계에서는 이쪽이 대세입니다. 비결정론쪽은 이미 신학자들이나 가끔 이야기할 뿐, 세속 학계에서는 전멸에 가깝지요) 본인들의 학설을 강연하면서도 항상 '너무 걱정하지마. 내 말이 맞다고 해서 당신 인생이 재미없어지는 게 아냐' 라고 부연을 붙이는 경우가 매우 많은데, 그런 우려때문에 벌어지는 일입니다. 저역시 유물론적, 결정론적 세계관을 받아들인 이후부터 커리어 관련한 퍼포먼스가 눈에 띄게 낮아졌었습니다. 그리고 그랬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주변에 널리 퍼뜨리려고 하지 않고 종교인에 대해서 - 비록 저는 그들의 말을 전혀 신용하지 않지만 - 매우 관용적입니다. 몰라서 좋은 사실도 세상에는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 늪에서 어떻게 빠져나왔느냐? 하면 결국 루치에님이 바로 위에 달아주신 저런 방향으로 탈출구를 찾았습니다. 저렇게 깔끔한 논증을 통해서 털어버린 것은 아니고, 붕알 친구와 이 주제로 대화를 하다가 친구가 해준 말이 결정적으로 도움이 되었지요. "그래 니 말이 다 맞아서 모든 것이 이미 결정되어 있고 내 모든 판단은 인과율에 따라서 돌아간다고 치자. 그래도 넌 꽤 괜찮은 놈이야. 그리고 인과율에 따라서 앞으로도 계속 괜찮은 놈으로 살면 죽을 때 큰 후회는 없을 거야.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라고 해줬지요. 아직도 완전히 나온 것 같진 않지만, 그럭저럭 살 만 합니다.
13/10/12 01:23
그렇군요.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주변에 널리 퍼뜨리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부터가 비결정론적인 것 같......
저는 앞으로도 결정론자가 될 수는 없을 거 같습니다. 어쨌든 자유의지라는 게 있다고 믿는 게 훨씬 이득이라는 걸 아니깐요; 틀려도 틀리도록 결정되어 있는 거 아닙니까! 어쨌든 자유의지는 참 흥미로운 주제인 거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이 주제에 대해 생각하다보면 시간의 속성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는데, 혹시 시간에 대한 글을 써보실 생각은 없으세요?
13/10/12 01:29
선비 님//
[어쨌든 자유의지라는 게 있다고 믿는 게 훨씬 이득이라는 걸 아니깐요; ] 그렇죠. MEME 이론에 대해서 들어보셨겠지만, Gene 이 물질계에서 생존을 위해 투쟁하듯이 밈은 문화 속에서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아이디어라고 보는 이론이지요. 데닛은 자유 의지나 종교를 '인간의 생존에 어마어마하게 도움이 되기 때문에 (그것이 진실이 아님에도) 수천년에 걸쳐서 대다수의 문화권에서 살아남은 강력한 밈' 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 밈을 받아들인 사람이 이 밈을 거부한 사람에 비해서 생존 확률이 극단적으로 높고, 그렇기 때문에 후대에 반복적으로 전해져내려왔다는 것이지요. 자유 의지가 있다고 믿는 쪽이 비교 불가능한 수준으로 우리 행동에 도움이 됩니다. 시간에 대해서는.... 저도 흥미있는 주제이긴 하지만 글로는 못쓸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1. 제가 해당 주제에 대해서 아는 바가 진짜 거의 없고, 2. 일단 생업 전선이 뚫려서 밀려들어오는 적군을 막아내는 것이 급선무인지라 :)
13/10/12 01:41
OrBef 님//
음... 제가 쓴 이득이라는 말은 틀릴 가능성이 적다는 뜻이었어요. 1. 자유의지가 있고, 자유의지를 믿는다. 2. 자유의지가 있고. 자유의지를 믿지 않는다. 3. 자유의지가 없고, 자유의지를 믿는다. 4. 자유의지가 없고, 자유의지를 믿지 않는다. 여기서 2,3번은 잘못된 믿음이고, 4번은 선택할 수 없으니까요(내가 믿고 안 믿고는 결정되어 있을테니까). 역시 1번을 믿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죠. 근데 왜 전 자유의지를 믿는데도 왜 그렇게 부정적이냔 소리를 들으면서 살까요... 하하...
13/10/12 01:43
선비 님//
오오 이것은 파스칼의 내기와 비슷한 논증이군요. 예 저도 말씀하신 논리에서 잘못을 찾을 수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선비님이나 저나 이제 좀 긍정적으로 살아보십시다!
13/10/12 00:25
인격이 의미하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네요.
1. 인격이 의식이라면, 의식이 행동을 결정하는 주체가 되기 때문에 의식을 정신활동의 부산물로 볼 수 없게 됩니다. 2. 인격이 의식을 포함해야만하는 정신활동이라고 하더라도 위의 문제에 걸쳐있게 되는 듯합니다. 분리시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3. 인격이 의식을 포함하지 않아도 되는 정신활동이고, 인격이 결정하는 행동이 의식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 비상식적인 것 같습니다. 1번이나 2번처럼 의식이 의지로서 행동을 결정한다면 현재로서는 물리세계의 인과율로 해명이 불가능한 것처럼 보입니다. 결국 위의 1~3은 이 글[ https://pgr21.co.kr/pb/pb.php?id=freedom&no=43969 ]의 그림과 같은 상황이 됩니다. 인격이 의미하는 게 정말 3번과 같다면 이때의 자유가 어떤 의미일까요. 의식이 행동을 결정하는게 아니라, 그런 것처럼 느낄 뿐일텐데요. 어떻게 정의해야 이런 상황을 자유롭다고 부를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선비님과 마찬가지로 제가 뭔가 놓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격과 자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의해주시면 좋겠습니다..
13/10/12 01:17
제가 전문 철학자가 아닌 관계로 용어를 좀 혼동해서 쓰는 것 같습니다. 제가 이해하는 방식은 대충 이렇습니다.
우리 인격은 우리의 의식과 무의식을 합한 것이다. 우리 인격은 우리의 외부 세계와 내 내면에 대한 정보를 취합하여 인과율에 따라 우리의 행동을 결정한다. 그런 결정 과정 중에서 일부는 우리의 의식의 대상으로 떠오르지만 어떤 것은 무의식 수준에서 끝난다. 우리의 의식은 결정의 주체가 아니라 결정을 통보받는 입장이다. 하지만 결정을 내린 주체는 결국 우리 인격이다. 다만 그것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대로 '의식적인 결정'이 아닐 뿐이다. 고로 의식이 수동적인 입장이라고 해서 크게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이 정도의 입장입니다. 자유 의지에 대해서는 선비님께 방금 달아드린 댓글로 갈음하겠습니다.
13/10/12 02:23
[자유라는 것은 '내가 능동적으로 내 행동을 결정함,' 즉 '판단' 이라는 개념과 불가분의 것]이라면 내 인격은 자유(?)로울 수 있지만 내 의식이 자유롭다고는 말할 수 없겠군요. 그런데 '나'가 고정된 자아라고 주장하지 않더라도.. 의식은 자유롭지 않은데 인격을 자유롭고 그 인격을 괄호 안에서처럼 '나'라고 지칭할 수 있는지는 또 의문이 듭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데닛의 책을 읽어봐야겠습니다.
13/10/13 06:04
자유의지란 선택과 관련돼 있는데 이 선택 가능한 상황이 어떻게 열리느냐에관해서 이런 주장도 있습니다. 어떤 아이가 위험한 높은 곳에 있을 때 뛰어내리는걸 저 아이가 자유했다라 하지않죠.그냥 바보죠. 그러나 그 밑에 누군가 확실히 받아줄 수 있는 상황이면 즉 미래가 결정적이면 아이는 선택의 상황이 열리죠.그래도 좀 불안하지만 미래가 신의 의지정도로 확실할 때 아이의 선택의 역동성이 가장 커지죠. 이게 몰트만인데
13/10/13 06:13
데닛은 무신론자라 이렇게 말할수 없는겁니다. 결국 미래를 과거로 부터 작도해와서 미래를 현재에 적용해야합니다. 과거가 결정적일 수록 미래가 결정적이고 현재의 선택가능한 상황이 열리는거죠. 확률이 개입되고 신의 의지적 확실성은 없기에 선택의 자유는 제한되지만 자유의지에 대해 좀 불안해도 뛰어내리던가 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13/10/11 17:55
역사 유물론 만세~!!! 는 오버고 올려주시는 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투박한 생각입니다만 진화론은 역사화한 유물론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진화의 목적이 있는지 없는지 (아마도 우리는) 판단할 수 없을테니 '나는 자유로운 존재다'라는 말은 고려할 가치가 없다 하더라도 '나는 저 사람과 다르게 생각한다'는 말은 크게 흠잡을 데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내 머리 속의 기계가 (진짜 기계와는 다르게) 다른 사람의 기계들과 완전히 똑같을 필요는 없는 거겠죠. 딴소린데 철학에 대한 메타 담론을 하나 조만간 긁어오겠습니다. 생각하기 따라서는 시사점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지적인 즐길거리는 될 거 같아서요. 중요한 건, 늘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13/10/11 22:35
오오 말씀을 듣기만 해도 흥미진진합니다!
진화에 목적이 있느냐 없느냐에 대해서는 유신 진화론쪽에서는 목적이 있다 유물 진화론쪽에서는 목적이 없었는데도 이런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고 보는 쪽입니다. (그런 견해가 올바른 것이냐는 또 다른 문제겠지만요) 목적 없는 진화 프로세스가 어떻게 해서 목적이 없었다고는 상상하기 힘든 이런 결과물을 거둘 수 있었는가! 만을 주제로 드립다 파고 들어가는 책이 두 권 있는데, 도킨스의 '눈먼 시계공'이 과학의 관점에서, 데닛의 '다윈의 위험한 생각' 이 철학의 관점에서 잘 다루지요. 둘 다 저같은 비전공자가 보기에 크게 부담 없는 책이었기에 추천 드립니다. 그리고 그와 별도로 '나는 저 사람과 다르게 생각한다' 라는 말에 흠이 없다는 말씀에는 완전 동의합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13/10/12 01:06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인지과학에 한 때 관심이 가서 이것 저것 읽어보곤 했었는데, 생업이 바쁘다보니 예전에 주워들은 지식도 다 까먹어 가는 거 같네요. 책장에 꽂힌 책들 먼지 좀 털고 읽어봐야겠어요.
13/10/12 09:45
데닛에 대한 관심이 높으니 좋군요. 예전에 최재천교수님께서 데닛에대해 글 쓰셨던게 있어서 소개해봅니다.
http://m.navercast.naver.com/mobile_contents.nhn?rid=21&contents_id=3373
15/03/15 21:38
의식의 기원 시리즈랑 칼 세이건 - 내 차고 안의 드래곤 좀 스크랩하겠습니다.
오래된 글이라 답변이 달릴 거 같진 않지만서도........
16/04/19 01:52
오래 전에 남기신 글이지만, 잘 읽고 갑니다.
Consciousness는 왠지 attention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는군요. 덕분에 1시간 넘게 즐겁게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이제 데이터 분석을 해야 하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