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이라는 믿을 구석이 있으니 그랬겠지만, 아무튼 한국 영화계에서 이렇게 다양한 장르 영화가 끊임없이 시도되고, 또 이정도의 완성도로 나오는 것은 상당히 반가운 일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쁘지 않습니다. 표값만큼의 가치는 충분히 해주는 영화입니다.
'감시'라는 행위를 통해 적을 추적하고 압박하는 발상의 전환은 나름 신선합니다. 그러나 영화는 디지털보다는 의외로 아날로그적인 면을 많이 보여줍니다. 감시를 통해 정보를 획득하고 거기에서 오는 '전지'의 쾌감보다는 감시를 위해, 감시를 통해 고생하는 '추격'에 초점이 더 맞춘 것 같더군요. 정보전이라기에는 초반 미행 장면을 빼고는 맨몸으로 부딪히는 장면들이 많기도 하고, '어떻게'라는 내러티브에 있어서는 다소 건너뛰는 느낌도 있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됐으니까 생각 그만하고 따라오라는 듯, 관객의 몰입을 채근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정우성씨의 연기가 제일 인상깊습니다. 역할 특성상 비인간적이고 기계적인 면을 보여줘야 하는데, 이미지로 보나 그동안의 필모그래피를 볼 때 감정 발산에 있어서 그다지 큰 폭을 갖고 있다고는 보이지 않는 배우이기에 이번 역할은 오히려 잘 어울립니다. 설경구씨는 힘을 뺀 연기로 언제나 해온 만큼은 해주고, 한효주씨는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역을 맡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이런 역까지 완벽하게 소화하기에는 벅차보입니다. 이건 시나리오상의 문제인 것도 같습니다. 정의감이 놓으면서도 강박관념이 있는 엘리트 신참 형사라...  이미지 자체가 터프하고 강단있는 캐릭터와는 어울리지 않기도 하고요.  

정우성씨 보는 맛이 제일 큰 영화입니다. 광고에 나오는 하이테크는 너무 기대하시면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