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읽어주시고, 잊지않고 계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전편을 안보신 분들은 전편을 꼭 봐주세요. 이어지는 시리즈입니다.
1부:
https://pgr21.co.kr/pb/pb.php?id=freedom&page=1&sn1=on&divpage=8&sn=on&ss=off&sc=off&keyword=aura&no=42422
2부:
https://pgr21.co.kr/pb/pb.php?id=freedom&page=1&divpage=8&no=42432
3부:
https://pgr21.co.kr/pb/pb.php?id=freedom&page=1&divpage=8&no=42436
4부:
https://pgr21.co.kr/pb/pb.php?id=freedom&page=1&divpage=8&no=42450
5부:
https://pgr21.co.kr/pb/pb.php?id=freedom&page=1&divpage=8&no=42453
6부:
https://pgr21.co.kr/pb/pb.php?id=freedom&page=1&divpage=8&no=42465
7부:
https://pgr21.co.kr/pb/pb.php?id=freedom&no=42469&divpage=8&ss=on&sc=on&keyword=디링디링
8부:
https://pgr21.co.kr/pb/pb.php?id=freedom&no=44706
9부:
https://pgr21.co.kr/pb/pb.php?id=freedom&no=44723&divpage=8&sn=on&ss=on&sc=on&keyword=aura
10부 :
https://pgr21.co.kr/pb/pb.php?id=freedom&no=44803
11부 :
https://pgr21.co.kr/pb/pb.php?id=freedom&no=44823&sn1=on&divpage=8&sn=on&keyword=aura
12부 :
https://pgr21.co.kr/pb/pb.php?id=freedom&no=44849
13부 :
https://pgr21.co.kr/pb/pb.php?id=freedom&no=44866
14부:
https://pgr21.co.kr/pb/pb.php?id=freedom&no=44880
15부:
https://pgr21.co.kr/pb/pb.php?id=freedom&no=44890&sn1=on&divpage=8&sn=on&keyword=aura
<단편> 진눈깨비 :
https://pgr21.co.kr/pb/pb.php?id=freedom&page=1&sn1=on&divpage=8&sn=on&ss=off&sc=off&keyword=aura&no=42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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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공연은 성공적이었다. 지인이의 목소리는 관객들을 완전히 매료시켰다. 하지만 우리는 공연에서 아쉽게 2등을 했다.
그러나 후회하지 않는다. 내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공연을 했으니까.
우리는 공연이 끝나고 필름이 끊길 정도로 진탕 뒤풀이를 했다. 얼마나 술을 마셨는지 기억도 안날 정도로.
“으 머리야.”
숙취로 머리가 쪼개질 듯 아프다. 이래서 술을 많이 마시는 건 질색이다.
“몇 시쯤 됐지?”
관자놀이를 엄지손가락으로 지그시 누르며, 탁상시계를 더듬거린다. 벌써 12시인가.
“흐아.”
시간을 확인한 나는 다시 그대로 침대로 엎어졌다. 어차피 공연도 끝났겠다, 축제라 오전 수업도 없겠다 그냥 잠이나 푹 잘까?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침대에 누워있으니까 어젯밤 일들이 모두 꿈 같이 느껴진다. 더듬더듬 어젯밤 일들에 대한 기억을 상기시킨다.
등수 발표 이후 지인이와 영욱이는 그 내기에 대해 일절 얘기하지 않았다. 나 역시 굳이 그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냥 그 날은 공연의 기쁨으로 가득 채우고 싶었으니까.
지인이는 대신 무대로 내려온 뒤부터 뒤풀이까지 내내 내게 미안하다며, 펑펑 울었다. 나는 다 괜찮다며 지인이를 위로했다. 그래도 하진이 덕분에 끝에는 기분 좋게 모두 술을 마시고 헤어졌지만.
이제 지인이는 클락으로 입부하는 걸까? 혼자 있게 되자 착잡한 생각이 머릿속을 맴돈다. 이렇게 한 여름 밤의 꿈처럼 지인이와 있었던 일들이 한 순간의 추억이 되길 바라지 않는다.
- 우우웅.
상념에 잠긴 나를 깨운 것은 전화 진동소리였다.
지인이다. 나는 잠시 목소리를 킁킁 가다듬고, 조심스럽게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현아 어제는 잘 들어갔어?
“응. 너는?”
어떻게 온지 잘 기억은 안 나지만.
- 나도 잘 들어갔어.
“그렇구나.”
- ...
“...”
- 저기 혹시 오늘 잠깐 시간 돼?
“응. 언제가 좋아?”
- 지금 학교 앞 카페에서 괜찮아?
“그래. 지금 나갈게. 한 삼십 분이면 될 거야.”
- 알겠어.
아무렇지도 않게 통화했지만, 사실 엄청 떨린다. 만나서 무슨 얘기를 어떻게 해야 할까?
##
“현아. 여기야!”
카페로 들어서는 나를 지인이가 손짓으로 반겼다. 테이블에는 아메리카노 한 잔이 올려져있었는데, 벌써 반이나 비워져 있었다.
“내가 좀 늦었나?”
“으응. 아냐 그냥 내가 일찍 나와 있었어. 뭐 마실래?”
“아 내가 알아서 시킬게.”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지인이를 앉히고, 카운터로 가서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켰다.
위이잉.
원두가 갈리는 소리와 동시에 순식간에 아메리카노 한 잔이 나왔다. 거의 생활의 달인에 나가도 될 만한 속도인 걸. 나는 카페 알바생의 속도에 감탄하며, 커피를 받아든다.
“...”
앉은 테이블에는 정적이 흐른다. 뭐라고 운을 떼야 하나?
“저기.”
“있잖아. 현아.”
“아 먼저 말해!”
“아니야. 먼저 할 말 있으면...”
“...”
왠지 어색해져 버렸다. 지인이가 먼저 입을 떼길 기다린다.
“있잖아.”
“응.”
“이런저런 사실들 숨겼던 것 사과하고 싶었어. 현아 정말 미안.”
이제 와서 이런 사실들이 뭐가 중요하랴. 괜찮다.
“괜찮아. 나름대로 네 생각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어.”
아무 이유 없이 날 골리기 위해 그런 것이 아니란 것쯤은 안다.
“있지 기억나? 내가 노래를 시작하게 된 이유.”
어렴풋이 떠오른다. 축제 전전 날. 지인이와 함께 걸었던 날.
“같은 또래의 밴드를 보고 시작했다는 거?”
지인이는 내가 아직 그 말을 기억하고 있어서인지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 밴드에 네가 있었어.”
“...!”
나는 마치 누나에게 뒤통수를 후려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는다. 지인이가 노래를 하게 된 계기가 나라고?
“그렇지만, 나는 기타인데?”
“지금은 알다시피 우리 언니랑 하나 언니랑 친한 친구야. 하나 언니가 우리 언니를 공연에 초대했었고, 나도 같이 따라가게 돼서 공연하고 있는 널 보게 됐어.”
그랬구나. 고개를 끄덕인다. 지인이는 덤덤하게 말을 이어 나간다.
“딱 나와 동갑인, 우리 언니도 아는 그런 사람이었지. 그렇게 열심히 무대에서 기타 치는 모습을 보니까. 정말 멋져보였어. 나도 저렇게 무대 위에 올라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고. 같이 공연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
그래서 지인이는 기타가 아니라 보컬을 하게 된 거구나. 나와 같이 공연하고 싶어서. 참 꿈같은 현실이다.
“그 이후로 참 열심히 연습했고, 밴드에 들어가서 길거리 공연도 하게 됐어. 그러다, 하나 언니를 통해서 현이 너랑 같이 공연할 기회도 만들게 됐었고.”
그게 사고가 났던 날인건가.
“기뻤어. 내가 공연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준 사람과 함께 공연할 수 있다는 사실이. 근데, 그렇게 그 날 그 사고가 일어난 거고. 아마 현이 네가 아니었으면, 그 자리에서 크게 다쳤던 건 네가 아니라 나였겠지.”
얘기하던 지인이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너무 미안해. 사실 사고가 나고 네가 정신을 차렸을 때 바로 했어야할 말이었지만, 정말 미안해.”
“아냐. 그건 네 잘못이 아니잖아. 그냥 공연장에서 일어난 우연일 뿐이라고.”
글썽이는 지인이를 달랜다. 아마 그때 지인이가 바로 오지 못한 건 내 상태 때문일 것이다. 아니 어차피 왔어도 누군지도 몰랐겠지.
“네가 기억을 잃고, 그 일 때문에 무의식중에 공연을 꺼려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너무 미안했어. 나 때문에 멀쩡한 애가 이렇게 됐구나 싶었어. 그러다가 대학교에 와서 다시 널 보게 됐어. 영욱이에게 부탁해서 축제 때 공연을 제안하게 된 거고.”
“그랬구나.”
“다시 네가 공연을 할 수 있게 하고 싶었어. 물론 이렇게 한 번이라도 너와 같이 공연하고 싶다는 내 욕심도 있었지만.”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축제 전 내내 가슴을 불쾌하게 조여오던 느낌들이 사라진다. 이렇게 된 거였구나.
“네가 기억을 찾는 것 까지는 바라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기억도 찾고, 함께 멋진 공연해줘서 정말 고마워. 미안하고 고맙다고 이 말들이 꼭 하고 싶었어.”
갑자기 지인이가 하는 말이 작별 인사처럼 들린다. 불현 듯 ‘내기’와 관련된 내용들이 떠올라 가슴이 욱신거린다.
“아냐. 나야말로 고마워. 덕분에 대학교 와서 잊을 수 없는 최고의 추억을 만들었거든.”
“항상 생각했지만, 현이 네 이런 면들이 참 멋있다고 생각해.”
응?
“아! 그러니까 그게... 참 사려 깊어!”
지인이는 자신이 하던 말에 당황한 듯 얼굴을 붉힌다. 뭐지? 지금 나 지인이에게 멋있다는 소리를 들은 건가?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솟아난다.
“어쨌든 고마워 현아!”
“아냐 나야말로.”
그렇게 우리는 서로에게 감사를 표하고 자질구레한 얘기를 나누다 헤어졌다.
하고 싶은 말도, 듣고 싶은 말도 더 많았지만 애써 참았다. 다 말하고, 다 들어버리면 그게 정말 마지막일 것 같아서.
마지막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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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다음 편이 마지막입니다. 꾸준히 읽어주신 분들이 그래도 100명쯤 계신 것 같습니다.(전 편중 최소조회수로 보면)
지금까지 응원해주시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회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