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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7/02 17:00:17
Name 당삼구
Subject [일반] 창피한 이야기 #2
날씨도 우중충하고 기분도 꽁기꽁기해서 창피한 이야기 투척합니다. 이번에도 제가 직접 겪은 실화입니다.

대학교때 단과 학생회장을 했었습니다. 뭔가 책임감이 막중했어요. 다른 학과와 연합하여 OT를 준비했습니다.

OT는 삼척에 있는 모 호텔로 가게 되었습니다. 정말 준비를 많이 했어요. 스폰서를 유치해서 음주류, 식자재, 차량 등을 거의 무상으로 공급받았습니다. 덕분에 OT에 필요한 경비는 엄청나게 줄었습니다. 유례 없이 OT 경비가 줄어드니 환호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그렇게 일단 OT를 가게 되었습니다.

OT는 2박 3일로 갔었습니다. 1일차에 정말 재미지게 놀고 있었어요. 그러다 교수님들이 출동했습니다. "어이, 학생회장들. 우리랑도 술 한잔 해야지." 라고 한 교수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저희는 바로 출동했어요. 교수님들이 호텔 아래 일식집을 예약해두셨습니다. 일식집에서 하하호호 술잔을 기울이며 정말 재미있게 놀았습니다. 도저히 취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지만 거나하게 취했어요. 제 지도교수님이 제가 소주 1병을 원샷하길 바라고 계셨거든요.

그러다가 갑자기 왠 신입생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습니다. 아주 거나하게 취한 얼굴이었어요. 녀석은 의기양양하게 교수님들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교수님들도 하하호호 반겨주셨어요. 그 녀석이 갑자기 말을 했습니다. "교수님, 제가 평소에 존경하는 교수님을 위해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아직 입학식도 치루지 않은 녀석이 언제부터 교수님을 알고 존경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선물을 준비했다고 하니 다들 기대가 컸습니다. 녀석은 의기양양하게 [선물]을 꺼냈습니다.

아니, 왠 랍스타? 다들 어안이 벙벙했어요. 녀석은 그 선물을 들며 당당하게 말했어요.

"이거 제가 잡았습니다."

술이 갑자기 확 깼습니다. 랍스타를 잡은 것은 그렇다 치는데 집게발에 테이핑이 되어 있었습니다.

아주 조심스레 녀석에게 물어봤어습니다.

"어.. 잘 잡았는데 어디서 잡았니?"

대답이 가관이었습니다.

"저기에 널렸어요!! 지금도 완전 팔딱팔딱 거려요!!"

순간 저를 비롯한 다른 학생회장 모든 교수님들이 아연실색하며 밖으로 나갔습니다.

네, 녀석은 평소 존경하는 교수님을 위해 [선물]을 마련하기 위해 일식집의 수조를 깨고 랍스터를 가지고 온 것입니다.

랍스타만 있었을까요, 다른 생선들도 많았습니다. 펄떡펄떡 거리는데.. 곧 죽을 것 같더군요. 일식집에서는 난리가 났습니다. 겨우겨우 살린 생선들은 그렇다 쳐도 죽은 생선들과 깨져버린 수조에 대해 피해보상을 하라고 했습니다. 녀석은 그런 일식집 안에서 계속해서 랍스타를 들고 의기양양하게 서있었어요. 당연히 피해보상을 했습니다. 각 학과에서 1/N으로 각출하여 피해를 보상했습니다.

녀석을 일단 재웠어요. 그리고 다음날이 되었습니다.

"왜 그랬니? 너 XXX교수님 원래 알고 있었니?"

이유를 조심스레 물어봤습니다.

"죄송합니다. 잘 기억이 나질 않아요."

녀석의 대답이었습니다.


의기양양하게 스폰서를 잡고 거의 무비용으로 OT를 추진하며 자랑스럽게 다른 과에게 말했던 저희들은 그렇게 창피한 후배를 두었습니다. 덕분에 OT에서 남을 것이라 예상했던 돈과 학생회비를 이월 받은 돈도 거의 날라갔구요.


PS : 그 랍스타는 어떻게 됐냐면, 한 교수님께서 일단 우리 학생이 잡은(?) 것이기도 하고 비용지불도 했으니 랍스타 넣고 라면을 끓여달라고 해서 라면으로 먹었습니다. 그 맛이 어찌나 기가 막히던지 아직도 기억이 잊혀지질 않네요.


이상 창피한 후배를 둔 창피한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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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머리요정
13/07/02 17:06
수정 아이콘
어휴, 세상에.... -_-)
설탕가루인형형
13/07/02 17:06
수정 아이콘
랍스타 라면이라니...맛있겠네요 -0-
13/07/02 17:09
수정 아이콘
당삼구님 왜 그러셨나요...ㅠ_ㅠ
당삼구
13/07/02 17:14
수정 아이콘
..제가 아닌데요..
기아레인저스
13/07/02 17:11
수정 아이콘
기억이 안나셨군요 ㅠㅠ
王天君
13/07/02 17:24
수정 아이콘
그 후배는 어떻게 됐나요?
PoeticWolf
13/07/02 17:25
수정 아이콘
자라서 피쟐러가 된듯합니다.
당삼구
13/07/02 17:28
수정 아이콘
그게 저는 아닙니다.

혹시 PoeticWolf님..?
당삼구
13/07/02 17:27
수정 아이콘
그 후배에 관한 창피한 이야기가 좀 많아서 시리즈화 하려고 했는데..

좀 주사가 심했습니다. 술이 좀 취하면 일단 보이는걸 다 파손하려고 하더라구요. 축제때도 비슷한 사건을 일으켜서 선후배, 동기들에게 눈 밖에 났습니다. 안보이더니 결국 다른 학교로 편입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13/07/02 18:39
수정 아이콘
자기도 챙피하긴했나보군요 왠지 통쾌하다는
王天君
13/07/03 16:07
수정 아이콘
우기명이네요...
아리아
13/07/02 17:26
수정 아이콘
이건 깬 사람보고 전부 보상하라고 하는게 맞지 않을까요??
당삼구
13/07/02 17:28
수정 아이콘
사실 그게 맞긴 하겠죠. 그 당시에는 경황도 없었고 이제 갓 입학한 신입생에게 비용 청구하기 뭐해서 그나마 고학년, 고연령(?)이었던 학생회장들이 개인돈을 각출하고 과비를 일부 사용했습니다. 해당 학과의 교수님들도 지원해주셨구요.
절름발이이리
13/07/02 17:34
수정 아이콘
술이 거하게 취했을 때, 그 사람의 뿌리가 보이는 법이죠.
참고로 전 술이 거하게 취하면 몹시 예의력이 상승합니다.
4월이야기
13/07/02 17:40
수정 아이콘
이로써, 이리님은 알콜중독자 이거나 술을 전혀 못 하는 분으로 판명되었......
설탕가루인형형
13/07/02 17:42
수정 아이콘
전 혼자 기분좋아서 신나하다가 자는데...
뿌리가 뭘까요??크크크
당삼구
13/07/02 17:43
수정 아이콘
사탕수수요
설탕가루인형형
13/07/02 17:51
수정 아이콘
아??
그리움 그 뒤
13/07/02 17:57
수정 아이콘
이 부분은 본인의 코멘트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임노동자
13/07/02 18:42
수정 아이콘
키배가 시작될 때 알콜을 드려야겠네요.
Backdraft
13/07/02 17:37
수정 아이콘
이제 갓 입학한 신입생이 술을 먹어봤으면 얼마나 먹어봤다고 무리하게 술먹다가 눈밖에 나는 친구들 많죠..
남자도 남자지만 여자 신입생들도 참...볼꼴 못볼꼴 많이본것 같습니다.
참..술이 웬수
당삼구
13/07/02 17:44
수정 아이콘
여자 학우들과의 창피한 에피소드도 있습니다.
그리움 그 뒤
13/07/02 17:57
수정 아이콘
미리 감사합니다.
보고 들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13/07/02 18:01
수정 아이콘
미리 감사합니다.
보고 들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2)
13/07/02 18:06
수정 아이콘
미리 감사합니다.
보고 들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3)
임노동자
13/07/02 18:42
수정 아이콘
미리 감사합니다.
보고 듣고 느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산적왕루피
13/07/02 21:07
수정 아이콘
보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어라?
13/07/02 18:04
수정 아이콘
"저기에 널렸어요!! 지금도 완전 팔딱팔딱 거려요!!"
재미있네요. 최소한 인사불성이 된 그 후배에게만은 사실이었을 겁니다.
인간흑인대머리남캐
13/07/02 18:08
수정 아이콘
유게보고 와서 그런지 제목보고 창spear을 피한 이야기로 순간-O-
있어요399원
13/07/02 18:35
수정 아이콘
제일 골때리는 녀석들은 본인이 주사가 심하다는 걸 알면서도 술자리에서 술을 적당히 마시는 일이 없는 녀석들입니다...
마시지 말라면 꼭 퍼마시고 한차례 난동 부린 뒤 꼭 페북에다 '금주한다' 고 선언하죠.
퍽이나. 월례행사일 뿐이죠.
그리움 그 뒤
13/07/02 18:40
수정 아이콘
술을 안마시는 사람은 있어도 적당히 마시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맥주왕승키
13/07/02 18:54
수정 아이콘
적당히 마시는 사람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리움 그 뒤
13/07/02 19:12
수정 아이콘
농담반 진담반으로 쓴 댓글인데....
일반적으로는 적당히 마시는 사람이 훨씬 많죠.
그런데 술버릇 안좋은 사람들은 대개 술을 마시게 되면 적당히 마시는 경우가 거의 없더라구요.
옆에서 적당히 먹으라 하면 일부러라도 더 마시더군요
맥주왕승키
13/07/02 19:30
수정 아이콘
괜히 제가 발끈했네요.죄송합니다.

제가 정말 술 좋아하는데..(아이디부터)

적당히 먹거든요.크크
13/07/03 01:00
수정 아이콘
아오... 같은 술자리에 있었으면 때렸을 것 같아요 정말 -_-;
재밌는 이야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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