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 갔더니 유시민씨의 책이 있더군요. 제목은 ‘어떻게 살 것인가?’


제가 아는 한 유시민씨만큼 소위 '유식한' 정치인은 대한민국에서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한 때는 그가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기도 했죠. 스스로를 ‘지식소매상’이라고 칭하던 그가 그 지식을 대한민국 국민들 모두에게 팔 수 있는 ‘지식도매상’이 되기를 바랬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똑똑하고 잘난 것 같던 그의 마음대로 세상이 돌아가지는 않더군요. 국회의원 선거 낙선, 노무현 대통령 서거, 경기도지사 선거 패배, 치명적이었던 김해을 패배, 정치적 사형선고를 당한 통진당 부정사태까지 그가 본격적으로 노통의 품을 벗어나 정치인의 길을 걸은 이래로 그의 뜻대로 된 일이 거의 없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그는 스스로의 패배를 시인하며 정계를 떠났습니다.

주제 넘을지 모르지만 제 생각에 젊은 시절의 그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갖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의 실패에는 구체적인 상황들을 넘어 그 밑바탕에 대중들에게 사랑받아야 하는 정치인으로서 부적절했던 과거 언행이 깔려있었죠. 그가 정치에 일찍이 뜻을 두고 있었다면 그런 언행을 하진 않았을테구요. 수영 정말 잘하는 사람이 구체적인 생각 없이 바다에 뛰어들어 헤엄치다가 정작 나중에는 힘이 빠져 가야하는 곳에 도달하지 못하는 꼴이랄까요.

그의 책 제목인 ‘어떻게 살 것인가?’는 어찌보면 더 이상 그에게는 적당하지 않은 물음이겠지만, 한편으로 그는 우리에게 그의 인생을 반면교사로 삼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대답을 확실하게 가지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지금까지는 그의 책을 살 때 한치의 망설임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차마 그의 책을 집어들지 못했습니다. 그는 ‘새로운 시작’으로서 책을 냈겠지만, 저에게는 ‘끝’이라는 느낌이 더 강해서 그렇습니다. 한때나마 희망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의 끝은 슬프니까요.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다만 그의 책 대신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은 집어들었습니다.
고민해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