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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3/04 11:08:43
Name Neandertal
Subject [일반] [플라이트]-누구에게나 두 번 째 기회는 있다...(스포 있음)
*영화에 대한 줄거리가 있습니다.



누가 만약 저에게 “가장 좋아하는 SF영화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마이클 J 폭스가 주연한 “백 투더 퓨처”라고 대답할 것 같습니다. 1985년의 고등학생 마티가 과거로 되돌아가서 미래의 부부님과 조우하면서 여러 가지 사건을 겪는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경쾌하고 재미있습니다. 이 “백 투더 퓨처”를 만든 감독이 바로 로버트 저메키스인데 이번에는 그가 [캐스트 어웨이]이후 10년 만에 실사 영화인 [플라이트]로 돌아왔습니다.  

로버트 저메키스라고 하면 왠지 거장의 풍모를 풍기기 보다는 상업 영화를 잘 만드는 감독 정도의 이미지만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 영화 [플라이트]를 보고나니 드라마에도 일가견이 있는 감독이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습니다. 물론 10년 전 [캐스트 어웨이]로 이미 그 능력을 인정받았었지만 저는 그 영화를 보지 못했기에 그의 잔잔한 드라마 연출은 이번 영화가 처음이었지요.

영화는 알코올 중독에다 코카인 중독으로 엉망으로 망가진 인생을 보내고 있는 항공기 조종사 휘태커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알코올 중독으로 아내와 이혼하고 아들과도 만나지 못하며 비행 전 날에 스튜어디스와 놀아나는 한 마디로 한심한 인생을 살고 있는 조종사였습니다. 그러던 와중 그가 조종하고 가던 비행기가 갑작스런 결함으로 위험에 처하게 되는데 그는 본능적인 기지와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여 비행기를 불시착시킴으로써 탑승객 전원이 사망할 수도 있었던 재앙을 단지 승객 4명과 승무원 2명이 사망하는 사건으로 만들어 놓습니다.

비행기 사고를 계기로 그는 술을 끊어보려고도 하고 병원에서 만난 마약 중독자인 니콜과 새로운 인생을 설계해 보려고도 하지만 결국은 술이 계속해서 그의 발목을 잡으면서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방향을 잡지 못하게 되고 비행기 불시착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의 음주와 마약 전력이 들어나게 되어 감옥에 갇히게 될 위기에 처하게 되지요.

조종사노조가 고용한 뛰어난 변호사의 활약 끝에 마지막 청문회장에서만 잘 버티면 위기를 넘기고 많은 생명을 구한 영웅으로 남을 수 있었지만 어떻게든 새로운 출발을 하고 싶었던 그는 결국 자신이 알코올 중독임을 고백하게 되고 말지요.

“망가진 인생을 살고 있던 주인공이 결국은 작심해서 새로운 인생을 찾게 된다”라는 줄거리는 이미 식상할 만큼 식상한 소재가 되었습니다. 그래도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처럼 이런 식상한 소재도 누가 요리를 했는가에 따라서 맛있는 진수성찬이 될 수도 있고 늘 먹던 지겨운 인스턴트 요리가 될 수도 있는데 저메키스는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냈습니다.

우선 그는 신파적으로 흐를 수 있는 소재를 담담하게 연출해 냈는데 어느 장면에서도 감정의 과잉 없는 점이 눈에 띕니다. 30년 넘게 영화 연출을 해온 베테랑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습니다. 영화 초반부의 비행기 추락 신에서 조차도 그는 보여주기 식 연출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실제로 비행기 사고는 저런 식으로 나는구나”라고 하는 느낌을 더 생생하게 전달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냥 배우의 감정선을 오버 없이 자연스럽게 쫓아가는 연출은 영화의 톤을 적절하게 조절하면서 무리 없이 결말로 이어지게 만들었습니다.

연기로 들어가보자면 덴젤 워싱턴은 이 영화를 실질적으로 이끌어 가는 원탑으로서 명성에 걸맞은 섬세한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마치 우리나라의 배우 최민식처럼 어떤 영화에서도 기본은 해 주는 배우가 바로 덴젤 워싱턴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덴젤 워싱턴의 안정감 있는 연기가 아니었다면 영화의 맛은 상당히 떨어졌을 거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누구에게나 다 두 번째 기회가 있다. 새로운 인생을 출발하고 싶다면 용기를 내서 너 자신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현실을 인정해라. 그것이 출발점이다.”라는 영화의 메시지는 100% 옳은 얘기이겠지만 한번 낙오하면 다시는 재기가 어려운 우리의 실정에서 얼마만큼의 울림을 가질 수 있을 지 확신이 서지 않았습니다. “다 잘될 거야. 넌 할 수 있어”식의 격려가 요즘처럼 공허하게 들리는 때도 별로 없었던 것 같아서 영화를 보고 나니 한편으로는 씁쓸한 기분도 들었습니다.

요즘 쏟아져 나오는 액션 영화들에 질려서 무언가 잔잔한 영화를 보고 싶으시다면 추천해 드릴만 합니다. “그래도 영화는 먼가 짜릿하고 긴장감 있고 일단 재미있어야지”라고 생각하신다면 지루하실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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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iteMan
13/03/04 11:29
수정 아이콘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 그리고 전 아주 재밌게 봤습니다. 근데 이런 영화들을 보면서 조금은 서글퍼지는게...나의 현실은 다시 시작할 용기도, 다시 시작할 기회도 갖기가 쉽지 않은데...이런 생각들어서요..-_ㅠ.. 본문에 써주신 "한번 낙오하면 다시는 재기가 어려운 우리의 실정에서..."라는 부분에 크게 동감합니다. 특히나 나이가 들어갈수록 말이죠..
SuiteMan
13/03/04 11:29
수정 아이콘
아 그리고 제목 오타있습니다. 플라이트요~
Neandertal
13/03/04 11:33
수정 아이콘
제목 수정했습니다...^^
노안이 오는 지 요즘 이런 실수가 많네요...--;;;
거믄별
13/03/04 16:52
수정 아이콘
어느 리뷰가 생각나네요.
술로 시작해서 술로 끝나는 영화.
오른발의긱스
13/03/06 19:36
수정 아이콘
저도 정말 재미있게 봤던 영화중 하나 입니다. 형편없는 영화 내내 방탕한 그의 삶이 한심하다고 생각했지만, 보장된 장미빛 미래를 포기하고 모든걸 제대로 시작하려는 그의 용기에서 저는 그렇게 못하겠다고 생각하는 제가 한심하다고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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