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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12/22 01:36:01
Name Timeless
Subject [일반] 관심 결핍증
-관심 결핍증-

'소아빈혈'의 가장 흔한 원인인 '철분 결핍증'은 아이의 몸에 철분이 부족해서 식욕감소, 보챔 등과 함께 감염에 취약해지고, 성장 장애도 나타나는 것입니다. 부족한 철분을 보충해주면 대부분 쉽게 치료가 되죠.

지난주 일요일 부모님 없는 아이들을 돌봐주는 서울의 한 시설에 다녀왔습니다.
70여 명의 갓난아기부터 초등학생까지 지내는 곳인데요. 대부분 부모님을 모르거나, 미혼모의 아이들이었습니다.

처음에 들어간 방은 3세~7세 미취학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딱 그 또래의 남자 조카가 있는지라 남자아이들과는 쉽게 친해졌습니다(친해졌다기보다는 그 아이들의 노리개ㅠㅠ 들었다 놨다, 슈퍼맨 놀이, 빙빙 돌려주기 등. 아이코 허리야...). 여자아이들에게는 인기가.. who sad... 그리고 다음에 들어간 방은 3세 미만의 아이들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역시 그 또래의 여자 조카가 있는지라 이리저리 놀아주고, 점심밥도 먹여주었습니다(식사는 우리 조카나 이 아이들이나 큰 차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것보다 아이들 발달상황이 또래보다 전반적으로 느리더군요(언어, 대소변 가리기 등). 어느덧 시간이 흘러 다음에 올 것을 약속하고, 아이들과 헤어졌습니다. 저희 조카가 그러듯 배꼽 인사하는 아이, 수줍어서 숨는 아이를 뒤로 하고 나왔습니다.

저는 바로 다음 날 소아과에서 엄마/아빠 포함 가족들에게 사랑받는 아이들을 진료했습니다. 이 아이들이 그 시설의 아이보다 물론 더 좋은 옷, 더 좋은 음식을 먹을 수도 있겠지만(그 시설도 의식주 환경이 열악하지는 않습니다), 그런 것보다 부모님이나 가족에게 더 많은 관심을 받는 모습에 마음이 짠했습니다.

아이들이 잘 자라기 위해서는 좋은 음식, 좋은 옷도 필요하겠지만, 관심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시설은 아무래도 돌보는 분과 아이들 비율이 열악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발달이 느린 아이들을 '관심 결핍증'이라 이름 붙여봤습니다. '철분 결핍증' 치료가 '철분 보충'이듯, 이 아이들에게 '관심'이 보충되면 좋아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아이들이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관심' 가져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올립니다.

물론 꼭 이쪽이 아니라도 주변에 눈을 돌려 우리 사회의 문제를 찾고, 해결해 가는 것이 투표 못지않게 중요한 우리의 과제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다 보면 우리 사회 문제는 '솔빙(solving)', 그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힐링(healing)'이 되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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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시BBbr
12/12/22 01:40
수정 아이콘
하아...
그렇네요... 감사합니다
몽키.D.루피
12/12/22 02:12
수정 아이콘
근데 불행하게도 어렸을 때 부족한 관심은 자기애성의 결핍을 낳고 왜곡된 자기애성은 평생 갑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어렸을 때 건전한 자기애성이 형성되면 좀 자라서 겪는 어지간한 불행은 견딜 수 있는 내성이 생기는 거죠.
그래서 태어나서 30개월까지의 부모 관심이 정말 중요한 거 같습니다. 대부분의 자기애성 장애는 그때 다 생기더라구요. 책을 보니까요.
Timeless
12/12/22 02:19
수정 아이콘
네. 그 나이대의 아이들이 시설에 있습니다.

유년기에 아빠, 엄마를 보며 모방, 도전, 좌절 등을 해야 하는데 그럴 수 있는 환경이 아닙니다(특히 시설에 남자 보호자가 부족해 아빠 역할은 더욱 문제죠). 가장 좋은 스토리는 아기 때 입양이 되는 것인데 그마저 각박한 세상에 많이 줄고 있다죠.

관계자들도 한계를 알고 있고, 현재로서 딱히 방법이 없지만, 이 아이들은 건강하게 자랄 권리가 있는 만큼 우리 사회를 계속 채찍질 해야겠죠^^;
Paranoid Android
12/12/22 07:47
수정 아이콘
가정이있어도 부모를 잘못보고 배우면 인격형성이 문제가 생기고 성인이된지금도 관심을 받지못하고 외롭게 지내면 차질이 생기고 마음이 약해지는데
하물며 인격형성을 하는 어린시절에는 더더욱 중요하겠죠...ㅜ.ㅜ
runtofly
12/12/22 10:51
수정 아이콘
관심과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을 직접적으로 도와주지는 못하고 있고 굿네이버스를 통해 소액이나마 기부를 하고 있습니다. 탐리스님 아름다운글 잘 읽었습니다.
요즘 23개월된 아들이 밥을 잘 안먹는데 최근 식단을 살펴보니 철분이 부족할 수 있겠네요... 여러모로 좋은 글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나루호도 류이
12/12/22 20:34
수정 아이콘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성적 쾌락의 감소를 가져오지 않는 피임제의 개발일까요.. 피임이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애시당초 저런곳에 가야할 수많은 아이들이 태어나지도 않았을테고 그렇다면 애시당초 문제자체가 발생할 일도 크게 줄어들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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