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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12/05 01:34:11
Name 대한민국질럿
Subject [일반] 술에 관한 추억 하나.
대학 들어가기 전 일이니 적어도 3년은 더 된 이야기네요.



서울살던 녀석과 저 둘이서 분당 모란근처에 사는녀석 집에 놀러간적이 있습니다. 뭐 그녀석들과 만나면 하는게 술 포켓볼 노래방 게임 뿐이었고 또 집에 부모님도 안계시고 해서.. 당연히 소주를 깠죠. 처음엔 네병을 깠는데, 네병이 여섯병이되고, 열병이되고, 결국에는 열네병이 되었습니다. 안주로 너구리도 한 세봉지 정도 끓여먹었고.. 사실 그때는 민증 뚫리기 1년 전-민증은 있으나 술도 못사고 19금영화도 못보고 밤 10시가 넘으면 피시방에서도 쫓겨나는 바로 그 때-이었는데, 뭐 중국에서 지내다 보니 그런건 거의 신경 안쓰게 된 터였죠. 저는 중국 유학생인데, 중국에서는 정말 코흘리개 아이들한테도 담배를 팝니다. 애들이 돈이 없으니 담뱃갑을 까서 한까치 한까치씩 팔고, 기차나 길바닥에서 중학생쯤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불을 빌리는 장면도 심심찮게 목격할수 있었고요. 물론 제가 있던곳이 대도시가 아니었던 이유도 있었겠지만...담배가 저랬으니 뭐 술이야 말할것도 없었죠.

각설하고, 미성년자 셋이서 소주 열네병을 깠으니.. 무슨 운동부도 아니고 당연히 세명 다 꽐라가 될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밤11시에 두당 소주 4병반을 깠으니 상식적으로는 자고 다음날에 가는게 맞았겠지만.. 사람이란, 특히 남자란 꽐라가 되면 비상식이 상식이 되고 상식이 비상식이 되는게 당연지사 아니던가요. 서울사는놈과 저- 제집도 서울입니다 -둘이서 집에 가겠다고 땡깡땡깡땡깡을 부려 결국 집을 나서게 되었습니다. 어찌저찌 모란역까지 가서 분당선 막차를 겨우- 하마터면 그 막차조차 못탈 뻔 했습니다. 꽐라상태라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반대편 승강장에 잘못 들어가는 바람에.. 술김에 허겁지겁 매표창구를 뛰어넘어서 반대편 승강장으로 향해 달렸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가관도 그런 가관이 없었.. -잡아타고 선릉까지 갔는데, 역무원 왈 2호선 막차가 떠났다는 겁니다. 있는쌍욕 없는쌍욕 다 뱉어가며 역사를 나와보니, 설상가상 왕복 8차선 대로에 택시는 커녕 개미새끼 한마리 안보이는 상황... 하는수없이 택시가 보일때까지 걸었죠. 이왕 이래된거 걸어서 집한번 가보자는, 농담도 아니고 진담도 아닌 그야말로 헛소리를 해대면서..

그렇게 꽐라상태로 둘이서 얼마를 걸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느낌상 꽤 오랫동안 걸었던것 같은데 아마 멀리는 못갔을겁니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상황이었으니깐요. 어쨌건 천만다행으로 택시 두대를 발견해서 잡아타고 집에 올수 있었습니다. 중국에서는 택시가 손님 눈치 보면서 뱅뱅 돌아가는게 보편적인 일이고, 또 정신없이 택시에 지갑이나 핸드폰을 두고 내릴까 내심 겁먹었던 터라 택시안에서는 정말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었는데, 집에와서 집 대문을 열고나서는 기억이 없네요. 다음날 아침 일어나니 아버지께서 젊은놈이 그깟 술몇병 마시고 몸도 못가누냐며 핀잔을 주셨습니다. 나중에 들어보니 대문열고 들어와 옷도 안벗고 그냥 드러누운 필자를 아버지께서 다 수습(?)해주셨다고 하네요. 그날 처음 필름이 끊기는 현상을 경험했던 저로서는 다소 큰 충격이었기에, 이후로는 그날처럼 대책없이 개념없이 마시는 일은 없게 되었습니다.












엊그제 밤에, 그때 같이 소주 14병을 까고 지하철 매표창구를 뛰어넘고 개미새끼 한마리 안보이는 8차선 대로를 한밤중에 비틀거리며 걸었던 그녀석과 전화통화를 하는 꿈을 꿨습니다. (분명히 꿈속에서 전화통화를 하고있었는데.. 핸드폰 너머 그녀석 얼굴까지 봤네요 꿈의 위력이란..) 고등학교에 한국유학생이 얼마 없었고 그마저도 동갑은 나포함 3명밖에 없어서 정말 친했던 놈들이었는데.. 맨날 같이 농구하고 당구치고 술푸고 노래부르면서 정말 가족같이 친했던 놈들인데 고등학교 졸업한 다음 거짓말처럼 연락이 끊겼네요. 쑤저우에서 학교 다닌다고 들었는데 연락처도 모르고 연락도 안되고.. 갑자기 꿈에 나오니 지금은 어떤지 뭐하고 사는지 급 궁금해집니다. 얼굴은 탤런트 김재원 닮고 키도 저보단 쪼~금 작았지만 180은 되었고.. 여튼 외모도 말빨도 받쳐주던 녀석이라 여자후리는 솜씨 하나는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하던 녀석이었는데..

아 참, 모란 살던 녀석은 다행히 아직 연락이 됩니다. 목포로 이사갔는데..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유학생활 접고 해병대 자원입대해서 지금은 병장 만기제대한지 한달정도 됐고, 고등학교때 기획사 연습생이었던 녀석의 누나는 지금 꽤 유명한 아이돌 가수가 되었네요. 세월 참 빠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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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씨
12/12/05 06:57
수정 아이콘
전 가끔 옛 친구들 생각이 나면 나이먹었구나 싶어 약간 서글퍼집니다.
덧붙여 꽤 유명한 아이돌가수 이름 쪽지부탁드려요. ^^
lupin188
12/12/05 14:06
수정 아이콘
술은 끊임없이 이야깃거리를 생산해 주는 좋은(?) 아이템이지요..크크크크
덧붙여 꽤 유명한 아이돌가수 이름 쪽지부탁드려요.(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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