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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11/20 22:56:45
Name 무플방지위원회
Subject [일반] 이런 저런 정치 단상
아름다운 단일화? 아름다운 단일화!
여기 저기서 아름다운 단일화라는 말이 들립니다. 민주당에서도 아름다운 단일화를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아름다운 단일화라는 건 없습니다. 정치는 연애도 아니고 정의구현의 과정도 아닙니다. 이해관계를 놓고 갈등과 대립, 조정을 해 나가는 거죠. 그 과정이 아름다울 거라 기대하는 건 너무나 순진한 생각이죠. 그런데 문제는 민주당 스스로 '아름다운' 단일화라는 프레임을 만든다는 것. 이렇게 기대치를 잔뜩 높여놓을 이유가 없는데 좀 멍청한 생각 같습니다. 새누리 집권 5년동안 망가진 것들을 보면 정권교체를 위한 단일화는 그 자체로 아름다운 거지 아름다운 단일화가 따로 있고 아름답지 않은 단일화가 따로 있는게 아닙니다. 굳이 스스로 저런 프레임을 만들어내는 것 자체가 멍청한 것 같네요.

박근혜, 23일 단독 TV토론 출연 추진
문과 안이 단일화를 위한 토론을 한다고 하니 박근혜 측에서 자기도 티비에 나가게 해달라고 하는군요. 근데 단독 토론이라니? 모노드라마를 찍으시려는 걸까요? 그렇게 토론을 하고 싶으신 분이 왜 그동안은 그렇게 잘도 도망만 다니신 건지. 제 생각엔 문안 토론자리에 박근혜도 참가해서 문안은 단일화의 당위성을 박근혜는 단일화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토론을 하면 좋을 것 같네요. 자기 몸에 흙묻는 건 요만큼도 하지 않으려고 하면서 챙겨 먹을 건 있는대로 다 챙겨먹겠다는 생각이 참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정책적 차별성이 실종된 선거
이번 선거만큼 부동층이 없는 선거도 드뭅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후보간의 공약이나 정책적 차별성을 찾아보기도 힘듭니다. 정책 추진방향에 있어서 큰 차별성이 보이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전부 정책은 외면하고 이미지 쌓기에 치중해서일까요?
가장 큰 원인은 새누리당의 좌회전 선거전략에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새누리당의 선거전략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야당공세에 대한 선제적 대응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야당이 적극적으로 제기할 이슈들에 대해 미리 선수를 치는 거죠. 사실상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심 주제가 되어야 할 복지와 신자유주의 극복이라는 이슈를 새누리가 먼저 치고 나와버렸죠. 물론  정치공학적으로 보면 새누리로선 영리한 행동이고 민주당으로선 주도권을 내어 준 실책입니다. 문제는 그럼으로 인해 우리 사회의 주요 아젠다들이 오히려 사장되고 사회적 논의가 촉발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죠.
이 지점에서 민주당에 대해 비판하고 싶은 건 현 여권의 실정을 왜 제대로 비판하지 못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대선이 네거티브보다는 포지티브의 경쟁이라는 점은 타당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책임이라는 문제 역시 대단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지난 총선에서는 정권심판이라는 구호만 붙들고 늘어지더니 이번 대선에선 아예 실정에 대한 책임 자체를 거론조차 하질 않네요.
박근혜가 제시한 공약 중 지난 5년간 새누리당이 적극적으로 대응한 이슈는 거의 없습니다. 1. 가계부채 2. 육아 3. 교육비 4. 복지/보험 5. IT/문화 6. 정년 7. 근로자 복지 8. 범죄 9. 경제민주화 10. 균형발전 의 열개 항목 중 새누리가 적극적으로 대응한 건 범죄 항목 외엔 없죠. 그 외엔 거의 대다수 주제에선 안티적인 모습이었습니다.
무상급식에 대한 극렬한 반대, IT나 문화산업에 대한 역행과 토건산업에의 칩착, 철저한 재벌 프렌들리 정책, 세종시 무력화 시도 등 저 10대공약에 철저히 역행하는 행동들만 보여줬죠.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바뀌었다고 해서 저런 속성까지 하루 아침에 변할 리가 없죠. 이런 부분에 대해 민주당이 좀 더 분명히 비판해 줬으면 좋겠군요.

안타까운 안철수
안철수의 행보가 많은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냅니다. 아직도 안철수의 선의를 믿는 사람이 있을진 모르겠습니다만 전 선의를 믿지도 안믿지도 않습니다. 선의 같은 건 중요하지 않은 거거든요. 안타까운 건 아직 정치를 잘 모른다는 것입니다. 역시 숙고해서 답을 찾을 능력은 있지만 급류 속에서도 답을 찾아나갈 능력은 안되나 봅니다.
안철수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야권에 큰 힘이 될 수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득실관계를 따져보면 딱히 많이 남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가장 큰 원인은 안철수 자신에게 있죠. 물론 그의 주요 관심이 정치개혁일 수 있지만 (정치개혁에 관한 이해가 지극히 표피적이라는 점은 차치하고) 어쨌든 그가 원하는 걸 이루고자 한다면 스스로 주도권을 확보해야만 가능하죠. 그는 이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민주당을 타게팅하는 길을 택했습니다만 이게 결정적인 패착입니다. 자신에게도 손해였을 뿐만 아니라 야권전체에게도 큰 이익을 주지 못했죠.
안철수가 해야 할 일은 민주당과 다툴게 아니라 박근혜와의 차별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전선을 그었어야 합니다. 국민들은 정권교체를 실현시켜줄 유력자로 안철수를 기대했던 것이지 정치판을 정화시켜줄 요정을 기대한 게 아니거든요. 자신이 왜 박근혜와 다르고 자신이 어떻게 박근혜를 극복할 수 있는지를 어필했어야 하는데 오히려 자신이 왜 문재인과 다른지에 집중하다 판을 망쳐버린 겁니다. 지금이라도 잘 했으면 좋겠습니다

열정의 동원
전 예전부터 초지일관으로 박근혜는 무서운 상대가 아니라는 말을 해왔습니다만 지금은 결과를 점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입니다. 박근혜는 예상만큼 하고 있습니다. 저 정도 할 것이라 예상했던 정도죠. 딱히 공도 과도 없는 무난한 행보.
문제는 야가 여를 이기기 위해서는 무난히 해서는 안된다는 거죠. 그동안 현 야권이 여권을 이기기 위해서는 야권 자체만의 힘으로는 부족했습니다. 시민사회에서의 적극적인 참여가 없었다면 어떤 대선도 이길 수 없었을 겁니다. DJ가 될 때도, 노무현이 될 때도 시민사회에서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습니다. 물론 MB는 이런 지지자들의 참여 없이도 이겼죠. 그게 한국사회에서 보수층이 갖고 있는 자산과 진보층이 갖고 있는 자산의 차이인 거죠.
이기기 위해선 야만 잘해서 되진 않습니다. 어떻게 대중의 열정을 동원할 것인가?를 적극적으로 고민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예전에 조국교수가 시민연합정부라는 개념을 주장한 것도 그런 맥락으로 봐야겠죠. 야권이 정권교체에 성공하려면 이 부분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고민들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 엉뚱한 이야기.
원래 오전에 쓴 글인데 지금 등록해서 조금 핀트가 안맞는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만 큰 맥락에서는 문제가 없는 것 같아 그냥 올립니다.
아침에 이 글을 올리다가 자꾸 "초성체는 등록할 수 없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뜨고 등록이 안되길래 pgr 자게가 고장났나 해서 첫문단만 글을 써서 등록했더니 등록이 되더군요. 그래서 재빨리 수정을 했는데 이번엔 "권한이 없습니다"라는 메시지가. 그리고 곧 "게시물이 이동되었습니다"라는 쪽지가 도착. 연이어 "회원등급이 조정되었습니다"라는 쪽지가 ㅠ.ㅠ
관리자님께 사정얘기를 했더니 오후에 복원시켜 주셨네요. 감사합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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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토이
12/11/20 23:03
수정 아이콘
사실 정말 궁금한 점이 하나 있는데 과연 안철수 캠프의 연이은 전략적 자충수의 주체는 누구일까요?
안철수 본인인건지, 아니면 어설픈 정치초짜 안캠 브레인들이 저러는거고 안철수 후보는 승인만 내주는건지 궁금합니다.
솔직히 안캠의 행보는 이전의 안철수 개인의 행보와는 너무 달라서 말입니다.
개인적인 상상으로는 안캠 브레인들 수준이 너무 떨어지고 안철수 본인도 그걸 컨트롤할만한 경험과 여력이
없는게 아닌가 싶습니다만.. 일단 안캠 브레인들은 아름다운 양보니 아름다운 경쟁이니 그런거 손톱만큼도
신경안쓸게 분명합니다. 안철수 본인이라면 몰라도 그외의 사람들은 그야말로 권력 그 자체가 목표겠죠.
왜냐면 안철수는 자기 자신을 책임질 수 있지만 밑에 있는 사람들은 실패를 책임질 수가 없기 때문이겠죠.
매콤한맛
12/11/20 23:07
수정 아이콘
혼자서 토론이라니요? 기네스북에 올라갈만한 일이네요
12/11/20 23:09
수정 아이콘
그마저도 사전에 질문 내용을 달라고 할 듯...
펠릭스
12/11/20 23:14
수정 아이콘
열정의 참여. 저도 이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나라당은 세력으로 이기고, 민주당은 바람으로 이겼거든요. 40:25. 이 철옹성같은 세력비에서 유일하고도 당연한 전략입니다. 다만 치고받고 싸우든간에 단일화는 아직 이런 모멘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진짜 거듭 하는 이야기지만 두 후보가 10회정도 정책과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면 지금쯤이면 이것은 무시무시한 폭풍이 되었을 거라는 겁니다.

아쉽고도 아쉽네요.
12/11/21 00:17
수정 아이콘
이명박 정부의 실책에 대해 많은 공격이 없는것은 국민들이 이미 총선에서 그 심판을 했기 때문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명박근혜라는 프레임까지 들고나왔지만 결과는 여전히 동부는 한나라당이 가져가고 수도권과 호남을 중심으로한 전통 야당텃밭을 찾아오는데 그쳤죠.
물론 그 이면엔 '새누리당+자유선진당=민주당+통합진보당'이라는 비례대표 결과에서 보듯이 전국적인 지지도에선 여야가 5:5 싸움을 했지만 총선 이전에 이명박정부에 대한 민심을 생각해보면 기대했던만큼의 결과라고 보긴 어렵죠.
더군다나 박근혜후보는 이번 정부에 후계자로서 나온것이 아니고 지난 대선에선 후보경선에서 피터지게 싸운 인물이기도 하니 섣불리 이명박정부=박근혜후보라는 이미지를 덧씌우다간 헛심만 쓰고 결과는 좋지 못한걸 얻을수도 있다고 봅니다.

차라리 야권에서 기획했던 1+1=3이 되는 아름다운 단일화에 공을 들이는게 더 맞다고 보는데 문제는 그동안 이미지로 알고있던 안철수후보와 실제 안철수후보의 차이에서 나타났다고 봅니다.
스스로가 정치혁신을 기치로 내걸고 나왔음에도 보여주는 모습은 점점 노회한 정치인의 그것을 닮아가는걸 보며 국민들은 아름다운 단일화에 대한 기대를 접고있죠.
애초에 민주당 후보경선에서 문재인후보를 지지했던 이유가 그라면 단일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고 정권교체를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든 할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었는데 생각지도 않게 안철수후보에게서 단일화 파행이 시작될줄은 몰랐습니다.

이미 되돌릴 시간도 없고 앞으로 새로운걸 기획할 시간도 없습니다.
어차피 단일화로 누가 되던지 1+1=1.? 이정도에서 끝날것이고 이걸 기반으로 역전할 생각을 해야겠죠.
몇달전만 해도 단일화만 되면 이길수 있다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좀 어렵겠구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야권이 쉬웠던 선거는 단 한차례도 없었죠.
외환위기 이후 경제가 가장 나빠지고 있는데 사람들이 귀막고 눈감고 사는게 아니라면 분명 대선에서 변화에 바람이 불어줄거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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