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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11/20 15:15:36
Name 캇카
Subject [일반] 보편성을 갖춘 사고
1: 기차 기관사가 운행 중 철로에서 일하고 있는 5명의 인부를 발견하고 기관사는 방향을 틀어 옆에서 일하고 있는 단 한명의 인부만을 죽게 했다.
2: 기차가 인부 5명을 칠 것 같자 지켜보던 행인이 앞에 있는 사람을 밀어 희생시키고 인부 5명을 구했다.
3: 기차가 인부 5명을 칠 것 같자 지켜보던 사람이 뛰어들어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고 인부 5명을 구했다.

1, 2 는 유명한 도덕적 딜레마의 문제입니다. 여기서 보통 우리의 직관은 2는 부당하다고 생각을 하고 1은 이해할 수 있다고 판단하죠. 3에 대해선 멋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 겁니다. 이에 대해 논지를 쭉 전개해 나가자면 대부분은 자신의 직관을 정당화하기 위해 1, 2, 3 간의 차이점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어떤 분은 아마 행위에 대한 결과가 다르지 않음을 근거로 사실은 이 세 가지 사례는 본질적으로 같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고요. 예측가능성의 측면에서 한 사람을 민다고 해서 5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다거나, 희생되는 권리의 차이를 언급하며 자신의 목숨은 선택할 수 있지만 타인의 생명은 그렇지 아니하다고 결론을 내릴 수도 있지만 모든 도덕적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 있는데 원칙이라는 개념을 도입하는 것입니다. 즉 이 행동이 정당하다고 받아들여졌을 때에 사회에 나타나는 변화를 생각해 보는 것이죠. 2는 결국 제 3자가 본인이 예상하기에 일어날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서 본인이 생각하는 더 작은 가치를 희생시키는 행동입니다. 따라서 2가 받아들여진다면 사회를 이루는 개개인들은 항상 자의적으로 더 큰 가치를 위해 타인을 희생시킬 수 있는 권리가 생길 것이고 반대로 그 개개인들은 더 큰 가치를 위해 언제라도 희생될 수 있는 상황에 놓이게 되겠죠. 따라서 2의 행동은 결과적으로는 옳으나 원칙적으로는 부당합니다. 1, 3과 같은 경우엔 그것이 원칙으로 받아들여진다 하더라도 사회에 나쁠 것이 없다는 점에서 우리는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피해를 최소화해라, 거나 본인을 희생함으로써 타인을 구하는 것은 아름다운 행위이다 등의 관념을 가질 수 있습니다. 법이나 도덕과 같은 규범도 일종의 원칙이기에 행동을 선택하는 시점에서 어떤 행동을 선택할지를 규정해줘야 하고 따라서 1, 3은 인정되지만 2는 결과적으로 똑같은 효과를 가짐에도 인정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나, 내 가족, 내 친구들은 착하고 열심히 사는데 세상엔 나쁜 사람이 많다거나 조 모임 등에서의 프리라이더 등 얘기를 할 때에 희생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는, 그러한 모순을 분석해보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그 원인을 근본적으로 사고에서의 보편성의 결여
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가수를 지망하는 A라는 학생이 학교에 나가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 수업을 안 나가거나 잠만 자고 이에 대해 B선생님이 A 군을 심하게 혼낸다고 한다면 비슷한 경험을 해본 적이 있는 학생들은 A를, 사회생활을 오래해본 어른들이면 선생님을 옹호할 가능성이 큽니다. A는 이에 대해 선생님이라는 집단 자체를 무시하거나 학교라는 시스템을 비판하거나 B 선생님을 개인적으로 비하함으로써 본인의 판단을 정당화하려고 시도할 것입니다. B라는 선생님은 졸지에 나쁜 사람 혹은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으로 되어버릴 것이고요.
여기서 아까 언급한 원칙이라는 개념을 통해 생각해본다면 B선생님이 A라는 학생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기 때문에 수업에 나오지 않는 것을 허용한다면 결국 B 선생님은 모든 학생에 대해 무엇이 이 학생에게 도움이 되는가를  고려해야 하는 난처한 상황에 빠지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학생의 주장과 실제 행동 간의 불일치 발생도 예상되기 때문에 그냥 놀기 위해서 수업을 안나오고 학교에서 잠을 자는 학생들 까지도 이해해줘야 하는 문제점이 발생하죠. A는 이것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나는 나의 미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하겠지만 A가 생각해야 할 부분은 B가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나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되느냐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대로 B가 행동하기 위해선 B가 어떤 행동 원칙을 가져야 하며 그것이 갖는 부작용은 무엇일까가 되어야합니다. 왜냐하면 B의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선 A 자신의 최선의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B가 실질적으로 취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이 다른 것임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경우에만 A는 내 생각이 옳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사람들은 경험을 통해 직접적으로 성공하고 좌절을 맛보기 때문에 편면적인 깨달음을 행동 동기로써 삼는다는 점입니다. 앞서 말한 A의 사례에서 A는 본인이 직접 선생님이 되보거나 합리성을 핑계로 삼는 부하 직원들을 만나보기 전까지는, B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심지어 경험을 해보더라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고요. 우리는 대부분 한 쪽 입장에서 경험하고 성장하기 때문에 이런 식의 깨달음은 상대편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집니다. 보편성이 확보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확보>
사람의 생명권은 소중하다.
연애할 때에 양다리를 걸치면 안된다.
사회의 구성원은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나갈 의무가 있다.

<미확보>
열심히 노력해서 돈을 많이 벌겠다. ( 다른 사람들이 이것을 보편적 원칙으로 삼을 경우 나의 원칙이 오히려 침해됨)
부자들은 세금을 많이 내야할 의무를 가지고 있다. ( 재산권에 대해 보호받으면서 타인의 재산권은 인정 안함)

민주주의는 반대로 개인이 갖는 편면성에 의존하여 작동되며 서로를 끊임없이 견제할 수 있게 만드는 시스템입니다. 이것이 인류가 내놓을 수 있는 현재까지의 최선의 정치형태임을 인정합니다만 이것이 갖는 문제점은 보편성 결여에서 나오는 연대감 상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많은 학자들이 민주주의가 갖는 편면성에 대해 경계심을 가졌고 편면성을 가진 집단의 결정체인 정당 역시도 민주주의 도입 초반에는 경계의 목소리가 많았었죠. 물론 실질적으로는 편면성 간의 조정을 통해 합리성이 확보되는 결과를 낳았지만요. 아무튼 제가 칸트의 실천이성 비판처럼 보편성을 갖는 원칙만이 우리가 행동할 방향을 규정한다고 얘기하려는 것은 아니고 이런 식의 사고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밑거름이 됨은 물론이고 한 개인의 삶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작성해 보았습니다. 당연한 얘길 길게 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생각보다 개인의 판단에 보편성이 갖춰 있기가 힘들거든요.

C 군은 스포츠를 순수한 스포츠로 즐기는 입장이라 다른 학교와의 정기전에 참석하기가 싫습니다. 그런데 자리를 맡고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은 신입생의 몫이라면 C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실제 이런 경우가 있었는데요. 이 때 아침 7시부터 경기장에 가 자리를 맡고 경기가 시작하고 나서 자리를 나오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그 결과 선배들하고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오히려 제 소신을 인정받는 계기가 되었죠. 보통 이 경우에 C군은 행사에 참여를 안하고 선배들한테 욕을 먹습니다. 선배들은 후배가 할 역할을 안했다고 주장하고 C는 개인의 참여의 자유를 강제하는 것이 웃기다고 생각하겠죠. 이 둘 모두 옳습니다만 보편성이 갖춰져 있지는 않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모든 법, 제도, 선택에는 정당성과 부당성이 함께 내재해있고 그가 갖는 정당성이 그가 옳다는 것을 나타내준다거나 부당성이 그가 옳지 않음을 증명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토론과 사회 구성에 있어서도 그 선택이나 제도가 갖는 정당성과 부당성의 끝날 수 없는 싸움이 아니라 어떤 지향점을 향해 어떤 대안을 가지고 접근할 것인가의 논의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나 자신이 더 바람직하고 옳은 것을 추구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나름 이유가 있고 바람직한 인생을 살고자 합니다. 자신의 입장과 다른 입장을 갖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는 나쁜 사람으로 보는 것 보다는 함께 인정할 수 있는 원칙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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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로그김
12/11/20 15:40
수정 아이콘
수 많은 지향점이 있다고 할 때,
그 지향점 자체가 파괴적이고 불행한 결과를 낳게 될 것이 예상되어 비판을 받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 과정에서 다른 가치를 등한시하기에 비판을 받고 제지당하겠죠.

이 글을 쓰시게 된 배경 중 하나가 최근의 야권단일화에서 안후보가 겪고 있는 일이라고 추측하는데..
그 후보의 지향점은 아주 훌륭하지만,
그 과정에서 좁게는 민주당과의 기브 & 테이크, 넓게 보자면 '공정한 경쟁' 이라는 가치를 훼손하였기에
보편적으로 용인할 수 없다는 공감되가 형성되고 있는게 아닐까 합니다.
사티레브
12/11/20 15:40
수정 아이콘
C군이 본인이신가봐요 흐으
피자21
12/11/20 15:50
수정 아이콘
글이 저한테는 참 어렵습니다만.. 뭔가 절대적인 옳음이라는게 존재한다고 생각하시는것 같은데 전 그렇지 않아서요.
첫번째 기차 예만 해도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을테고..
중간에 확보 미확보로 분류한 부분에서도 동의하지 않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보편성이라는거 자체가 참 정의하기 어렵죠.
C군이 본인이신가봐요 흐으 (2) 흐흐흐흐..
12/11/20 16:00
수정 아이콘
저역시 위의 글을 아래 글들의 댓글에서 겪은 캇카님의 심정을 쓰신 것이라 생각하고 위의 댓글을 남겼습니다.
본문에 대해서만 이야기해보자면 보편성은 특수성과 함께 굴러가는 양쪽 바퀴라 생각합니다. 나에게는 이것이 보편적 진리이지만
다른 사람이 보기에 그러지 않을 수 있다는 것부터 인정해야 되겠죠, 물론 그 반대도 마찬가지겠죠.
민주주의에서 다수결의 원칙이 나오게 된 가장 큰 이유중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다수결이 곧 최선이 아니라는 건 기시의 사실이지만요.

C군은 참으로 훌륭한 대처를 한 것 같습니다, K신가요, Y신가요.
저글링아빠
12/11/20 16:06
수정 아이콘
지엽으로 논의를 끌고갈까봐 두렵긴 한데..
연애할 때 왜 양다리 걸치면 안되나요?
그렇게 생각하는 건 좋지만 무려 보편성이나 획득했다고 보기엔 무리 아닌가 싶거든요.

연애의 기본 룰은 정글의 법칙이라는 게 오히려 보편적 원리고, (그리하여 사랑은 움직이는 것.)
피델리티에 대한 지나친 환상이 보편성을 가리고 말씀하신대로 불필요한 멘붕을 부른다고 봅니다.
12/11/20 16:11
수정 아이콘
간단히 말하자면 누군가가 나의 파트너에게 양다리를 걸치는 것을 막기 위한 거죠. 인간사회가 정글과 다른 것은 그런것 아닐까요?
연애가 정글이라는 것은 백퍼센트 동의합니다.
시장에서 물건을 살 때 한군데만 보고 골라서는 좋은 물건을 살 수 없겠죠.
평생의 파트너를 고를 때 심사숙고하고 요모조모 따져보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저글링아빠
12/11/20 16:13
수정 아이콘
연애가 정글이라는 걸 인정하면서 누군가 나의 파트너에게 양다리 걸치는 걸 어떻게 막나요. 그냥 그랬으면 좋겠다는 건데, 그렇다면 그건 적어도 보편적이진 않다는 겁니다.
12/11/20 16:19
수정 아이콘
다수의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을 규정화한 것이 도덕이고 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출발이 그러하다 보니 도덕이나 법 역시도 인간의 사고와 생활양식의 변화에 따라 변할 수 밖에 없는 거겠죠. 물론 살인, 도둑질 등에 관한 인간의 합의는 거의 불변에 가까운 보편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잣대는 시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유동적인 것이겠죠. 살인, 도둑질만 해도 전쟁이라는 전제를 놓는 순간 확 바뀌어 버리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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