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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11/12 00:32:25
Name 내려올
Subject [일반]  영화 리뷰<우리도 사랑일까> ★★★★☆ (스포 有)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많이 담겨 있으니 영화를 보실 분은 백스페이스를 눌러주세요.)



<우리도 사랑일까> 예고편

친구들과 술 먹는데 나 빼놓고 계속 이 영화 얘기만 하길래 다음날 바로 극장에 달려가 보았습니다. 다행이 상영 마지막 주에 세이프. 오랜만에 간 씨네큐브도 너무 좋았고, 디지털 상영에 익숙해지다 보니 미묘하게 파르르르 떨리는 아날로그 자막에도 뭉클해지더군요. 같이 본 친구와 극장을 나서면서 부왘~~!! 서로가 느낀 감정을 쏟아내고 나니, 아 이 영화는 집에 가서 진지하게 리뷰를 써봐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도 사랑일까>의 감상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정말 웃기고 슬프고 아름답고 잔인한 멜로 영화입니다. 영화 보는 내내 낄낄거리다가도 아름다운 장면과 대사들에 숨을 멈추게 됩니다.

아멜리에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순수하고 아름다운 여인 ‘마고’는 사랑하는 남편 ‘루’와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대니얼’을 만나게 되고 사랑이 흔들리게 되죠. 영화의 주제의식은 <봄날은 간다>와 동일합니다. 아름다운 순간도, 사랑도 시간이 지나면 바래지고 식어버린 다는 것. 하지만 <봄날은 간다>에 비해, 아름다웠던 사랑의 순간과 그것이 새로운 사랑으로 교차되는 지점이 더 강렬하게 담겨있습니다. 사랑이 식어감을 자각하고, 새로운 사랑에 설레면서도 죄책감에 가슴 아파하는 여인의 마음이 정말 섬세하게 드러납니다. 저는 극 중 마고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죽는 줄 알았네요. 마고의 마음을 충분히 받아주며 사랑하기에 루는 부족한 사람이지 않았나 마 그래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지만 접속 무비월드의 이동진 해설을 보고나니 더 덧붙일 말이 별로 없네요.
http://www.youtube.com/watch?v=n77O38ulGNE
(보고 싶은 분은 위 링크를 클릭)


하지만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하고 아름다운 명장면 2개가 19금 화면이라 TV해설에 못나온 것 같아요.

마고가 할머니들과 목욕탕에서 대화를 나누는 씬은 이 영화의 모든 주제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사랑과 결혼, 나이 듦, 인생의 빛나는 순간들이 젊은 여인과 노년의 육체가 대비되며 표현됩니다. 그리고 마고와 대니얼의 사랑이 뜨겁게 타오르고 또 식어가는 과정을 아름다운 노래 한 곡에 담아 에로틱하게 보여주는 장면이 그것이지요. ‘그렇구나. 결국 저 사랑도 저렇게 식어가는 구나.’라는 시간의 흐름을 관객들에게 느끼게 해줍니다.

그리고 영화가 결말을 향해 다다르며 가장 인상 깊었던 대사가 나옵니다. 바로 남편 루의 누나가 마고에게 해준 말인데요.

“인생에는 반드시 빈틈이 있게 마련이야.
그걸 미친 사람처럼 일일이 다 메울 순 없어.”

그렇죠. 오래된 사랑이란 다 그런 거겠죠…
그가 나의 24시간을, 365일을 언제까지 반짝 반짝 빛나게 채워줄 수는 없을 거에요.
그리고 결국 그 빈틈을 느끼며 쓸쓸해하는 때도 오게 될 거구요.





ps. 커플은 보지 마세요.
같이 본 친구가 많이 괴로워하더군요^^;;;
물론 가슴 몽글몽글한 솔로도 보고 나면 내상을 입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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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1/12 01:14
수정 아이콘
미셸 윌리암스의 필모그래피가 멋지게 채워지는거 같아서 보고있으면 흐뭇합니다. <우리도 사랑일까>도 감명깊게 봤네요. 개인적으로 오스카 정말 유력하다고 봤는데 상대 후보가 메릴 스트립... sigh... 아직 뭐 기회는 많다고 생각합니다.
ridewitme
12/11/12 07:56
수정 아이콘
저는 이거 여자친구랑 봄....ㅜㅜ 여자친구 친구가 강추해서 봤는데... 무슨 속셈이냐.. [m]
찬공기
12/11/12 08:04
수정 아이콘
마고 혼자서 놀이기구 탔을 때의 표정이 참 많은 생각을 떠올리게 하더군요. 좋은 영화에요.
12/11/12 10:52
수정 아이콘
이 영화에 대한 포스팅이라니!! 너무 반갑네요
좋은 영화죠.. 여감독인지라 여자의 감성을 세심하게 잘 짚어내고 또 그것을 아름답게 표현한 영화인듯 합니다.
영화끝나고 전 "음~" 그러면서 나왔는데 와이프는 슬프다고 꺼이꺼이 울더라는^^;;
뭐..뭐가 슬픈지.. 바람피다 싫증난게 슬픈게냐;;

이 영화 역시 주제는 간단하죠.. 나이많은 할머니의 한마디 "새 것도 헌 것이 된다오"
마고가 놀이기구 탈 때 나오는 노래도 씐나는 "Video Killed the Radio Star"
하늘 아래 새로운 주제는 없다는 얘기가 있는 것 처럼..
어떠한 주제의 영화인가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선택한 주제를 어떻게 이야기로 풀어나가느냐 또한
좋은 영화의 기준이 되는것 같습니다. 그런 기준에서 이 영화는 상당히 좋은 영화이죠..

여담이지만 전 이 영화를 보며 가장 공감갔던 장면이
마고가 흔들리는 마음때문에 한창 심난하던중 닭요리하는 남편 유혹?했는데 반응이 시큰둥하자
내가 당신을 유혹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용기가 필요한지 아냐고 소리치며 눈물을 흘리지요.. 그러자 남편 왈
"이건 뭔 개소리야?" (정확한 대사는 기억나지 않지만 저런 대사였던 것 같습니다)
그 장면에서 어찌나 혼자 큰소리로 웃었던지.. 여자랑 살다보면 그런 상황이 왕왕 있더라고요
'얘는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꼬라박
12/11/12 21:03
수정 아이콘
영화를 본 후 가슴이 한동안 공허해졌습니다. 새 것도 결국 헌 것이 된다는 할머니의 말이 잊혀지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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