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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9/24 23:07:31
Name RookieKid
Subject [일반] 첫 이별의 트라우마.
아래 소유이 님 글 읽다가 댓글에 이런 말이 있어서
글 하나 투척해볼게요.
반말체와 부족한 필력은 이해를.....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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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두 글자가 무지막지한 힐링써포뜨빠와!버프 를 가지고 있듯이
이별이라는 두 글자는 정말 소름끼치는 폭딜이 가능한 단어이다.

1년이 조금 넘었다.
무시무시한 폭딜을 경험한 그날이.

아, 그게 아니구나.
이별이라는 두 글자는 소름끼치는 폭딜도 가능하지만
마치 독처럼 서서히 죽어가게 하는 딜링도 가능하다.

나 같은 경우는 후자였다.

그녀는 이미 1년이 넘는 시간동안 나 때문에 힘겨워하고 있었고,
그 당시의 나는 고민이 많을 뿐 마땅히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제시한 돌파구들은 '무결점의 사령관' 마냥 우리 둘을 가로막고 있는
나의 '서툼'에 의해 매번 길을 막혔고, 근근히 실피로 살아, 살아가던 우리 사이는
결국 '이별 통보'라는 점화에 의해 장렬히 산화했다.

뭔가 비유가 안맞는다....
아, 내가 했었구나 이별 통보...

그녀는 진심으로 헤어지자는 말을 힘들때마다 했고
그것은 그녀 본인도, 나도 점점 피를 흘리게 했다.
내가 그녀를 위해서 무엇을 해줄수 있을까 에 대한 마지막 마침표를 찍는 결정이었다.
'우리 헤어지자'. 그 한마디면 족했다.
사실 마음 같아서는 '난 니가 너무 좋은데.. 나 때문에 니가 너무 힘들어하는것 같아서... 블라블라....'
길게 늘어 놓고 싶었지만 헤어지기로 마음먹은 이상 그럴 필요는 없었다.
아니, 오히려 그러지 않을 필요가 있었다.

남자답지 못하게 먼저 이별을 고하면서, 먼저 눈물을 흘렸다. 오히려 그녀가 울지 않았다.
^^ 웃는 이모티콘이 들어간 문자도 보내왔다.
그리고 우리는 무려 한 달간을 아무렇지 않은 듯 평소와 똑같이, 더 쾌활하게 생활했다.

그 후로 1년이 좀 안되는 시간을 정신없이 보내며
정말 예쁜 여자도 보고, 정말 착한 여자도 보고, 날 좋아하는 여자는 아직 못봤다. 흠.
나도 남자인지라 그런 여자들을 보면 나도 눈이 가고 사귀고 싶단 생각이 들고 사귀는 상상도 가더라.

침대에 누워서 베개 하나 끌어안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꼭 하나의 결론이 나더라.
내가 푸짐하게 저질러놓은 삽질에 여자는 함정에 빠져버리고, 나는 어쩔 줄 몰라하다가 그녀를 그렇게 버리는 수 밖에 없더라.
나는 나쁜XX가 되고, 그녀는 또 아파하더라.
꿈에서 깨어나 이게 현실이 아님을 알고 안도의 한숨을 내뱉고, 역시 사귀면 안되겠다 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리고... 감정을 추스리고 살펴보면.. 내가 사귀고 싶다고 사귈 수 있는 것도 아니더라. 난 원빈이 아니니까.

복잡한 감정의 연속이다.
그녀를 좋아한다 →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 → 내가 뭔가를 할 수록 그녀는 아파하고 슬퍼한다 →
→ 나는 아무 것도 하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 마음에 담지 말아야 한다
라는 모순된 감정이 내 생각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것도 1년 내내.

마치 나에게 '방사능 오염' 이 패시브로 붙어있는 기분이랄까.
내가 다시 사랑할 그 사람이 아파할까 너무 두렵다.
내 스스로가 상처 입는 건 하나도 걱정되지 않지만.

그래. 두렵다.
XX야. 나 너 같이 아픈 사람 다시 만들고 싶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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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리주저리 쓰느라 저도 무슨말인지 모르겠는 부분이 있네요;;; 죄송합니다...
읽어보면서 고치겠습니다.

'첫 이별의 트라우마' 라는 제목이지만, 저는 이별의 아픔보다도 '다음 사람을 아프게 할 것 같은게' 트라우마 입니다.
이별의 아픔은 제가 잘 못해줬으니 당연히 받아야할 아픔이라고 생각하고 있구요.. 쩝..

글이 많이 모자랍니다. 글에 대해서도 조언 많이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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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
12/09/24 23:12
수정 아이콘
이래야 내 PGR답지 !!
이별에~, 순둥이던 그리고 첫 이별까지
실연 트릴로지가 깊어가는 가을밤을 좀 더 풍성하게 해주네요.
메지션
12/09/24 23:16
수정 아이콘
가을이네요.
12/09/24 23:25
수정 아이콘
크크크.. 저랑은 마인드가 좀 다르시네요..
저는 이별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서 미친듯이 일만 하는 길을 택했고...
보란듯이 성공해서 아직 내 소식을 알고 있는 그녀들이 매일밤 이불을 걷어차고 남편한테 매일같이 바가지를 긁게 만들어버릴 작정입니다. 크크크... [m]
Tychus Findlay
12/09/24 23:28
수정 아이콘
정말 예쁜 여자도 보고, 정말 착한 여자도 보고, 날 좋아하는 여자는 아직 못봤다. 흠.
Paranoid Android
12/09/24 23:54
수정 아이콘
신지드를만났군요 [m]
부스터온
12/09/25 00:13
수정 아이콘
가을이 오긴 오네요
자게에 이렇게 이별 고백(?)글이 연달아 올라오는걸 보니..흐
갑자기 3년 정도 만났었던 첫(연애)사랑이 생각나네요
아이스박스 안에 군 복무 시절 받았던 편지 수백통이 들어있는데
볼 때마다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하나 고민하곤합니다.
어찌그리 나란놈을 철썩같이 믿고 말끝마다 결혼하면~이 들어가있는지, 적당히 좀 쓰지.
결국 그 말이 부담스러워서 도망쳐버렸으니.
천진희
12/09/25 00:41
수정 아이콘
정말 예쁜 여자도 보고, 정말 착한 여자도 보고, 날 좋아하는 여자는 아직 못봤다. 흠.(2)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전 단 한 번 빼고 지금까지 이별한 아가씨들과 굉장히 친하게 지냅니다~
단 한 번이 가장 좋아했던 사람이라 그저 가슴이 아프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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