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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01/28 13:25:16
Name 계층방정
Link #1 https://brunch.co.kr/@wgmagazine/127
Subject [일반] 소리로 찾아가는 한자 71. 맡을 사(司)에서 파생된 한자들

허물 건(䇂)에서 파생된 한자들 중에 말씀 사(辭)가 있었다. 지금은 오른쪽을 매울 신(辛)으로 쓰지만, 원래는 맡을 사(司)나 꾸짖으며거절할 얼(⿱䇂口)을 썼다. 辭의 소리 부분이 司와 ⿱䇂口 둘 다 가능하다는 것은 이 두 한자의 음이 서로 통한다는 것이며, 말씀 사(辭)와 헷갈리기 쉬운 한자로 뜻과 소리가 비슷한 말/글 사(詞)의 소리도 이 司에서 비롯한 것이다. 이번에는 이 司의 자원과 이에서 파생된 한자들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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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司의 갑골문 1, 2, 금문, 제계 문자, 연계 문자, 진(晉)계 금문, 초계 문자, 소전. 출처: 小學堂

《설문해자》에서는 "신하가 외교 사무를 맡는 것이다. 임금/왕후 후(后)를 좌우 반전한 것에서 뜻을 따왔다.”라고 풀이했다. 옛 한자에서는 글자를 뒤집거나 반전해도 같은 글자가 되기 때문에, 탕 란은 司와 后가 원래는 같은 한자였다가 이후에 분화된 것으로 보았다. 后의 옛 형태들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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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毓·后의 갑골문 1, 2, 后의 금문, 진(晉)계 금문, 초계 문자, 소전. 출처: 小學堂

《설문해자》에서는 “임금의 뒤를 잇는 자다. 사람의 모양을 본떴다. 명령을 펴 사방에 고하기 때문에, 기슭 한(厂)이 있으며, 한 일(一)과 입 구(口)가 뜻을 나타낸다. 명령을 내는 사람이 군후다.”라고 풀이했다. 금문까지는 后와 司가 서로 좌우반전한 형태로 나타나는데, 소학당 사이트에서는 司의 갑골문을 여자가 아기를 낳는 모습을 본뜬 기를 육(毓)으로 보고 있어 차이가 있다. 司의 갑골문 1은 后와는 달리 입 구(口) 위에 무언가 얹혀 있는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 글자를 오른손을 나타내는 또 우(又)로 보기에는 又의 갑골문이 항상 세 손가락이 나타나는데 저건 손이라면 두 손가락뿐이라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리 쉐친은 《자원》에서 后와 司 모두 어떻게 구성된 한자인지 알 수 없다고 했고, 한어다공능자고 사이트에서도 설이 분분할 뿐 정론은 없다고 했다. 한어다공능자고 사이트와 《자원》의 말씀 사(辭) 풀이에서는 司의 원 의미는 주관한다는 뜻으로 추정했으나, 갑골문에서는 상나라 왕의 조상을 제사하는 주기를 나타내는 제사 사(祀)나 사당 사(祠)의 뜻으로 쓰였다고 한다. 금문에서는 이을 사(嗣)의 뜻으로 쓰였다.

쉬슬러는 이 한자를 원시중국티베트어 *zə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티베트어에서 “하다”를 뜻하는 མཛད (mdzad)와 동계어로 보았다.


한편 주관하다는 뜻으로는 지난번에 소개한 말씀 사(辭)에서 매울 신(辛)이 이 司로 바뀐 형태의 한자가 쓰였다. 바로 이 한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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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辭의 이체자인 (亂-乙+司)의 금문 1, 2, 3, 4, 금문의 예변. 출처: 小學堂

이 한자의 금문에서는 司가 다양한 형태로 亂-乙과 결합한다. 금문 1에서는 司-口만 쓰이고 있고, 금문 2에서는 司의 위쪽 가로획이 빠져 있다. 금문 3에서는 司-口와 口 사이에 亂-乙이 들어가 있다. 금문 4는 亂-乙과 司가 자기 형태를 유지한 채로 결합했고, 이를 해서의 형태로 바꾼 게 맨 오른쪽 형태다.

이 司-口라는 한자가 들어가는 옛 한자가 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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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台+(司-口)의 금문 1, 2, 3(+心), 4(+立), 초계 문자, 예변. 출처: 小學堂

이 한자는 《고문이체관계정리연구》(古文異體關係整理與研究)에서 다스릴 치(治)·비롯할 시(始)·말씀 사(辭)·말/글 사(詞)의 이체자로 수록되어 있다. 治와 始는 이 한자와 台를 공유하고, 辭와 詞는 이 한자와 司-口를 공유한다. 소학당 사이트에서는 마음 심(心)이 더해진 금문 3과 설 립(立)이 더해진 금문 4도 이 한자와 같은 한자로 보고 있다.


巳 편에서 巳와 台를 태아가 몸을 돌려 어머니의 몸에서 나오는 형상으로 보았다. 그리고 司와 금문에서 좌우 반전된 한자인 后는 갑골문에서 여자가 아기를 낳는 모습인 기를 육(毓)으로 표현되었다. 감히 추측컨대, 司는 해산할 때 아기를 받는 도구의 모습을 본뜬 글자가 아니었을까 싶다. 이에서 나아가, 아기가 태어나는 과정을 돕는다는 것에서 다스린다, 맡는다, 또는 아기가 태어나 뒤를 잇는다는 뜻이 나왔을 것이다.


맡을 사(司, 어문회 준3급)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다음과 같다.

司+人(사람 인)=伺(엿볼 사): 사찰(伺察), 정사(偵伺: 탐정) 등. 어문회 준특급

司+口(입 구)+冊(책 책)=嗣(이을 사): 사자(嗣子: 대를 이을 아들), 후사(後嗣) 등. 어문회 1급

司+示(보일 시)=祠(사당 사): 사당(祠堂), 현충사(顯忠祠) 등. 어문회 1급

司+竹(대 죽)=笥(옷상자 사): 광사(筐笥: 대바구니), 의사(衣笥: 옷상자) 등. 어문회 특급

司+言(말씀 언)=詞(말/글 사): 사명(詞命: 임금의 명령, 또는 외교적인 말), 명사(名詞) 등. 어문회 준3급

司+食(밥/먹을 식)=飼(기를 사): 사육(飼育), 합사(合飼) 등. 어문회 2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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司에서 파생된 한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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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嗣의 금문 1, 2, 초계 금문, 진(晉)계 금문 1, 2, 3, 고문, 소전. 출처: 小學堂

이을 사(嗣)는 《설문해자》에서는 “제후의 나라를 계승하는 것이다. 책 책(冊)과 입 구(口)가 뜻을 나타내고 司가 소리를 나타낸다. 고문에서는 아들 자(子)가 뜻을 나타낸다.”라고 풀이했다. 금문 1에서는 冊, 口, 子, 司가 모두 들어가는데, 이에서 子가 빠진 것이 금문 2(이에서는 司도 司-口로 나타냄)와 초계 금문이고 소전은 이를 계승했다. 冊과 口가 빠진 것이 진(晉)계 금문 1이고 고문은 이를 계승했다. 초계 금문에서는 口와 司의 일부분 口를 나란히 놓아 마치 吅 같이 구성했는데, 현대에도 이런 변화가 있으니 바로 저주할 주(呪)의 이체자이자 대만 정자인 咒다. 왼쪽 변의 口와 오른쪽 위의 형 형(兄)의 일부분인 口를 나란히 놓았다.

진(晉)계 금문 3은 司를 두 손으로 받드는 형태로 나머지와 구성이 조금 다른데, 司가 태아를 받는 도구라는 주장대로라면 태아를 받는 행위를 형상화한 것으로 역시 잇는다는 의미를 강조하는 것이다.

이 한자에 冊과 口가 들어가는 것은 한어다공능자고 사이트에서는 책을 통해 지식을 구술함으로써 계승한다는 뜻을 나타낸다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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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祠의 춘추 금문, 초계 문자 1, 2, 3, 소전. 출처: 小學堂

사당 사(祠)는 《설문해자》에서 “봄 제사를 사(祠)라 한다. 제수용품은 적고 문사(文詞)가 많다. 보일 시(示)가 뜻을 나타내고 司는 소리를 나타낸다. 중춘(음력 2월)에 드리는 사(祠)는 희생을 쓰지 않고 규벽(보옥)과 폐백을 쓴다.”라고 풀이해 말/글 사(詞)와 연관시켰다. 이 계절 제사를 일컫는 용어를 더 자세히 보면,《시경》의 모시전에서는 봄 제사를 祠, 여름 제사를 약(禴), 가을 제사를 상(嘗), 겨울 제사를 증(烝)이라고 한다고 주석했다. 이 한자는 또 일반적인 제사를 나타낼 때 쓰이는데, 현대에는 이런 용도로는 주로 祀를 쓰고 祠는 제사를 행하는 곳인 사당의 뜻으로 쓰고 있다.

태아를 나타내는 巳와 태아를 받는 도구인 司가 짝을 이루는 것을 감안하면, 제사를 나타내는 祀와 제사 지내는 곳을 나타내는 祠가 짝을 짓도록 현대에 분화한 우연의 일치가 신기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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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詞의 제계 금문, 초계 문자 1, 2, 소전. 출처: 小學堂

말/글 사(詞)는 전국시대부터 나타나는데, 이때에는 지금보다 조금 더 복잡해서 司 대신 台+(司-口)가 말씀 언(言)과 결합한 형태였다. 《설문해자》에서는 “속의 뜻을 말로 밖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言과 司가 뜻을 나타낸다.”라고 풀이했다. 원래 台+(司-口)를 쓴 것은 아기가 태어나는 것과 말이 뜻을 밖으로 표출하는 것을 같은 맥락으로 보았기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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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飤의 갑골문 1, 2, 금문, 진(晉)계 금문, 초계 문자, 소전. 출처: 小學堂

기를 사(飼)는 《설문해자》에 나오지 않고, 대신 飤이 나온다. 이 한자는 “식량이다. 사람 인(人)과 밥 식(食)이 뜻을 나타낸다.”라고 풀이했다. 갑골문부터 소전까지 이 형태를 유지하고 있어, 사람이 밥을 먹는 것을 나타낸 것 같다. 단옥재는 《설문해자주》에서 飤와 飼 모두 食의 속자로 풀이했다.


司는 파생된 한자들에 아기가 태어나는 것과 관련된 뜻을 부여한다.

嗣(이을 사)는 口(입 구)와 冊(책 책)이 뜻을 나타내고 司가 소리를 나타내며, 司의 뜻에 따라 아기가 태어나게 하고 입으로 책의 지식을 전해 다음 세대를 잇게 하는 것을 뜻한다.

詞(말/글 사)는 言(말씀 언)이 뜻을 나타내고 司가 소리를 나타내며, 司의 뜻에 따라 아기가 밖으로 나오듯 마음 속의 뜻을 밖으로 전하는 말을 뜻한다.

飼(기를 사)는 食(밥 식)이 뜻을 나타내고 司가 소리를 나타내며, 司의 뜻에 따라 아기를 태어나게 하고 밥을 먹여 기르는 것을 뜻한다.

이상의 관계를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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司에서 파생된 한자들의 의미 관계


요약

司는 아기가 태어나는 과정을 돕는 도구를 나타내며, 이에서 맡다, 다스리다의 뜻이 나왔다.

司에서 伺(엿볼 사)·嗣(이을 사)·祠(사당 사)·笥(옷상자 사)·詞(말/글 사)·飼(기를 사)가 파생되었다.

司는 파생된 한자들에 아기가 태어나는 것과 관련된 뜻을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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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페인
25/01/28 14:56
수정 아이콘
시국이 시국이다보니, 사법부(司法府)가 뉴스의 상단을 점령하고 있는데, 마침 시의적절하게 다뤄주셨네요. 잘 읽었어요, 고맙습니다.
럭키비키
25/01/28 23:19
수정 아이콘
맡을 사(司)의 금문에선 '키읔'과 '비읍'이 명료하게 보이는데 나머지는 '비읍'을 받치거나 '키읔'의 획하나가 떨어져있는 형태이며, 갑골문 2는 같은줄에 나열된 나머지 것들과 달리 반대방향이네요
如是我聞
25/01/29 07:42
수정 아이콘
가르쳐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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