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텔게우스는 오리온자리의 알파성입니다. 해당 별자리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은 리겔이지만 인지도는 바닥에 가깝지요. 반면 베텔게우스는 어마어마한 크기(지금 태양의 위치에 갖다 놓으면 지구는 물론이고 화성 궤도도 너끈히 집어삼킨 후 소행성대마저 한입에 해치우고 목성 근처에까지 갈 정도입니다)에다 지구에서 상당히 가까운 거리(643광년), 그리고 그 덕분에 밤하늘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밝기, 마지막으로 왠지 멋들어지게 들리는 이름까지 곁들여져 여러모로 유명한 별입니다. 변광성이라는 특징도 인상적이지요.
그런데 이 별은 조만간 초신성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천문학자마다 견해가 다르지만 길게는 10만 년에서 짧게는 수십 년 안에 폭발한다는 거지요. 혹은 지금 이 순간에 이미 베텔게우스는 수명을 다하고서 화려하게 터진 이후고, 지금은 그 빛이 지구까지의 643광년 거리를 달려오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2. 음악적 감상
베텔게우스는 일본 가수 유우리의 명곡입니다. 목소리는 아름답고, 운율은 섬세하며, 가사는 서정적입니다. 빛이 우주를 가로지르는 동안, 별 자신조차 잊을 만큼 아득한 시간이 흐른 후에야 비로소 전해지는 별빛에서 우리는 역설적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앞선 단락에서 643광년 떨어진 베텔게우스는 상당히 가까운 별이라고 언급했었지요. 하지만 643광년을 킬로미터로 환산하면 대략 6083조 2496억 9386만 9454킬로미터에 해당되고, 사람이 걷는 속도로 치자면 먹지도 자지도 않고 지구의 나이보다 38배나 긴 1736억 년 동안 걸어가야 합니다. 한낱 인간으로서는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이 머나먼 거리이자 짐작할 수조차 없는 유구한 세월이지요. 그런 영겁의 벽을 지나 마침내 지구에까지 도달한 베텔게우스의 별빛은,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들에게 있어 그야말로 마법과도 같은 존재가 아닐까요.
3. 개인적 소회
주말에 강원도에 갔다가 우연히 겨울철 밤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형편없는 시력에도 불구하고 별자리들 몇몇을 어렵잖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겨울철 별자리라면 단연 오리온자리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붉은 베텔게우스와 푸른 리겔은 확연히 눈에 띄고, 오리온의 허리띠에 해당하는 세 별들은 일렬로 늘어서서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게다가 요즘은 별지도 어플이 워낙 잘 나와 있어서 굳이 별들의 이름을 외우지 않더라도 쉽게 확인할 수 있지요.
추운 날씨였지만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딸아이에게 알려 주었습니다. 달 옆에 목성이 밝게 빛나고 있고, 반대쪽에는 붉은색 화성이 보이며, 카스토르와 폴룩스 쌍둥이 별이 위아래로 나란히 있고, 저곳에 바로 오리온자리가 자리 잡고 있다고요. 어두운 별들이 눈에 띄지 않은 탓인지, 혹은 별자리의 크기가 너무 컸던 탓인지, 처음에는 잘 찾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잠시 끈기를 가지고 가르쳐 주자 곧 알아보더라고요.
별자리를 알아보는 건 즐거운 일입니다. 그리스-로마 신화에 대한 약간의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특히나 더 그렇죠. 옛 그리스 사람들이 밤하늘을 쳐다보며 엮어낸 이야기들을, 이천여 년이 지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여전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천 년이면 우주의 관점에서는 찰나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기껏해야 백여 년을 사는 게 고작인 인간 개개인에게는 흡사 영원이나 마찬가지인 시간이지요.
세월이 흐르면 딸아이도 제 나이가 될 것이고, 다시 자녀를 낳겠지요. 그리고 저는 언젠가 세상을 떠날 겁니다. 그런 후에도 오리온자리를 비롯한 별자리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그대로 있겠지요. 그리고 어느 날, 문득 딸아이가 과거 저와 함께 밤하늘을 쳐다보았던 추억을 떠올려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추위에 벌벌 떨면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던 그날 밤이 가치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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