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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01/13 03:22:07
Name 만렙법사
Subject [일반] 술 먹고 생겼던 일들(feat.ak47)
안녕하세요 엊그제 술 먹고 똥글을 쌌던 만렙법사입니다…
우선 대단히 죄송하며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바로 지우기는 했는데 제가 다시 읽어도 끔찍한 수준의 내용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김에 사죄도 드리고 자게에 기여할 겸 블랙아웃이 왔을 때 있었던 정말 웃기는 일들에 대해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1.ak47과 함께 일어나다
알제리는 술이 불법인 이슬람 국가입니다 몰래몰래 마시기는 하지만요
현지에서 가끔 잘 찾아보면 비밀 레스토랑들이 있습니다 간판도 없이 영업하는 각종 술을 잔뜩 갖추어놓은 레스토랑들이죠 저같은 알콜 중독자들에게는 필수적인 곳인데요 엘 고래였나 고리아였나하는 알제리 동네가 있습니다 정확히 이름이 맞나 싶은데 아무튼 그동네에서 외국인을 환대하는 현지 군인 아저씨와 함께 술을 먹고 있었습니다 일반 식당인데 문닫으면 비밀 술집이 되는 곳이었죠
보통 무슬림들은 술 안먹는 줄 아시는데 이 친구들 생각보다 잘 먹고 게다가 손님오면 더 잘 먹습니다 제가 여러 아프리카와 중동의 이슬람 국가들을 다녀본 결과 시골에서는 밀주라도 담가서 먹더라고요 물론 몰래…

아무튼 그렇게 군인 아저씨와 무슨 마을 유지와 현지에서 봉사활동한다는 프랑스 애 하나와 한국어는 모르고 영어만 하는 코디와 신나게 술을 즐겼는데 문제는 너무 흥을 내버렸단 겁니다
보통 다음날을 위해 절제하는 편인데 신나게 놀다보니 어느순간 기억이 끊겨버린거죠

그리고 다음날, 일어나보니 왠 모르는 방 안에서 전 ak47을 안고 일어났습니다…
아 물론 여기서 논란이 생길 수 있으니 말씀드리자면 그게 ak47인지 akm인지 뭔지 정확히는 모릅니다 쏴본 적이 없어서요 다만 미디어에서 많이 보고 실물로도 여러 번 돌아다니며 본지라 그렇게 생각할 뿐입니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 방에서 일어난 전 생각했습니다
(여긴 어디, 난 왜 총을 가지고 있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한참을 고민했지만 도저히 알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방 밖으로 나가기로 마음 먹고 자리에서 일어난 저는 또다시 고민에 빠졌습니다
과연 총을 가지고 나가야하는지 아닌지에 대해서요
(만약 여기서 내가 납치를 당한 거면 총을 들고 나가는게 맞을텐데 그렇다고 무슨 내가 람보도 아니고 총 한자루로 납치범들을 이길 수는 있나? 그리고 무슨 납치범이 총을 주지?)
일단 군필 한국인답게 전 총을 확인해보기로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k1, k2만 다루던 한국인이 처음 보는 총을 어떻게 쓰는지 알 방법이 없다는 거죠 한참을 낑낑대며 고민하던 저는 탄창 바로 뒤에 막대기를 누르면 탄창이 빠진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그런데, 안에는 총알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이제 전 2차 멘붕에 빠졌습니다 제가 밤새 안고 잤을 총이 장전된 총이었으며 자다가 실수라도 했다면 즉사했을 꺼란 사실을 알게 되었거든요 그렇게 한동안 얼어있던 저는 그 무시무시한 총을 버려두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다시는 손도 대기 싫었거든요

나무 문을 옆으로 밀고 나가니 방 밖은 그냥 가정집이었는데요 어제 본 마을 유지 아저씨가 똑같이 술 먹고 뻗어누워있었습니다 그리고 사모님이라고 추정되시는 분이 외부인이 있어서 그런지 히잡을 걸친 채 식사를 준비 중이시더라고요 저를 본 사모님은 뭐라고 말을 거시더니 유지 아저씨를 발로 찼습니다 네, 흔들며 깨운 것도 아니고 발로 찼습니다 아저씨는 비척대며 일어나 저와 인사했고 어차피 서로 말이 안통해 잘 식사하고 아저씨가 데려다줘 숙소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코디에게 어젯밤 이야기를 물어보니 어제 술을 너무 마셨는지 제가 유지 아저씨랑 어깨동무 하며 놀다가 뻗었고 바로 옆에 있는 유지 아저씨 집으로 아저씨가 데려가서 그냥 두고 자기는 숙소로 왔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아저씨 집에 총이 있었다고 하자 저에게 말했습니다
“여기 집에 총 가진 사람 많아요 나도 집에 하나 있어”

하지만, 대체 왜 제가 총을 안고 잤는지에 대해 의문은 풀 수 없었습니다…

2. 영국 바스 공동묘지에서 일어나다
이건 좀 짧습니다 영국 바스에 갔을 때 숙소 옆에 공동묘지가 있었는데요 거기가 낮에는 굉장히 아름다운데 문제는 전혀 관리가 안되는 곳이었습니다 관리인도 없고 담도 좀 무너져있고요
현지 레스토랑에서 셰프와 촬영을 마치고 죽이 맞아 같이 죽어라 술을 부어마셨는데요 수제 맥주로 시작했던 자리는 금세 각종 위스키로 가득해졌고 제 마지막 기억은 그 자리에서 사라졌습니다

그 다음날, 전 묘지 안에서 일어났습니다 비석들이 즐비한 묘지 한복판에서 새벽에 추워서 잠이 깨더군요 옷은 다 걸친 채 옆에 카메라와 삼각대를 펼쳐 타임랩스 모드로 세팅해두고 주머니에는 여권과 룸 키 등이 빠짐없이 들어있는 상태였습니다
일단 추위를 피해 숙소로 돌아온 전 빠진 짐이 있나 확인했고 다행히 잃어버린 것 하나 없이 숙소에 잘 보관되어있었습니다

아마 전날 밤, 숙소에 돌아와 술에 취한 채 타임랩스를 찍겠다고 장비를 들고 묘지에 들어간 거 같더라고요 그리고 그대로 잠이 든 거죠…
아마 유령이 있다면 현지 유령들도 어처구니없어했을 듯합니다

이렇게 글을 마치며 여러분 당부드립니다! 술은 마실 수 있는 만큼만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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αυρα
+ 25/01/13 08:15
수정 아이콘
알제리가 저에게는 꼭 가보고 싶은 1번이었는데.(f. 아랍의 봄)

일단 다른 분들을 위해. 아랍 모두가 술을 못마시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대부분은 가능합니다

알제리 비자가 어렵고 모를 때 가서 못가고 (얼마나 많은 비자 받은 애들이 자랑하던지)

저는 터키 동부나 이집트 관광지 벗어나면 아예 술 없는 곳도 있었고(술은 다 있죠. 소통과 노력의 문제. 법으로는 허용. 동네에서는 아저씨들과 친해지거나 욕바가지를 듣거나)

법적으로 무조건 술이 불법이지만 이란이 너무 좋아서 비자 연장했었고

총은. 아. 세르비아.
제가 글재주는 없고. 너무 자미있었습니다
αυρα
+ 25/01/13 08:19
수정 아이콘
제목에 맞게. 저도 모두(이란 포함. 막줄 오타 포함) 술마신 이야기입니다
이쥴레이
+ 25/01/13 08:33
수정 아이콘
젊은시절 술을 좋아해서 맨날 부어라 죽어라 마시다가
술을 거의 절제하게 된게 통풍이 와서입니다.
마시면 진짜 죽거든요....
과음은 좋지 않습니다.
silent jealosy
+ 25/01/13 08:45
수정 아이콘
통풍 한순간에 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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