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뒷산에서 자주 운동을 했었습니다. 거기에는 저 말고도 여러 사람들이 왔었는데, 특히 기억에 남는 사람들이 뇌성마비 청년과 그 아버지어머니였죠. 혼자서는 걸음도 못 걷는 듯한 청년을 아버지와 어머니가 양 옆에서 부축해서 하염없이 운동장을 돌더군요.
한번은 저희 아버지께서 보시더니,
ㅡ 저 부모가 (나중에 자식보다 먼저 죽을 때)눈을 감을 수 있겠나.
며 혀를 차실 정도였습니다.
지금은 그들의 얼굴도 제대로 기억나지 않지만, 하나 잊혀지지 않는게 있습니다. 그 어머니가 아들을 대하던 태도였죠. 한마디로 아들에게 절절맸습니다. 아버지는 가끔씩 아들에게 짜증을 낼 때도 있었지만, 어머니는 그 아들에게 언제나 죄인이었습니다. 모르긴해도, 어머니는 '내가 널 이리낳아서 네가 고통받는구나'하고, 아들이 그리된 것이 자신의 잘못인양 죄책감을 가지는게 아닐까 싶더군요.
이제와 생각해보면, 옛 어른들이 말씀하시던 '에미'란게 그런 것이었나봅니다.
정말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그 기억이 떠오른 건, 어느 꼬맹이때문입니다. 공공장소에서 혼자서 깨엑 깨엑 소리를 지르는 것도 모자라, 제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가만있는 엄마와 누이를 때리는 놈이었죠. 다른데다가는 아무 짓도 못하고, 오직 만만한 제 엄마와 누이만 때립디다.
그냥 봐도 싹수가 노래서, 저게 사람되기는 할까 싶은 모습이었습니다.
늘 있는 일이라는듯 신경도 쓰지 않는 누이와 달리, 결혼이민자인 듯한 그 엄마는 절절 매더군요. 그리고 그 표정은 뜻밖에도 죄책감이었습니다.
가끔 비슷한 망나니 애들 보게 되는데, 그 토종 한국인 엄마들은 짜증과 창피함으로 어쩔줄 모르는 얼굴이었지 죄책감은 절대 아니었죠.
아무런 근거도 없고, 되도않는 궁예질이라고 해도 할말이 없습니다만, 그 엄마는
내가 널 혼혈로 낳아 네가 비뚤어졌구나, 이 모든건 다 내 탓이다.
라고 받아들이는 듯 느껴졌습니다.
어느 프로그램에서 결혼이민자가 체념한듯 내뱉던 푸념 있었쟎습니까. 내 아들 국제결혼 안 시키려면 열심히 일해야 한다던.
그런게 아닐까 싶습니다.
만약 제 어림짐작이 맞다면,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그건 절대 당신 잘못이 아니다.
* 댓글에서 무슨 얘기가 어떻게 나올지 몰라 정치로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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