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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3/11/09 23:38:34
Name 후추통
Subject [일반] 피와 살점이 흐르는 땅, 팔레스타인 (8) 사브라-샤틸라 학살
9월 14일 바시르 제마엘이 테러로 살해당한 후 팔랑헤는 이에 대해 보복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이틀 후인 16일 18시 이스라엘 군이 사브라와 샤틸라 외곽을 포위합니다. 그리고 팔랑헤 민병대들은 이스라엘 군의 서부 베이루트 공략 작전의 일환으로 사브라와 샤틸라 팔레스타인 난민캠프에 은신하고 있을 PLO를 위시한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용의자들을 색출, 제거하라는 임무를 하달 받고 난민캠프로 돌입합니다.

하지만 이미 복수와 보복에 눈이 돌아가 있던 팔랑헤 민병대들에게 무장세력 색출은 캠프에 있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학살에 대한 좋은 명분일 뿐이었습니다. 이미 PLO는 철수한 상황이었고 베이루트 서부로의 진격은 이스라엘이 미국과 합의했던 베이루트 점령 금지 합의를 위반한 사항이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피해를 냈지만 정작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독만 잔뜩 오른 이스라엘 군과 정권을 장악했지만 지도자가 암살당한 팔랑헤는 휴전협정이고 나발이고 지킬리도 없었고, 분노가 이중 삼중으로 쌓여있던 마론파 팔랑헤 민병대는 사브라와 샤틸라 난민캠프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죽여야 할 사람들일 뿐이었습니다.

먼저 캠프 난민들의 탈출을 막기 위해서 이스라엘군은 난민 캠프 주변을 차단, 팔랑헤 민병대들이 캠프로 난입합니다. 그리고 학살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이 학살은 이틀 후인 18일에 팔랑헤 민병대와 이스라엘 군이 철수하며 종료됩니다.

이후 밝혀지는 내막은 이스라엘이 이 학살을 배후 조종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게 됩니다. 14일 저녁 바시르 암살이 전해지자 메나힘 베긴 이스라엘 총리, 아리엘 샤론 국방장관, 라파엘 에이탄 이스라엘 군 참모총장은 긴급회동을 가지고 서부 베이루트 침공에 동의합니다. 여기에 샤론과 에이탄은 별도로 만나서 이스라엘군은 절대 난민 캠프에 진입하지 말고 모든 행동은 팔랑헤 민병대를 투입해 행동하기로 결정합니다. 이때가 14일 20시30분이었고, 이 합의를 알게 된 사람은 당시 외무장관인 이츠하크 샤마르 뿐이었습니다. 베긴, 샤론, 에이탄, 샤미르 외에는 이 "대책"에 관련해서 협의나 알림을 받은 내각 구성원이나 의회 구성원은 단 한명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15일 오전 6시 이스라엘 군은 기존에 합의된 미국과의 베이루트 점령 금지 합의를 깨고 서부 베이루트로 진격, 입성하게 됩니다.

동시에 에이탄은 회동을 마치고 베이루트가 점령되자 즉각 베이루트로 날아가 팔랑헤 본부로 가서 팔랑헤 지도부에게 병력 집결을 명령하고 이스라엘 군을 도우기 위한 준비를 위해 전방 지휘소에 연락관 파견을 명령합니다. 여기에 에이탄은 이스라엘 군은 난민 캠프에 진입하지 않고 외부에 대기할 것이라고 언급했고, 팔랑헤 당은 병력을 동원, 조직하는데 24시간이 걸릴거라 답변합니다. 그리고 15일 아침에 국방장관 샤론도 베이루트로 날아와 샤틸라 캠프 남서쪽 200미터 5층 건물 옥상에 설치된 이스라엘 군 전방 지휘소로 와서 에이탄과 이스라엘 군 주요 지휘관과 참모들과 회의를 가집니다. 그리고 이스라엘 군이 외곽을 차단한 뒤 내부에서 청소를 실행 할 "청소부"를 확정 짓습니다.

캠프 내에서 학살을 직접 자행한 것은 팔랑헤 당에서 급진 군사조직이었던 "청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군사조직은 바시르 게마엘의 측근 중 한명이자 마론파 민병대 지휘관 중 한 명인 엘리 호베이카가 창설한 조직이었습니다. 여기에 호베이카는 레바논 내전에서 HK사의 총을 들고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죽여서 HK라는 별명을 얻었고 이후 77년 7월에 레바논 남부 야린이라는 마을에서 민간인들과 팔레스타인 학살을 주도했고 라이벌 기독교 민병대 제거에 큰 공을 세워 바시르 게마엘의 개인 경호원이 되었고 이후 이스라엘 군과 CIA와 관계를 맺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82년 이스라엘의 갈릴리 평화 작전 발동 당시에는 모사드의 연락장교역을 맡고 있었죠. 호베이카는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매우 강력한 적대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팔레스타인 인들이 주민들을 강간,학살 한 후 시신들을 전시하고 집을 빼앗아 팔레스타인 마을로 만든 다무르 학살에서 아내와 가족들이 처참하게 살해됐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샤론과 호베이카의 경호원들은 진입하는 민병대원들에게 민간인에게 해를 끼치지 말라는 경고를 들었다고 증언했지만, 중동 주재 미국 대사는 민병대 투입 계획을 샤론에게 통보받고 공포에 떨었고, 심지어 이스라엘 관리들마저도 무자비한 학살을 촉발할 것임을 스스로 인정할 정도였습니다.

150명의 선발대는 18시에 이스라엘군의 조명탄 지원사격을 시작으로 사브라와 샤틸라에 진입, 팔레스타인인들과 전투가 벌어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19시쯤 당시 난민캠프 인근 쿠웨이트 대사관 옥상에 있었던 호베이카와 민병대간의 무전을 이스라엘 정보장교 엘룰 중위가 듣게 되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죠.

민병대원 : 지금 50명의 여성을 잡았는데 어떻게 해야할까요?
호베이카 : 너 뭐 해야 할지 알잖아? 이런 무전이 마지막이어야 할거야.

이 무전 내용에 관해서 다른 민병대원들은 웃기 시작했는데 당시 동석했던 아모스 야론 여단장이 웃는 이유가 뭔지 물었고, 엘룰 중위는 이를 통역해줍니다. 그리고 야론은 호베이카와 5분간 영어로 대화를 했는데 이 대화 내용이 무엇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 와중인 19시30분 이스라엘 내각이 소집되어 팔랑헤들이 이 작전에 참여한 것에 대한 내용을 통보받고 작전 성공을 위해서 이스라엘 군이 참여하지는 않더라도 어느정도 통제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작전 개요를 듣은 데이비드 레비 부총리는 크게 우려를 표명합니다

"팔랑헤들이 특정 지역에 진입하고 있다는데 그들이 말하는 복수의 의미가 무엇인지, 어떤 종류의 학살인지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러면 아무도 우리가 거기에 질서를 세우기 위해 개입했다는 걸 믿을 사람이 얼마나 있을건가? 결국 우리는 이 일에 책임을 지게 될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비난받을 것이고 우리가 무슨 설명을 하든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20시 야론 장군을 비롯한 이스라엘 장교들이 모인 식당에서 팔랑헤 연락장교로부터 들어온 보고를 같이 들었는데 민병대들이 2시간 내에 민간인 포함 3백명을 죽였다고 보고받았는데 나중에 연락장교는 그 숫자를 120명으로 정정합니다.

그리고 40분 후 야론 장군은 브리핑을 받게 되는데 여단 정보장교는 샤틸라 수용소에는 테러리스트가 없는 것으로 보이며 민병대들의 여성, 어린이, 노인에 대한 처분을 보고합니다. 그리고 야론은 의미심장한 발언을 하게 됩니다.

"모든 것은 신에게서 왔다. 너희들 내키는 대로 행동하라"

이에 관해 야론은 나중에 그들에게 어떠한 해도 가하지 말라고 해당 발언을 부정했지만 개뿔 그 자리에 동석한 인사들이 해당 발언을 확인해 줬죠.

21시 북부 사령부의 아모스 길라드 소령은 사령부에서 열린 회의에서 테러리스트 숙청이 아닌 민간인 대학살이 벌어질 거라고 예측했으며 상급자들에게 이미 120~300명 사이가 이미 살해당했다고 보고합니다.

그리고 23시에 동부 베이루트의 이스라엘 군 사령부에 해당 보고가 전달되었고 이 보고는 다음날 5시 30분 텔아비브와 예루살렘의 이스라엘 군 참모본부와 군사 정보국 국장인 헤브로니 중령에게 전달되었고 고위 인사들은 해당 보고서를 목격했다고 합니다.

08~09시 사이에는 탈출하려던 민간인들이 이스라엘 군에게 붙잡히고 있었는데, 팔랑헤 민병대들의 학살이 이스라엘 군에게 목격되기 시작합니다. 외곽 180미터에 주둔중이던 전차장과 승무원들이 민병대가 두 명의 청년을 구타한 뒤 끌고가 총살한 뒤에 다섯명의 여성과 어린이를 살해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이를 대대장에게 보고했지만 대대장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맘에 들진 않지만 간섭하지 말라"는 통지를 받습니다.

그리고 이미 외곽의 이스라엘 군은 학살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계급에 관계 없이 다 알고 있었습니다. 군 기자는 샤미르에게 학살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확인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샤마르는 학살은 없다고 듣게되죠. 도리어 이스라엘 군이 지금 전투에서 희생당하고 있다고 발언합니다.

이스라엘의 고위인사들은 미국에게도 정보를 왜곡합니다. 12시 30분 샤론은 미국에게 "테러리스트 청소가 필요하다"라고 발언했고 이를 들은 미국 외교관들은 당장 해당 지역에서 민병대와 이스라엘군 즉각 철수를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샤론은 뻔뻔하게 답변합니다.

"이해가 안된다. 테러리스트들이 거기에 그대로 눌러앉아있기를 원하는 건가? 아니면 누군가가 당신들과 우리가 공모했다고 생각했을까봐 두려운가? 테러리스트 몇 명 더 죽는 것 외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이는 미국과 이스라엘 양측에 모두 이익이 될거다."

하지만 결국 샤마르와 샤론은 이틀 후 병력을 전부 빼기로 합의합니다. 하지만 미국을 상대로 협박하는 것을 잊지 않습니다

"이스라엘군은 베이루트에 머물거고 레바논인들을 이동시키고 캠프의 팔레스타인인들을 죽일거냐?"

이런 미국의 질문에 샤론의 대답은 한 술 더 뜹니다.

"너희는 이런 국제 테러집단을 구하지 못할거다. 레바논 사람들이 이들을 죽이지 않는 다면 우리가 직접 죽일거다."

그리고 오후 4시에는 팔랑헤 민병대들의 민간인 학살에 대한 정보가 온갖 곳에 퍼지기 시작합니다. 이스라엘 군의 그라보우스키 중위는 부하를 통해 팔랑헤 민병대들에게 민간인 살해 이유를 물었고, 그들은 임신한 여성들은 자라서 테러리스트가 될 아이를 낳을 것이기 때문에 싹을 자르는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합니다.

같은 4시 베이루트 공항에 있었던 종군 기자 출신의 론 벤 이샤이는 이스라엘 장교 여럿에게 난민 캠프에서 학살이 일어나고 있다는 제보를 계속 받았고, 이에 대해서 샤론 국방장관에게 알렸지만 샤론은 이미 참모총장에게 관련 소식을 들은거라며 일축해버립니다.

동시간 모사드가 참석한 팔랑헤 동석회의에는 에이탄 참모총장이 있었는데, 팔랑헤가 학살 상황을 보고하자 이에 대해 "긍정적 인상"을 받았다며 그들을 치하했고 다음날 오전 5시까지 "캠프를 청소"하는 일을 계속하라고 명령합니다. 하지만 얼마 안가 진상을 파악한 미국 정부가 압력을 행사하자 이 학살을 중단하라고 명령합니다.

나중에 이 사건을 조사하기 위한 이스라엘 자체의 카한 위원회가 출범했을 당시 국방장관 아리엘 샤론, 에이탄 참모총장이 이스라엘로 돌아온 후인 오후 8~9시쯤 만나 기독교인들이 민간인들을 "예상했던 것보다" 많이 죽였다.라고 먼저 언급했고 레바논 인들이 너무 멀리 갔으며 샤론은 캠프내의 팔랑헤 민병대들의 무차별적 행동은 그때 처음 들었다고 증언했고, 에이탄은 예상 이상의 학살을 벌였다는 대화는 나누지 않았다고 나중에 부정했는데....(삐이이이)

결국 오후 늦게 에이탄 참모총장과 팔랑헤 참모부간 회의가 열리고 17일 아침에 사브라 샤틸라 외곽을 차단한 이스라엘 군은 상부의 명령을 받고 더이상의 학살 관련 보고가 외부로 퍼질것을 우려해 팔랑헤 민병대의 작전을 중단하도록 명령합니다.

그리고 정리작업에 들어간 17일 이스라엘 군의 외부 봉쇄를 뚫고 캠프 내부로 들어온 외신기자와 3국 외교관들은 이 엄청난 사태를 직격하게 됩니다. 먼저 노르웨이 언론인이었던 군나르 플락스타드는 샤틸라의 파괴된 집에서 시체를 수거, 청소하는 작업을 하는 팔랑헤들을 관찰하고 기록을 남겼습니다.

미국 저널리스트인 자넷 리 스티븐스는 자신의 남편이 되는 프랭클린 램에게 학살이 벌어지는 장면에 관련한 편지를 써서 남겼죠. 이 둘의 증언은 가져오지 않겠습니다. 사실 저도 학살 관련 기록을 좀 읽어봤다고 생각했는데 이들이 기록한 학살 정황을 보니 분노보다는 도리어 공포가 느껴지더군요.

이 학살의 피해 규모는 각각 다르게 발언하고 있는데 당시 레바논군 군검찰 책임자인 아사드 게르마노스의 지휘 하에 벌어진 조사에서는 여성 15, 어린이 12명 포함 460명이 사망했다고 공식발표합니다. 후술하겠지만 이는 증언과 증거 수집에 있어서 내외부적 방해가 컸던 만큼 신뢰성이 낮습니다. 이스라엘 정보국은 7~8백명 사망, 팔레스타인 적신월사는 2천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고 기자 및 언론인에 의해 발표된 것을 조금 언급해보자면 영국 BBC는 최소 8백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 팔레스타인 언론인 바얀 누웨이헤드는 자신이 저서를 통해 최소 1천3백여명, 영국 언론인 로버트 피스크는 3일간 벌어진 강간과 전투, 잔혹한 처형 끝에 1천7백명의 사망자를 낸 뒤에야 캠프를 떠났다고 발언했고 이스라엘 언론인으로서 야세르 아라파트와 긴밀한 관계를 맺었던 암논 카펠리우크는 프랑스 월간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를 통해 학살 직후 2천 구의 시신이 처리되었고 이후 매우 대략적으로 처리된 다른 희생자는 1천~1천5백명에 달한다고 언급합니다.  

이런 와중에 국제 사회는 이념에 갈라져 이 학살에 관해 서로 다른 논평을 내놓습니다. 12월 16일에 열인 유엔 총회에서 이 학살에 대한 규탄 결의안이 찬성 123, 반대 0 기권 33 비투표 12로 통과되었는데 관련한 총회에서도 찬성을 던진 국가들도 규탄안에는 찬성하겠는데 이게 대량학살이라는 용어를 쓰기에는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표명한 미국, 캐나다, 싱가포르 대표의 발언이 있었고, 소련은 이 행위는 국가로서의 팔레스타인을 파괴하는 것이라며 길길이 날뛰었고, 니카라과 대표는 나치에 의해 고통받은 국민이 다른 민족에게 동일한 파시스트의 대량 학살과 그 정당화 주장을  그대로 쓴거라고는 믿기 어렵다라고 발언하죠.

그래도 차라리 유엔과 국제사회간의 논평은 양반이었습니다. 같은 "아랍 형제"라던 주변 아랍국가들은 이 학살을 정치적 공세 명분"만으로"삼아 이스라엘을 공격하기 시작했고, 당시 이미 끝없는 전쟁의 수렁에 빠져있던 이란-이라크는 이 학살을 명분 삼아 이라크는 이란에게 전쟁 끝내고 힘을 합쳐 이스라엘 공격하자고 제안했고, 이란은 이란대로 이라크를 밀어버린 뒤에 학살 보복을 위해 이스라엘로 진군하겠다는 말만 해대죠. 정작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백만이 죽든 천만이 죽던 가장 신경쓰지 않던 국가들이 말이죠. 오사마 빈 라덴과 알 카에다 역시도 미국에 대한 테러 명분을 말할때 이 사브라와 샤틸라 학살을 갖다 댔다고 합니다. 하지만 라덴이 얼마나 팔레스타인에 신경 썼을지는 안봐도 훤하죠. 관심조차 없었을 게 뻔했으니까요.

이 학살 사건으로 인해 유엔은 션 맥브라이드가 이끄는 독립 위원회, 속칭 아일랜드 위원회가, 이스라엘 국내에서는 이스라엘 대법원장인 이츠하크 카한이 수장인 카한 위원회가 발족해 조사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 두 위원회의 활동은 그다지 선명하지도 명확하지도 공평하지도 않았습니다. 아일랜드 위원회의 경우 이 학살배후의 의도는 국가적, 문화적 권리의 고의적인 파괴이기 때문에 대량학살의 개념이 적용된다고는 봤고, 팔랑헤 민병대가 자행한 학살과 기타 살해 사건에 대해서는 이스라엘 당국과 군대의 책임이 있다고 결론 지었지만 이에 대한 조치에 관해서는 일절 말이 없었습니다.

이스라엘 카한 위원회는 한술 더 떴습니다. 아예 이스라엘의 책임은 "간접적인 책임"만이 합당하다는 듣도보도 못한 개념을 만들어버리죠. 거기다 책임소재 역시도 어처구니가 없는게 카한 위원회는 샤론 국방장관이 "유혈 사태와 복수의 위험을 무시한채 유혈 사태를 예방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그 책임 소재를 아리엘 샤론 "개인"의 책임으로 한정지어버립니다. 따라서 카한 위원회는 샤론을 법정에 기소하는 것도 아닌 "국방장관 경질"을 "권장"합니다. 83년 2월 8일 카한 위원회는 보고서를 내고 파디 프렘이 이끄는 팔랑헤 민병대가 직접적 책임이 있으며 직접적 책임을 가진 이스라엘 인은 없고 이스라엘 전체는 간접적 책임만이 있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이 권장안이 나오자 샤론은 격노하며 사임을 거부했고 베긴 역시 이 경질을 거부했습니다만, 이 국방장관 경질은 이스라엘 우익이 완성시켜 줍니다. 학살 사건이 벌어진 후 이스라엘 시민사회가 주동이 되어 정부 규탄 시위가 벌어졌는데 이스라엘 우익이 평화시위가 끝나고 흩어지던 시위대에게 수류탄을 던져 교사출신의 평화운동가인 에밀 그룬츠바이크가 사망하고 십여명이 부상하는 사건이 벌어지며 시위는 급속도로 파급되었고 결국 아리엘 샤론은 국방장관에서 사임합니다. 하지만 그가 국방장관에서 사임했다고 해서 내각에서까지 쫓겨난 것은 아니었고 무임소 장관으로서 내각에 남았다가 나중에는 이스라엘 총리가 됩니다. 그리고 라파엘 에이탄 참모총장과 군사정보국장 여호수아 샤기 군사정보국장은 직무위반에 해당한다고 했지만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데 그쳤죠.

어쨌든 카한 위원회 활동에 관련해 이스라엘은 어느정도 외부 신임도를 상승시키긴 했습니다. 자체 조사를 실현했고 정부 고위 인사를 처벌했다는 이유였습니다.(이게 처벌인지..)하지만 이는 이유가 있었는데 미국에서 벌어졌던 베트남 전쟁 미국 자체 조사보다는 조금 더 나았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이 카한 위원회 활동을 비판하는 이들은 이 활동이 결국 면죄부를 주는 "표백제"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카한 위원회 역시도 이 표백제 의혹 제기에 관해 우려를 제기했습니다만 이미 표백 다 끝났는데요 뭐.

미국의 한 유명 정치인은 이 카한 위원회 보고서에 이리 말합니다.

"이 보고서는 이스라엘 민주주의의 수치이다. 애매하고 부끄러운 이런 조사보고서를 공식적으로 내놓을 국가는 그리 많지 않다"

뭐 신랄하게 비판한 말이긴 합니다만, 이 발언을 한 사람은 전 국무장관인 헨리 키신저였습니다. 그가 데탕트를 주도하긴 했지만 중남미에서 벌인 온갖 인권침해적인 행동들을 감안한다면 대체 당신이 해도 되는 말인지 되묻고 싶긴하네요.

자 이스라엘에게 "직접 책임자"로 지목되어 팽당한 마론파 민병대 사령관인 엘리 호베이카는 85년까지 이스라엘 편에 섰다가 86년부터 시리아를 지원하기 시작합니다.
83년에 벌어진 베이루트 해병대 막사에 헤즈볼라가 폭탄테러를 기획 실행한 헤즈볼라 종교지도자인 무하마드 후세인 파흘알라 암살 시도에서 CIA에 지원을 받아 85년 3월 차량폭탄 테러를 기획 실행했으나 실패하고 80명의 민간인이 사망하는 것으로 끝나면서 비난을 받자 호베이카는 CIA에도 팽 당하고 헤즈볼라 역시 그를 죽이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게 됩니다. 뭐 계속 편을 갈아타고 정치테러를 벌이고 정당을 만드는 등 온갖 짓거리를 하다가 결국 사브라 샤틸라 학살에 관해 증언하겠다며 나서다가 02년 1월 24일 베이루트 교외의 그의 집 근처에서 폭탄이 터져 죽습니다. 그의 암살을 두고 아랍쪽에서는 샤론의 역할론에 대해 폭로하려는 것을 막기 위해 이스라엘이 암살했다고 주장했고, 다른 어떤 이들은 호베이카가 학살 관련 시리아 연루를 증언하려고 하다 시리아에게 살해당했다고 주장하죠.

뭐 이렇게 일이 벌어지고 있는 와중이지만 PLO와 팔레스타인은 오히려 더 어려운 고난만 겪습니다. 1980년대 후반과 90년대에 몰아닥친 전 세계적 국제정세의 급격한 폭풍은 팔레스타인도 피하지 못했습니다.  

하..다 쓰고 보니 제가 피지알에 올린 글 중 가장 길고 고통스러운 글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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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고나
23/11/09 23:50
수정 아이콘
1차 중동전 당시 이스라엘이 벌인 학살은 미친 짓거리고 죽어라 비판받아야 하지만 최소한 그들만의 이유는 이해 가능한 범위 하에 있는데, 사브라 학살은 대체 뭔 생각으로 저걸 한 건지 자체가 이해 범위 밖입니다. 당시 베이루트에 몰려 있는 세계 언론이 얼마나 되는데 저걸 덮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걸까요
소독용 에탄올
23/11/10 00:04
수정 아이콘
안덮어도 괜찮았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괜찮았지요.....
후추통
23/11/10 10:41
수정 아이콘
하마스의 공격이 있기 전까지 최근 몇년 간 이스라엘의 대 팔레스타인 정책은 비교적 온건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언급하겠지만 벤구리온 모세 다얀이나 이츠하크 라빈같은 기존의 이스라엘 위정자나 군인과는 달리 아리엘 샤론은 뭐랄까...그냥 막가파에요. 이건 또 스포니 글을 정독해주시길..
손꾸랔
23/11/10 00:17
수정 아이콘
잘은 모르지만 어딘지 바이블에 나오는 야훼의 모습 같기도 하고..
23/11/10 05:04
수정 아이콘
어후...
밤수서폿세주
23/11/10 09:21
수정 아이콘
사람의 본성은 악하네요.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악하다는 말이 틀리지 않습니다.
후추통
23/11/10 10:37
수정 아이콘
에이 이거 가지고 무슨...다음편 스포가 있긴한데 이 학살 가지고 이스라엘 신나게 물어뜯었던 나라 중 하나도 비슷한 짓거리를 합니다.

아랍 국가들은 명분이 필요하면 팔레스타인 아랍 형제고 평소때는 때려잡아야 할 테러리스트 취급했어요. 그리고 홀로코스트의 유대인 피해자들과는 달리 팔레스타인은 무고한 피해자로만 보기는 어려웠어요. 요르단 정부 전복이라던가 차후에 나올 일 등등...
밤수서폿세주
23/11/10 13:20
수정 아이콘
중동지역 플레이어들은 무고한 경우는 없어보이긴 하더라고요. 이집트 포함 팔레스타인 주변 나라들도 입으론 찬성 지지 하지만, 내심 난민들 자기 나라 못 오게 하려고 애쓰고 또 절대 직접 돕지는 않으려고 하고, 그런데 또 팔레스타인 출신 난민들이 세력화해서 반군이 되거나 테러리스트가 되어 저지른 역사들로 보면 또 그럴만하기도 하고...
DownTeamisDown
23/11/10 19:34
수정 아이콘
(수정됨) 중동엔 평화를 주장하는 사람은 죽는다 라는 말이있죠.
그러니 살기위해서 다들 악마가 되는것 같습니다.
23/11/10 11:57
수정 아이콘
시리즈를 처음부터 정독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사브라 사틸라 학살도 무수히 이어진 연쇄고리중 하나에 불과하죠. 애초에 핵심인물인(그리고 꼬리자르기로 버려진) 엘리 호베이카도 본문에 나와 있듯 팔레스타인인의 학살로 가족 잃고 복수심에 눈돌아간 양반이고.
안군시대
23/11/10 18:36
수정 아이콘
복수의 연쇄 이야기는, 소설이나 영화로 만들면 진부하다는 말을 들으면서 그것을 끊을 대안을 제시해야만 했다는 평가를 받게 되지만,
현실은 그냥 복수의 연쇄죠. 대안은 개뿔..
DownTeamisDown
23/11/10 19:39
수정 아이콘
대안을 제시하면 같은편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에게 죽습니다
사다트가 그랬고 라빈이 그랬듯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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