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2/05/06 03:07:13 |
Name |
불멸의저그 |
Subject |
어제도 졌습니다. |
어제 밤에 한 친구와의 스타 일대일경기에서 졌습니다..
일대일인데, 누가 먼저 10승먼저 올리면 승자로 간주하는 그런 막가파식 경기를 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19전 10 선승제인가요??
저는 스타를 재미로 하고 있죠.. 프로는 당근 아닙니다.
맵은 로템.. 상대는 테란, 저는 저그입니다. 10:6으로 제가 완패(?)했습니다..
여기 오신 분들은 스타를 많이 하신 분들이라. 지면 어떤 기분인지 모두 잘 아시는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상대가 프로게이머도 아니고, 그냥 저만큼의 실력을 가진 고만고만한 친구와 대결했는데, 졌다.. 그럼 그 기분 말입니다..
아주 열 받습니다. 아주 환장합니다. 진짜 친한사이인데도 싸움날 정도입니다.
바둑도 지면 밤에 잠도 안 온다고 하더군요.. 스타도 마찬가지 같습니다. 아니 오히려 더하면 더했지 못하다고 보지 않습니다.
스타를 안 한 사람들은 혹은 스타를 초월한 분들은 제가 지고 씩씩대면 의아하게 생각하실 것입니다.
즐기자고 한 단순한 게임인데 왜 그리 열받냐? 하면서 말입니다.
저도 정상적(?)일때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게임후에는 그게 잘 안 되더군요.. 그렇게 열받아도, 스타를 그만두기가 쉽지 않더군요.
열받는 만큼 또 이길때의 느끼는 희열이 장난이 아니더라구요..
그런 희열을 계속 맛보기 위해 돈 나오는 것도 아닌데, 연습 많이 하고 동영상도 줄곧 봅니다.
정말 이기고 싶은 마음 굴뚝같지만, 상대도 컴퓨터가 아닌 저랑 똑같은 마음가짐으로 하는 인간이라 이기기 쉽지 않습니다.
저는 다른 것은 몰라도, 프로게이머가 받는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닐 것라는 정도, 특히 졌을때 받는 스트레스가 엄청날 것 정도는 짐작합니다..
프로도 아닌, 순수 매니아인 저도 지면 밤에 잠이 잘 안 오거든요..
거기다가 지나가던 사람이 사부도 아닌 주제에 선생도 아닌 주제에 그만 둬라 .. 그렇게 할려면 때려쳐라 아무리 농담조로 해도, 진짜 살인충동(?) 생기지 않겠습니까? 누군 지고 싶어서 지는가요?
하긴, 그런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이 프로의 자세라고... 그러니까 더더욱 이를 악물고 연습해야 한다고 합니다만, 어쩐지 마음이 씁쓸하네요.
이 게시판은 스타를 좋아하는 분들만이 온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일반 사용자와는 달리 스타를 좋아하는 매니아급 유저이시니까 프로게이머에게 할 소리 안 할 소리 가려 할줄 아는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밑에서 어느 분이 쓰신 글이 기억납니다.
김동준님이 다른게시판이였다면 댓글을 안 달았겠지만, 이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기에 댓글을 달았다고...
참... 의미심장한 글입니다..
다른 게시판이라면 댓글도 안 달았을 것이라고.....
탄야님 기분나빠하지 마십시오.. 저도 님의 글 쓴 의도는 충분히 이해합니다. 더구나 님의 쓰신 글에 쏟은 정성도 이만저만이 아니더군요.
하지만, 프로고 뭐고 떠나서, 같은 인간으로써 스타를 하시는 분이라면, 졌을때의 기분 좀 헤아려 주십시오.
님의 그런 말을 하지 않더라도, 이미 모든 프로게이머 마음속에는 피눈물이 나고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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