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그럼 지금부터, 이승혁 선수와 한지훈선수의 경기 보겠습니다. 1차전 맵은 노스텔지아, 경기 시작하죠.”
온게임넷의 홍일점 정소림 캐스터와 허무개그의 달인, 김도형 해설위원의 중계로 시작되는 커리지 매치.
그 매치의 첫 경기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자, 지훈은 다시 한번 생각했다. 자신이 노스텔지아에서 할 전략을.
그리고, 경기는 시작되었다. 지훈은 1시에 위치한 저그. 일단 그는 9드론 이후 12햇, 그 후 저글링+럴커 체재로 가기로 했다. 그것이 그의 전략이였다. 실력만 된다면 못 이길 상대도 없을 것 같았다. 단 한가지의 전략만 조심한다면. 그것은 지난번 태석이 지훈에게 사용한 아카 더블 이후 무한 마린. 그것만 막으면 됐다. 일단 드론 한기가 7시에 위치한 상대를 발견, 저글링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역시 상대는 최종 예선까지 올라온 고수. scv 한기를 잡긴 했지만, 그 뒤에있는 마린에 의해서 다 잡히고 말았다. 이후 멀티 먼저. 그러면서 빠른 테크트리보다는 무언가를 위한 저글링들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 지금 테란의 이승혁선수, 아카 더블같죠?”
경기를 관전하던 김도형 해설위원이 지적했다. 노스텔지아에서의 아카 더블은 어느 위험한 타이밍만 넘기면 이길수 있다. 그러나, 지훈은 그 타이밍을 깨달았다.
그건 상대방이 다리를 건넜을때였다.
“아... 한지훈선수의 저글링이 이승혁선수 본진으로 난입합니다!!! 저글링... 저글링 아카데미 일점사!!”
“아 지금 이승혁선수 아카데미 위치가 그다지 좋지 않죠?”
“이승혁선수 마린 메딕 부대 뺍니다! 하지만 아카데미, 아카데미 깨집니다!”
“그리고 한지훈선수는 지금 상대가 아카 더블이란 것도 봤죠! 이거... 한지훈 선수가 유리하게 가져가네요.”
순간 관중석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그리고 카메라에서는 열광적으로 응원하는 한 아저씨의 모습이 보였다. 그 아저씨는 카메라를 보더니 슬쩍 웃으면서 ‘브이 브이’ 했다.
“봉신이형 뭐하는거에요. 쪽팔리게...” 옆에서 기명이 쿡쿡 찌르고 있었다.
어쨌든, 지훈의 순간적인 판단은 경기를 상당히 유리하게 가져가게 해줬다. 아카데미가 순간 깨져서 일정시간동안 메딕을 뽑을수 없다는 점을 알고, 그는 초반에 저글링과 소수의 럴커로 밀어버릴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의 생각은 적절하게 맞아떨어졌다.
“이야! 이거 한지훈선수가 잡나요?”
“네... 경기 여기서 끝날수도 있습니다!”
“이승혁... 마린 메딕 다 잡히구요... gg! 한지훈 선수가 1차전을 가져갑니다!!”
쉽게, 너무나도 쉽게. 지훈이 첫 승을 따냈다. 슬쩍 웃어도 봤지만, 뭔가 모를 씁쓸함도 있었다. 저 녀석의 실력은 저게 아닐텐데...
그것은 하나의 ‘기’에서 느낄수 있었다. 자신이 경기했던 저 이승혁이라는 상대는 예전의 벙커링에서 느껴지던 그 두려움을 찾아볼수 없었다. 내가 너무 실력이 늘어서일까?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너무 이상했다. 너무나도 쉽게 가져간 첫경기아 어쩌면 너무나도 경기를 꼬이게 만들었던 걸까.
-101-
[따르르르릉...]
김기명
011-XXXX-1120
“여보세요?”
“형, 난데...”
“뭔일이고?”
“정말 안 올거야?”
“... 게임 어떻게 됐노?”
“...지훈이가 한게임 먼저 이겼어. 곧 두 번째 게임 시작해.”
“맞나... 크크, 그 지훈이가...”
“근데 정말 안올꺼냐고.”
“... 너희 먼저 보고 있어라.”
[뚜-뚜-]
태석은 전화를 끊었다. 더 이상 할 말도 없었고 들을말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 자리에 앉아서 노래를 듣고 있었다. 김진표의 ‘시간을 찾아서’가 이어폰을 통해 그의 귀로 들려왔다. 어디선가 알림음도 들린다.
[이번 역은 종합 운동장, 종합 운동장입니다. 내리실 문은..]
-102-
“경기 시작됐습니다. 맵은 네오 비프로스트... 한지훈 선수의 진형, 1시 저그.”
지훈은 3경기까지 가고 싶지 않았다. 그냥 여기서 끝내고 발 뻗고 잠을 자고 싶은 심정이였다. 무대위에서의 게임은 그만큼 자신을 경직되게 만들고 긴장하게끔 하였다. 그럴수록 그는 이를 악물었다. 이것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다시 한번 믿기로 했다. 3해처리 히드라리스크.
“네오비프로스트... 오랜만에 보는 맵이네요... 여기서 테란 대 저그전, 많은 명경기가 펼쳐졌었죠...”
“어? 지금... 이승혁선수의 scv 2기가 움직이는데요...”
“아... 이거 지금 몰래 투배럭이죠!”
승혁의 scv 2기가 지훈의 진형쪽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는 배럭 2개를 샛길에 짓기 시작했고, 그의 필살기는 지훈에게 gg를 받아내기 위한 그 무엇보다 강한 전략이였다. 지훈은 드론정찰로 상대방 본진에 아무것도 없음을 알아냈고, 결국 급한 마음에 12햇 이후 바로 스포닝을 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훈은 너무 늦었다.
“한지훈선수 암울해요!!! BBS 어떻게 막죠? 벙커링!! 한지훈선수 윗언덕에 벙커링 시도하는 이승혁선수~~~ 아아 벙커벙커~~”
그는 더 이상의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그저 여기서 할수있는건, gg를 치는 일 뿐.
LPG_OnlySilver : gg.
“한지훈 지지! 경기를 포기합니다! 이제 승부는 원점이 됐습니다!!!”
-103-
『아우... 원해쳐리 럴커 했는데 지다니... 그것도 투스타 레이스로... 쩝』
『마, 잔말말고 새우탕이나 사라. 가위바위보에서 진거지... 운없게 시리』
『가위바위보요?』
『스타크래프트는 가위바위보 싸움이다. 상대가 보를 냈는데 내가 가위를 내면 이긴거고, 상대가 주먹냈는데 니가 또 가위내면 진거지. 니는 방금 가위바위보에서 진거야.』
니는 방금 가위바위보에서 진거야.
가위바위보에서 진거야...
‘그래, 난 그냥 가위바위보에서 졌을 뿐이야.’
언젠가 태석에게 투스타 레이스로 원해처리 럴커 플레이가 아무 피해를 주지 못하고 당한적이 있었다.
무엇이 더 있겠는가. 그저 가위바위보에 졌을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였다. 방금도 가위바위보에서 진거다. 지훈은 그냥 그렇게 넘겼다.
이제 3차전, 맵은 네오 로스트템플.
“과연 드래프트 참가 자격이 주어 지는 선수는 한지훈일까요? 이승혁일까요? 경기 시작합니다.”
캐스터의 경기시작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오프닝. 임요환과 홍진호의 옛 모습들을 보여준다. 그리고는 화려한 CG. 그 후에 ‘커리지 매치 최종예선 F조 이승혁 vs 한지훈’ 이라고 나왔다. 마지막이다. 드디어 마지막이다.
경기가 시작될려고 했다. 카운트 다운.
5...
“이겨야 한다. 이겨야만 한다.” 지훈은 이를 악 물고 있었다. 여기서 모든 것을 끝내야만 한다. 그래야, 그래야 내 노력이 헛것이 되지 않을테니까.
4...
“...” 상대인 승혁은 그저 아무말도 안하고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마치 변길섭의 그것과도 같은 표정이였다.
3...
‘지훈아, 힘내!’ 은주가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한다. 게임은 잘 모르지만 그의 주변에서 그가 얼마나 열심히 경기했는지 알던 그녀였기에, 더욱 더 지훈에게 힘을 주고 싶었다.
2...
“에, 태석이형?!” 기명이 갑자기 뒤를 돌아봤다.
1...
지훈의 응원단 뒤에는 방금 온 듯한 태석이 서있었다. 3차전 시작 직전, 기막힌 타이밍으로 도착한 것이다.
Starting in 0 second...
...gg/gl.
-104-
“아...!”
정 캐스터는 위치를 보자 마자 탄성을 질렀다. 김도형 해설위원도 뭔가 있다는 듯이 눈이 휘둥그레 졌다. 그리고는 말했다.
“...가깝죠.”
지훈은 2시 저그. 태석과 할때의 그 위치와 같다. 오버로드를 12시로 보내기 시작. 과연 이길수 있을까.
“아시다시피... 로템에서 12시 2시 관계면... 저그가 비교적 암울한 편이죠...”
그의 오버로드가 점점 다가갔다. 그는 결심했다.
‘...상대가 12시라면, 원햇 플레이로 간다.’
그리고 그는 오버로드로 배럭을 짓는 scv를 발견했다. 막 오버로드 한기를 뽑고 있었으니까, 이제 원햇으로 체재를 유연하게 변환하면 된다.
원햇플레이는 지훈이 가끔가다가 12시 2시일 경우 사용한 전략. 저글링+럴커 소수 컨트롤에 자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전략이였다. 거기에다가 이것 말고는 12시 2시에서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상대는 투배럭, 지훈의 진형을 관찰했다. 상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 지금 마린 네기와... scv 네기가...”
“...4테란인가요?”
지훈의 본진에는 저글링 6기가 있었고 레어 테크를 탄 상태, 그는 오버로드로 승혁의 위치를 파악했다. 저글링 6기가 마린 네기와 scv 네기를 잡는건 힘들기에, 드론 생산할 돈으로 저글링 2기를 생산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의 병력은 오고 있었다.
“아... 일단 빼주는 한지훈 선수. 이승혁선수는... 그냥 벙커링! 아아!! 벙커링이에요!”
“네... 이러면 한지훈 선수가 나와야죠!!”
지훈의 저글링과 드론이 한꺼번에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의 진영은 너무나도 좋았다. 일단 벙커를 짓던 scv 일점사... 그러나 바로 다른 scv로 바꿔가면서 벙커를 짓기 시작했다. 지훈이 예전에 당했던 그 벙커링. 그것이였다.
“scv 컨트롤 정말 좋죠!!!” 김 해설 특유의 차분하면서도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틀렸어. 저 녀석의 벙커링은 차원이 달라.” 경기를 가만히 지켜보던 태석도 감탄했다.
그의 벙커링은 정말 그 누구의 벙커링보다 뛰어난 것 같았다. 잘 정리되어 있는 scv, 마치 준비됐다는 듯이 벙커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는 마린. 벙커가 완성되고, 그 벙커의 사정거리는 본진 미네랄 세덩이까지 닿게 되었다. 공격 시작, 레어는 완성됐고, 히드라덴도 완성되었다. 이제 지훈이 믿을수 있는 건 단 하나, 럴커와 저글링이였다.
“하지만... 테크트리가 아카데미까지 올라갔거든요...”
“거기에 지금 병력도 곧 오구요. 히드라 두기 나왔고요... 아직까지 후속병력은 움직이지 않고 있는 이승혁.”
지훈이 노릴수 있는건 얼마 되지 않은 시점, 너무나도 암울했지만, 그래도 믿는 구석이 있다면...
“아... 지금 히드라를 몰래 빼고 있죠...”
“그리고 언덕 위에서... 이제 럴커 변태합니다...”
“곧 병력 진출하겠는데요...”
럴커의 변태... 약 50%진행... 70%, 80%, 90%...
“럴커 나왔죠?”
“네... 하지만 스캔 있거든요. 스탑럴커를 한다고 해도 저 위치쯤은 이미 눈치를 채죠.”
하지만 한지훈은 그 자리에서 스탑럴커를 하지 않았다. 그는 언덕 위에 단지 발업된 저글링 한부대만을 올려두었다. 그리고 럴커는 살짝 뺐다. 무모하게나마 찔러보려는 걸까?
“병력 움직여요...”
하지만 그건 아니였다. 그는 상대 테란이 예상하지 못한 ‘넓은 지역’ 에 스탑럴커를 하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그것은 바로 2시 미네랄 멀티 밑쪽. 버로우는 상대 병력이 오기 전에 절묘하게 성공돼었고, 이제 오버로드와 함께 드래그 후 홀드버튼을 눌렀다.
“아... 지금 이 스탑럴커... 네, 어쩌면 가능성 있습니다!!!”
“일단 2시 언덕에 스캔... 찍어봤지만 없거든요! 이제 본진에 있겠구나 생각하고 달려가거든요!!”
상대의 병력은 그것도 모른채 진군하기 시작했고, 어느새 병력은 럴커의 버로우 된 곳 앞까지 왔다. 이제, 스탑을 풀면...
[챠챠챠챡!!!]
“이야!!”
순간, 관중석과 해설진들 사이에서 동시에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것을 미리 눈치채지 못한 테란의 마린 메딕 부대는 상대의 럴커 두기에 엄청난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
“지금 저 위치에 스탑럴커가 되있을꺼라고 예상을 못한거죠!” 김 해설이 흥분하며 말했다.
곧바로 병력을 빼봤지만, 동시에 쏟아져 나오는 저글링들에게 모두 잡히고 말았다. 어쩌면 상황이 정말 극적으로 반전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하지만 아직은 아니였다. 진격부대를 잡았지만, 아직 유리한건 아니였다. 그는 너무나도 가난했기 때문에, 이 럴커가 막히면 그대로 gg다. 그는 버로우된 럴커를 풀었다. 이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였다. 저글링과 럴커 부대지정, 그리고 무브.
“한지훈의 럴커, 본진쪽으로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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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횡설수설
희망을 받는 사나이
The Last Episode...
2004년 6월 1일에 업로드.
기대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