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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09/21 23:30:26
Name Kaestro
Link #1 https://kaestro.github.io/%EA%B2%8C%EC%9E%84%EC%9D%B4%EC%95%BC%EA%B8%B0/2025/09/21/%ED%95%A0%EB%A1%9C%EC%9A%B0-%EB%82%98%EC%9D%B4%ED%8A%B8-%EC%8B%A4%ED%81%AC%EC%86%A1-%EB%A6%AC%EB%B7%B0.html
Subject [콘솔] 올해 최고의 모험을 즐길수 있었던 게임 — 할로우나이트 실크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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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할로우 나이트에 대한 좋은 소문을 워낙에 많이 들었고 그렇기 때문에 할로우나이트는 좋은 게임이라는 소문이 있으면 일단 플레이해보고 분석하기를 좋아하는 제게 있어서도 도전의 대상 중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할로우 나이트의 문턱에서 세 번 좌절했습니다. 이유는 할로우나이트는 대체 제게 뭘 하기를 원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세 번의 도전 동안 1시간을 채 플레이하지 못한 채 ‘그래 뭐 돈 주고 산 것 아니고 엑박 패스니까’라는 핑계를 대며 삭제한 게임이 사람들이 많이들 인생 게임이라 부른 할로우나이트와 저의 인연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이번 실크송 역시도 많이들 발매 전부터 이야기를 꺼냈지만 저는 원래는 해당 게임을 플레이할 생각이 없었고 리뷰 정도나 볼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실크송의 발매일이 갑자기 발표됐습니다. 발매일 9월4일, 가격은 무려 20달러도 안되고 심지어 평론가들에게 제공조차 하지 않은 게임. 너무나도 이례적인 행보와 마침 하고 있는 게임도 없는 와중에 스위치2로 플레이하기에 너무 적합한 메트로베니아라는 장르이기 때문에 저는 9월4일 새벽 4시에 불면에 일찍 일어나 실크송을 다운로드해 플레이했습니다. 그리고 실크송은, 올해 제가 기대하고 플레이한 수많은 게임들이었던 몬스터 헌터, 동키콩 바난자, 클레르 옵스퀴르 등을 압도적으로 뛰어넘고 단연코 제 올해의 게임이 됐습니다.

본 리뷰는 할로우 나이트 실크송에 대한 스포를 다량 함유하고 있습니다. 이를 피하고 싶으신 분께서는 뒤로가기를 눌러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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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이란 실패를 각오하는 것이다]

모험은 사전적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어떠한 일을 함, 또는 그 일이라 정의돼있습니다. 이 때 위험을 무릅쓴다함은 모름지기 자신이 해낼 수 있는 안전범위를 벗어나 실패를 경험할 것을 각오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할로우 나이트 실크송은 플레이어가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실패와 짜증으로 가득할 수 있는 요즘 게임들이 지향하고 있는 바에서 정 반대의 행보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저도 이 지점이 스팀에서 낮은 평가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평단에서는 고평가를 받고 있는 주 원인이라 생각합니다. 메타 크리틱 기준으로 9월 21일 현재 실크송은 92점을 받은 반면, 한국 사용자 기준으로 76%의 대체로 긍정적이란 평가와 모든 언어 기준으로 82%의 매우 긍정적이라는 좋지 못한 상반되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실크송의 몬스터들은 한마디로 짜증납니다. 참신하다 싶을 정도로 짜증납니다. 초반부터 연타하는 몬스터 투성이에 벌레 아니랄까봐 날아다니는 몹이 안 날아다니는 몹의 절반은 되는 듯하고, 땅에 있는 적은 어마어마하게 뛰어다니는데다가, 원거리 공격은 기본입니다. 심지어 파쿠르 액션으로 수많은 함정과 기믹들을 헤쳐나가야하는 상황에서 옆에서 파리들은 당신을 째려보면서 침뱉고, 날아와 부딪힙니다.

실크송의 맵은 괴롭습니다. 대체 휴식처는 어디있는지도 모르겠는 망망대해의 지도도 없는 상태에서 한발 한발 함정은 아닐까 걱정하며 발을 내디뎌야하는 것은 부지기숩니다. 맵 곳곳은 함정으로 가득하고, 지금 내 눈 앞에 보이는 보상은 지금 도달할 수 있는 곳인지 아닌지조차 모릅니다. 당신이 준비가 돼있다면 갈 수 있을 것이고, 준비가 안돼있다면 아쉽지만 그럴 능력을 획득하고 다시 돌아오시길 바랍니다. 지도에 마크는 남겨두시고요. 아 그 지도를 얻기 위해서는 캄캄한 암흑을 휴식 장소 없이 두려움을 한켠에 안으신 상태로 돌아다니셔야하고 맵에 꽂으실 수 있는 핀은 유료로 갯수 제한이 있습니다. 회복 능력이 있으니까 괜찮으시다구요? 그래서 회복 불가 기믹도 추가해드렸습니다.

실크송의 보스는 악랄합니다. 제가 실크송의 전투에 처음으로 욕을 했던 시점이 바로 나무위키에서도 많이들 초보자들의 통곡의 벽이라 불리는 흉포한 야수피리입니다. 아머드코어6를 플레이하신 분들이라면 튜토리얼에 나오는 헬기의 별명이 플라잉 군다인 것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여러분은 착각하고 계십니다. 진정한 플라잉 군다는 프롬의 아머드코어6가 아닌 실크송에 있었습니다. 이녀석이야말로 진정한 플라잉 군다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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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횡이동, 종이동, 비행이라서 타격 가능한 시간은 짧은데 2페이즈에 돌입하면 무한정으로 잡몹을 소환해 정신을 혼미하게 하는 이 친구는 진정으로 실크송 제작진이 유저에게 전하는 메시지라 할 수 있습니다. ‘얘 못잡으면 환불하시거나 게임 삭제하세요.’ 그런 너 게임 개못하잖아란 도발을 듣고 게이머가 도망칠 수 있겠습니까? 전 흉포한 야수파리 잡는데 세 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여러분도 힘내주십시오.

흉포한 야수파리를 가지고 플라잉 군다라고 하는 이유는 사실 흉포한 야수파리는 어떤 의미로 실크송에서 경험할 수 있는 액션의 체험판이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상대하는 몬스터들은 이제 보스 뿐만이 아니라 잡몹 소환 패턴을 꾸준히 가지고 있을거고, 상하좌우로 정신없이 날아다니는 몬스터와 투사체를 때로는 위로, 아래로, 밟고 무적타이밍을 이용해가며 잡아야합니다.

이처럼 할로우 나이트 실크송에서 호넷이 극복해야하는 대상들은 일반적인 게임들에서 그러하듯 유저가 죽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유저를 죽이기 위한 악의’로 가득차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이런 수많은 실패를 뛰어넘으면서 해냈다는 즐거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게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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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이란 길을 헤메는 과정이다]

모험의 사전적인 정의를 떠나 제게 개인적으로 모험과 일반적인 여행의 차이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저는 모험은 길을 헤메는 것이 목적이고 여행은 목적지가 있는 것이 차이라고 답하겠습니다. 그리고 실크송은 그 모든 과정이 괴로움으로 가득차있지만 동시에 그 미지의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궁금하게 만들기 때문에 유저에 대한 단순한 괴롭힘이 아니라 모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실크송은 게임의 시작부터 굉장히 범상치 않은 게임입니다. 실크송은 여러분에게 무슨 버튼을 눌러야 캐릭터가 왼쪽 오른쪽으로 움직이는지, 점프를 하는지, 바늘을 휘두르는지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그냥 버튼을 눌러보시고 캐릭터를 움직이세요. 어디로 가는지도 알려드리지 않겠습니다. 잘 관찰하고 어디로 가야하는지 결정하세요. 그리고 이런 실크송의 일련의 플레이 과정은 모두 동일한 기조를 유지합니다. 유저가 무엇을 해야하는지에 대해서 큰 방향은 제시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해야하는지는 알려드리지 않겠습니다. 알아서 하세요.

그리고 실크송이 이것이 가능한 가장 큰 이유는 지도가 존재하는 상황과 지도가 부재하는 상황이 끊임없이 교차하는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지도가 존재하는 범위 내에서 유저는 안전한 범위 내의 미지를 추구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그 미지는 분명 지도의 범위 내인데도 불구하고 제작자가 표시하지 않은 비밀의 방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모험은 지도를 벗어났을 때 찾아옵니다. 내가 어디 있는지, 얼마를 더 나아가야 안전한 상태에 도달할 수 있는지 한치 앞도 예상하기 힘든 고난 속에서 길을 잃고 헤메고 있는 과정이 반복되는 것이 실크송의 모험입니다. 그리고 이런 일종의 정반합이 교차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안전과 위험을 더 명료하게 인지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실크송은 오픈월드 rpg 게임은 아니기 때문에 엘든링, 스카이림, 야생의 숨결, 발더스 게이트 등의 게임들이 제공하듯이 어떤 방법으로든 엔딩을 보실 수 있다는 자유를 제공하지는 못합니다. 엔딩을 보시기 위해서는 이단 점프를 하시거나, 낙하산을 타고 기류를 타고 올라가셔야 할 수 있어야할 거고, 로프 액션도 하실 수 있는 능력을 습득하셔야할 겁니다. 맵을 돌아다니시다보면 그런 기술이 있어야만 지나갈 수 있는 지형들은 계속해서 보입니다.

그정도의 자유를 제시하지 못하는 게임의 장르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실크송은 해당 능력이 있어야만 갈 수 있는 지형을 탐험하는 모험을 선택할 자유만큼은 유저에게 제시합니다. 여기가 궁금해? 그러면 능력을 갖추게 되면 다시 돌아와. 대부분의 경우 그 보상은 이렇게 고생한 것에 비해 너무 하찮은 것이 아니야? 싶은 것이 대부분입니다만 그 역시도 모두 즐거움이니까요. 자고로 던전이라함은 안에 있는 모든 함정을 하나하나 파헤쳐주는 것이 즐거움 아니겠습니까. 그 끝에 있는 것이 보잘 것 없는 잡템이라면 고작 이것 때문에 이렇게 생고생을 했다니 너무 웃기잖아라며 웃어넘기고 다음의 모험을 향해 나아가면 될 뿐인 일입니다. 어차피 실크송은 우리를 위해 그것 말고도 수많은 모험을 준비해 뒀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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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끝나지 않은 여정]

사실 방송을 통해 혹은 직접 플레이를 하신 분이라면 제 엔딩 크레딧을 보고 ‘사실 그거 끝 아닌데?’라는 생각을 하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플레이한 부분은 실크송의 총 2장에 해당하는 엔딩으로 소위 3장 혹은 진엔딩으로 불리는 추가적인 여정이 뒤에 있다는 사실을 저도 어쩌다보니 접한 상황입니다. 아마도 이 여정이 더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더라도 실크송에서 아직 제가 탐험하지 못한 공간이 너무도 많기 때문에 플레이를 그만하지 않을 예정이었습니다만, 지금까지 즐긴 것과 같은 모험이 아직도 많이 남았다는 사실이 저를 너무 가슴뛰게 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마 못해도 한 열 시간 이상을 분노하고 괴로워하면서 헤메는 과정을 거치고 나서 앞이 보이지 않는 여정을 계속해 나가며 혹시 여기가 3장인가?하는 모험을 저는 계속해서 즐길 예정입니다.

만약 게임에서 미지의 모험에 대한 설렘을 느껴본지 오래되셨다면, 실크송은 그런 당신을 위해 준비 된 올해 최고의 게임이라 생각합니다. 최소한, 저에게는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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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시터스킬고어
+ 25/09/21 23:51
수정 아이콘
저도 올해 플레이한 게임 중에 최고였습니다 2만원이 맞는 가격인가 싶을 정도로 말이죠
LCK제발우승해
+ 25/09/21 23:55
수정 아이콘
정말 재밌게 하고 있습니다.
18시간정도했는데 2장 초중반인거 같아요.. 1장에서는 금방 왔는데 길찾고 다니는게 너무 힘드네요ㅠ
이번작 너무 맘에 드는데 딱 2가지 맘에 안드는게 2뎀이 너무 기본값이라는 점과 잡몹들 중 원거리랑 공중몹이 너무 많다는 점입니다ㅠ
원거리들이 백스텝 밟거나 공중에서 멀어지면 진짜 게임하기 싫어져요ㅠ 보스에서도 이런 잡몹들 소환하니까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네요.

저는 네이버 멤버십 Xbox Game Pass로 공짜로 이용중이긴 합니다 크크
+ 25/09/22 00:15
수정 아이콘
저도 진짜 재밌게 하고 있습니다.
변명의 가격
+ 25/09/22 00:32
수정 아이콘
보스보다 날파리가 백무빙 치면서 던지는 동전 같은 게 더 빡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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