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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전 강태석 승, 1:0.”
뒤에서 게임을 지켜보고 있던 진행요원이 결과를 기록했다. 곧 그는 2차전 곧 진행해주세요 라고 말했다. 지훈은 그 사이에 자신의 리플레이를 보고 있었다. 뭐가 문제였을까? 하나씩 하나씩 섬세한 것 까지 확인해갔고, 결국 그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
‘그의 물량이 폭발하면 막을 수가 없다’
한지훈의 저그 스타일은 물량형이라기 보다는 타이밍과 경기 운영을 위주로 하는 ‘센스’에서 시작하는 게임들이였다. 그가 다른 유저들에 비해서 물량은 앞서지 못할망정, 하나하나의 판단과 대처능력은 남들보다 뛰어나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대와의 물량차이가 엄청나게 심각할 정도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노스텔지아에서의 강태석의 마린은 한지훈의 럴커+저글링을 압도했다. 그의 가장 큰 패배요인은 더블을 할때의 취약한 타이밍을 놓쳤다는 점이다.
그리고 비프로스트에서의 경기, 힘싸움보다는 전략형을 유도하는 맵이지만, 그래도 그에게는 뭔가가 부족했다. 일반적인 저글링+럴커로는 태석의 상대가 될것만 같지 않았다.
지훈은 지금이 그때라고 생각했다. 태석에게도 한번도 보여주지 않은... 그 누구에게도 보여 준적 없는 필살기.
그것을 쓸때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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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다시 시작하자.’
경기가 시작되었다. 게임스코어 1:0이라는건 지훈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그는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게임이 마지막게임이 될지도 모르지만 그건 상관 없다. 지훈은 ‘이것은 단지 하나의 게임일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냐’ 라고 자기 최면을 걸었다.
그리고는 다시 하나씩 하나씩 시작해갔다. ‘한지훈스럽지 않은’ 플레이를.
한지훈스러운 플레이는 그야말로 정석, 정석, 그리고 정석이였다. 연습상대가 항상 안정된 플레이만을 고집해왔길래 그 역시 안정된 플레이를 고집해왔다. (거기에 자신이 써온 대부분의 필살기가 많이 막혀왔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그리고 그런 지훈의 필살기가 막히기 위해서는 단 한가지가 필요했다.
‘태석의 첫 scv를 잡아라.’
지훈은 처음에는 다른 전략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12드론 해처리로 시작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부터였다. 태석의 scv를 잡아야만 했다. 분명 태석은 지훈의 드론을 견제해줄 것이다. 그때 나오는 단 찰나와 같은 타이밍에 모든 드론을 동원해 scv를 잡는다는 생각이였다.
태석의 scv가 지훈의 본진인 한시쪽으로 다가왔다.
F-4_LPGMaster : hi yo
지훈은 그냥 대답하지 않았다. 중요한 순간이기도 하다... 예상대로 태석은 드론 한기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살짝 빼주고... 태석이 명령을 내리기 직전, scv가 그 드론을 계속 따라갔다. 정말 조금도 되지 않은 짧은 시간.
“지금이다!”
지훈은 바로 모든 드론을 드래그 후 태석의 scv를 공격했다. scv의 체력 50, 35, 10... 5, 퓨웅!
지훈의 예측은 적절하게 맞아떨어졌다. 태석의 scv를 지훈은 잡고야 말았다. 그리고, 이제 하나씩 시작. 그의 ‘필살기’ 는 사실대로 말하자면 필살기스럽지 않은 필살기, 3해쳐리 히드라였다. 그것도 ‘노 스포닝’ 3햇 이후 히드라웨이브. 그는 세 번째 해처리를 입구 앞에 폈다. 강도경과 이윤열의 파나소닉배의 경기처럼, 그는 강도경의 그것을 생각한거다.
자신의 생각이 맞다면, 이길수 있을 거야... 그는 동시에 스포닝풀과 챔버를 올렸다.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타이밍을 재고 있었다. 히드라가 한기씩 한기씩 쌓이고, 방업의 진행도도 점점 올라갔다. 이제 조금만, 이제 조금만...
그때였다. 태석의 본진앞에 놔둔 저글링이 사망했다. 태석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훈은 재빨리 히드라 한 부대를 5시 사잇길에 빼두었다. ‘단 한번의 교전, 그곳에서 승리한다.’
지훈의 심장은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이 전투가 우주에서 제일 중요했기 때문이다. 만약에 진다면, 진다면...
‘Stim pack!!!’
마린의 스팀팩소리가 들렸다. 태석도 그것을 눈치챈 듯 싶었다. 재빨리 달려갔다. 그리고 본진 스캔, 히드라 한부대 반정도가 기다리고 있었다. 한부대 반? 태석도 뭔가 잡히는게 있었다. 그는 바로 가지 않고 5시 샛길을 통해서 갔다. 그리고, 지훈도 그것을 눈치 챘다. 본진의 히드라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쫒고 쫒기는 순간, 먼저 칼을 뽑은건 태석이 아닌 지훈이였다. 5시 숨겨둔 병력과 본진의 병력이 합류, 태석의 본진을 노렸다.
그것은 지훈이 택할수 있는 길 중 몇 안되는 실수였다. 태석은 순간적인 컨트롤로 지훈의 병력을 감쌌다. 정면으로 붙는다면 지훈이 이기겠지만, 진영이 이렇게 되면 아무도 모른다. 하나씩 싸우기 시작. 그때였다.
‘Evolution Complete!’
지훈의 방업이 끝났다. 그리고 추가 히드라가 속속오고 있었다. 오히려 태석이 역으로 쌈싸먹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교전은 계속됐다. 다친 히드라는 빼주고, 멀쩡한 히드라는 앞으로, 계속해서 컨트롤, 랠리, 어택, 무브...
1초가 1년처럼 느껴진 교전끝에 지훈은 알수 있었다.
‘내가 이겼다.’
F-4_LPGMaster : gg
F-4_LPGMaster has left the game.
-90-
지훈은 태석을 네오 비프로스트에서 꺾은 이후 약간의 세레모니를 보였다. 주먹을 쥐고 나이스라고 외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얼마나 기뻐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었다. 다시 원점, 거기에 2차전을 잡은 지훈이 상승세를 탈 수 있었다.
경기를 끝난 뒤 그는 깨달았다.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어 있었던 것을... 많은 사람들 앞에서 경기한건 정모 이후 처음이였다. 약 20명가량의 사람들의 그의 모니터를 지켜보고 있었다.
“3경기 시작해주세요.”
그 많은 사람들의 시선속에 지훈은 다시 마우스를 잡았다. 이제는 로템. 맵의 유불리를 논할때가 아니였다. 앞마당에 가스가 없는것도 아니고, 루트가 복잡하지도 않다.
그야말로 진검승부다. 믿을 것은 자신의 실력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다.
...태석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까?
방송 무대로가는 마지막 경기, 네오 로스트 템플. 지훈의 위치는 2시였다. 지훈이 비교적 좋아하는 위치. 더 이상의 잔재주는 없이, 정석으로 끝내고 말겠다라고 생각하였다. 12시에 간 오버로드는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정찰간 드론이 8시의 태석의 위치를 발견했고, 동시에 12드론 해처리를 올렸다. 쿵덕쿵덕, 쿵덕쿵덕. 그의 가슴은 계속해서 뛰고있었다. 해처리와 스포닝풀이 동시에 펴졌고, 동시에 크립 콜로니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저글링 한기는 태석의 진영으로 달려가 상대의 움직임을 파악하려 했다.
여기서 한지훈이 전혀 생각하지 못한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강태석은 항상 정석을 추구해온 플레이어였다. 그 누구와 할때도, 상대가 테란이든 저그든 토스든, 절대로 무언가를 꾸밀 선수가 절대 아니였다. 그건 물론 지훈과의 연습 및 실전에서도 그래왔다. 그랬기에 지훈은 ‘강태석이 무엇을 저지를 것이다’ 라는 생각은 꿈에서도 해본적이 없었다.
그런 그가 모든 scv와 마린을 동원해서 공격을 가고 있었다. 치즈러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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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는 말씀
업로드가 많이 늦었습니다. 덕분에 5월달안에 끝내려던 계획이 불가능해졌습니다. 만세~ ㅇㅇ/(뭔소리야 이건 - -) 좀 더 정확하게 말씀드리자면,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개인적인 사정으로 무기한 연재중단이라는 칼을 뽑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더라도 용서해주세요 ㅠ_ㅠ (도톨아 미안해... T_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