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의 강력테란과 1명의 프로토스로 구성된, (개인적인 기준으로 볼 때) 가장 질리기 쉬운 이번 챌린지리그. 테란의 장벽 사이에 끼인 이재훈 선수가 얼마나 선전할지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오늘 전상욱 선수를 상대로 네오 기요틴에서 경기를 가졌습니다. 오늘의 경기분석은 챌린지리그 3경기 이재훈 선수(P) 대 전상욱 선수(T)의 경기입니다. 이후 존대는 생략합니다.
프로토스가 테란을 상대로 동률 이상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네오 기요틴이라는 맵의 특성상, 이재훈 선수는 반드시 승리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그의 상대는 같은 슈마GO팀의 전상욱 선수. 평소 연습을 자주 했었으니만큼 서로의 빌드나 경기운영 및 병력운용의 특색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 점이 이재훈 선수가 짊어져야 하는 첫번째 부담이었다.
거기에 더해, 필자의 추측이지만 과거의 극강 테란 킬러로서의 명성을 짊어지고도 요즘 들어 대 테란전 성적이 신통치 않은 점이 또 하나의 부담이었을 것이다. 과거의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무려 다섯 명의 테란을 상대해야 하는 이번 챌린지 리그 1위결정전을 잘 치루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이는 신인에 가까운 전상욱 선수에게는 존재하지 이재훈 선수만의 심리적 부담이다.
그런 탓에, 프로토스가 테란에게 유리한 네오 기요틴임에도 불구하고 이재훈 선수는 필살기를 준비하게 된다. 경기 시작하고 이재훈 선수는 7시, 전상욱 선수는 11시.
전상욱 선수의 SCV는 이재훈 선수의 본진을 정찰하고, 1게이트에 드라군의 사정거리 업그래이드까지 눌러 놓은 걸 본 후 드래군에 잡힌다. 그리고 위로 올라가는 드라군 2기. 하지만 입구는 막혀 있고, 2팩토리에서 탱크까지 나와 전상욱 선수는 별 탈 없이 막아낸다.
여기서 주의해 볼 점은 네오기요틴이라는 맵의 특성이다. 평지맵이라는 특색으로 인해 프로토스가 테란을 상대로 강한 모습을 보이는 건 사실이지만, 그 탓에 다른 특징이 가려지는 경향이 있다. 우선 맵의 구조상 몰래건물을 할 자리가 많다는 것이 그 첫째요, 테란이 일단 탱크부터 먼저 뽑아야 하는 탓에 벌쳐의 마인 업그래이드가 늦어 빠른 로보틱스가 필요 없다는 점이 그 둘째다.
그러니 전상욱 선수는 SCV로 이재훈 선수의 본진에 로보틱스가 올라가지 않는 장면을 보고도 다크템플러나 리버 등의 필살기에 대비하지 않은 것이다. 십중팔구 1게이트로 시작해 빠른 압박을 노리는 파워드라군이나 빠른 사업을 누르는 변형된 불독 정도, 즉 드라군의 수를 중요시하는 빌드로 생각했을 것이다. 이는 전상욱 선수가 엔지니어링 베이나 아카데미를 짓지 않은 점을 보면 알 수 있으며, 초반부터 탱크를 다수 모으려 했던 점에서도 추측 가능하다.
이를 이용한 이재훈 선수는 뜻밖에도 몰래스타게이트에 이어 스카웃을 뽑는다. 탱크를 스카웃으로 제거하고 강력한 드라군으로 밀어붙이려는 빌드. 전상욱 선수의 탱크 물량 위주 운영의 허를 제대로 찌를 수 있는 필살기였다.
하지만 이재훈 선수 최악의 실수는 스카웃 한 대가 나오자마자 보낸 것이다. 스카웃이 한 대뿐인 탓에, 전상욱 선수는 스카웃을 보자마자 엔지니어링 베이와 아머리를 동시에 건설하며 탱크를 SCV로 땜질하여 버틴다. 스카웃 2기였으면 분명 파괴 가능한 탱크였건만, 스카웃이 한대 뿐이었던 탓에 결과적으로는 전상욱 선수의 탱크를 한 대도 걷어내지 못하고 일꾼을 다수 잡을 수도 없었으며 미사일 터렛의 건설까지 허용한다. (파괴한 한 대의 탱크도 드라군으로 잡은 것이다)
물론 전상욱 선수가 미사일 터렛을 건설하는 SCV를 찍어 수리를 해 주고, 탱크를 재빨리 수리해 준 것도 좋은 컨트롤이었지만 스카웃을 두 대 모아 한꺼번에 갔더라면 분명 터렛의 건설을 지연시키고 훨씬 많은 타격을 줄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탱크를 스카웃 두 대로 걷어낸 후 재빨리 드라군을 난입시켜 경기를 끝낼 수도 있었을 터였다.
하지만 무려 미네랄 800에 가스 400을 투자한 (스타게이트, 스카웃 2기, 파일런) 필살기가 무력화된 탓에, 그때부터 이재훈 선수는 일방적으로 밀리게 된다. 전상욱 선수는 알맞은 타이밍에 첫번째 멀티를 가져가고, 이재훈 선수 역시 멀티를 따라가나 이미 시간이 늦은 연후였다.
이재훈 선수는 병력과 자원 양면에서 밀리는 상황. 그런 탓에 어쩔 수 없이 또 하나의 도박을 걸 수밖에 없었다. 다크템플러를 이용한 게릴라. 그러나 전상욱 선수의 멀티로 진입한 다크템플러는 그다지 많은 타격을 주지 못했다. 이미 세번째 멀티까지 준비되어 가는 상황에서 SCV몇 기와 터렛, 컴셋 스테이션 정도의 타격은 다크템플러를 생산하기 위한 자원과 비교해 그닥 차이도 나지 않는 상황이었다.
거기다 이재훈 선수가 저지른 또 하나의 패착은 너무 성급한 하이템플러 이용이었다. 분명 사이오닉 스톰의 이용은 좋았으나, 자원적인 면에서 밀린 탓에 스톰을 뿌린 후 너덜너덜해진 탱크를 처리할 병력마저 부족한 상황이었다. 결국 이재훈 선수는 중반 이후 지속적으로 밀리다 GG를 선언한다.
전체적으로 이재훈 선수에게는 너무 성급한 스카웃 내보이기와 너무 성급한 하이템플러 생산이 패착이었다. 그리고 네오 기요틴의 골목 골목마다 마인을 꼼꼼히 매설하며 안정적으로 진군한 전상욱 선수의 병력 운용이 매우 돋보인 경기였다. 결국 프로토스맵 네오 기요틴에서 패함으로서 이재훈 선수는 험난하기 이를 데 없는 경기들을 치루어야 할 입장이 되었다.
-글곰 이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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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my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4-02-11 09: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