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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12/15 23:32:03
Name 계층방정
Subject [정치] 그들은 왜 대면예배를 포기하지 못하는가 (2) (수정됨)
https://pgr21.co.kr/freedom/94365 그들은 왜 대면예배를 포기하지 못하는가 (1)
앞선 글에서는 개신교가 대면예배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를 복음주의에서 찾았다. 개인의 회심과 신앙적 열정을 중시하는 복음주의에서, 이런 감정적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대면예배를 비대면예배로 대체하는 것에서 어려움을 겪고 대면예배에 집착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정치적인 원인을 다루겠다.

극우는 소수, 그러나 교회 지도층이 조금 더 극단적인 성향
지난번 글에서도 많이 인용한 태극기를 흔드는 그리스도인의 제2장 보수 개신교인의 정치의식에서는 스스로 보수를 내세운 개신교도들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이들의 극우 집회나 전광훈에 대한 의견을 묻고 있다. 여기에서는 목사/항존직(장로·안수집사 등)과 서리집사/권찰, 직분 없음도 구별해서 직분에 따른 차이도 분석하고 있다. 그런데 목사/항존직은 다른 직분에 비해 태극기 집회에 더 많이 참가하고, 태극기 집회를 더 지지하고, 전광훈 목사의 발언도 더 지지하며, 태극기 집회를 교회가 이끄는 것도 더 긍정적으로 보았다. 전광훈 목사 지지도는 30.6%, 비지지도는 63.1%인데, 보수 개신교를 30%로 가정하면 전체 개신교도 중 전광훈 목사 지지도는 약 9%로 추론할 수 있겠다. 그러므로 전체 개신교 중 극우 성향은 소수이지만, 교회 지지층들 중에서는 약간이나마 극우 성향이 더 짙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승만이 사랑한 개신교 우파
먼저, 오늘의 글은 개신교 중에서도 한국 정치에서 우파에 해당하는 개신교에만 해당한다는 것을 먼저 밝히겠다.
흔히 개신교 우파는 반공 때문에 이승만과 박정희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공산주의가 종교를 탄압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고 종교를 가려가면서 탄압하는 것도 아니다. 만약 공산주의가 종교를 가려가며 탄압한다면 그건 그 동네의 특수한 사정일 뿐이지 공산주의 자체의 속성은 아니다. 그런데 천주교 우파, 불교 우파에 비해 왜 개신교 우파 중에 극단적인 활동이 더 많이 보이는 것일까? 대부분의 한국의 극우 종교 정당은 바로 개신교 정당이다.
이에는 이승만 대통령이 재임 중에 명백하게 개신교 우호적인 정책을 폈다는 것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이승만 대통령은 제헌국회 당시에 목사를 불러와서 기도를 드리게 했다. 그리고 제1공화국 관료 중 많은 수가 개신교도였다. (이는 당시 일반 한국인들 중에서는 개신교도가 적은 반면 독립운동가나 엘리트 중에 개신교도가 많았던 영향도 있긴 하다) 그리고 군종(이건 천주교도 포함), 군목 제도, 형무소의 형목 제도 등 정부 기구 내에 개신교를 위한 조직을 만들기도 했다. 또 일본인의 재산, 이른바 ‘적산’ 불하에서도 일본의 신흥종교였기 때문에 한국 내에 따로 교단이 없는 천리교의 재산을 독점적으로 불하받는 등 특혜를 누렸다. http://www.gisang.net/bbs/board.php?bo_table=gisang_special&wr_id=877&main_visual_page=gisang 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583100.html http://www.beopbo.com/news/articleView.html?idxno=214035
비록 제1공화국과 제헌헌법 자체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세속 국가였지만, 초대 대통령 이승만의 영향으로 정부는 개신교에 기울어져 있었다.

박정희를 사랑한 개신교 우파
그러면 박정희 재임 시에 개신교 우파의 반응은 어땠을까? 사실 박정희는 종교가 없었다. 따라서 이승만 시대보다 개신교 색은 옅어졌다. 그런데 개신교 우파는 이런 박정희에 맞서 싸우기보다는 열렬한 박정희의 편이 되어서 자신들의 줄어드는 기득권을 지키고자 했다. CCC로 유명한 김준곤 목사나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조용기 목사, 극동방송 설립의 주요 인사인 수원중앙침례교회의 김장환 목사는 국가조찬기도회(당시는 대통령조찬기도회)를 열어서 박정희 정권에 적극적인 도움을 줬고 유신 이후에도 계속 정부를 옹호했다. https://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192343 https://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222247, https://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302842
박정희 대통령의 긍정적인 정치로 자주 손꼽히는 것이 새마을운동인데, 조용기 목사 본인을 포함해 개신교계 일각에서는 새마을운동을 만든 것이 조용기 목사였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https://www.hani.co.kr/arti/well/news/939273.html

이렇게, 개신교계의 박정희 지지는 박정희 본인이 기독교적인 나라를 만들었다고 하기보다는, 박정희 정부의 업적에 개신교계의 지원이 있었음을 은연중에 드러내는 방식이다. 심지어 군승 도입 당시에는 불교가 무신론적이므로 공산주의와 친하다는 치졸한 공격도 기탄없이 저질렀는데, http://www.ibulgyo.com/news/articleView.html?idxno=89101 이런 공격을 위해서라도 박정희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는 필수적이었을 것이다. 이승만과 개신교의 관계를 ‘이승만이 개신교를 사랑했다’라고 한다면, 박정희에 대해서는 ‘개신교가 박정희를 사랑했다’라고 해야 할 것이다. 물론 개신교 좌파에겐 정치적으로건 종교적으로건 박정희는 싸워야 할 대상이었고 (개신교 일각에서는 낙태를 음지에서 장려한 박정희 정부를 종교적인 관점에서 비판하기도 한다), 이에는 미국 개신교의 지원도 있었지만, 개신교 좌파에 대한 얘기는 이 정도로만 하자.

과연 문재인 정부의 방역이라서 반대하는 걸까 – 복음주의와 이분법적 세계관
여기까지 대한민국 개신교 우파가 이승만과 박정희를 지지하는 이유를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만약 현 정권이 김무성정부나 홍준표정부, 혹은 유승민정부였다면 개신교 우파는 비대면예배라는 방역 지침에 적극 찬성했을까?
꼭 그렇다고 할 수는 없다. 지난 글에서 언급했던 종교적 동기, 복음주의적 세계관은 정치적으로도 아마 방역지침에 마찰을 일으켰을 것이다. 미국이 트럼프정부라고 방역지침에 적극적으로 따르지 않았듯이.
복음주의는 개인의 회심과 종교적 열정을 강조하는데, 이는 신앙의 실천을 강조하지만 그 신앙의 실천을 위해서 세계를 개신교의 가치관에 맞는 거룩한 곳, 곧 ‘교회’와, 개신교의 가치관에 맞지 않는 곳, 곧 ‘세상’ 단 둘만으로 나누게 된다. 이렇게 둘로 확실하게 나누이지 않으면, 실천을 위한 결단도 모호해진다. 그리고 ‘세상’ 중에서 ‘교회’의 세력권을 넓혀나가려고 애쓴다. 이 과정에서 ‘교회’의 주권에 간섭하거나 세력권을 넓히는 데 방해되는 모든 요소는 ‘종교 탄압’이 된다.
개신교 우파는 이승만 정부와 박정희 정부를 ‘세상’이 ‘교회’를 존중하고 ‘교회’를 침범하지 않는 이상적 세계로 보고 있다. 그리고 현 정부의 기원이 되는 노무현 정부는 ‘교회’를 ‘세상’이 침범하는 위협으로 본다. 이는 사학법 개정 때문이다.
개신교는 개신교의 가르침을 적극 전파하기 위해 예배를 드리기 위한 ‘교회’ 외에도 사회봉사, 교육, 의료 등 사회 곳곳에 개신교가 주도하는 단체를 세워 개신교적 가치로 운영되는 사회조직을 만들었다. 이런 조직은 개신교에게는 ‘교회’다. 사학법 개정으로 인해 이런 ‘교회’의 운영을 감찰하는 ‘세상 사람’이 들어오는 것은 개신교에게는 ‘교회 탄압’인 것이다. 그래서 개신교 우파에게 노무현 정부는 종교의 자유를 탄압하는 비판의 대상이다.
이런 점에서, 설령 우파 정부일지라도 방역지침이 ‘교회’의 운영에 간섭을 한다면 그것은 여지없는 ‘교회 탄압’이 되는 것이다.
개신교가 세상에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면, 교회는 신성불가침이라고 여기는 이분법적 복음주의 세계관부터 극복해야 할 것이다. 이미 유다 왕국이 다윗 왕조를 신성불가침이라고 여기다가 왕조를 날려먹은 성경의 역사로 돌아가서 배우자.

목사가 국가적인 원로인가 – 이승만과 박정희
맨 앞에 언급했듯이 목사나 장로 등이 평신도나 서리집사 등에 비해 더 극우 활동을 지지하고 있다. 이에는 이승만 정부나 박정희 정부 당시 정부가 목사를 존중하고 목사의 의견을 받들어서 나라를 다스렸다고 생각하는 인식도 한 몫 한다.
당시에야 나라가 미약하고 배운 사람이 적으니 목사는 당연히 사회의 엘리트였지만, 지금 시대에는 그만큼 배운 사람은 넘치고도 넘친다. 돌아갈 과거의 이상향이 있는 계층에서 근본주의에 빠지는 것은 사회적으로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현실을 외면하고 과거의 좋았던 시절로 돌아가자는 주장이 과연 얼마나 먹힐까? 더구나 목사와 장로들을 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때는 좋았던 시절이 아니다.

목사가 국가적인 원로인가 – 숭미주의
개신교 극우에서 개신교적 문화와 제도, 사회에서 세워진 나라 미국은 이상향이다. 그들의 신앙은 개신교 국가 미국에서 거룩한 희생을 각오하고 온 선교사들 덕택이라고 여기며, 미국이 지금 강한 것은 미국의 개신교적 기반 때문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개신교 극우는 목사가 국가적으로 존경받는 나라라면서 미국을 떠받들고, 한국에서 목사를 푸대접한다면서 현 정부의 정책에 반대한다. 대면예배 문제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대면예배를 드리니 우리도 마땅히 그들을 본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방역에 반대한다. 그리고 미국에서 목사를 존중하는 것처럼 한국에서도 대면예배를 주장하는 목사들을 존중하기를 원한다.
그런데 미국은 개신교적 기반에서 세워진 건 맞지만 어디까지나 세속 국가며 종교의 자유가 존재하는 나라다. 민주주의 국가니까, 민의를 받들어서 개신교적 사회와 제도가 세워지는 것뿐이다. 한국은 비기독교 인구가 4천만이며 그들 중 또 다수는 기독교적 가치관에 아예 무지하다. 미국에서 무신론자라 할지언정 기독교적 기반이 아예 없는 사람이 드문 것과는 다르다.

개신교가 민주주의보다 소중하다?
개신교 극우라면 이렇게 질문할 수도 있다. 그러면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니 민의에 따라 개신교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을 두고 봐야 하는가? 이들 중에서는 개신교를 지지하는 독재가 차라리 개신교를 탄압하는 민주주의보다 낫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문제는 이런 인식은 공산주의에 대한 공포가 모든 것을 잡아먹은 결과라는 것으로, 개신교를 탄압하는 민주주의는 결국은 공산주의로 치닫기 때문에 진정한 민주주의가 아니라는 데까지 이른다. 그 탄압이라는 것도, 위에서 설명했듯이 진정한 탄압이라기보다는 ‘교회’와 ‘세상’이라는 이분법적 세계관 속에서 ‘교회’에 개입하는 모든 것을 가리킨다.
이런 공포를 부추기는 것은 내부적으로 교회를 똘똘 뭉치게 하는 데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결국은 교회를 세상에서 고립시키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결론
개신교 극우의 대면예배에 대한 집착은 정치적인 요인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이는 대면예배 이슈가 이미 지나가버린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개신교와 목사가 특권을 누린 시절에 대한 추억, ‘교회’와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흑백사고, 개신교가 다수인 미국에 대한 동경, 이 세 가지를 붙들고 있는 한, 그들이 원하는 시대는 아마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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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안하고왜여기
21/12/15 23:44
수정 아이콘
이승만 찬양 진짜 심해요. 장로교 연세 있으신 목사님들 이승만 관련 설교 분량이 하나님 분량 넘어갈 때가 있어요.
계층방정
21/12/15 23:53
수정 아이콘
전광훈이 쓴 이승만의 분노란 책이 있는데 알라딘 평점 7.7에 교보문고 평점 9.1입니다 어질어질... 말씀하신 목사 같은 분이 줬나봐요.
SAS Tony Parker
21/12/16 00:04
수정 아이콘
시대가 워낙 흘러서 바뀌긴 했지만 극우 극좌 성향의 편향적인 분들은 있죠

개신교인 저도 이해하기 힘듭니다 크크 그런분들이 정통신학과 거리가 있어서 세력은 작아졌지만 노이즈는 크게 냅니다
계층방정
21/12/16 11:04
수정 아이콘
문제는 한국 복음주의 풍토에서 아주 기초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신학을 경시하는 분위기가 좀 있다는 겁니다. 이분법적 세계관과 음모론적 종말론에 경도되는 세대주의 신학만 해도 신학자들은 많이 외면하지만 정작 평신도와 목사들 중에는 깊게 빠진 사람들이 적지 않죠.
저도 개신교도지만 개신교 극우 이해하기가 힘든데, 오히려 개신교 극우들에 대해 학문적으로,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글이나 책을 보고 있으면 조금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 그들에 대한 분노를 좀 가라앉힐 수 있게 됩니다. 이해에는 도움을 주면서도 그들에게 동조하게 될 생각은 조금도 안 들게 하기도 하고요. 이번 연재글에서 자주 인용한 《태극기를 흔드는 그리스도인》을 보고 많이 감명을 받아서 호프스태터의 《미국의 반지성주의》등 이 책에서 참고한 문헌들을 조금씩 더 읽어보려고 합니다.
jjohny=쿠마
21/12/16 00:12
수정 아이콘
그들의 '미국=좋은 것' 도식은 오바마 정부, 바이든 정부 시절을 지나면서 다소 약화...될 줄 알았으나 약화되기보다는 개량된 형태로 굳건하게 살아남더라고요.

넘모넘모 무서워요...
계층방정
21/12/16 11:04
수정 아이콘
정부가 오바마 정부 바이든 정부가 된들 미국 야당을 따라가면 된다는 아주 간편한 선택지가 있더라고요.
jjohny=쿠마
21/12/16 00:15
수정 아이콘
(수정됨) 아니 그러고보니 지난 번 글도 아주 흥미로웠는데 제가 못보고 지나갔군요...
------
이번 글과 지난번 글에 동의하는 의미에서... 제가 PGR에서 정말 여러번 얘기한 부분인데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교회들이 대면예배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를 '돈'(헌금)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고, 실제로 그런 경우들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여러가지 이유들 중에서 ['돈'은 1티어에 못낄 겁니다.] (많이 쳐줘봐도 2-3티어 쯤...?) 돈 말고 더 강력한(또는 무시무시한...) 이유들이 있어요...
SAS Tony Parker
21/12/16 00:25
수정 아이콘
헌금의 의미도 크지만 전체로 보면 절대 크지가 않죠
안수 파티
21/12/16 07:34
수정 아이콘
그 더 강력한 이유들에 대해서 자세히 듣고 싶네요.
jjohny=쿠마
21/12/16 09:33
수정 아이콘
(수정됨) 일단 계층방정님이 쓰신 본문글과 이전글의 내용들에 대체로 동감하는 편이니까 그 글들을 봐주시면 될 것 같고요,
저는 이전에 이런 댓글들을 쓴 적이 있습니다.
https://pgr21.co.kr/freedom/87703#3987787
https://pgr21.co.kr/freedom/87703#39877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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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꼭 그렇게만 볼 수는 없구요 (고깝게 보자면 금전적인 요인이 메인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긴 할텐데, 현실과는 좀 괴리가 있을 겁니다) 짧게짧게 간단히만 써보자면...

- 원래 [모여서 예배하는] 것은 [성경에서 권장되는] 일입니다.
날마다 마음을 같이하여 [성전에 모이기를 힘쓰고] 집에서 떡을 떼며 기쁨과 순전한 마음으로 음식을 먹고(사도행전 2:46)
[모이기를 폐하는 어떤 사람들의 습관과 같이 하지 말고] 오직 권하여 그 날이 가까움을 볼수록 더욱 그리하자(히브리서 10:25)
(위 구절들을 현대 교회에서 매일/매주 모이라는 당부로 단순 대입할 수는 없는데, 아무튼 교인들은 이런 구절들을 통하여 모임의 중요성을 교육받아 왔습니다)

- (개인이 혼자 하나님 앞에 드리는 예배 말고,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예배]라는 개념은 그 자체로 '모인다'라는 뜻이 전제되어 있습니다. 모여서 하는 행동 하나하나, 순서 하나하나에도 다 신학적 의미가 부여되어 있습니다. 온라인 예배라는 게 지금 시기니까 어쩔 수 없이 도입되고 신학적으로도 여러가지 검토되고 있기는 하지만, '온라인 예배'가 대체할 수 없는(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오프라인 예배'의 영역이 있습니다. '그냥 그거 온라인예배 드리면 똑같은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그렇게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 특히 한국교회는 '일제시대 때 사람들이 교회로 모이는 걸 일제가 방해해서' 모이지 못했던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이게 한국교회가 일요일 모임에 강하게 집착(교회 용어로, '주일성수')하게 되는 원인 중에 하나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주일성수'에 대한 집착은 그 외에도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암튼)

- 정부나 당국에서 예배모임을 중단시키는 방침을 검토 내지는 발표하면 교계에서 적지 않은 반발이 있는데, 이건 사실은 매우 민감한 문제입니다. 역사적으로 공권력이 종교에 개입하는 문제는 항상 예민할 수밖에 없으며, 이건 종교집단이 이익집단화 되어버린 것과는 조금 다른 측면의 이야기입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공권력이 가급적 종교집단에 개입하지 않는 그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이건 얘기하자면 몹시 길어지는 얘긴데, 간단히 [민주화운동]이나 [명동성당] 등의 예시를 드는 것으로 대신하겠습니다)

저는 꼭 교회에 모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은 아닌데(저 스스로도 올해 온라인예배 말고 오프라인 예배는 거의 못갔구요)
암튼 교회 쪽에서 나오는 행동들의 동기는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것보다는) 많습니다. 헌금이 어쩌고는 오히려 지엽적인 문제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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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왜 위와 같이 답변드렸냐면,
[금전적인 부분이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그게 다가 아닐까 싶긴 한데......-_-;]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댓글 쓰신 분께서 위 댓글들에서 지적하신 대부분의 말씀에 공감하는 바인데, 막상 그 결론을 그렇게 진단해버리시니 이상해서 그렇게 말씀드린 겁니다. 모이는 데 집착하게 되는 데에는, 금전적인 것보다 더 크고 직접적인 요인들이 있다는 겁니다.

[이 시국]인데도 굳이 모이는 교회들은, [모이는 예배의 중요성]에 대한 신학적 판단이 아니라 [코로나19 시국의 심각성]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해서 모이는 거라고 진단하는 게 더 정확합니다.

예를 들어, 금전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교회 A교회를 가정해봅시다. A교회가 정말 [코로나19 시국의 심각성]을 제대로 판단한다면, 금전적 이유 때문에라도 코로나19가 창궐하는 지금 절대 교회에 모이면 안됩니다. 행여나 교회에서 코로나19 환자가 터지면 그때야말로 금전적인 손해는 막대하니까요. 차라리 온라인 예배를 진행하면서 온라인으로 적극적으로 헌금하는 걸 더 독려할 겁니다. (그 김에 현장에서 예배드리면서 발생하는 비용지출이 일부 줄어들기도 하구요)

그런데 만약 금전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A교회가 이 시국에 오프라인으로 모여서 예배들 드린다? 이건 돈을 중시한 게 문제가 아니라 [코로나19 시국의 심각성]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게 문제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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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교회는, 위 답변에서 말씀드린 [모이는 예배의 중요성]과, [코로나19 시국의 심각성] 중에서 저울질하면서 선택을 하게 됩니다.
모이는 게 아무리 중요한 교회라고 해도, 자교회에 확진자들이 나오는 등의 극한이 상황이 되면 모이는 예배는 최소 2주간 중단될 겁니다.
한편, 모이는 것에 별로 집착하지 않는 교회에서도, 코로나19가 일정 이상 잠잠해지면 다시 모이기 시작할 겁니다.

[모이는 예배의 중요성]을 판단하는 건 신학적인 판단인데,
[모이는 예배의 중요성][코로나19 시국의 심각성] 중에서 [저울질하는 판단]은 신학적인 판단의 영역이 아니라 그냥 인간사회를 살아가는 소양의 영역입니다.
(실제로 많은 교회들은 그런 판단의 결과로 오랫동안 모이는 예배를 축소하거나 중단해서 운영하고 있구요.)

그런 말씀을 드린 겁니다.
안수 파티
21/12/16 09:42
수정 아이콘
큰 기대없이 단 댓글인데 이렇게 자세한 답변을 주실 줄 몰랐습니다. 댓글 감사드리고 조금 여유 있을 때 찬찬히 읽어보겠습니다.
21/12/17 04:13
수정 아이콘
온라인 헌금이 오프라인헌금보다아무래도 더 금적적으로 불리한게있다는 해석도 있는데 그부분이 맞다면 수전노목사가오프라인을 고집하는건 근시안적으로는 맞는 행동 아닐까요
트루할러데이
21/12/16 09:23
수정 아이콘
맞아요. 밖에서 보면 헌금이 제일 크다고 생각하겠지만 헌금은 사실 교인을 교회에 붙들어놓으면 부차적으로 따라오는 트로피 같은거죠.
교회에 헌금이 필요한것도 사실 목사가 돈을 더 벌려고 하는게 아니라 교회에서 행하는 대부분의 사업들을 영위하기 위해서 필요하고
그러한 사업들은 교인이 있어야만 또는 교인을 유치하기위한 사업들이 대부분이죠. 교회당을 크게 짓는것도 교인을 더 유치하기 위함이니까요.

교인을 '더' 유치하는게 교리적으로도 사업성 측면에서도 압도적으로 중요합니다.
대면예배는 그 교인들을 교회에 묶어놓기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이구요.
계층방정
21/12/16 11:10
수정 아이콘
(수정됨) 관심 가지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돈 이외의 다른 이유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개신교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야 하고 이런 노력조차도 아까워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런 분들에게는 '돈은 원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결과다'라고 하면 좀 이해에 도움이 될까요?
도투락월드
21/12/16 07:03
수정 아이콘
세상을 악으로 규정하고 교회를 유일한 도피처로 만들어서 신도를 사회에서 고립시키는 목사들이 참 많더군요.
21/12/16 07:56
수정 아이콘
럭키 신천지...
계층방정
21/12/16 11:07
수정 아이콘
그러면서도 세상 속에 개신교 사회단체를 만들어서 사회에서 고립된 신도가 머물 곳을 많이 만들어주기 때문에 이런 풍조가 쉽게 근절되지가 않는 것 같습니다.
21/12/16 08:39
수정 아이콘
선거 앞둔 시점에서
1300만표 달달하죠.
계층방정
21/12/16 11:11
수정 아이콘
전광훈 본인이 윤석열과 접촉하려고 한다고 하더군요. 그 문제 때문에 최근에 전광훈이 대표로 있는 국민혁명당의 대통령 후보도 갈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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