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울산에서 약국을 운영 중인 약사입니다.
공적 마스크를 판매한 지도 1개월 정도 되어가는 거 같은데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을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마스크가 남는다....

전국마다 다르겠지만 울산은 오늘부터 약국당 350장씩 공급받습니다.
제가 있는 곳은 울산 동구인데
오늘 오전부터 팔고 있는데 250장 정도 팔았고
아직까지도 100장 정도는 못 팔았습니다.

아마 전국적으로 확산세가 진정국면에 있고
5부제가 정착되면서 가정마다 어느 정도 마스크가 보급되면서
수요가 줄어든 게 아닌가 싶습니다.
거기에다가 공급은 처음보다 많이 늘어났으니
하루종일 다 팔아도 마스크가 남을 수도 있을꺼 같습니다.

2. 육체적으로 지쳐간다....

다른 약국은 모르겠지만 저희 약국만 놓고 보면
약사 한 명 직원 한 명 이렇게 운영을 하는데.
저랑 직원이랑 육체적으로 많이 지쳐갑니다..

기존 처방 조제 + 복약 + 상담업무에
마스크 배분까지 더해지면서 시간이 갈수록 지쳐갑니다.

이게 350장을 배분하면 평균적으로
150명 이상의 시민이 약국에 들러서 마스크를 구매하게 되는데..

기존 업무에다 150명 이상의 신분증을 확인 + 시스템에 입력 + 계산을 해야 합니다.
거기다가 5매짜리가 오게 되면 소분 업무까지도 해야 하니..
체력적으로 지치는 상황입니다..

심지어 토요일에는 오전 9시-1시까지 4시간 근무인데
그동안 마스크 350장이랑 처방 조제를 다 할 수 있을지 하는 두려움이 몰려듭니다...크크...


3. 정신적으로 지쳐간다..

육체가 지치니 정신도 지치게 되는 건데..
처음에는 웃으면서 설명도 해주고 오는 사람들에게 인사도 다 해주곤 했는데..
이게 어느순간되니 얼굴에 표정이 사라지고 사람들의 조그마한 언행에도
쉽게 멘탈이 무너지는 것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물론 대부분 고생한다고 위로해주시고 기운 주시는 분들이 많은데

오늘 있었던 일로만 놓고 보면

주민등록등본만 보여주길래 본인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하니
"왜 그걸 보여줘야 하는데요?" 이렇게 시비조로 말씀하시고 매서운 눈으로 쳐바보는분.

대리 구매가 안되는 상황인데 대 리구매 해달라고 떼를 쓰는 분
다른 약국에는 해주던데 여기는 왜 안 해주냐면서 성질 내시는 분들..

오늘 다른 약국에서 구매하셨던 분인데 중복구매 안 된다고 하니
절대 안 샀다면서 우기시는 할아버지..

등등의 상황에서 아주 쉽게 멘탈이 갈려가는 것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4. 마스크를 조금만 받을까??

이번 주에는 열심히 팔아보긴 할 텐데
아무래도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지쳐가다 보니
마스크를 조금만 받으면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문뜩문뜩 듭니다.

처음에는 없어서 못 팔고 이제는 힘에 부쳐서 못 파는 상황이 오니
직원이 힘들어하는 것도 안쓰럽고 정작 나도 지쳐가고
조금 줄여서 받거나 일주일에 며칠만 받는 방법도 고민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그래도 다 사입해서 다 팔아주는게 지역 주민들을 위하는길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이러다가 내 성격버리겠다 + 단골들한테도 틱틱거리고 있으면 안되는데...
등등 각종 고민들이 많아지는 요즘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