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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2/26 04:08:11
Name 영소이
Subject [일반] 다단계 끌려갈 뻔 했던 이야기 (수정됨)
요즘 신천지 때문에 말이 많습니다..만
라떼는 말이야 다단계가 핫했다 이 말이야!
라고 대략 15년 전 기억을 회상해 봅니다...

어떻게저떻게 곤경에 빠진 생활을 대충 수습하고 수능을 쳤지만! 점수가 뜻대로 나오지 않았고
이미 세상살이에 어설픈 자신감이 붙었던 차였어서, 원하는 성적이 안나왔으면 대학을 안가면 되지! 라며 호기롭던 그 시절...
나이는 젊고 화장도 배우고 남자도 꼬이고 알게 되는 사람들도 나름 폭발적으로 늘면서
제 인생 가장 인싸 시절이었던 그 때, 세x클럽 채팅사이트에서 한 언니를 알게 되었습니다.

마냥 사람 만나는 게 즐거운 시기였던 저는 싹싹하고 붙임성 있던 언니와 금방 친해졌습니다.
알고 보니 집도 가까워 제 자취방에서 자주 얘기를 나누곤 했지요.
제 얘기에 맞장구를 참 잘 쳐주고 나이차이는 얼마 안 나면서도 많이 어른스러워서 어느 샌가 의지를 하게 되더군요.
얼굴 1/3이 화상자국이었지만 씩씩하고 밝은 모습이었던 그녀는
자신감에 매료된다는 게 이런 걸까...싶을 정도로 참 좋아했었습니다. 사람대 사람으로써...
또 그 때의 제가 겉으로는 밝아 보이지만 2~3년을 고생고생하면서 겨우 찾은 꿈같은 시간들이었기에
못느끼는 사이 속이 많이 곪아있었던 때라서 더 금방 그랬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시 제가 연예기획사에서 직원으로 일하고 싶었는데 정보력도 부족하고 연예계 쪽은 막연히 어려울 거란 생각에
그냥 지나가는 얘기로 술안주 삼아 내뱉었는데, 언니가 덥썩 제안을 합니다.
'어 나 아는 사람이 그쪽 일 해! 잘됐네 너 한번 소개시켜줄게 괜찮아?'
저는 지방사람이고 언니는 서울↗사람↗이기 때문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덜컥 믿어버린 저는
온갖 꽃단장을 하고 추운 겨울 5호선에 몸을 싣습니다.
고딩 때 연예인 덕질을 했던 경력이 있는지라 굳이 기획사 많은 강남을 두고
마천역으로 오라는 이유를 한 번에 납득하진 못했지만
거기 사무실이 있다니까요! 아 이 기획사가 신생이라 돈이 좀 없나! 하는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지만 혼자 머릿속에 행복회로를 신나게 돌리며 도착한 그 곳은 정말로 허허벌판입니다.

역 출구는 제대로 기억나지 않지만 '그 건물'로 가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해요.
마치... 요즘의 시골 작은 읍내 같은 분위기가 서울에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했지만 정말 을씨년스러워서
자연스럽게 내적 가드 수치가 점점 상승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운명의 '그 건물' 2층으로 들어가니...
아무 가벽 없는 넓은 건물 한 층에 사람이 사람이 테이블이 테이블이 그렇게 빼곡한데, 순간 머리에 스쳐가는 '뭐됐다'
그러나 저는 절대 그렇게 감에 의존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해서, 일단 테이블에 앉으라 하여 앉아서 A4용지 내용을 보아하니
속에서 천불이 나기 시작합니다. 이 언니 아니죠 이 .. 아 여기는 피지알이니 자중하겠습니다.
내가 이렇게 쉬운 사람이었나 자괴감이 밀물처럼 들어오다가, 울화통이 폭발하면서
순간 그 큰 사무실을 일시적으로 조용히 시킬만큼 어마어마한 욕을 사자후처럼 뱉으며 뛰쳐나갔습니다.

그냥..그렇게 끝났다면 그저 작은 불편한 기억으로 남았을 텐데,
그녀는 대단한 집념의 소유자였나 봅니다.
저는 20대 초중반 성인여성의 힘이 그렇게 센 지 그 때 처음 깨달았습니다.
곱게 차려입은 옷들이 다 뜯어질까 걱정될 만큼 세차게 밀고 당겨서 그 건물로 인도하려고 하더군요 ㅠ
당시 저는 패션을 엄청 좋아하던 친구였기 때문에 감히 내 옷을 잡아 뜯는 게 심히 불쾌했고
무엇보다.. 여기 끌려가면 난 정말로 세상에 혼자가 된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맞은 만큼 딜교환을 찰지게 하기 시작했습니다.
예쁘게 보이려고 신은 하이힐이 무기가 되는 것은 비단 영화, 드라마에서만 있는 일이 아니더군요 ㅠㅠ
어느덧 저는 쌍검무사가 되어 멋있게 타격~ 하고 싶었지만

그건 상상이고, 사람 잘못 패면 그것대로 문제라 손 정도만 몇대 찔끔찔끔 치다보니 점점 지쳐오더군요.
길바닥에서 오래 지체하다간 일당들 마저 내려오면 그 때는 끝나는 겁니다.
무력이 안먹히면 지력 싸움 가야죠. '다방'으로 갑니다. 바로 근처에 있더라고요. 통유리가 시원시원합니다.
가는 길에 택시 하나가 쌩하고 지나가는 데 속에서 눈물이 나더군요. 저 택시 타고 집에 가지는 못할 망정 뭐하는 거냐...
겨울 낮의 바랜 햇빛을 저는 정면으로 맞고 그녀는 등지게 최대한 자연스럽게 착석을 합니다.
저는 바깥의 동태를 저는 살펴야 하고 이 여자는 무방비 상태가 되어야 하니까요.
그렇게 잔에 입술을 세 번 정도 대었을 때, 어떤 택시 하나가 가게 앞에 정차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것도 출입구에 정확히 뒷좌석 문을 맞춰서 선 것을 보면서
'지금 성공하지 못하면 나는 정말 이 세상에 없어진다'를 직감하며 속으로 카운트를 3,2,1...
문학적 표현인 줄만 알았던 주마등이 스치는 경험을 하며 미친듯이 '튀어'나갔습니다.

다방을 나와 택시 문을 여는 것까진 성공했지만 그녀의 발악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못 타게 하려고, 문을 못 닫게 하려고.. 문을 당기다 당기다 매달려 버리더군요.
문이 채 닫히기도 전에 택시기사 아저씨에게 '제발 출발해주세요' 라고 울부짖었습니다.

와 근데 진짜 택시가요!!! 진짜 출발을 합니다. 느리지만 분명 서서히 악셀 밟는 게 느껴집니다.
백마는 아니고 택시를 타셨지만 그 순간 저에게는 왕자님 아니 신이었습니다.
그녀도 직감했을까요, 알이 튼실한 제 다리로 최후의 막타를 구겨 넣으니 결국 그녀가 손을 놓습니다.
동시에 세차게 문을 닫은 저는 주저말고 '코엑스'로 가달라고 했어요.
사람이 많은 번화가여야 그녀가 저를 못찾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는데, 떠오르는 가장 가까운 곳이었습니다.
뒤돌아보니 그녀는 망연자실한 채 저를 응시하고 있더군요. 만나서 뭐같았고 다시는 만나지 말자.

놀란 마음과 화를 가라앉히고 있는데 아저씨가 얘기하시더군요.
사실 아가씨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고...
뭔가 심상찮아서 도와줘야 될 것 같은데 때마침 다방으로 들어가길래 일부러 보라고 차를 댔다고.
근데 봐줘서 너무너무 다행이라고

.... 이러고 어딘가로 납치되면 살아 있는 공포스릴러 자체겠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고요 ^_^
거듭 감사하다 말씀드리고, 무섭기도 하지만 솔찬히 빡쳐있었기 때문에 있었던 일 간략히 말씀드리면서 화를 다 누르니
어느덧 코엑스에 도착하여, 평소에는 10원에도 목매는 저였지만,
(꽤 많은)잔돈만이라도 그냥 하시라고... 제가 가진 게 없어 사례를 많이 못해 죄송하다고
그렇게 작별하며 신과의 짧은 만남은 끝이 났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pd수첩에선가 조명하더군요. [거마 대학생]
그렇습니다... 저를 마천역으로 불러낸 걸로 보아 그녀 또한 해당 대학 소속이었던 것이 아닐까...
15년 지난 지금까지도 혼자 속으로 오만 욕을 하며 그 뒤로 처음 만난 사람 적당히 경계하면서 잘 살고 있습니다.

여담으로 그날 코엑스에서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샀던 빨간 줄무늬 티셔츠는 몇년 간 줄기차게 잘 입다가
목이 거하게 늘어난 채 아직도 집에 잘 보관되어 있답니다.
이상으로, 외출을 못해 심심함을 견디지 못하고 또 한번 지려본 똥글이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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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26 04:14
수정 아이콘
와 무서운 경험 하셨네요. 저는 체구가 작고 인상이 호구라서 그런 이상한 사람들이 참 많이 달라붙는데, 신기하게도 또 막상 말씀하시는 어둠의 소굴까지 끌려가본 적은 없어요.
영소이
20/02/26 04:18
수정 아이콘
저도 처음 가는 길인데도 '길 물어봄' 자주 당하는 얼굴이라 많이 달라붙는데, 저 이후로 도라이력이 상승하여 즐겁게 쳐내면서 살고 있습니다.
저만큼 극적인 경험도 처음이자 마지막이니 무용담처럼 늘어놨지만, 끝이 안좋았다거나 하면 이렇게 회상도 못할 거 같아요.
요즘 '그 종교'가 핫하니 옛 생각이 나서 써봤습니다.
Jedi Woon
20/02/26 05:05
수정 아이콘
남자도 저렇게 박차고 나오기 쉽지 않았을텐데, 정말 대단하십니다!
무사히 빠져나와서 정말 다행이네요
영소이
20/02/26 05:46
수정 아이콘
제가 그렇게 강골이나 강단있는 사람은 아닌데 궁지에 몰리니 저렇게 되더라구요 크크크
ⓢTory by
20/02/26 10:22
수정 아이콘
저 ..정대만..
이쥴레이
20/02/26 05:10
수정 아이콘
이전회사가 서초에 있었을때 교대역쪽에 자주 가던 치킨집이 있었습니다. 지하에 있었는데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있고 분위기도 조용해서 참 좋아했습니다. 다만 벽에 낙서들이 있었는데 대부분 낙서가 영업문구와 함께 플래티넘 다이아 등급등등 우리팀 우리조 같이 올라가자! 라는 내용들이 많아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었죠.

나중에 다른 지인분이랑 서초쪽에서 약속이 잡혀서 괜찮은 치킨집 있다고 알려드리고 만나게 되었는데 그분이 알려주셨습니다. 검색해서 보니까 여기 다단계 사람들이 자주 오는 치킨집이고 유명하다고.. 여기서 만나자고 해서 절 의심해었다고..

그외 한번은 아는사람이 강남역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어느건물에 있다고해서 갔는데 들어가자마자 여기는 다단계구나...라는 느낌이 팍팍오더군요. 그사람도 한패가 아닌 저한테 SOS를 보냈던거라 네트워크 마케팅 설명하는거 딱 10분 듣고 그당시 소셜커머스 초창기때라 현재 와디즈 같은 마케팅 없이 좋은제품이나 프로젝트 지원하는 티몬이 있으니 그런쪽으로 돈벌어보세요. 라고 강사한테 이야기 하니 네 그자랑하는 인터넷 소셜커머스 열심히 하세요. 라고 승질 내셔서 이때다 하고 들을 가치가 없는 사업네트워크 마케팅이라고 말하고 그 아는분 데리고 바로 나왔습니다.

또 휴대폰 소액 다단계 재택알바건도 있었는데 이건 이전에 PGR에 올렸던 기억이 나네요. 크크

아 이 3가지 사건 모두 한사람때문에 벌어진 일이라.. 에휴..
ㅠㅠ
영소이
20/02/26 05:47
수정 아이콘
저희 집안에도 다단계에 물린 분 계신데 부모님이 건져내셨다고 들었습니다.
SOS 받으실 정도면 평소에 꽤 믿음직한 분이셨나봐요. 큰일 하셨습니다.
파랑파랑
20/02/26 05:36
수정 아이콘
아이고 다행입니다. 큰일날 뻔 했네요.

저는 학생 때 지하철 기다리는데, 덕이 있다, 조용한데 가서 이야기하자 등등 듣고 있다가 조상님한테 잘해야 덕이 돌아오고 일이 잘 풀린다 말에
화가 나서 "내가 잘해야 잘 되는거지. 뭔 소릴 하는거야" 하고 버럭했던 기억이 있네요 -_-
영소이
20/02/26 05:50
수정 아이콘
그런 기개 좋습니다 크크크
한참 영업사원 때 신을 믿어야 일이 풀린다 길래 그럴 일 없으시겠지만 일 안풀리셔서 돈 필요하시면 연락달라고 명함 드렸던 기억이 나네요.
(전직 대출영업직)
린민메이
20/02/26 10:10
수정 아이콘
자강두천!!
Trader J
20/02/26 06:12
수정 아이콘
보험설계사 신입들 모으는 곳에 다단계 유혹하러 오는 경우도 봤네요
대부분 빨리 많이 돈을 벌고 싶어서 시작하는게 보험설계사니 다단계 유혹에도 쉽게 넘어가겠다 싶었습니다
영소이
20/02/26 16:08
수정 아이콘
헐 그렇군요 처음 알았습니다. 조심조심 또조심
20/02/26 07:26
수정 아이콘
살아 있는 공포스릴러에서 소름이 쫙^^;;;
잘 봤습니다 무시무시하네요.
영소이
20/02/26 16:10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흐흐 다 지금은 추억입니다
1등급 저지방 우유
20/02/26 08:10
수정 아이콘
저도 몇번 가본적이 있어서 심히 공감이 됩니다
특히 첨 끌려?갔을당시에
저 역시 20대초반에 지방에서 올라간 입장까지
다만 장소랑 상황이 좀 달랐네요
전 성남쪽이었거든요+중학교때 동창이 3명이나 있었던거
아~~~그리고 전 그날가서 하루밤자고 왔군요
물론 전날엔 신입환영파티도 가졌었구요
영소이
20/02/26 16:12
수정 아이콘
저에 비해 좀더 색다른 경험이셨겠어요 흐흐
과천댁임다
20/02/26 08:11
수정 아이콘
와 택시기사분도 대단하고, 글쓴 분도 정말 대단하시고.. 글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송하영
20/02/26 08:30
수정 아이콘
이런 하드한 케이스는 아니지만 저도 아주 예전에 친구따라서 무슨 nrc? 라고 선불폰? 같은거 설명들으러 갔는데 내용이 딱 다단계더라구요. 한 한시간 넘게 강의 듣고 테이블에 붙잡아 놓고 계속 얘기하고 어차피 폰 쓰는거 이거 쓰면서 가입자 유치시켜서 용돈 벌면 된다? 그런거 귀찮으면 안하고 그냥 폰만 바꿔서 쓰면 된다 손해는 없다 뭐 이런식인데 음.. 잘쓰고 있는 폰을 바꾸는것도 별로 내키지도 않고 여기 있는 시간도 아깝고 막 그런데도 거기에 앉아계신 친구 어머니랑 얘기를 하다보니까 이거 뭐에 홀린 듯 가입할 뻔 했는데., 당시에 선불폰은 핸드폰 소액결제가 안된다는 소액현질을 사랑하던 제게는 치명적 결함이 있어서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겨우 나오긴 했는데 뭐랄까 막상 친구한테 이끌려서 그런데 가서 있으면 딱 거절하고 나오기가 되게 힘들더라구요.
요슈아
20/02/26 10:10
수정 아이콘
NRC 하니까 제 경험담도 기억이...같은 곳이었거든요 크크크.
전 지인 소개로 다른 2분과 같이 교육장까지 갔습니다. 갔다오면 5만원 주는 알바라고 그냥 말 들으면 된다고. 언제였지...벌써 15년정도 전 이야기네요 저도. 뭔가 비슷하다...

어디 충주랬나 청주랬나 산 속 펜션같은 곳이었는데 가자마자 짐풀고 교육하는 곳에서 이거저거 말 하는데 이미 다단계구나 하고 눈치채고 온 마당이라 그냥 모든 교육을 어떻게든 쌩까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괜히 손톱 만지작 거리고 다른생각...다른생각...야한생각....아 아니지. 그냥 대놓고 자기도 하고...

그 외 휴식시간도 있었는데 마침 로비에 현금 넣는pc가 하나 있더라구요. 이제 교육도 안 들어가고 주구장창 붙어있는 겁니다. 그 당시 게임에 빠져있던 백수였던 때라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죠. 계속 회피의 회피를 하면서 1박2일...씩이나 보냈습니다 어휴.
그래도 첫날 밤 나름 사람들끼리 회식명목으로 치맥파티를...그거 하나는 좋았네요. 어쨌든 같은 방 사람들끼리 밖에서 모이는데 그럼 이걸로 돈 많이 벌어 봅시다 건배에~ 하는 사람이 있길래 대충 받아주면서 속으로 '아 네 열심히 인생 돈 다 꼴아박고 망하시고...' 막 이러고. 그 때 우울증 약간에 아주 세상 다 망헤버려라 같은 염세적이고 부정적인 시기였기도 했고요(?).

이래저래 잊을 수 없는 2일을 보내고 다시 집으로 그분들 차 타고 돌아오는데 교육받는데 태도가 그게 뭐냐고 왜 들어오지도 않냐고 무지 구박받긴 했는데 그냥 아 네 5만원이나 빨리 내 놔 주시고 그만 봅시다 식으로 생각하면서 말 한 마디도 안 섞었습니다. 저보다 나이 훨씬 많은 분들이었는데 조금 죄송...하긴 뭐가 죄송합니까.

도착하고서도 사무실에 끌고가서 이거 해봐라 대충 이래저래 돈 버는거다 하믄서 꼬시는거 주 특기인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기신공 발휘해서 다 넘겨버리고 무사히 5만원 받아들고 귀환했다는 별 재미없는 이야기 입니다.

교육이야기는 리얼 1도 기억이 안 납니다. 아 기억나는 거라면 그 등급 발표식(다이아니 골드니 이딴 거 말이죠) 같은 거 하나네요. 어떤 인생 말아먹게 하는 작자들인지 봐야징~ 하믄서 보긴 했는데 결국 기억에서 다 지워짐.
피디빈
20/02/26 08:52
수정 아이콘
저는 사귄 건 아니고 썸 탔던 여자애가 주말에 단둘이 여행을 가자고 해서 '아이고 이게 왠 떡이냐'하고 나갔더니 다단계 집회 더군요. 어쩐지 여행 가는데 양복을 입고 오라는 게 말이 안되긴 했었죠. 잠시 쾌락에 눈이 멀어... '와 이거 엿됐다' 싶어 돌아가려는 순간 낯선 남자들 나를 둘러싸는데 무섭더군요. 얘기좀 하자고 하고 카페에 있다가 빠져나왔던 기억이 있네요. 그 여자애와는 그 이후로 연락이 안된다는...
영소이
20/02/26 16:13
수정 아이콘
여행에 양복이라니 크크크크크 그러고보니 저한테도 깔끔하게 입고 오라고 해서
깔끔하지만 디테일에서 소위 패션 간지가 묻어나게 입었던 거 같아요. 생각할수록 괘씸하네....
망개떡
20/02/26 08:57
수정 아이콘
무슨 좀비이이야기 같았네요.그렇게 집요하게 뒤따라오다니 덜덜덜. 친한 사람이 저한테 그러면 배신감과 사람에 대한 무서움으로 다리 풀려서 잘 도망치지 못했을것 같아요.
20/02/26 10:00
수정 아이콘
세이클럽에서 세월의 향기가..
영소이
20/02/26 16:14
수정 아이콘
(대충 보자기 두른 익명 캐릭터 짤)
바부야마
20/02/26 10:14
수정 아이콘
불과 1년전에 사무실보러 돌아다니다가 역삼역 한복판에 사무실을 들어갔는데 정말 순간 영화의 한장면인줄 알았습니다.
입구에 정장입은 떡대들이 있고 50평정도 되는 사무실에 진하게 화장하고 빼입은 청년들이 100명정도 꽉 차있더군요..다단계였습니다.
사무실만 쭈뼛쭈뼛보고 나왔지만 인생에서 가장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CapitalismHO
20/02/26 10:19
수정 아이콘
제가 그 동네 사는데 그 당시에 정말 다단계가 많았습니다. 그때는 주로 바퀴벌레라고 불렀는데 검은 양복입고 몰려다니고 주로 지하에 단체로 살아서... 이제는 다 없어져서 옛말이긴 합니다 크크크.
도라곤타이가
20/02/26 10:26
수정 아이콘
오오...이 글은 귀하군요. 추천 드립니다. 암담함 시국에 한송이 꽃같은 재미진 글이네요
뽕뽕이
20/02/26 10:38
수정 아이콘
저도 군대가기전에 동창녀석이 일당8만원 알바자리 있다고 오래서 갔더니 다단계더라구요.
교육받는다고 핸드폰 가방 보관한다고 해놓고 계속 붙잡고 못나가게 하고
결국 숙소 근처까지 갔고 가면서 무리중 한 녀석이
저보다 나이많으니 동생이라 부른다고 하면서 친구가 좋은데 알려 주는데 왜 싫다고 하냐고 자기 친구였으면 뭐라고 했다고 하길래
그자리에서 디지게 패버렸습니다. 말리던 친구까지 몇대 팼는데 잘 살고 있으려나...??
영소이
20/02/26 16:14
수정 아이콘
역시 눈눈이이... 잘 패셨습니다 (?)
20/02/26 11:02
수정 아이콘
이야.. 무섭네요 진짜
발렌타인
20/02/26 11:18
수정 아이콘
15년 전 마천역이면 정말 서울 아닌 분위기죠....거마대학생 유명했죠..
영소이
20/02/26 16:15
수정 아이콘
거기 지금 땅값 무지하게 올랐다고 들었습니다. 내가 트라우마만 없었어도~~ 투자를 했을텐데~~ 는 망상
오지키
20/02/26 12:23
수정 아이콘
(수정됨) PC통신 go humor 시절에도 다단계 이야기는 늘 인기가 많은 글이었습니다.
재미와 정보 2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글이니까 말이죠.
시대가 흘러도 다단계 이야기는 언제들어도 긴박감이 넘치네요.

아직도 강남 한복판에서 정장입고 떼거지로 몰려다니는 젊은 사람들이 있죠.
예전같았으면 다이어리를 들고 공중전화를 배회할법한 2인1조 콤비가 지금은 편의점 파라솔 의자나 스타벅스에서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로 작업(?)을 하는 것을 보고있노라면, 마치 리마스터나 클래식버전처럼 뭔가 힙해진 문화가 다단계에도 도입되어서 더 세련된 방법으로 사람들을 구워삶겠구나 싶습니다.
코사카 호노카
20/02/26 14:58
수정 아이콘
제가 당했던 건데 신혼부부처럼 세팅해서 교복 입고 지나가는 고딩한테 한복 파는 데 어딨냐고 묻는 건 좀 놀랐습니다.
영소이
20/02/26 16:17
수정 아이콘
띠용
강미나
20/02/26 18:49
수정 아이콘
지금도 밤에 해커스 건너편 순대국집 가면 누군가는 꼭 다단계 영업을 하고 있더라고요. 꼴랑 순대국 한그릇 사주면서 인생 선배인 척....
코사카 호노카
20/02/26 14:57
수정 아이콘
탄핵정국 때 자칭 새누리당(당시) 보좌관이라는 사람이 성경으로 하는 유대인 학습법 뭐시기라는 걸 해보자고 한 적이 있었어요. 더민주 의원 보좌관이었는데 새누리로 옮겼다니 지금 생각해도 어의가 없네요 크크 암튼 서현역에서 설문지 뭐 하길래 했더니 연락이 온 거였고, 흔히 하는 나무 그려놓고 잠재의식 맞추기 이런 거 하더니 본격적으로 얘기를 하더라고요. 이걸 하면 너의 인생이 바뀌게 될 거다, 뭐 그런 식으로요. 강남에 돈 많은 애들도 이거 하고 그런다고. 근데 그걸 들은 놈이 강남 토박이였다는게 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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