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0/02/26 01:55:20
Name 알테마
Subject [일반] 멕시코는 왜 이렇게 되었나? 카르텔의 해체와 분화 (2)
전 글에서 이어집니다.

1987년, 도피중이던 카르텔의 보스 가야르도는 DFS의 전 국장 미겔 나사르로 부터 받은 극비 자료로 집권여당 제도혁명당과 거래를 통해, 다시 한 번 카르텔과 자신의 지위에 대한 독점적 권한을 암묵적으로 보장 받았습니다. 하지만 멕시코 국민들은 정부 및 여당과 카르텔 사이의 밀월관계에 대한 확신에 가까운 심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듬해인 1988년 멕시코 대통령 선거에서 정치사에 남을 대사건이 벌어집니다. 최초로 컴퓨터에 의한 개표시스템이 채택되었고, 야당인 국민행동당(PAN)의 후보가 여당 후보인 '카를로스 살리나스 데 고르타리'에 이기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개표시스템이 다운됐고 몇시간 뒤 복구된 개표시스템은 50.4%로 카를로스 살리나스의 당선을 확정했습니다.

야당과 국민들은 개표조작을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또한 카르텔과의 커넥션을 강하게 의심받은 카를로스 살리나스는 임기 첫해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가야르도와의 유착설에 부담을 느낀 대통령은 다음해인 1989년 전격적으로 가야르도를 체포했습니다.

가야르도는 대통령과 자신의 관계를 굳게 믿고있었기 때문에 체포되더라도 금방 사면받을거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살리나스 대통령은 가야르도가 가진 자료들을 회수하고 그를 팽했습니다. 가야르도는 남은 가족들을 위해 현재까지 조용히 수감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가야르도가 체포되면서 카르텔은 크게 3가지로 갈라지게 됩니다. 아마도의 후아레스 카르텔, 호아킨 구스만 에레라 통칭 '엘 차포(땅딸보)'의 시날로아 카르텔, 그리고 아레나요 형제의 티후아나 카르텔입니다. 명목상 아마도가 카르텔의 리더가 되었으나 엘 차포와 아레나요 형제는 사실상 독립했습니다.

멕시코의 카르텔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남미의 카르텔에 대한 지식이 필요합니다. 잠깐 시간을 돌려보겠습니다.

1973년 칠레의 육군참모총장 피노체트는 백악관 안보보좌관 및 국무장관이던 헨리 키신저와 CIA의 지원을 받아 쿠데타를 일으켰습니다. 피노체트는 집권 이후 가혹한 마약 조직 소탕을 시작했습니다. 칠레의 코카인 제조 기술자들은 독재자를 피해 콜롬비아로 넘어갔고, 이는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와 '메데인 카르텔' 그리고 이들의 라이벌 '칼리 카르텔'의 탄생으로 이어졌습니다.

메데인 카르텔은 카리브 해를 통한 해상과 항공 수송루트를 독자적으로 가지고 있었고 미국 내 유통과 분배도 직접 담당했습니다. 그러나 콜롬비아 정부와 메데인 카르텔간의 대전쟁이 벌어지고 여의치가 않게 되었습니다. 메데인 카르텔은 코카인 유통을 멕시코 '후안 가르시아'의 걸프 카르텔에 위임합니다.(살리나스 대통령의 친형이 배후)

반면 콜롬비아의 칼리 카르텔은 가야르도의 카르텔, 특히 후아레스의 아마도와 손잡고 코카인을 유통했습니다. 아마도의 후아레스 카르텔은 전체 카르텔 매출의 30%를 담당할 정도로 커졌습니다. 멕시코의 카르텔들은 콜롬비아 카르텔과 미국간의 중계 무역으로 떼돈을 벌기 시작합니다.

독립한 티후아나 카르텔(아레나요 형제)과 시날로아 카르텔(엘 차포)은 후아레스 카르텔 만큼 대량의 코카인 공급처가 없었습니다. 이들은 헤로인, 메스암페타민 등 사업을 다각화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티후아나와 시날로아 간의 분쟁이 극심해졌습니다.

샌디에이고와 접한 국경도시 티후아나를 바탕으로 한 티후아나 카르텔은 가혹하게 시날로아 카르텔을 몰아 붙였습니다. 가야르도의 조카가 티후아나에 소속되어 있었기 때문에 멕시코 정부의 비호까지 받았습니다. 가야르도 체포 후 4년 동안 벌어진 티후아나와 시날로아간의 전쟁은 아직까지도 회자됩니다.

엘 차포는 오랜 친구이자 신뢰했던 부하 엘 라조를 티후아나에 보내 휴전을 제안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엘 라조는 휴전 얘기를 꺼내보지도 못하고 아레나요 형제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한 뒤 시체가 길거리에 버려졌습니다.

시날로아 카르텔의 2인자 엘 구에로는 엘 차포의 반대를 무시하고 엘 라조의 복수에 나섰습니다. 그는 아레나요 7형제 중 한명의 생일 파티를 습격했고, 아레나요 형제는 잔혹한 보복을 결심했습니다.

아레나요는 베네수엘라 출신의 킬러를 고용했고, 엘 구에로의 가족에게 접근시켰습니다. 멕시코의 나르코들은 서로 분쟁이 생기더라도 나르코가 아닌 가족을 건드리지 않는게 불문율 이었습니다. '클라벨'이라는 이름의 킬러는 엘 구에로의 아내 '레이하'와 불륜관계를 맺었습니다.

레이하는 호텔에서 성관계 도중 클라벨에게 살해당했습니다. 그리고 다섯살 난 딸과 네살 아들은 살아있는 채로 다리위에서 떨어뜨리면서 이를 비디오로 촬영했습니다. 아레나요 형제는 엘 구에로에게 아내의 목과 아이들의 죽음이 담긴 비디오를 소포로 보냈습니다.

시날로아와 티후아나 간의 전쟁은 이후로도 계속 됐습니다. 아레나요 형제는 자신의 뒤를 봐주던 정부를 통해 뛰어난 실력을 가진 킬러 집단을 소개 받았습니다. 킬러들은 맹위를 떨쳤고, 엘 차포는 이들을 피해 도망다니던 와중 운명의 날이 도래했습니다.

1993년 5월 24일, 아레나요 형제는 엘 차포가 과달라하라 국제공항을 이용할 것이라는 첩보를 입수했습니다. 공항 주차장에서 잠복하고 있던 중, 엘 차포가 탄 뷰익의 세단이 도착했습니다. 아레나요 형제는 킬러들에게 엘 차포를 죽일 것을 명령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뷰익이 아닌 포드의 머큐리 그랜드 마퀴스 세단을 향해 총을 쐈습니다.

엘 차포는 혼비백산하여 도망쳤고, 킬러들도 그 자리를 뜬 뒤 잠적했습니다. 아레나요 형제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총에 맞아 죽은 사람은 티후아나의 대교구장 '후안 헤수스 포사다스 오캄포' 였습니다.

1993년, 엘 차포는 오캄포 추기경 살해혐의로 체포되면서 티후아나-시날로아가 벌였던 4년간의 전쟁은 시날로아의 패배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그러나 1995년, 살리나스 대통령이 퇴임하고 그의 친형이 체포되자 아레나요 형제 역시 당국의 타겟이 되어 도피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레나요 형제는 킬러들이 처음부터 추기경을 암살하기 위해 멕시코 정부의 의뢰를 받았고, 그 배후엔 후아레스 카르텔의 아마도가 있다고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이어지는 얘기는 다음 글에 쓰겠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DownTeamisDown
20/02/26 02:33
수정 아이콘
안에서 썩어가던게 겉으로 들어나면서 더 심하게썩는 모습이네요.
근데 미국에서 마약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해결이 난망한것 같은데 말이죠
Jedi Woon
20/02/26 02:37
수정 아이콘
마지막 이야기는 좀 소름 돋네요......멕시코는 정말 정치권과 카르텔을 싹 갈아 엎는 정도가 아니면 해결할 수 있는 기미도 없는것 같네요
20/02/26 06:15
수정 아이콘
드라마 엘챠포 이야기인가 보네요..하하..
VictoryFood
20/02/26 07:19
수정 아이콘
대하소설이네요
어름사니
20/02/26 08:25
수정 아이콘
저 살해 장면을 <개의 힘>이라는 소설에서 보고 참 끔찍하다 싶었는데 그게 실화 바탕인 줄은 몰랐군요
20/02/26 09:18
수정 아이콘
이미 엘차포가 드라마로 나와있어서 나르코스 맥시코 시즌2가 나올지 궁금하더군요.
Bellhorn
20/02/26 15:07
수정 아이콘
이미 나왔습니다
20/02/26 18:50
수정 아이콘
아 시즌2가 아니라 3입니다.
20/02/26 10:02
수정 아이콘
넘모넘모 재밌습니다!! 다음편 기다리겠습니다.
Bellhorn
20/02/26 15:07
수정 아이콘
하.. 빨리써주세요
20/02/26 15:16
수정 아이콘
아뉘..나르코스 2편과 엘차포 스포를 이렇게 날리시면 어떡하나요!!크크크
다음편도 기대할게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정치] [공지] 정치카테고리 운영 규칙을 변경합니다. [허들 적용 완료] [126] 오호 20/12/30 275500 0
공지 [일반] 자유게시판 글 작성시의 표현 사용에 대해 다시 공지드립니다. [16] empty 19/02/25 341509 10
공지 [일반] [필독] 성인 정보를 포함하는 글에 대한 공지입니다 [51] OrBef 16/05/03 463442 29
공지 [일반] 통합 규정(2019.11.8. 개정) [2] jjohny=쿠마 19/11/08 337793 3
102729 [일반] 한나라가 멸망한 이유: 외환(外患) 식별573 24/11/22 573 0
102728 [일반] 소리로 찾아가는 한자 52. 윗입술/웃는모습 갹(⿱仌口)에서 파생된 한자들 계층방정289 24/11/22 289 1
102726 [일반] 동덕여대 총학 "래커칠은 우리와 무관" [118] a-ha10211 24/11/22 10211 17
102725 [일반] 조금 다른 아이를 키우는 일상 4 [15] Poe2138 24/11/22 2138 22
102724 [일반] AI 시대에도 수다스러운 인싸가 언어를 더 잘 배우더라 [7] 깃털달린뱀2215 24/11/22 2215 4
102723 [일반] 러시아가 어제 발사했다는 ICBM, 순항미사일과 뭐가 다른가? [25] 겨울삼각형2836 24/11/22 2836 0
102722 [일반] 국제 결혼정보회사 이용 후기 [38] 디에아스타4050 24/11/22 4050 30
102721 [정치] 미래의 감시사회는 유토피아가 될 것인가..? [10] Restar1135 24/11/22 1135 0
102720 [일반] 갈수록 진화하는 보이스피싱 조심하세요 [8] 밥과글1552 24/11/22 1552 6
102718 [일반] 영어 컨텐츠와 ChatGPT 번역의 특이점 그리고 한국의 미래 [17] 번개맞은씨앗1941 24/11/22 1941 7
102717 [정치] 김소연 "이준석 성상납 도와준 수행원 자살" [110] 물러나라Y8364 24/11/22 8364 0
102716 [일반] 요즘 근황 [42] 공기청정기7304 24/11/21 7304 15
102715 [일반] 좋아하는 꽃은 무엇일까요? 출간 이벤트 당첨자 발표와 함께! [15] 망각2182 24/11/21 2182 3
102714 [정치] 한동훈, 당내게시판 윤석열 비방 관련 경찰 요청 거부 [134] 물러나라Y9939 24/11/21 9939 0
102713 [일반] 아니, 국과수도 모르겠다는데... 설마 대법원까지 보내려고 할까요? [37] 烏鳳8259 24/11/21 8259 30
102712 [정치] (채상병 사건) 박정훈 대령이 군검찰로부터 징역3년을 구형받았습니다. [86] 꽃이나까잡숴7659 24/11/21 7659 0
102711 [일반] 4년간 미국 물가는 얼마나 심각하게 올랐는가 [62] 예루리4850 24/11/21 4850 2
102710 [정치] 메르스 이후 처음으로 주요 그룹 사장단 긴급성명 발표 [69] 깃털달린뱀6518 24/11/21 6518 0
102709 [일반] 트럼프 2기 정부는 불법 이민자 문제로 시작합니다 (+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트럼프 공약) [73] 시드라4372 24/11/21 4372 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