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0/02/14 17:01:30
Name BK_Zju
Subject [일반] 5년전 발렌타인데이 때 차인 이야기 (Feat. 결혼정보업체) (수정됨)
발렌타인 데이입니다.
모두 주변에 사랑을 나눌 짝들은 있으신지요? 크크

발렌타이데이를 기념하며 예전 결혼정보 업체 관련된 썰을 풀까 합니다.


우선 저는 30년간 연애를 못해본 모태 솔로 남자였습니다.
연애도 못하고 친구도 없이 주말마다 집에서 쉬고 있는 아들이 불만이셨는지
저희 아버지께서는 5년전 1월의 어느날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저를 결혼정보 업체에 등록을 합니다.
저희 집안이 독실한 기독교 집안이었기 때문에 어디서 아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기독교 결혼정보 업체에 연락을 하셨지요.

가입비는 30만원이었고, 소개 횟수는 무제한 이었습니다.
결혼 성사비는 100만원 이었고요.
당시 시가에 비하면 꽤나 저렴한(?) 거였는데,
아무래도 기독교 결혼정보 업체에서는 여자측 인원에 비해 남자측 인원이 워낙 적다 보니 남자쪽에 많은 혜택을 줍니다.
이 결혼정보업체의 여성 회원은 등록비 50만원, 소개 횟수 3~5회정도, 결혼 성사비 200만원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듀오 같은 곳에 비하면 엄청 저렴하죠. 근데... 저렴한건 저렴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제 겨우 만 30살인데 뭔 벌써 돈 내고 결혼정보업체에 등록을 하냐고 난리를 쳤지만...
이미 돈 내고 등록한거 + 아버지 소원 들어주자는 의미에서
일단 첫 여자와 만나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첫 여자와 만나고... 첫눈에 반했습니다.
그분도 저를 처음 봤을 때부터 좋게 생각했고, 그 뒤로 3~4번 만나면서 계속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는 찰나에...

문제가 생깁니다.
왜 사람들이 결혼정보업체를 통해서 선을 보겠습니까.... 어느 정도 비슷한 급의 사람을 매칭 해주는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저랑 그분이 결혼정보업체를 통해서 받은 정보는 완전 엉터리였습니다.

당시 저는 평범한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었고 대략 세전 월 250만원 정도였습니다.
자가 집은 당연히 없었고, 딱히 모아둔 재산도 없었습니다 (기껏해야 1500만원정도).
그냥 평범한 신앙만 좋은 흙수저였죠.
아 저랑 그분 둘다 부산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분에 애초에 결혼정보업체한테 전달 받은 것은 저의 월급 : 1천만원 입니다.
네, 연봉 1천만원이 아니고 월 1천만원입니다.
만 30세의 군복무한 지방에 사는 남자가 월 1천만원입니다.
따라서 그분은 저를 흙수저가 아니고 굉장한 능력이 있는 남자로 알고 저를 만났던거죠.

어떻게 이런 황당한 오해가 생겼는지는... 의심나는 부분은 하나 있습니다.
업체에 등록을 제가 안했고 저희 아버지께서 하셨는데,
그때 아마 업체에서 저의 연봉을 물어봤을거고 그때 아버지께서 월 1천만원이라고 하셨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왜냐면 당시 제가 매형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고, 매형 회사가 당시 대략 월 1천만원 벌었기 때문에
매형 회사의 수입 = 매형이 사장이니 매형 수입 = 처남의 수입 이런식으로 포장된게 아닐까.... 라고 의심해봅니다.
물론 아버지께서는 회사에서 그렇게 벌었다고만 말했다고 하시는데.. 포장한게 아버지일지? 결혼정보업체 일지? 모르겠습니다
설령 아버지께서 그렇게 말했다 한들.. 당연히 부모는 자기 자식 최대한 좋게 포장할려고 할거고,
그걸 잘 구별해서 팩트만 정리하는게 결혼정보 업체 역할 아니겠습니까?

여튼 이런 대형 거짓정보가 나온 상황에서...
그분의 실제 정보도 꽤나 충격적이었습니다.

장인 : 대형교회 장로
장모 : 대형교회 권사로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만나보니 장인은 작은교회 집사님이셨고, 장모님은 이미 돌아가신지 10년쯤 되셨습니다!!!!!
집은 당시 부산의 핫한 곳이였던 명지쪽의 롯데캐슬 아파트를 자가로 가지고 있고, 최소 빚은 크게 없는 가정으로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만나보니 장모님이 돌아가신 후에 살림이 어려워져서 장인은 제대로된 수입도 없으시고 그분 혼자서 개인돈 2천만원 + 대출 6천만원 = 8천만원짜리 작은 아파트에 살고 있었습니다.
그분 혼자서 장인을 모시고 사느라 삶이 매우 힘든 상태였죠.

네 총체적 난국입니다.
결혼정보업체를 통해서 가장 확실히 알고자 하는게
남자&여자의 직장, 수입 및 자산상태
남자&여차측 부모의 직장, 수입 및 자산상태 인데, 하나도 맞는게 없고 말도 안되게 뻥튀기만 되어 있습니다.

저와 그분은 서로를 속일 생각은 없었는데 알고 보니 서로를 제대로 속인 꼴이 되었습니다.
뭔놈의 결혼정보업체가 사실 확인도 제대로 안하고 상대방 정보를 저렇게 거짓으로 알려주나요.
하.. 진짜 아마추어입니다.

하지만 당연히 첫 만남부터 다짜고짜 상대방 호구조사를 할 수는 없었고,
처음 만났을 때는 그냥 일상 얘기나 하면서 서로에 대한 호감을 키워갔지요.
그분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너무 반해서 두 번째 만났을 때 바로 결혼을 전제로 진지하게 만나자고 고백했습니다.
그분도 이제야 힘든 인생 끝나고 삶이 넉넉한 남편 만나는가 싶어서 감동하며 저와 만남을 이어갔습니다.

그런데 저는 삶이 넉넉한 남편이 아닌 그냥 흙수저 였습니다.
1개월쯤 만나면서 결혼에 대한 진지한 얘기를 하다 보니 서로의 정체가 드러납니다.
저는 그래도 그분이 너무 좋아서 어떻게든 결혼을 하고 싶었지만 그분은 미래를 감당하기 힘든지 결국 헤어지자고 합니다.
그래서 5년전 2월 발렌타인 데이를 앞두고 헤어집니다.
발렌타인데이때 어떤 선물을 하면 좋을까? 하면서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차였네요...

당시 참 생각이 복잡했습니다.
내가 그분을 일부러 속인 것도 아닌데 왜 내가 속인 것 같은 기분이 들면서 미안한건지...
내가 한달에 천만원만 벌면 다 해결 되는건데 왜 나는 고작 이것밖에 못버는건지...
왜 저렇게 예쁜 여자가 첫 만남부터 30년 모태솔로인 나를 좋아해주나 했는데,
알고 보니 나를 돈 많은 남자로 착각했나 보구나... 그래! 그렇지 않고서야 왜 나를 좋아했겠냐....

사람 참 비참해지고 슬프더군요.

저희 아버지께서는 기죽은 아들을 위로하면서
“어차피 장모님도 안계시고 니가 장인 모시고 살아야 할텐데 잘됐다. 더 좋은 사람 만나면 되지...”
하면서 계속 그 결혼정보업체를 통해서 사람을 만나라고 하십니다???
아버지께서는 결혼정보업체한테 단단히 주의를 주셨다더군요... “어디서 그런 엉터리 정보의 여자를 소개 시켜주냐? 제대로 된 여자를 소개시켜줘라!!”
네.. 저희 아버님도 아들이 오랫동안 연애 못하는걸 오랫동안 보셔서 그런지 대책이 없으셨습니다.


여튼 발렌타인 데이가 올 때마다 그때의 충격이 떠오릅니다.
결혼정보업체에 대한 후속 얘기는 다음에 시간 될 때 적어보겠습니다 크크
모두 Happy 발렌타인데이 보내세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스위치 메이커
20/02/14 17:07
수정 아이콘
작성자님은 무덤덤하게 적으신 것 같은데 왜 마음이 아려올까요 ㅠ
사고라스
20/02/14 17:16
수정 아이콘
ㅠㅠ 넘 슬프네요
군림천하
20/02/14 17:17
수정 아이콘
소개팅이 짱입니다.주위에 소개 좀 받으세요.저도 모태솔로 36년 만에 소개팅으로 만나 결혼해서 아들딸 낳고 잘 살고 있습니다.예전에 스카이러브나 세이클럽에서 번개 만남하면 여자가 멀리서 보고 도망갈 정도의 퍽탄이었습니다.파이팅 하세요.
인총난
20/02/15 11:18
수정 아이콘
원거리형 폭탄인데도 나이 36에 소개팅으로 결혼까지라니.... 그 스토리가 너무 궁금해지는데요!
한번 풀어주십쇼 형님~~~
무엇이든존버하세요
20/02/14 17:18
수정 아이콘
후속 이야기 너무 궁금해요!!!
온리진
20/02/14 17:19
수정 아이콘
저는 15년쯤 전에 발렌타인데이에 차였습니다

어머님이 초콜릿 받은거 좀 나눠달라고 하셨던게 기억나서 슬픔을 억누루고 아트박스가서 초콜렛 담고있는대

' 어머! 저사람봐, 지 초콜렛 지가 사나바 '

라는 소리가 들려서 황급히 나왔던 기억이 있네요
그리움 그 뒤
20/02/14 17:40
수정 아이콘
초콜릿을 본인이 사던 남이 사주던 무슨 상관이라고 그따위 소리를 들을 정도로 크게 하는지 원...
아난시
20/02/15 07:03
수정 아이콘
왜 이렇게 공감이 되죠? 슬프네요.
아이뽕
20/02/14 17:50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 발렌타인데이때 차이셨던분들 많네요. 전 불과 이제 1년차입니다!!
다들 힘내자구요.
꿈꾸는사나이
20/02/14 18:03
수정 아이콘
저는 크리마스에 차여봤어요 크크

글 재미있는데 후속편도 기대합니다!
이쥴레이
20/02/14 18:07
수정 아이콘
이글을 보고 결혼 이전 발렌타이데이는 누구와 뭘 어떻게 보냈지.. 하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아서.. 10년전부터 구글 포토 사진을
검색을 해봤는데... 치킨 뜯어 먹는 사진들이 많네요. 하하하
Love&Hate
20/02/14 18:31
수정 아이콘
작성자분 고생 많으셨고요
원래 발렌타인데이때 많이 헤어집니다.
연말특수가 정리되는 타임 + 양다리나 기타 애매한 관계를 정리해주는 기념일이 가진 속성때문에
말못하는 동지분들이 많으실거니 위로가 되시길!
동년배
20/02/14 19:01
수정 아이콘
생일 때 차여봐서 뭐...
약은먹자
20/02/14 19:05
수정 아이콘
크크크 저도 결정사 옛날 추억 나네요.
아 그때 진짜 괜찮은 분 있었는데 무조건 내가 먹여살리겠다라고 하고 잡았어야 되는데
무슨 자신감으로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됐다는 둥 하며 그만 만났는지 ㅠㅠ 벌써 8년전이네요....
파랑파랑
20/02/14 19:38
수정 아이콘
그렇게 성장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크흑
서린언니
20/02/14 20:35
수정 아이콘
하하하 혼자 있으면 차일일도 없지요 하하하 하하하
빵pro점쟁이
20/02/14 23:55
수정 아이콘
글에서 이미 장인, 장모라고 호칭하시고 계신데요?

뒷얘기는 당연히
월급 1000만원으로 오르고 다시 만나서
지금 옆에 누워 제가 글 쓰는 것 보고 계신다는
전형적인 엔딩일 것 같네요
20/02/16 15:14
수정 아이콘
이거죠 후속편 가즈앗!
20/02/15 01:34
수정 아이콘
왠지 해피엔딩으로^^
20/02/15 04:11
수정 아이콘
댓글보고 다시보니 본문글 여자분 다시만나서 결혼하셨나보네요. 크크
-안군-
20/02/15 13:12
수정 아이콘
이건 흘리기인가 실수인가... 왠지 해피엔딩인거 같은데요?
주우운
20/02/15 14:26
수정 아이콘
기독교 결혼정보업체에서는 남자 후보자가 희소하다는 부분이 눈에 띄네요 - 여자분들이 같은 종교라는 무형의 가치에 상당히 높은 점수를 주신다는 얘긴데, 이러면 남자 입장에서는 개종이 합리적인 선택이 될듯?
20/02/15 15:52
수정 아이콘
교회에서 여자가 남자보다 훨씬 많은건 거의 팩트인듯 합니다. 어느 교회를 가봐도 20대후반~30대 여성분들이 압도적으로 더 많죠. 그런데 이렇게 늦게까지 결혼 안하시는 분들은 다들 독실한 기독교인 남자를 만나고 싶어하시는 분들이라 결혼을 위해 무턱대고 개종했다가는 아주 힘든 결혼생활을 할지도요..
20/02/15 15:09
수정 아이콘
크크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월천버는 남자였음 미인을 얻을수 있는거였군요..
사고라스
20/02/15 15:30
수정 아이콘
예전 글 보니 프로포즈하신 게 있군요

..헤어졌다가 다시 사귀신거군!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4400 [일반] 아마존 파이어 태블릿 HD 2019 후기 [43] 잠잘까22796 20/02/15 22796 3
84399 [일반] 유튜브 알고리즘이 인도해준 농학생들의 현실. [9] kien10387 20/02/15 10387 9
84398 [일반] 브레이브 건(Brave Gun)의 해설 [8] 성상우11587 20/02/14 11587 0
84396 [일반] [역사] 18세기 중국이 러시아에 파견한 사신단 [14] aurelius7984 20/02/14 7984 13
84395 [일반] 5년전 발렌타인데이 때 차인 이야기 (Feat. 결혼정보업체) [25] BK_Zju14691 20/02/14 14691 25
84389 [일반] 어머니는 고기가 싫다고 하셨어요 [27] 이부키8166 20/02/14 8166 14
84388 [일반] 작은 아씨들 후기(스포) [18] aDayInTheLife6666 20/02/14 6666 0
84387 [정치] 선게 오픈을 맞아 해보는 2016년 20대 총선 여론조사 복기 [23] bifrost12960 20/02/13 12960 0
84385 [일반] 조던 피터슨 근황 [26] Volha14943 20/02/13 14943 2
84384 [일반] [코로나19] 점점 악화되는 일본의 문제 [134] 오프 더 레코드18617 20/02/13 18617 4
84383 [일반] 일하다가 성질이 뻗치는 요즘입니다 [9] 비타에듀7570 20/02/13 7570 1
84381 [일반] ....... [37] 삭제됨12792 20/02/13 12792 0
84380 [일반] 선거게시판 오픈 및 모바일 제한 안내 [15] jjohny=쿠마7296 20/02/13 7296 4
84379 [정치] 손학규때문에 깨질 위기인 바른미래, 민평,대안신당 통합작업 [42] 강가딘9486 20/02/13 9486 0
84378 [정치] 선관위, `안철수신당` 이어 `국민당`도 사용 불허 [85] 강가딘12079 20/02/13 12079 0
84377 [정치] 미래한국당과 미래한국통합신당, 미래통합당 [33] 유료도로당7600 20/02/13 7600 0
84376 [일반] [역사] 만주족의 세계질서 [8] aurelius7666 20/02/13 7666 11
84375 [일반] 중국의 일일 확진자가 15000명이 증가하였습니다. [38] 여행의기술13003 20/02/13 13003 2
84374 [정치] 민변의 이번 공소장 비공개 사태에 대한 입장 [48] slo starer10413 20/02/13 10413 0
84373 [일반] 최훈 신작 프로야구생존기, [21] 람머스10752 20/02/13 10752 0
84372 [일반] 차번호를 맞춰라 이벤트 결과 공개! [36] 피쟐러6930 20/02/12 6930 4
84371 [일반] [단상]한 TERF의 공포스러운 고백.jpg [77] _L-MSG_12662 20/02/12 12662 31
84370 [일반] 지금의 중국과 너무도 흡사해 소름끼치는 영화, [대명겁] [36] 삭제됨13218 20/02/12 13218 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