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 모토지로 (1864-1919)

러일전쟁의 숨은 공로자이자 일본이 배출한 최고의 스파이입니다. 그는 러일전쟁 당시 폭넓은 첩보활동을 벌였고, 단순 정보 수집을 넘어 러시아 내 소요사태를 촉발시키고 공산주의자들을 지원하고 또 폴란드 민족주의 운동을 부추겼습니다. 심지어 공산주의의 대부 레닌과 핀란드의 독립운동가 콘니 칠리아쿠스, 러시아 자유주의자 막심 고리키 등과도 접촉하면서 이들을 지원하였습니다. 

이토 히로부미는 그를 두고 다음과 같이 평했습니다. 

"아사키는 일본군 10개 사단의 일을 혼자서 하였다"

아사키 모토지로. 

그의 삶을 보면 일본제국 부상의 역사를 한 개인에 압축시켜놓은 것 같기도 합니다. 

하급 번사의 아들로, 일본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독일에 유학. 그리고 청일전쟁 당시 귀국하여 대만에 출병하였고, 청일전쟁 종결 후 필리핀에서 미국-스페인 전쟁을 참관 (당시에는 우호국 간에 서로 생도를 파견하여 전쟁을 참관하게 하였습니다). 한편 1900년 의화단 사건 당시 중국의 의뢰로 러시아와의 협상을 진행하였고 그 이듬해 주프랑스 일본공사관 무관으로 파견되었습니다. 파리에서 1년 간 근무하고 1902년에는 다시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사관에 파견되어 그곳에서 영국 거물 첩보요원 시드니 레일리(Sidney Reilly)와 사귀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그는 제임스 본드의 모티브가 되는 인물입니다. 아카시는 불어와 독어, 러시아어와 영어를 구사했기에 러일전쟁 발발과 종결까지 유럽전역에서 계속 활약했습니다. 그후 도쿄와 베를린을 오가다가 이토 히로부미의 부름을 받아 조선에 부임하였고 일본에 반대하는 운동을 잔혹하게 진압하였습니다. 그 후 1918년 대만총독에 임명되었고 불과 1년 후 사망하게 됩니다. 

아사키 외에도 다른 무관 다나카 기이치(그는 1920년대 일본 수상이 됩니다)도 러시아에서 활동하면서 러시아 전역을 여행하고, 상류사회와 친분을 맺고 또 심지어 코카서스 등지의 혁명가들과도 만나 이들을 은밀히 지원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젊은 스탈린을 만난적이 있다고 합니다. 

하여간 아카시는 분명 우리에게 좋지 않은 기억을 남긴 원수이나, 그가 유럽에서 보여주었던 괄목할만한 성과는 분명 배울 부분이 많을 것 같습니다. 

특히 메이지 유신 후 불과 30년만에 유럽열강들의 약점이나 이해관계를 파악하고, 그들의 언어를 구사하며 그들의 기술과 방법을 터득하여 그들의 진영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어 정보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활약했다는 것은 사실 대단한 일입니다. 

러일전쟁 전야, 일본은 만주에 첩보요원을 사진작가, 윤락업소 포주, 이발사 등으로 위장하여 만주 등지의 러시아 측의 행동을 포착하였고, 오데사(현 우크라이나)에 영사관을 열어 흑해함대의 움직임을 파악했습니다. 

그리고 첩보자원을 십분활용하여 의도한 바를 달성하였습니다. 

우리나라 국정원도 세계 11위 경제대국이라는 지원을 받는 만큼 이에 걸맞는 능력을 발휘해주기를 바랍니다. 

물론 음지에서 많은 활동을 하고 있으리라 믿고, 역량을 더욱더 발전시켜 동아시아 정보활동에 있어 Indispensable한 링크가 되어주기를 바랍니다.